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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1부 / 김밥 한 줄 고요한 한낮 조약돌 하나 맞은편 남아 있는 것 국화가 있었습니다 마른 화분에 물을 주며 꽃과 시 둘이 사는 일 거울을 보며 차나무가 가슴을 흐른다 큰 꽃 김밥 한 줄 통도사 무위선원 해인사 소림선원 내 친구 별은 내리고 남편 차벗을 보내고 봄은 천지에 고개 내밀고 2부 / 오륙도가 보이는 창 통도사에서 서운암 호수 정화다원 15년 전 편지 봄 소식 모란과 목단 작약 그리고 함박 단짝 어느 문인의 초대장 먼저 떠난 너 그 이름 보고 싶은 길 한세상 별 꽃그늘 사랑하는 님에게 꽃의 아침 장마 새벽 바람 부는 날 3부 / 은방울수선화 후회 서울 가는 겨울 KTX 열차 속에서 오륙도가 보이는 창 별 참회 구증구포 여동생을 마지막 보내고 하늘과 바다 사이 붉은 책장 차인 세월 간다의 찻집 은방울수선화 엄마 예 펜텀 싱어 어떤 인생 이 한 마디 능소화 연꽃밭 4부 / 시간은 조금 더 강물이 되어 배롱나무 가을이 온다 숲이 텅 비었네 동백섬 스승님 아침 신문 스승의 숨 내 여자 말차 잔 외손자 내 이야기 다락방 잠자는 차 극락암 호국선원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 당신과 무관하다는 듯이 마음의 창 살짝 웃으며 시간은 조금 더 강물이 되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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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집에서는 아마 ‘이별’이라는 시세계의 단단한 이정표가 세워져 있어서 그런지 여러 시편에서 안쓰러운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아픔으로 소통하는 풍경은 사람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자연을 바라보는 화자의 시선도 상처가 빚어내는 유대감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조그만 바위섬에 자리 잡은 무인 등대가 밤바다로 불빛을 던집니다. 파도끼리 부딪치며 불빛을 흔들어놓는 장면을 화자는 “파도끼리 부딪쳐 불빛을 살리느라 밤이 깊다”고 느껴봅니다. 갈등과 혼란의 상황을 어우러짐과 회생의 상황으로 돌려놓는 시선이 절실한 감동을 안겨줍니다. 그런 유대감의 확인 속에서도 “밤이 깊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엄혹함마저 돋보입니다. 끝내 어두운 고통의 현실을 직시하기에 그렇습니다. 그 점을 직시해야 하는 까닭은 바로 어두운 고통의 현실이 유대감과 회생의 바탕을 마련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한 사람이 떠난 외로움’이 핏빛 "동백꽃송이를 밤새 띄“우는 이치도 마찬가지입니다. 시의 화자에겐 지금 ‘즐거운 인연’보다 ‘고통스런 인연’이 눈에 밟히고 있습니다. ”인연이란 풍파라는 말이 맞구나“라는 깨우침도 그런 눈 밟힘의 확인사살인 셈입니다. - 이경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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