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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임기응변의 힘
어지러운 세상,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를 권하다 EPUB
신동준
아템포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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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목차

서문
들어가는 글 난세에는 난세의 논리가 있다

1부 변역(變易), 흥망성쇠의 계기를 읽어야 한다

1장 천기(天機), 하늘의 변역 이치를 살펴라
자강불식, 스스로 부단히 채찍질하는 힘 · 임기응변의 묘리를 터득하라 ·
살고자 하는 힘은 강하다 · 하늘과 땅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대업을 이뤄야 한다

2장 지기(地機), 땅의 생육 이치를 통찰하라
땅처럼, 후덕을 베풀어라 · 죽음의 땅에서도 능히 살아날 수 있다 · 배수진의 힘 ·
천문지리 속에서 가능성을 찾아내다

3장 인기(人機), 사람의 관계 이치를 터득하라
사람의 관계는 먹고 입는 데서 출발한다 · 사람을 감동시키는 것보다 나은 계책은 없다

2부. 임기臨機, 누구에게나 결정적인 계기가 온다

1장 시기(時機), 철저히 대비하며 때를 기다린다
시기를 놓치지 마라 · 시기가 올 때까지 참고 또 참아야 한다 ·
인내, 달빛 아래에서 은밀히 실력을 기르는 시간

2장 사기(事機), 사안이 무르익었을 때 신속히 움직여라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기회는 없다 · 멀리 내다보는 지혜 · 움직일 때는 신속하게

3장 심기(心機), 마음의 자세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심기가 바로 서야 한다 · 상대의 심기를 흩뜨리는 법 · 심기일전, 승기를 잡는 내면의 힘

3부. 응변(應變), 승부수를 던져야 할 때

1장 세기(勢機), 염량세태 속에서 세를 확장하라
안목이 힘이다 · 명리에 초연하기 ·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럽게 ·
부하를 자식처럼 아껴라

2장 전기(轉機), 이기는 계기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대천명은 진인사의 결과일 뿐 · 식견을 키워야 안목이 생긴다 ·
과오를 적게 하는 것이 승리의 관건 · 비상한 시기에는 비상한 계책이 필요하다 ·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3장 승기(乘機), 이기는 계기에 재빨리 올라타다
무임승차의 위험을 기억하라 · 신뢰가 쌓여야 설득할 수 있다 · 파죽지세 하라!

4장 결기(決機), 결단 앞에서 절대 머뭇거리지 마라
결단해야 할 때 결단해야 한다 · 체면에 얽매이지 마라 · 위기일수록 더욱 속히 결단하라

5장 투기(投機), 하나의 표적에 온 힘을 쏟아부어라
절대로 힘을 분산시키지 마라 · 단순함의 힘 · ‘파탈의 미학’을 터득하라

나가는 글 임기응변, 스마트혁명시대를 위한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申東埈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에 열정이 더해져 고전을 현대화하는 새롭고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의 일부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고 있다. 10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책은 출간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에게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6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삼국지 통치학』, 『조엽의 오월춘추』, 『전국책』, 『조조통치론』, 『중국 문명의 기원』, 『공자의 군자학』, 『맹자론』, 『순자론』, 『노자
고전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과 사람의 길을 찾는 고전 연구가이자 평론가다. 고전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안목에 열정이 더해져 고전을 현대화하는 새롭고 의미 있는 작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작업의 일부를 정리해 책으로 펴내고 있다. 100여 권에 달하는 그의 책은 출간 때마다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독자에게 고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2019년 4월 25일 6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저서 및 역서로는 『삼국지 통치학』, 『조엽의 오월춘추』, 『전국책』, 『조조통치론』, 『중국 문명의 기원』, 『공자의 군자학』, 『맹자론』, 『순자론』, 『노자론』, 『주역론』, 『대학.중용론』, 『인식과 재인식을 넘어서』, 『열자론』, 『후흑학』, 『인물로 읽는 중국 현대사』, 『장자』, 『한비자』, 『조조의 병법경영』, 『귀곡자』, 『상군서』, 『채근담』, 『명심보감』, 『G2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욱리자』, 『왜 지금 한비자인가』, 『묵자』, 『고전으로 분석한 춘추전국의 제자백가』, 『마키아벨리 군주론』, 『관자』, 『유몽영』, 『동양고전 잠언 500선』, 『관자 경제학』, 『동서 인문학의 뿌리를 찾아서』, 『시경』, 『서경』, 『당시삼백수』, 『제갈량 문집』, 『국어』, 『춘추좌전』, 『인물로 읽는 중국 근대사』, 『풍몽룡의 동주열국지』, 『십팔사략』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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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3년 1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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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12.04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1만자, 약 5.2만 단어, A4 약 107쪽 ?
ISBN13
9788954632539

책 속으로

임기응변은 불가측성이 극대화된 난세(亂世) 상황에서 재빠른 변신을 통해 난관을 돌파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말이다. 난세에는 치세(治世) 때와 달리 이익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이른바 ‘호리지성(好利之性)’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호리지성은 원초적인 본능에 해당하므로 부부와 부모자식, 형제 등 가장 가까운 인간관계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 ---「들어가는 글」

객관적으로 볼 때 치세에는 임기응변이 그다지 쓸모가 없다. (…) 그러나 난세의 방략인 임기응변은 이와 다르다. 이는 기본적으로 달빛 아래에서 은밀히 칼을 가는 도광양회(韜光養晦)와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며 목표를 향해 시종여일하게 전진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이 전제돼야만 가능하다. 그게 바로 이 책이 역설하는 ‘임기응변의 도’다. 이는 마치 오리가 수면 위를 미끄러지듯 헤엄치지만 물밑에서는 쉬지 않고 발을 젖는 것과 같다. 임기응변은 결코 아무나 즉흥적으로 구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인구에 회자하는 ‘위기는 곧 기회다’라는 속언도 이런 맥락에서 접근해야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 《손자병법》 제1편 〈시계(始計)〉는 임기응변을 이같이 풀이해놓았다.
“뛰어난 장수는 전황을 잘 따져 형세를 좇아 물 흐르듯 임기응변한다!” ---「들어가는 글」

사마광은 《자치통감》〈황초 원년〉조에서 조조가 실현한 임기응변술을 이같이 평했다.
“조조는 적과 대진하여 싸울 때 태연자약하여 마치 싸우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기회에 결단하여 승세에 올라타는 결기승승(決機乘勝)의 시기에는 그 기세가 용솟음쳐 마치 돌을 뚫는 듯 차고 넘쳤다.”
조조가 구사한 임기응변술을 ‘결기승승’처럼 절묘하게 표현해놓은 것도 없다. 임기응변술을 실현코자 한다면 무엇보다 먼저 적과 아군의 전력은 물론 그 장단점을 소상히 파악해야만 한다. 《손자병법》이 지피지기(知彼知己)를 역설한 이유다. 이는 인기(人機)를 말한 것이다. 이어 천기(天機)와 지기(地機)를 훤히 꿰어야 한다. 《손자병법》이 지피지기만큼이나 중시한 지천지지(知天知地)가 그것이다. 그래야만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처할지라도 활로를 찾아내 일대 역전극을 펼칠 수 있다. 조조의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임기응변술은 난세를 만나야 제구실을 한다. 천리마가 전쟁터에서 진면목을 드러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치세에는 오히려 임기응변술이 불리할 수도 있다. 자칫 간적(奸賊)으로 몰릴지도 모를 일이다. 천리마가 치세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한낱 마구간에서 늙어죽는 것과 같다. 허소(許?)가 조조를 두고 ‘치세의 간적, 난세의 영웅’으로 평한 것도 동일한 맥락이다. 난세에 임기응변술이 없으면 결코 천하경영에 성공할 수 없다. 임시변통으로 임했다가는 오히려 더 큰 화를 초래할 수 있다. 임시변통은 먼 앞날을 내다본 커다란 밑그림과 주어진 현실을 토대로 한 구체적이고도 실현가능한 방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비전과 실천방략이 결여돼 있으면 아무리 현란한 행보를 보일지라도 임시변통에 지나지 않는다. 간혹 적중할지라도 소가 뒷걸음치다 쥐를 잡는 것에 불과하다. ---「들어가는 글」

임기응변의 ‘임기’는 변화 조짐을 뜻하는 기변의 상황에 맞닥뜨린 경우를 지칭하고, ‘응변’은 이런 임기 상황에서 인간 스스로 변화하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임기와 응변은 원인과 결과, 상황과 결단의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말해 임기는 천지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 내지 그 원인, 응변은 이런 상황에서 개개인이 자신의 지혜를 동원해 내린 결단 내지 그 결과에 해당한다. 임기응변에는 반드시 인간의 지략(智略)이 개입돼 있으므로 임시변통(臨時變通)과 엄밀히 구분해야 한다. ‘변통’과 ‘응변’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다. 변통에는 지식과 계책을 동원해 적극적으로 변신해나간다는 의미가 없다. 임시변통은 엉겁결에 만들어낸 방편이 요행히 통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임시변통은 갑자기 터진 일을 우선 간단하게 둘러맞춰 처리하는 임시방편(臨時方便)과 같은 의미로 사용된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임기응변을 임시변통 내지 임시방편과 혼용하고 있다. 영어를 포함한 서구의 언어에는 임기응변을 뜻하는 용어가 없다. 영어의 경우 즉흥적인 처리를 뜻하는 ‘improvise’와 즉석에서 처리한다는 뜻의 ‘extemporize’만 존재한다. 이는 임시방편 내지 임시변통일 뿐이다. ---「천기(天機), 하늘의 변역 이치를 살펴라」

조조는 《손자약해》에서 천기를 이같이 해석해놓았다.
“여기서 말하는 ‘천’은 천기의 변화를 좇아 토벌에 나선다는 뜻이다. 음양과 사계절의 변환을 어떻게 적절히 활용할 것인지를 언급한 것이다. 《사마법》에서 ‘겨울과 여름에는 군사를 일으키지 않는다. 적국의 백성까지 배려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이유다.”
조조가 《사마법》을 인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적국의 백성까지 배려한다는 것은 곧 천기가 바로 만물을 소생케 만드는 생기(生機)를 위주로 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다시 말해 음양이 서로 뒤바뀌고, 오행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고, 사계절이 자리를 바꿔가며 운행하는 것처럼 천지만물이 끝없이 성쇠를 거듭하며 순환하는 이치를 언급한 것이다. 이를 통해 임기응변에서 말하는 모든 기(機)는 《손자병법》에서 말하는 병도, 전략, 전술과 일대일로 조응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천기(天機), 하늘의 변역 이치를 살펴라」

조조는 《손자약해》에서 도, 천, 지, 장, 법을 하나로 묶어 이같이 풀이해놓았다.
“용병은 늘 상황변화에 따라 임기응변해야 하는 만큼 고정된 형세가 없다. 마치 물이 지형에 따라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꿔가며 흐르는 것과 같다. 《손자병법》이 적을 맞이해 싸우는 실전에서 구사되는 무궁무진한 임기응변 이치를 어떤 고정된 이론으로 정립해 미리 전수할 수 없다고 언급한 이유다.”
때와 장소의 다양한 차이를 감안해 수시로 계책을 달리하는 임기응변의 이치를 이처럼 잘 요약해놓은 것도 없다. 병도와 전략, 전술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따로 떼어놓고 봐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임기응변 역시 천기와 지기 및 인기의 3기(三機)를 하나로 녹여 구사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임기응변에 능할지라도 구체적인 접전상황에서는 승부를 예측키 어렵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손자병법》은 적을 착각에 빠뜨리는 이른바 ‘궤도(詭道)’에서 해답을 찾고 있다. 조조는 《손자약해》에서 궤도를 이같이 풀이했다.
“병법의 요체는 일정하게 정해진 모습이 없는 용병에 있다. 오직 상황에 따라 적을 착각에 빠뜨려 이기는 것만이 유일한 길이다.”
고정된 형식의 용병과는 정반대로 상황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용병을 구사하는 것이 바로 병무상형(兵無常形)이다. 이는 임기응변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천기(天機), 하늘의 변역 이치를 살펴라, 40~41」

지기(地機)는 땅을 상징한다. 땅은 만물을 생육케 만든다. 《주역》의 〈곤괘(坤卦)〉 괘사는 땅의 위대한 면모를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땅은 크게 형통하니 유순함과 인내심을 지닌 암말처럼 바른 도를 지키는 것이 이롭다. 군자가 나아가야 할 바이니, 앞서 나아가면 헤매게 되나 뒤를 좇아 나아가면 얻게 된다. 앞서 나아가는 사람을 주인으로 섬기고 따르면 반드시 이로울 것이다. 〈상전(象傳)〉에 이르기를, ‘땅의 형세는 두텁고 건실하며 화순하다!’고 했다. 군자는 땅을 본받아 그 덕을 더욱 두텁게 하여 만물을 싣고자 한다.”
군자가 땅을 본받아 그 덕을 더욱 두텁게 하여 만물을 싣고자 한다는 뜻의 원문은 ‘후덕재물(厚德載物)’이다. 〈건괘〉에서 역설한 자강불식과 짝을 이룬다. ---「지기(地機), 땅의 생육 이치를 통찰하라」

‘지피지기’는 인사(人事)에 관한 것이고, ‘지천지지’는 천시와 지리에 관한 것이다. 결국 천시와 지리, 인사를 모두 훤히 꿰어야만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형〉에서 천시와 지리를 승리의 관건으로 제시한 이유다. 적잖은 사람들이 지천지지를 풍수지리로 이해하고 있으나, 임기응변술에서는 때와 장소로 표현되는 주변의 모든 정황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뜻한다. ---「지기(地機), 땅의 생육 이치를 통찰하라」

임기응변술의 관점에서 보면 ‘천기’와 ‘지기’는 ‘인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천기’를 맹자나 주희가 해석한 것처럼 ‘하늘의 기밀’로 풀이해서는 안 되고, 장자처럼 만물을 소생케 만드는 ‘생기’로 풀이해야 하
는 이유다. ‘천기’와 짝을 이루는 ‘지기’도 마찬가지다. 죽을 각오로 싸워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전쟁터의 사지(死地)가 대표적인 경우에 속한다. ‘인기’의 상징인 장수는 조조가 역설한 것처럼 ‘병무상형(兵無常形)’의 용병술로 싸움에 임해야만 ‘사지’에서도 승리를 거머쥘 수 있다. 한신이 구사한 배수진의 용병술이 대표적이다. 배수진은 ‘생기’를 구현하기 위한 병무상형의 용병술에 해당한다. 한신은 배수진을 통해 죽음을 뜻하는 ‘사지’를 살아남는 땅인 생지(生地)로 변환시킨 셈이다. 이를 통해 생기가 곧 천기와 지기 및 인기 등의 3기를 관통하는 키워드임을 알 수 있다.
《손자병법》이 역설하고 있듯이 천기와 지기의 관건은 ‘지천지지(知天知地)’, 인기의 관건은 ‘지피지기(知彼知己)’에 있다. 천하를 놓고 건곤일척의 승부를 다투는 싸움에서는 반드시 지천지지와 지피지기를 하나로 녹이는 지략을 발휘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천기와 지기 역시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고, 인기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임을 아는 자만이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 난세에 하늘의 기밀이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하거나, 여상이 갈파했듯이 ‘썩은 풀’이나 ‘말라빠진 거북 등’과 같은 점복(占卜)에 의지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를 모르면 용렬(庸劣)하게 하늘이나 원망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어 후대의 웃음거리가 된 항우의 전철을 밟게 된다. ---「인기(人地), 사람의 관계 이치를 터득하라」

아직 시기가 오지 않았을 때는 은밀히 힘을 기르며 시기가 올 때를 기다리는 게 정답이다. 달빛 아래에서 은밀히 실력을 기르는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이를 상징한다. 도광양회를 소홀히 하면 시기가 왔을 때 곧바로 움직이더라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힘들다. 역부족의 상황에 몰릴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도광양회에 성공해 천하를 호령한 대표적인 인물로 춘추시대 말기의 월왕 구천(句踐)과 책사 범리(范?)를 들 수 있다. ---「시기(時人), 철저히 대비하며 때를 기다린다」

사기(事機)는 지기(地機)에 부응하는 ‘임기(臨機)’를 뜻한다. 다시 말해 사안이 무르익어 구체적인 모습을 밖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그것이다. ‘시기’가 시간의 지배를 받는 것과 달리 ‘사기’는 공간의 지배를 받는다.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서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사안이 다른 지역에서는 커다란 화를 불러오는 빌미로 작용한다. 정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요동백시(遼東白豕) 성어가 그렇다. 《후한서》〈주부전(朱浮傳)〉에 따르면 옛날 요동 땅에 살던 사람이 우연히 머리가 흰 돼지새끼를 얻게 되자 크게 기이하게 생각해 이를 군왕에게 바치고자 했다. 그는 돼지새끼를 들고 하동 땅까지 갔다가 그곳의 돼지들은 모두 머리뿐만 아니라 몸 전체가 흰 것을 보고는 크게 부끄러워하며 돌아오고 말았다. 요시백(遼豕白) 내지 요시(遼豕) 등으로도 사용되는 이 성어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어리석은 자를 비유할 때 사용되나 실은 ‘사기’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이기도 하다. 하동에서는 너무나 흔해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일이 요동에서는 경사스런 일로 여겨진 게 그렇다. 지금은 너무나 흔해졌지만 지난 1970년대까지만 해도 바나나는 최고의 과일로 여겨졌다. 해방 이후 바나나 수입이 오랫동안 횡재의 수단으로 이용된 이유다. 모든 것이 그렇듯이 희귀하면 비싸기 마련이다. 이 모두 ‘사기’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일화에 해당한다. ---「사기(事機), 사안이 무르익었을 때 신속히 움직여라, 113~114」

삼국시대 당시 좌절을 겪을 때마다 오히려 자신의 의지를 더욱 굳히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은 유비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유비의 가장 뛰어난 점이 여기에 있다. 그는 어떤 시련에도 좌절하지 않는 불요불굴의 화신이었다. 이종오는 《후흑학》에서 유비가 얼굴이 두꺼운 당대 최고의 ‘면후술(面厚術)’을 구사한 배경을 여기서 찾았다. 부친이 덩샤오핑과 함께 시골로 쫓겨나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시진핑(習近平)이 유비를 좋아하게 된 것도 유비의 삶을 자신의 생장과정과 동일시한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신중화제국’의 보위에 오르기 전까지 자신의 목소리를 내지 않아 ‘무능하다’는 소리까지 들었던 시진핑은 장차 유비처럼 현란한 면후술을 구사할 공산이 크다. 면후술은 원래 유방이나 유비처럼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만이 구사할 수 있는 것이다. (…) 관우와 장비를 비롯해 미축과 간옹 등이 초기부터 그를 따라다니며 생사고락을 같이하게 된 배경이 여기에 있다. 이는 의도된 연출을 통한 노력의 산물이었다. 불요불굴의 면후술이 있기에 가능했다. 유비의 성공사례는 ‘시기’와 ‘사기’ 및 ‘심기’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곧 불요불굴에 있다는 사실을 암시한다. 불요불굴은 《주역》이 역설하는 자강불식을 달리 표현한 것이다. ---「심기(心機), 마음의 자세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 154~155」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염량세태는 그리하는 것이 종족을 많이 남길 수 있는 길이라는 사실을 터득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들의 변덕이 죽 끓듯 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는 이유다. 그렇다고 염량세태의 덫에 걸려 있는 세인들을 교화하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상대에게 도움을 바라기 전에 자신이 먼저 돕겠다고 나서면 된다. 관중은 《관자》〈목민〉에서 이같이 갈파했다.
“주는 것이 곧 얻는 것임을 아는 것이 다스림의 요체다!”
이는 비단 국가경영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개인과 기업 차원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스스로에게는 엄격하고 남에게는 너그러운 엄기관인(嚴己寬人)의 자세가 정답이다. 스스로 청고(淸高)한 삶을 살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역사상 안연처럼 ‘일단식, 일표음’의 청고한 삶을 살면서도 대공을 세운 위인이 많다. ---「세기(勢機), 염량세태 속에서 세를 확장하라」

난세는 열세에 처해 있는 쪽이 일거에 역전승을 거둬 천하를 호령할 수 있는 매우 창조적인 시기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꽉 움켜쥐는 게 관건이다. 주의할 점은 이런 기회가 절로 찾아오는 것도 아니고,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찾는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미리 철저히 준비한 사람만이 기회가 왔을 때 이를 꽉 움켜쥐고 최후의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초지를 일관하고자 하는 당사자의 단단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그게 바로 불요불굴의 심기(心機)다. 이어 일을 성사시키기 위한 사전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그게 바로 사기(事機)다. 이어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 이를 꽉 움켜쥐고 곧바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시기(時機)다. 이들 세 가지 요소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질 때 그것이 바로 승기(勝機)로 작용한다. ---「전기(轉機), 이기는 계기는 스스로 만들 수 있다」

오늘날에도 ‘반룡부봉’의 행보는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이 초기에 소니의 하청업체로 출발한 게 대표적인 경우다. 당시 하청업체에 불과한 삼성이 훗날 소니를 제압하고 전 세계 IT시장을 호령하리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실제로 삼성은 기술력이 크게 떨어진 까닭에 소니의 주문을 좇아 제품을 생산하는 데 급급했다. 어느 정도 기술력이 생기자 은밀히 일대 역전극을 펼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엔지니어들을 독려하며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이들은 소니의 ‘사무라이 장인’을 제압하기 위해 휴일까지 반납하며 아침 일찍 출근해 밤늦게까지 연구에 매달렸다. 그 사이 소니의 사무라이 장인은 현실에 안주하며 부서 이기주의에 빠져들고 있었다. 삼성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역전의 계기를 마련했다고 판단되자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했다. 시간이 갈수록 삼성과 소니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진 배경이다. 이후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무차별 공격에도 불구하고 수년 만에 또다시 역전극을 필친 것도 이때 축적한 노하우가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현재 전 세계 IT업계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오늘의 삼성이 존재하게 된 출발점은 바로 하청업체로 상징되는 반룡부봉에 있었다. ---「승기(乘機), 이기는 계기에 재빨리 올라타다」

결정적인 계기에 결단하여 떨쳐 일어날지라도 이것이 곧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힘을 한곳에 집중시켜야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그게 바로 ‘투기(投機)’다. 투기는 흔히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큰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 거래의 뜻으로 사용되고 있으나, 원래는 절호의 기회에 온몸을 내던진다는 뜻으로 사용된 말이다. 투기에 성공하려면 ‘선택과 집중’의 기본원칙에 충실해야 한다. 힘이 분산되면 작은 성공밖에 거두지 못한다. 잘못하면 성공적인 흐름을 보이는 국면 전체를 일거에 뒤집는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갈량이 첫 북벌에 나섰을 때 힘을 분산시킨 나머지 끝내 후퇴해야만 했던 가정전투(街亭戰鬪) 실패 사례를 들 수 있다. 나관중은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을 극도로 미화해놓았으나 역사적 사실로 분명히 드러난 첫 번째 북벌 당시의 가정전투 실패마저 승리로 둔갑시킬 수는 없었다. ---「투기(投機), 하나의 표적에 온 힘을 쏟아부어라」

치세에는 파탈의 미학이 그다지 필요 없다. 오히려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왕조시대에는 역도로 몰려 목숨을 부지하기도 힘들었다. 그러나 난세는 다르다. 위기를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계기로 만들고, 사지에서 생환하는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묘수를 찾아내야 한다. 그 요체가 바로 임기응변에 있다. 이를 꿰면 조조나 마오쩌둥처럼 새 왕조의 창업주가 될 수 있다. 이는 21세기의 살벌한 경제전쟁 상황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스마트시대를 창도해 세계 제일의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선 애플이 그 실례다. 공교롭게도 잡스와 조조는 여러 면에서 닮았다. 조조는 세인들의 손가락질을 받은 환관 집안 출신이고, 잡스는 신생아 때 남의 집에 입양돼 생장했다. 조조는 젊었을 때 원소와 더불어 ‘망나니짓’을 많이 했다. 잡스도 젊었을 때 마약을 하며 히피로 사는 등 ‘망나니’와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커다란 꿈을 지니고 있었다. 바로 세계를 경영하겠다는 웅대한 꿈이다. 동양의 고전은 이를
경영천하(經營天下)로 표현해놓았다. (…) 조조와 잡스의 경영천하는 이와 달랐다. 두 사람은 항우처럼 조그마한 성과에 안주하지 않았다. 뜻이 그만큼 컸다는 이야기다. 두 사람의 성공은 기존의 관행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고 파탈의 미학에 기초한 창조적인 행보를 보인 덕분이다. ---「투기(投機), 하나의 표적에 온 힘을 쏟아부어라」

중국이 개혁개방 이후 불과 30여 년 만에 G2의 일원으로 우뚝 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른 어느 나라에도 존재하지 않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이론적 뿌리는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黑猫白猫論)’과 ‘도광양회론(韜光養晦論)’에 있다. ‘흑묘백묘론’은 고양이는 털의 색깔과 상관없이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생각에서 나왔다. ‘도광양회론’은 명실상부한 G1의 ‘신중화질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속셈을 철저히 숨긴 채 ‘후흑’의 술책을 구사하는 게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사상적 연원은 《주역》을 관통하는 키워드 ‘자강불식’이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부단히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정진하는 게 답이다. 이는 ‘임기응변’을 위한 대전제에 해당한다. 양자는 마치 닭과 달걀의 관계와 같아 어느 한 쪽을 떼어놓고 다른 한 쪽만을 생각할 수 없다. 국가와 기업, 개인의 흥망과 영욕 모두 ‘자강불식’과 ‘임기응변’ 여부에 달려 있다. 현실에 안주하는 순간 이내 추락하고 만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혁명시대는 난세의 전형에 해당한다. 난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주역》의 변역 논리에 뿌리를 둔 임기응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쉼 없이 정진하는 자강불식에서 나온다. 그게 바로 천기와 지기, 인기 등 3기를 하나로 꿰는 생기(生機)다. 우리 곁에 임기응변으로 무장한 중국이 명실상부한 세계시장으로 부상해 있는 까닭에 우리 모두는 임기응변의 이치를 깊이 터득할 필요가 있다. 《손자병법》은 상대도 모르고 자신도 모르는 ‘부지피부지기(不知彼不知己)’는 싸울 때마다 위험하다고 했다. 위정자와 기업 CEO, 국민 개개인 모두에게 심기일전의 각오와 분발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나가는 글」

출판사 리뷰

3000년 동양고전에서 발견한
난세를 이기는 지혜, 임기응변

조조, 칭기즈칸, 당태종, 강희제, 마오쩌둥!
천하를 얻었던 자들은 모두 임기응변의 신神이었다


난세(亂世)의 영웅이자 치세(治世)의 간웅인 조조는 난세와 치세에 필요한 처세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우리에게 극명하게 보여준다. 전투에 임할 때마다 이전에 활용했던 전략은 다시 사용하지 않기로 유명했던 조조는 흐르는 물처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임기응변하는 전략으로 난세를 평정해갔다. 당태종 이세민 또한 자신의 대의를 펼치기 위해 끊임없이 스스로를 준비해가면서 자기 역사에 오점으로 남을 수 있는 피의 정변(현무문의 변)을 과감히 결행했다. 이후 그는 전 중국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시대인 정관지치(貞觀之治)를 일구어냈다. 마오쩌둥 역시 위기 때마다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고 ‘기사회생’의 묘수를 찾아내 강력한 라이벌이었던 장제쓰를 몰아내고 ‘신중화제국’의 창업주가 될 수 있었다.
이들 동양사의 굴곡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는 어지러운 세상, 즉 난세에 자신의 뜻을 어떻게 펼쳐냈는가에 대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 처세의 핵심에 ‘임기응변(臨機應變)’이 자리 잡고 있다.
사실 ‘임기응변’이라 하면 대개 소인배들의 얕은 처세술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동양고전에서 말하는 임기응변은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의 움직임을 읽고 거기에 맞게 대처하는 난세의 핵심지략을 뜻한다.
즉 임기응변이란, 천지자연의 끝없는 순환과 변화에 맞닥뜨린 상황에서 개개인이 최고의 지혜를 동원해 내린 결단을 이르는 말로서, 임기응변에는 반드시 인간의 지략이 개입돼 있다. 그렇기에 지식과 계책 없이 엉겁결에 만들어낸 방편으로 요행을 원하는 임시변통, 혹은 임시방편과는 질적으로 차원이 다른 난세의 방략인 것이다. 그런데도 적잖은 사람들이 임기응변을 임시변통 내지 임시방편과 혼용하고 있다.
이처럼 임기응변은 《주역》은 물론, 《손자병법》을 비롯한 역대 병서, 《한비자》와 《상군서》를 비롯한 법가서, 《관자》와 《사기》〈화식열전〉 등의 경제사상서가 난세를 다스리는 천하경영의 성패를 결정짓는 지략의 본질로 일컫던 말이었다.
21세기정경연구소 신동준 소장(정치학 박사)은 《임기응변의 힘》(아템포 펴냄)에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오늘날의 스마트혁명시대를 난세의 전형으로 정의하면서, 난세에 피어나 난세를 이기는 지혜로 수천 년 동안 이어져온 동양고전 속 ‘임기응변의 도’를 소개하고 있다.

천지자연은 늘 변하고 움직이면서 새로운 기회를 낳는다
준비된 자만이 그 기회에 올라타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다


모든 것이 어지러워 기존의 해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가 바로 난세다. 기존의 생각과 틀에 안주하는 순간 추락하고 마는 시대인 것이다. 이러한 난세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주역》의 변역(變易, 변화의 낌새를 눈치 채고 스스로 변화하다) 논리를 전제해야 한다. 천지만물은 천기(天機)·지기(地機)·인기(人機) 등 3기의 계기를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면서 거기에 대한 대응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는 결국 천지자연의 변화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는 뜻도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공자는 《주역》〈계사전(繫辭傳)〉에서 ‘일을 할 때 시작부터 끝까지 두려운 마음으로 임하면 역도(易道)는 그로 하여금 재난을 면하게 한다’는 말로 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알려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근면한 자세로 스스로를 부단히 채찍질하며 정진하는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자세다. 즉 《주역》을 관통하는 변역과 자강불식이 임기응변의 근본바탕인 셈이다. 결국 세상 흐름에 맞게 대응한다는 것은, 즉 임기응변을 한다는 것은 변화에 열려 있고, 변화를 인식하며, 변화를 타기 위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갈고닦아야 함을 뜻한다.
3기 중 ‘천기’는 세칭 ‘천기누설’에서처럼 ‘하늘의 기밀’ 등의 뜻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장자가 파악한 ‘삶을 지속시키는 근본’인 ‘생기(生機)’의 관점으로 천기를 읽어야 임기응변에 합당하다. ‘지기’는 가장 낮은 곳에서 생명의 터전을 떠받치고 있는 땅의 후덕함으로 이해해야 땅이 주는 변화의 이로움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사람의 관계 이치인 ‘인기’는 부나방처럼 이익을 좇아 움직이는 인간의 본성 ‘호리지성(好利之性)’을 인정할 때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살고자 하는 본능인 생기의 관점에서 때를 기다리고, 땅이 만물을 생육하는 것처럼 사안(事案)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며, 자신의 마음을 다잡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조용히 갈고 닦을 때 동양고전 3000년의 지혜가 말하는 임기응변의 도를 걸어갈 수 있다.
저자는 《주역》을 비롯한 수많은 고전을 넘나들며 난세의 영웅들이 펼쳤던 임기응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초패왕 항우(項羽)의 마지막 절규는 난세에 천하대세의 흐름을 읽고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닦는 임기응변의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한다. “이는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려는 것이지 내가 결코 싸움에 약했기 때문이 아니다!” 항우는 하늘의 뜻을 운운하며 스스로 자만해 대세의 흐름을 놓쳤던 자신의 과오를 애써 감추고자 했다. 이것은 난세의 지략인 임기응변의 태도가 아니다. 임기응변의 길은 하늘이 아닌 사람의 뜻으로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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