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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역문예론
임우기 비평문집 양장
임우기
2022.10.19.
베스트
비평/창작/이론 top100 5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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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서문 ‘욕망의 재교육’을 위하여

1부 유역문예론

· 유역문예론의 序―예술에서의 鬼神의 존재와 작용에 관한 試論
· 유역문예론 1―동학에 이르기까지
· 유역문예론 2―문예의 진실한 형식과 내용에 관한 고찰

2부 시론

· 수운 동학과 巫의 상상력―‘비국소성’과 巫의 눈: 신동엽론
· 참여시의 존재론적 의미―辛東門 혹은 4·19 전후 현실참여시의 존재론
· 존재와 귀신―김수영 시의 ‘거대한 뿌리’
· 기형도 시의 유기체적 자아―“가는 비…… 오는 날, 사람들은 모두 젖은 길을 걸어야 한다”
· 非근대인의 시론―『녹색평론』의 故 김종철 선생님께
· 이슬의 시, 鬼神의 시―『조재훈 문학선집』 발간에 삼가 부침
· 자재연원의 시―오봉옥 시집 『섯!』의 숨은 뜻
· 소리의 시, 生活의 시, 자연의 시―육근상 『여우』, 김용만 『새들은 날기 위해 울음마저 버린다』, 이나혜 『눈물은 다리가 백 개』
· 시적 존재론·무위이화의 시적 의미―강민, 송경동 시인의 시

3부 소설론

· 流行不息, ‘家門小說’의 새로운 이념―안삼환 장편소설 『도동 사람』
· 소설이라는 이름의 鬼神―심아진 소설집 『신의 한 수』
· 겨레의 얼을 ‘씻김’하는 ‘소리체(正音體) 소설’의 탄생―김성동 『國手』
· 유역문예론의 시각으로 본 세 소설집―반수연 『통영』, 이경란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김이정 『네 눈물을 믿지 마』
· AI와 문학―가즈오 이시구로 『클라라와 태양』

4부 영화?미술론

· 홍상수 영화의 ‘창조적 신통’―창조적 유기체로서의 영화
· 예술 창작에서의 ‘假化’―修行과 呪願: 송유미 화백의 그림에 대하여
· 「入山」, 펼침과 수렴의 순환―권진규의 조소 작업
· 화가 김호석의 초상화―김호석 화백의 「黃喜」, 「눈부처」
· 원시반본의 예술―김준권 화백의 판화 작업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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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

문평文坪(1990년대 초, 大山 김석진 선생이 지어주신 號), 본명은 임양묵林楊?. 문학평론가.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 및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으며, 1985년 「세속적 일상에의 반추」(김원우론)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살림의 문학』(문학과지성사, 1990) 『그늘에 대하여』(강, 1996) 『길 위의 글』(솔, 2010)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달아실, 2017) 『한국영화 세 감독, 이창동·홍상수·봉준호』(솔, 2021) 『유역문예론』(솔, 2022) 『문학과 예술의 다시 개벽』(솔, 2024) 『은폐된 서술자』(솔, 2025) 등의 평론집을 펴냈다. 202
문평文坪(1990년대 초, 大山 김석진 선생이 지어주신 號), 본명은 임양묵林楊?. 문학평론가. 대전에서 태어나 대학 및대학원에서 독어독문학을 공부했으며, 1985년 「세속적 일상에의 반추」(김원우론)로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살림의 문학』(문학과지성사, 1990) 『그늘에 대하여』(강, 1996) 『길 위의 글』(솔, 2010)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달아실, 2017) 『한국영화 세 감독, 이창동·홍상수·봉준호』(솔, 2021) 『유역문예론』(솔, 2022) 『문학과 예술의 다시 개벽』(솔, 2024) 『은폐된 서술자』(솔, 2025) 등의 평론집을 펴냈다.

2023년 김준오시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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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10월 19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924쪽 | 1324g | 152*210*50mm
ISBN13
9791160201864

책 속으로

서구적 시각이 지배하는 근대 이후, ‘세계문학’에 준하는 보편성 차원의 새로운 문학 개념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것은 서구 문학의 일방성에서가 아니라 모든 민족, 모든 종족 각각의 집단의식(혹은 집단무의식)이나 전통 문화예술의 살림 속에서 상호 교류, 즉 일방성의 영향이나 주입이 아니라 다방성(多方性) 혹은 여러 층위에서의 쌍방성 속에서 새로이 규정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유역문학’이 서구 중심의 ‘세계문학’을 대체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본 것이지요.
--- pp.49~50

유학에서는 음양의 조화와 질서로서 귀신의 존재를 오래전부터 궁구했고, 융이 논증한 바처럼, ‘집단무의식’으로서의 샤머니즘 곧 한국인의 자아 속에 일반적으로 깃들어 있는 귀신 관념 또는 접신(trans)의 정신적 형식도 샤머니즘을 설명하는 인문학적 주요 근거입니다. 분석심리학적으로 한국인의 심리 구조를 보면, 통계적으로도 한국인의 집단무의식이라는 심층 영역에 광대하게 자리 잡고 있는 문화형의 근본을 이루는 것이 바로 전통 샤머니즘이란 사실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 p.94

유역문예론의 의의를 꼽는다면, 정치적 주장이나 이데올로기적 관념 차원의 문학론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점이 아닐까요. 1990년대 이후 한국문학 판의 상황을 보면, 서구 이론 추종 세력의 우경화, 심하게는 극우화 경향이 점차 노골화되었고, 이러한 문학 정신의 반동화 추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진보적’ 이데올로그들의 문학론도 정치권력의 구도 변화에 따른 임시변통의 정론(政論)에 가깝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웠습니다. 소위 ‘진보적 문학’의 반동적 자기 변신, 결국 문학예술의 진실과 올바른 방향을 탐구해야 할 문학예술계는 서구 이론을 거의 유행 타듯이 추종하면서 이해타산을 좇는 제도권 세력들로 전락하고, 이처럼 퇴락한 한국문학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문학 정신이 사라진 것이에요. 이러한 문제들을 기존 문학 체제가 ‘관리하는’ 사유 논리와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농사지을 논에다 썩은 물 대기와 별반 다를 바 없다는 회의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정치의식이나 계급론적 이념 중심의 문학론이 보여준 허망함을 절감한 탓인지, 유역문예론은 세계관의 층위에서 주로 전개해온 기존의 문학론 또는 문예이론들을 벗어나 실제 문예 창작 과정 속에서 문예이론을 정립해야 한다는 강박증에서 비롯되었습니다.
--- pp.362~363

김수영의 시가 드러내는 시어의 일상생활성은 그저 일상적 의미와 물질적 생활 영역만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그 일상어들이 초월적 존재성 또는 귀신의 작용과 조화를 품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김수영은 그 일상생활 속에서 발현하는 ‘존재자들의 존재’를 깨닫고 일상생활 속에서 터득한 ‘존재의 언어’가 시가 되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러한 김수영의 시관(詩觀)이나 언어관은 한국 근대문학이 개시된 이래 가장 깊고 드높은 시정신의 경지를 보여준다. 그의 대표적 시론인 ‘반시론’은 인식론을 인식론과 더불어 넘어서는 초월성으로서의 ‘존재론’, ‘격물치지’의 수준을 넘어 ‘귀신’의 운동에 묘합(妙合)하는 시정신이 담겨 있다. 엄밀히 말하면, 김수영 시의 생활언어들은 소리와 의미가 서로 오묘히 뒤엉킨 채 언어의 기운을 불러들인다. 이를 달리 말하면 김수영 시의 언어들은 그냥 일상생활어가 아니라 일상생활어의 반어로서 일상생활어이다. 시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존재’의 언어, ‘귀신’의 언어를 만나는 것이다. 시어는 시인 저마다 서로 달리 쓰는 ‘차이’의 언어가 아니다. 강단에서 흔히 말하는 ‘파롤(parole)’의 언어가 아니다. 김수영의 언어관에 따르면, 시인 개인마다의 ‘파롤’이 아니라 ‘파롤의 반어’가 시어이다.
--- p.472

중요한 사실은 ‘지금 여기’서의 한국문학을 성찰하는 가운데 우리말의 문제, 특히 ‘개인 방언의 문학 언어’란 과연 무엇이고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바람직한가 하는 문제이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의 문학 정신은 여전히 오늘의 한국문학이 껴안고 있는 절실한 공안(公案)이다. 지금같이 지방의 구별이 무색해진 인터넷 시대에 표준어로 작품을 쓴다는 것은 이미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일 뿐이다. 표준어와 방언의 경계도 점차 사라지는 이때에, 문학 언어는 ‘문학적 방언’ 혹은 숙련된 작가의 ‘개인 방언’의 문학 언어가 더 절실해진다. 그 문학적 방언 즉 ‘개인 방언’의 문학 언어는 표준어주의 언어의식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오직 죽어가는 우리말의 살림을 통해 획득한 작가 개인의 언어적 고유성에서 말미암는다. 작가가 자기의 유래(由來)를 자각하고 문학적 용맹 정진을 통해 바야흐로 저만의 독자적이고 개성적인 문장에 이르는 것, 이것이 개인 방언의 문학 언어를 구하는 유일한 길이다. 김성동의 『국수』는 바로 이러한 개인 방언이 이룩한 찬란한 금자탑이다. 『국수』의 전체 문장 아무데서나 인용해도 이러한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 p.733

송유미의 드로잉 행위에서 어떤 신성한 힘이 느껴지거나 신적인 것이 지각된다면, 그 연원은 무엇보다도 정갈하고 성실한 드로잉 행위의 반복성에서 찾아질 수 있다. 물론 드로잉의 반복성은 화가로서의 자기수행과 단련, ‘대상에 대한 주의 깊고 성실한 관찰과 관조’를 은유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지만, 아울러 그 반복적 드로잉 행위에는 신격을 맞이하는 기본적 기술, 즉 주술성이 은폐되어 있다는 사실이 깊이 헤아려져야 한다. 그러니까 송유미의 드로잉의 반복성은 주문의 본성으로서 반복성과 서로 상동 관계에 있다. 주문의 반복성이 접신을 위한 문자적 표현이라면 드로잉 행위의 반복성은 접신을 위한 행위적 표현인 셈이다. 곧 드로잉의 무한 반복성은 신격을 부르는 ‘주원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 pp.883~884

출판사 리뷰

역사적 전통 속에 이어져온 역동적 비평론,
창조적 유기체로서의 문예이론을 만나다


『유역문예론』의 근간이 되는 ‘유역(流域)’ 개념은 ‘근대’와 ‘전통’을 ‘중심’과 ‘주변’으로 구분 짓고 후자를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는 서구 근대 이성중심주의의 이분법적 구획에 반대한다. 이러한 탈-이성중심주의적 실천은 기존에 열등한 것으로 폄하되었던 주변부 ‘전통’을 새롭게 규명하고 ‘근대’의 폭력성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전통’과 ‘근대’ 모두를 ‘유역’이라는 열린 네트워크의 장 위에서 평등하게 교류가 가능한 결절점들로 사유한다는 점에서 서구 이성중심주의의 이분법적 구획을 되풀이하지 않고 극복하는 기획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1부의 「유역문예론의 序」에서는 강연문 형식을, 「유역문예론 1」과 「유역문예론 2」에서는 인터뷰 형식을 통해 ‘유역문예론’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이론을 전개하는 데 있어 기왕의 평문이 아닌 새롭고 낯선 형식을 시도한 까닭은 독자에게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 “유역문예의 뿌리 깊은 토대와 이론 내부의 역동적이면서도 은미한 사유의 다채로움을 자유롭게 직설하면서도 심도 있게 소개하기 위함”(8쪽)이다.

1부에서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유역’은 “공동의 지리·역사·생활·언어 등 고유한 문화공동체적 전통을 가진 주민들 혹은 국민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뜻하고 동시에 이들 간의 ‘교류’와 ‘연대’를 추구하는 유동적이고 포괄적인”(46쪽) 전 지구적 차원의 개념이다. 저자는 제국주의의 피침을 받은 피식민 민족이나 국가의 문학을 규명하는 데 있어 서구의 ‘세계문학’과는 다른 관점의 보편적 문학성 개념을 새로이 설정해야 할 필요성을 설파하며 ‘세계문학’의 대안적 개념으로 문학에서 문화까지를 포괄하여 그 외연을 확장한 ‘유역문예’를 제시한다.

‘유역문예론’은 “특수성과 보편성, 유역성과 세계성 간의 변증법적인 상호 관계를 대전제로 삼”아 각자 “자기가 선 자리에서 주체성의 뿌리를 찾”(52쪽)으려는 실천의 과정 속에서 가능해진다. 동학과 단군신화, 샤머니즘, 귀신론 등이 소환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즉, 저자는 우리 고유의 ‘유역문예’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으로서 “한민족의 근원 정신 또는 집단무의식의 원형”(62쪽)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의 전통 이론과 사상을 문예이론에 맞게 재맥락화한다. 한국이라는 특수한 ‘유역’의 문예를 분석하기에 가장 적합한 ‘현실적인 이론’의 가능성을 한국의 전통에서 발견하는 것이다.

저자가 전통 이론과 사상을 재맥락화하면서 강조하는 것은 무엇보다 그것에 내재된 ‘동적인 힘’이다. 단군신화에서 천신인 환웅이 웅녀와 결혼하기 위해 잠시 인격으로 화(化)하여 나타난 것을 이르는 ‘가화(假化)’, 수운 동학에서의 ‘한울님 귀신’의 존재, 타자의 한을 해원하는 샤먼의 고통스러운 입무의식 등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氣)의 화생은 예술 작품이 그 심층에 자체로 품고 있는 창조적 에너지를 설명해준다. 즉, ‘유역문예론’은 예술 작품을 창조적 에너지를 생성해내는 유기체적 존재로 보면서 기존 비평이 간과한 ‘창조적 유기체’로서의 작품에 내재한 ‘역동성’을 조망해내는 놀라운 장면을 보여준다. 이러한 재맥락화는 근현대에 이르러 ‘미신’으로 폄하되어왔던 ‘귀신’과 ‘샤먼’에 새로운 위상을 부여하고, 한민족의 연원으로부터 새로운 해석의 지평을 발견함으로써 단군신화를 열린 텍스트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도록 한다.

‘유역문예론’은 작품을 분석하는 것뿐만 아니라 문예 창작을 하는 데 있어서도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전달하고 있다. 서구 근대의 ‘이성적 존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유역문예론’의 전언은 낱낱의 작가로 하여금 서구 이성중심주의 합리성의 풍토에서 비롯한 표준어주의를 극복하고 작가 고유의 ‘개인 방언’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상적 발판을 마련한다.

예술작품을 살아 숨 쉬게 하는 생동적 비평 개념을 만나다

이 책의 2~4부는 1부에서 정립한 ‘유역문예론’을 이론적 틀 삼아 행한 작품 분석의 실례로 구성되어 있다. 2부에서는 시, 3부에서는 소설, 4부에서는 영화·미술을 대상으로 하며 문학작품만을 분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와 미술 작품까지 아울러 분석의 영역을 확장하여 ‘유역문예론’의 지평을 한 번 더 넓혀간다. ‘유역문예론’이 이론의 적용 범위를 문학에 한정하지 않고 예술 분야 전반을 포괄하고 있는 것은, 문학과 영화, 미술을 비롯한 예술 분야 전체가 각각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공유하고 있는 공동체 즉, ‘유역’ 위에서 성립된다는 인식에서이다. 다시 말해, ‘유역’이라는 바탕이 없는 예술은 불가능하며 낱낱의 작품이 근저에 품고 있는 ‘유역’을 가장 잘 밝혀 설명해줄 수 있는 문학예술론이 ‘유역문예론’인 것이다.

2부 시론에서는 신동엽, 신동문, 김수영, 기형도, 윤중호, 조재훈, 강민 등 근현대 한국시사의 한 획을 그은 시인들뿐만 아니라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오봉옥, 육근상, 김용만, 이나혜, 송경동 시인의 작품에서 시인이 ‘시적 존재’와 유기체적 관계를 맺는 순간, 즉 세속적 삶의 어려움 속에서도 근원성에 대한 고민을 잃지 않는 시정신을 포착한다. 특히 2부의 첫 글 「수운 동학과 巫의 상상력」에서 신동엽의 장편서사시 『금강』 제14장의 ‘눈’을, 김수영의 1957년작 「눈」과 백석의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에 나오는 ‘눈’과 비교하며 세 시인의 ‘눈’ 이미지에 눈[雪]과 눈[眼]이 ‘동시성의 상호작용’하고 있음을 짚어내는 지점은 한국 시사에 남을 새로운 발견이라 할 수 있다.

3부 소설론에서는 은폐된 내레이터의 작용을 중심으로 안삼환, 심아진, 김성동, 반수연, 이경란, 김이정,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분석한다. 안삼환의 장편소설 『도동 사람』을 분석하면서 ‘가문소설’의 개념을 ‘유역문예’의 관점에서 새로이 규정하고 은미한 영역에서 가까스로 드러나는 ‘성(誠)’에 주목한다. 심아진의 소설집 『신의 한 수』에서는 소설을 추동하는 귀신의 시간을, 김성동의 대하소설 『國手』에서는 작가의 고유한 ‘개인 방언’이 성취한 드높은 문학적 성과를 규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4부 영화·미술론에서는 홍상수의 영화, 송유미의 드로잉, 권진규의 조소, 김호석의 초상화, 김준권의 판화에서 나타나는 미적 원리를 ‘유역문예론’의 관점에서 분석한다. 홍상수의 영화 〈북촌방향〉을 중심으로 분석하면서 ‘과거-현재-미래’가 유기적으로 혼재하는 양상을 살피고, 송유미의 드로잉 연작 「무한에 대한 상상」에 은폐된 기운생동의 양상을 분석한다. 근대 이성중심주의와 합리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문예론적 비전을 외부가 아닌, 우리 자신이 선 자리에서 발견하는 『유역문예론』의 자생적 문예이론은 이론적 빈곤 상태에 빠진 오늘날 한국 문학비평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만하다는 점에서 한국문학이 기다려온 일대 사건이다.

『유역문예론』이 펼쳐 보이는 방대하고도 치밀한 작업은 오늘날 한국문학뿐만 아니라 한국의 문화 전반에서 자취를 감춘 실천적이고도 근원적인 예술성, 물질문명 사회에 대항하는 ‘창조적 인본주의’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환기한다. 이는 인간과 자연이 상호 유기적인 관계를 맺었던 세계의 복원을 요청함으로써 한국 문화예술의 내일을 전망하고 예술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는 소중하고도 절박한 시도가 아닐 수 없다.

추천평

한량으로 여겼더니 평단에 진괴(眞怪)가 나타났다, 『유역문예론』이란 낯선 제목의 한 물건을 들고. 물러앉은 가장자리, 바로 그곳이 세상의 중심 없는 중심이란 믿음으로 오직 동학(東學)을 붙들고 연찬을 거듭하여 기존의 문학예술론을 가로질러 원시반본(原始返本)의 유역문예론으로 마주 세운 근기가 수승(殊勝)하거늘, ‘나’를 믿지 못하고 온갖 외래 것에 살매 들린 평단의 고질에서 자유로운 자득(自得)의 기상이 아름답다. 언제 이리 널리 읽고, 언제 이리 깊이 사유하여, 이처럼 독자적 논을 세웠는지 놀랍기도 하려니와, 곳곳에 우리 근현대 문학의 고전들, 특히 백석과 김수영을 새로이 해석한 눈이 보배다.

분량의 경제를 실천해야 한다는 당부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선천이 후천으로 갈마드는 이 미묘한 때, 일만이천의 도통 군자가 나타날 대운(大運)에 처한 이 땅을 다시금 생각하거니, 아마도 옛 당부를 저버리지 않고 큰 회향(回向)에 걸터앉아 동방 학인(學人)의 자태를 지은 우기 아우에게 지하 형님도 지하에서 빙긋, 웃으시리. - 최원식 (문학평론가)
수많은 독창적인 예술가와 사상가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고립은 창조의 근원이다. 문단 기득권에서의 소외를 견디며 그 나름의 고뇌와 독서를 진행한 결과 그는 오직 ‘임우기의 이름’으로만 각인된 자기만의 독특한 문예론을 산출해내기에 이르렀다. 「유역문예론 1」과 「유역문예론 2」는 그 형식 자체에 의해 독자의 편한 접근을 유도하지만, 실제로는 샤머니즘·단군신화·이기론(理氣論)·귀신론·동학·유역문예론 등 어느 하나 만만치 않은 주제에 대한 답변자의 열정적인 설명과 독특한 주장은, 웬만한 논문 뺨칠 만큼의 중량감과 난해성을 지닌다. 글을 읽는 동안 평론가도 때로는 신명(神明)이 지필 수 있고 신명이 지피면 어떤 상태에 이르는지, 독자로 하여금 놀라운 경험을 하게 해줄 것이다. - 염무웅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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