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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말
개정판 시인의 말 1부 황금 여울 / 민박 / 마음속 풍경 / 이곳 속 저 너머 / 봄날의 주문 /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 / 마음의 길을 물어 / 서쪽으로 난 하늘 / 저 집 / 화석 / 겨울 양수리 / 저 비 / 하늘색 나무대문 집 / 분꽃 / 빨간 불에서 파란 불로 바뀌는 순간 / 높은 아주 높은 / 깊은 아주 깊은 / 풍경 2부 봄비에게 길을 묻다 / 생은 다른 곳에 1 / 생은 다른 곳에 2 / 꿈속에서 잠시 살다 갔네 / 메뚜기떼가 오고 있다 / 영등포 / 천국보다 낯선 / 저 나비 / 쳇 베이커를 아십니까 1 / 쳇 베이커를 아십니까 2 / 서울역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 내 몸에 짐승들이 / 흰구름의 날들 / 세월의 갈피 / 솜틀집 / 햇빛이 말을 걸다 / 블루 슈 다이어리 / 당나귀의 꿈 2 3부 꽃피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 호박등 / 장독대가 있던 집 / 2월의 집 / 나 홀로 지상에 / 기다리는 편지 / 새로운 도시 1 / 새로운 도시 2 / 쇼윈도 / 초승달 / 가문비나무 숲에 두고 온 저녁 / 8월의 눈사람 / 맨드라미에게 부침 / 십우도 / 휘어진 길 저쪽 / 인생 / 어두운 둥지 / 쓰봉 속 십만원 / 낮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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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노래가 쓸쓸한 것은
과거가 흘러간 것이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살면서 나를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골목을 돌아설 때 불쑥 튀어나오는 낯익은 바람처럼 ---「세월의 갈피」중에서 깊은 밤 공중에 혼자 떠 있던 집 어떤 별들도 내 울음소리를 듣지 않았던 집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인 것 같았던 집 외로움이 너무 환해 불을 켜기도 힘들었던 집 ---「이월의 집」중에서 언제나 지쳐서 돌아오면 가을이었다. 세상은 여름 내내 나를 물에 빠뜨리다가 그냥 아무 정거장에나 툭 던져놓고 저 혼자 훌쩍 떠나가버리는 것이었다. ---「맨드라미에게 부침」중에서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할 시간과 공간을 챙겨 기쁨과 슬픔, 떠나기 싫은 사랑마저도 챙겨 거대한 바퀴를 끌고 어디론가 세월도 이사를 하는가보다 ---「휘어진 길 저쪽」중에서 아무도 지나가지 않는 오전 낯선 골목길 담장 아래를 걷다가 누군가 부르는 것 같아 돌아보는 순간, 내가 저 꽃나무였고 꽃나무가 나였던 것 같은 생각 화들짝 놀라 꽃나무 바라보는 순간 짧게 내가 기억나려던 순간 아, 햇빛은 어느새 비밀을 잠그며 꽃잎 속으로 스며들고 까마득하게 내 생은 잊어버렸네 낯선 담장집 문틈으로 기우뚱 머뭇거리는 구름 머나먼 하늘 언젠가 한번 와본 것 같은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고요한 골목길 문득 바라보니 문득 피었다 사라져버린 꽃잎처럼 햇빛 눈부신 봄날, 문득 지나가는 또 한 생이여 ---「삶을 문득이라 부르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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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마음일 때 ‘I Miss You’라고 하는 것은 ‘내게서 당신이 빠져 있기(miss) 때문에 나는 충분한 존재가 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게 소설가 쓰시마 유코의 아름다운 해석이다. 현재의 세계에는 틀림없이 결여가 있어서 우리는 언제나 무언가를 그리워한다. 한때 우리를 벅차게 했으나 이제는 읽을 수 없게 된 옛날의 시집을 되살리는 작업 또한 그 그리움의 일이다. 어떤 시집이 빠져 있는 한, 우리의 시는 충분해질 수 없다.
더 나아가 옛 시집을 복간하는 일은 한국 시문학사의 역동성이 드러나는 장을 여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하나의 새로운 예술작품이 창조될 때 일어나는 일은 과거에 있었던 모든 예술작품에도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시인 엘리엇의 오래된 말이다. 과거가 이룩해놓은 질서는 현재의 성취에 영향받아 다시 배치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현재의 빛에 의지해 어떤 과거를 선택할 것인가. 그렇게 시사(詩史)는 되돌아보며 전진한다. 이 일들을 문학동네는 이미 한 적이 있다. 1996년 11월 황동규, 마종기, 강은교의 청년기 시집들을 복간하며 ‘포에지 2000’ 시리즈가 시작됐다. “생이 덧없고 힘겨울 때 이따금 가슴으로 암송했던 시들, 이미 절판되어 오래된 명성으로만 만날 수 있었던 시들, 동시대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젊은 날의 아름다운 연가(戀歌)가 여기 되살아납니다.” 당시로서는 드물고 귀했던 그 일을 우리는 이제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 시인의 말 초판 시인의 말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를 이제 보낸다. 그 들판에서 너무 오랫동안 서 있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절망이여, 햇빛에 반사되어 날아가는 저 눈부심들이여…… 2003년 3월 권대웅 개정판 시인의 말 어딘가 두고 온 생이 있다는 것. 그 기억과 감정과 풍경들이 살아 다시 돌아온 것 같다. 마치 버려두고 왔던 아이가 커서 찾아온 것처럼…… 조금 쓸쓸했던 생의 한때 파란 신호등이 켜져도 건너지 못했던 그 생의 한때를 당신에게 바친다. 쓸쓸해야 할, 쓸쓸해서 환해질 당신께. 2022년 10월 권대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