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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픔도 총량이 있었으면 좋겠어
2. 누구나 널 사랑할 수는 없지만 널 사랑해줄 누구는 있어 3. 사랑은 녹음되지 않아도 사랑이야 4. 그러니까 울어도 돼요 5. 그러니까 살아 6. 내 이름을 불러줘 7. 여기에도 지옥만 있는 건 아니야 8. 지옥의 끝과 천국의 시작은 맞닿아 있는지도 몰라 9. 사랑은 보이지 않아도 보여! 10. 때로 진실은 정확한 시간에 찾아와 11. 봄은 오지 않을 것처럼 오나 봄 작가의 말 |
오하루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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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는 여느 때처럼 이모에게 독서실에 다녀오겠다고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바로 스타벅스로 가서 지정석에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 새로 온 이메일은 없었다. 좋은 일이었다. 죽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니까.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나쁜 일이었다. 여전히 한국에서는 하루에 30명이 죽는데, 그 30명 중 한 명을 만나 살리고 싶은 건데, 그걸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니까. K는 생각했다. 어디선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면 꼭 만나서 살리고 싶다고. 제발 이메일을 보내길, 그래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믿지도 않는 신에게, 하지만 어딘가에는 있다고 믿고 싶은 신에게.
--- p.125 ‘ㅈㅅ 하고 싶다고요? 그럼 ㅈㅅㅋㄹ으로 오세요. ㅈㅅ하고 싶은 이유를 이메일로 보내면 도와드립니다. 페메나 DM도 환영. 이메일: twzf@nave.com’ 마음에 드는 풍경 사진 하나를 골랐다. 그 사진에 글을 넣어 ㅈㅅㅋㄹ 인스타그램에도 올렸다. ㅈㅅㅋㄹ 인스타그램은 팔로워가 2만 명이 넘는다. 감성적인 글귀, 방송 짤 등을 올리다가 가끔 ㅈㅅㅋㄹ을 알리는 글을 올린다. 새벽이 되면 어김없이 DM이 도착한다. ‘정말 죽고 싶어요. 왜 나는 이런 집에 태어났을까요?’ ‘정말 죽음을 도와주나요? 고통을 끝내고 싶어요.’ 이런 식의 DM은 빨리 답장을 보내주면 된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해주면 살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그럼 살아볼게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냥 누군가가 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이 참 많다. K는 그런 메시지를 좋아한다. 집중하고 몇 분만 이야기를 들어주면 되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절대 죽음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간혹 만난다. --- pp.125~127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었어?” “응.” “왜?” “너무 많은 사람이 내 마음을 아프게 했거든. 그래서 나도 많은 사람을 아프게 하고 싶었어. 그런데 그게 되게 어렵더라. 그래서 한 명이라도 더 아프게 하고 가려고 한 거야. 아무리 자살을 돕고 자살하는 사람을 많이 목격한 사람이라고 해도 최소한 하루는 아파할 거 같아서.” “고작 하루?” “하루면 길지. 부모가 죽어도 하루 슬퍼하고 일을 해야 했어. 쌀이 없더라.” “그래서 너도 죽게?” “응. 지나가는데 말이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무슨 종이를 나눠주더라. 사탕이 달려 있길래 받았는데 거기 써 있더라. 예수 믿고 천국 가라고. 그래서 내가 물었지. 예수 안 믿으면 어딜 가냐고? 지옥 간다고 하더라. 거긴 엄청 뜨겁고 고통스럽다나? 그래서 가기로 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매일이 지옥인데, 뜨겁고 따갑고 아프고 슬프고 고통스러운데, 그 지옥은 뜨겁고 고통스럽기만 한 거면 거기가 낫지 않냐? 천국처럼 사는 사람들이야 지옥이 두렵겠지만, 매일이 지옥보다 더 지옥인 사람은 차라리 지옥에 가고 싶거든.” --- pp.136~137 “지옥의 끝까지 가면 말이야, 천국과 맞닿아 있는 게 아닐까?” “그게 무슨 말이야?” 소유가 콜라를 마시며 물었다. “우리 모두 지옥의 끝에서 살았잖아. 저 경찰 아저씨도, 아까 롱패딩도 그렇고……. 지옥의 끝까지 갔는데 서로를 만났잖아. 그리고 심지어 서로를 살리고, 그래서 우리도 이렇게 살아 있고……. 그걸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천국이 시작되고 있는 거 같지 않아? 그러니까 우리가 지옥의 끝까지 걸어가다가 살짝 지나치니까 천국이 시작된 거지. 우리도 모르게. --- p.157 “살아주어 고마워!” 제가 청소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에요. 청소년들을 만나며 두 명의 아이를 영원히 떠나보냈어요. 제가 10년 넘게 활동가로 살았으니, 많은 숫자는 아니에요. 그런데 생명이잖아요. 온 세상이 두 번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러고 나니 그저 살아만 주면 고맙더라고요. 살아만 있으면 뭐든 해볼 수 있겠더라고요. 살아주는 것만큼 고마운 게 없더라고요. (…) “살아주어 고마워요!” 이 말은 이 책을 읽는 여러분에게 전하는 말이에요. 힘겨운 세상과 일상 속에서 오늘도 살아주어 참 고맙습니다. 내게 꼭 자신과 세 번째 아버지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던 K, 매일 자살을 꿈꿨지만 이제는 살아서 내일을 꿈꾸고 있는 J, 나와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해준 S와 H, 나의 소설을 가장 많이 기대하고 응원해준 D, 그리고 나를 만나주고 살아준 모든 청소년 쉬키들! 아주 많이 고맙고 아주 많이 사랑하고 살아주어 고맙다! --- pp.223~2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