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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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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한계와 사랑의 한계를 동시에 넘는 문정희의 따뜻한 위로!
살면서 우리는 때때로 냉혹한 현실에, 한계에 부딪힙니다. 오르지 않는 성적, 최악의 취업난, 불안전한 생계에 시달리며 사람들은 많은 것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웅크린 겨울이 새로 태어날 봄을 품고 있듯이, 한계는 실제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 책에서 화자는 생명을 위협하는 조난을 기꺼이 꿈꿉니다. 화자가 꿈꾸는 것은 물리적으로 눈 속에 발이 묶이는 정도가 아니라, 운명까지 묶이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화자는 시퍼렇게 살아 있습니다. 꿈틀대는 강한 의지는 살아 있음의 증거입니다. 무너지지 않고 일어나려 노력한다면, 끝끝내 사랑한다면 모든 고난은 이겨낼 수 있습니다. 겨우내 꽁꽁 얼었던 땅이 녹고 새싹이 움트듯이 말이지요. 시는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며 최선의 삶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위로의 말을 건넵니다. 한계를 모르는,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 ‘눈부신 고립’ 속, 운명 같은 서정의 미학! 한겨울 느닷없이 내린 폭설로 자동차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야단법석을 피우더라도 우리는 으레 펄펄 내리는 흰 눈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눈이 내릴 때마다 폭설로 발이 묶이는 한계령을 그리워하는 이가 많습니다. 못 잊을 사람과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인 한계령은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시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은 소망이 솔직하고 강렬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구조의 손길도 거부한 채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은 다소 공상적이지만, 그만큼 사랑하는 사람과 운명적으로 묶이고자 하는 간절함을 더욱 부각해 줍니다. 시련과 고난 속에서도 같이할 사람이 있음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요. 누군가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간혹 솔직해질 용기가 필요합니다. 아름다운 설경과 함께 펼쳐지는 낭만적이고 때로는 맹목적일 정도로 순수한 사랑은 하얀 눈처럼 우리의 가슴속에 묵직하게 쌓여갑니다. 이 책을 통해 각박한 현실에서도 꿈과 희망을, 그리고 사랑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 최고의 시와 최고의 그림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시너지! 시에서 화자는 폭설로 고립된 상황을 축복으로 여기며 기쁨과 행복을 느낍니다. 못 잊을 사람과 함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못 잊을 사람’은 현재 화자가 사랑에 빠진 사람일 수도 있지만, 사랑했던 사람일 수도 사랑하고 싶은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가능성은 독자로 하여금 이 시를 다채롭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주리 화가는 특유의 감각적 색채로 여기에 힘을 더했습니다. 연필과 콩테로 회화적 느낌을 살리고, 하양·검정·파랑·보라 등 다채로운 색감으로 지루하지 않은 설경을 펼쳐냈습니다. 특히, 겨울 눈안개처럼 부드럽고 뽀얀 겨울은 상상과 생각의 여지를 불러일으킵니다. 쉽지만 리듬감 있는 언어로 살아 숨 쉬는 글, 풍경과 화자의 마음을 생생하게 살려놓은 환상적 그림! 이 그림책은 그 시적 감성을 어린 독자와 어른 모두가 새롭게 느낄 수 있도록 눈의 질감, 고립의 온도, 침묵의 리듬을 그림으로 옮겨 담았습니다. 이번에 새로 펴내며 표지를 바꾸고, 본문을 다듬어 글과 그림의 유기적 호흡을 도왔습니다. 그림책으로 어우러진 아름다운 이야기가 포근한 눈 이불처럼 마음의 체온을 높여 줄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