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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작품 출처 1부 시인의 아티스틱 라이선스 슬픈 떠돌이별의 카르마karma 완벽한 언어의 체위, “응” 파리에서 노르망디 에브뢰까지 생生의 허무와 사랑의 유효기간 아버지가 물려준 광기와 폐허 성가족聖家族의 딸이 잠자는 거실 2부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 나약한 지식인과 초대받은 시인 오직 시인이었던 나의 뮤즈 탐미주의자의 미의식 죄수복을 보내 준 친구에게 3부 길 위에서On the road 우드스톡에서의 아침 하이퍼그라피아에 빠진 글창녀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다 빼어나고 슬픈 이 땅의 딸들 젊음은 인동초다 |
문정희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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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인이다. 당신이 가진 아티스틱 라이선스artistic license가 부럽다.” …… 당시 셸른의 말은 이러한 의미로 들렸다. “운전면허증은 길이 있는 곳에서만 운전할 수 있지만, 아티스틱 라이선스는 길이 없는 곳도 자유롭게, 스스로 새 길을 만들어 갈 수 있는 면허증이다.”
--- p.12 나는 툭하면 짐을 싸고 어디론가 떠나기를 좋아한다. 나는 집시요, 유목민을 꿈꾼다. 무엇보다 떠돌이를 사랑한다. 장소와 공간에서의 떠돌이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시인으로서 내가 마셔야 할 유일한 음식은 고독이요, 유일한 공기는 자유라고 말한다. --- p.28 가끔 연애하는 시인? 시인은 모국어를 떠나서도 살 수 없고, 사랑과 자유를 떠나서도 살 수 없는 영원한 유랑의 존재임에 틀림없다. --- p.59 첫사랑이든 짝사랑이든 다시 한번 운명을 건 절절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나에게는 온몸으로 뛰어들어 온 생애를 불같이 태우는 그런 치명적인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이 있다. --- p.93 나는 그것을 시로 썼다. 「초대받은 시인」은 그렇게 태어났다. 고상한 체, 잘난 체하는 속물, 유치한 스나브 시인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고 묘사한 것이다. …… 이 시에서 특히 눈에 띄는 시어는 ‘글창녀’다. 이런 극단의 표현 속에서 단순히 웃음으로 넘길 수만은 없는 나의 시대 의식과 아이러니, 고뇌가 숨어 있다고 변명하고 싶다. 우리는 그런 시대를 거쳐 왔다. --- p.110 모든 예술가에게는 창조의 영감을 가져다준 뮤즈가 있다. 보통 뮤즈는 사랑과 매혹의 대상이며 예술가의 생애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는 존재다. 특히 시인에게 있어 사랑의 존재는 그 자체가 시가 되고, 눈동자가 되고, 광기가 된다. 불멸의 노래가 돼 사람들의 가슴에 보석처럼 남아 영원히 빛난다. --- p.114 아마도 내 피의 절반은 비트와 히피에 빚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내 문학의 상당 부분은 노마드적 체험과 상상력의 소산일 것이다. --- p.162 “시는 선택받은 자들의 빵이자 저주받은 양식”이라 말한 사람은 옥타비오 파스였다. 그렇다. 시라는 저주받은 양식에 나는 저주받았다. 나는 끝없이 시를 쓰는 하이퍼그라피아hypergraphia다. --- p.187 나에게 사랑과 고통과 상처를 준 나의 삶이여, 뮤즈들이여. 네가 준 절망, 네가 준 죄의식, 네가 준 사랑에 감사한다. 네 피를 찍어 나는 시를 썼노라! --- p.2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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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아티스틱 라이선스
모든 시인은 ‘시적허용’을 뜻하는 아티스틱 라이선스artistic license를 가진다. 시인은 시가 부르는 곳, 펜이 이끄는 곳이라면 망설이지 않고 질주한다. 시인은 그저 쓰면 된다. 시로 목소리를 내고, 시로 사랑을 말하고, 시로 자유를 갈구하는 것만이 시인의 업, 즉 카르마이기 때문이다. 문정희 시인은 여러 종류의 사랑이 낳고 기른 시혼을 깨워 시와 에세이로 풀어썼다. 비록 언어도단의 막막함을 실감하고, 단단한 시 세계가 흔들리는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겠으나, 시인은 멈추지 않는다. 누군가 시인의 앞을 가로막는다면, 시인은 핸들을 꺾는 대신 아티스틱 라이선스를 꺼내 흔들어 보일 것이다. 시인으로서의 자격이 아닌, 시의 가치를 존중받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시대의 모든 시인에게 부여된 아티스틱 라이선스다. 예술가들과 함께한 노마드적 체험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시인에게 시적 영감을 준 예술가, 즉 뮤즈들과의 노마드nomad적 체험을 3개의 테마로 나눠 펼친다. 1부는 세계적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시인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과정에 주목한다. 문정희 시인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예세닌과 이사도라 덩컨, 조지프 브로드스키 등 한 세대의 신드롬을 일으키고 트렌드를 선도한 거장들의 발자취를 좇는다. 그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도시, 거리, 집을 찾아가 그들의 작품 세계를 골몰하고, 시적 소재가 될 오브제를 가져왔다. 바로 그 오브제가 시에 차용되어, 때론 처절하고 때론 기쁨에 찬 시대의 희극과 비극을 정의한다. 2부는 한국문학으로 시대를 풍미하고 한국 문단의 주축이 된 스승들에게서 받은 영감을 고백한다. 삶을 대하는 진실한 태도를 온몸으로 보여 준 지식인, 부당한 권력에 맞서 투쟁한 시인 김지하, 시 산맥의 절정 미당 서정주 등. 문학이 나아갈 올곧은 길을 개척한 스승들과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김지하 시인은 문정희를 ‘시 귀신’이라 부르며 시인의 시정신을 찬미했고, 서정주 시인은 문정희의 첫 시집 『꽃숨』의 제목을 지어 주기도 했다. 이들의 열정을 이어받은 문정희 역시 현재 많은 문인들의 선배로서, 스승으로서 한국문학의 밝은 미래를 천착하고 있다. 3부는 시인과 어깨를 나란히 한 동료들, 이 나라의 빼어난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작품에 내포된 의미를 되짚는다. 엄혹한 시대와 사회적 제도 탓에 소외될 수밖에 없었던 여성 시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조선시대 기녀들의 작품을 해체하기까지 이른다. 성에 국한되어 빛을 보지 못한 작품들의 ‘텍스트’를 파헤치며, 텍스트 자체가 내포하는 ‘인간의 보편적 감성’을 다룬다. 여성으로서, 여성이기에 같은 수식으로 설명할 필요 없는 세상을 간절히 바라며, 작품과 시인이 동등한 자격으로 설 수 있는 미래를 꿈꾸면서 말이다.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은 이렇듯 시를 사랑하고 한국문학사를 이어 나가려는 문정희 시인의 오랜 연구가 스며들어 있다.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언어들의 공생 문정희의 시를 보면 다소 파멸적이고 치기 어린 시어들이 눈에 띈다. 특히 ‘글창녀’나 ‘매문’, ‘얼음 번개’, ‘하이퍼그라피아’ 등의 시어는 독자로 하여금 구체적 이미지를 연상시키기보다, 이질적이고 낯선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 문정희의 시는 장면의 연쇄성보다 서사적 구성이 주를 이루기 때문인데, 그렇기에 단편적인 이미지에만 집중해서는 시의 메시지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거칠고 생경한 언어에 쉽게 다가가기 어려울지도 모르지만,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온몸으로 뛰어들어 온 생애를 불같이 태우는 그런 치명적인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의 의미를 알 수 있다. 사랑을 욕망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후회할 수 있다니. 과연 시어의 확장성을 이보다 더 다정하고 애틋하게 목격할 수 있을까. “나의 펜은 페니스가 아니다. 나의 펜은 피다”라는 시인의 말을 빌려, 도발적이고 파괴적인 언어가 공생하는 이유를 설명해 본다. 시인의 언어가 탄생시킨 또 다른 평행세계 ― 편집자의 말 문정희 시인의 에세이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은 2016년 문예중앙(현 중앙북스)에서 출간된 도서의 개정판이다. 이미 독자들에게 한 번 소개되었던 책이나, 신간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만큼 책의 구성과 흐름을 달리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여러 에세이와 시가 묶여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독자는 에세이를 읽은 다음 시를 감상함으로써, 비로소 이야기의 마침표를 찍고 흩어진 상념을 그러모을 수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책은 시집처럼 좁고 긴 모습이다. 에세이는 시처럼, 시는 에세이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져 독서의 호흡이 고를 수 있도록 고려했다. 또한, 수록된 에세이의 순서를 재배치하여 세 개의 테마로 나누었다. 앞서 언급했듯 1부는 예술계의 거장들로부터 받은 영감, 2부는 시인의 스승들로부터 받은 영감, 3부는 시인 자신과 이 땅의 여성들로부터 받은 영감으로 이뤄진다. 무엇보다 시인의 시 세계를 내밀하게 파고들고자, 응축된 텍스트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여타 디자인적 요소는 최소화했다. 가장 콤팩트하게, 텍스트와 그 의미로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이 가닿기를 바란다. 『치명적 사랑을 못 한 열등감』은 문정희 시인으로부터 시작되어 시인에게로 귀결된다. 이렇게 시인이 딛고 선 땅 아래로 펼쳐진 언어가 땅을 이루고, 언어가 기둥이 되어 무대를 세우고, 언어가 풀과 꽃과 하늘이 되는 ‘언어의 평행세계’가 구축되었다. 그 평행세계에서 시인은, 언제나 시인의 강보를 둘러쓰고 계속해서 시 쓰기에 몰두할 것이다. 시인의 발걸음이 닿는 순간마다 한 편의 시처럼 꽃이 피어나기를, 새로운 길이 펼쳐지기를 응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