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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레시피(Death recipe) 7
내 이웃의 하나뿐인 존재 37 아빠, 없다 67 귀꽃 95 세 자매 127 작가의 말 2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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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엄마는 칼로 목을 긋는 대신 울음으로 협박을 마무리했다. 언제나 뒷심이 부족한 엄마. 그래서 아빠를 떠나지도, 나를 구출해 주지도 못하는 엄마. 이런 엄마와 대치 아닌 대치를 해야 하는 시간은 정말 따분하다.
---「데스 레시피」중에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우혜와 소통한다기보다는 그냥 ‘함께 있는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그 관계의 나날들은 나에게 설렘을 주었다. 이를테면, 우혜가 나에게 “다미야!” 하고 부른 다음, 시선을 아래로 한 후 말을 고르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고는 “우리 아이비 화분 사러 다이소에 가 볼까?” 하면, 나는 거절하지 못했다. ---「내 이웃의 하나뿐인 존재」중에서 발달장애 소년이 산에서 길을 잃어 실종된 지 열흘이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나는 탁자 위에 놓인 노트북을 켠다. 아이와 그 가족을 걱정하는 댓글보다는 아이와 함께 산을 오르던 엄마가 의심스럽다는 댓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만약 은서와 내가 함께 걷다가 그런 상황이 된다면? 그런 가정을 하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식은땀이 나기 시작한다. ---「아빠, 없다」중에서 어떤 계기가 되길 바라는 건 아니다. 느닷없는 모닝커피 제안을 거절하면 더 이상할 것 같았듯, 함께 다녀오자고 하지 않는다면 더 이상할 것 같다. 무재는 무턱대고 갈망해 온 지나온 삶이 버거웠다. 다른 세계에의 진입은 모멸감과 패배감을 각오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제는 소풍을 나가듯 가벼운 관계 속에 살고 싶다. ---「귀꽃」중에서 나는 처음으로 언니를 찾으러 가지 않기로 한다. 엄마의 약점은 내 약점이기도 하다. 나만이라도 서울로 가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길이 서로를 위하는 길일 것 같다. ---「세 자매」중에서 세 자매끼리 바깥에서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이다. 언니는 빠르게 소주잔을 비운다. 새우가 나오기 전에 홍합 국물을 떠먹으며 톡, 톡 술을 털어 넣듯 한다. 언니가 소주를 그렇게 잘 마시는지는 또 처음 알았다. 하긴, 어릴 적 모두 헤어졌는데 무엇인들 처음이 아닌 게 있을까 싶다. ---「세 자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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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손들이 서로를 맞잡을 때,
시듦 위로 잊었던 이름들이 피어나다 주영선의 소설집 『세 자매』가 지닌 가장 커다란 미덕은 인물 간의 대립과 갈등의 순간을 전시하고 마침내 우리가 다시 각자로 변모하는 지점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다시 서로에게 서로를 포개는 움직임까지 기어코 담아내고야 만다는 점이다. 주영선은 만개한 순간만을 즐기다 꽃이 질 때, 고개를 돌려버리는 사람의 태도와는 정반대로 꽃이 지고 나서야 역설적으로 맥박을 되찾는 관계의 발원을 되짚는다. 그리고 이러한 관찰의 산물은 어쩌면 다른 어떤 일보다 어려운 일, 즉 놓았던 손을 다시 잡고자 하는 결심 위에 꽃봉오리를 틔운다. 당연하게도 놓았던 손을 다시 잡는 일에는 처음 손을 잡는 것 이상의 결심이 필요하다. 그것은 손을 놓았던 순간의 자신을 반성해야 하는 일이고, 달라진 체온의 낯섦을 감내해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주영선의 소설은 애써 잃어버렸거나 힘겹게 놓쳤던 관계의 손끝을 동그랗게 부여잡는 행동에 연루되어 있다. 엄마와의 관계에서 백기를 들고 달아났으나 다시 엄마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정아’나 다시 서로의 아픔을 보듬고자 하는 ‘수아’의 모습에서 독자들은 ‘남몰래 내다 버리고 싶은’ 가족이란 관계를 자신의 본적(本籍)으로 인정하고, 남루해진 관계의 먼지를 털어내는 과정을 발견해 낸다. 그리고 주영선이 소묘해 낸, 가족이란 두 음절로 당연하게 덮을 수 없는 울퉁불퉁한 단면을 만지게 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