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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1. 역사가와 사실 2. 사회와 개인 3. 역사와 과학과 도덕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5. 진보로서의 역사 6. 넓어지는 지평선 |
Edward Hallett Car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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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고 해서 본래의 산은 객관적 형태가 없다거나 무한한 모양이라고는 말할 수 없다. 역사상의 사실을 설정할 때 필연적으로 해석이 작용한다고 해서, 또한 현존하는 해석이 어느 것이고 완전히 객관적이 아니라고 해서 어떤 해석이든 우열이 없다거나 원칙적으로 역사상의 사실은 객관적인 해석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1. 역사가와 사실」
나는 첫 번째 강의에서 ‘역사를 연구하기에 앞서 역사가를 연구하라’고 말했다. 이제는 ‘역사가를 연구하기보다는 우선 역사가의 역사적ㆍ사회적 환경을 연구하라’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역사가는 개인인 동시에 역사와 사회의 산물이다. 역사를 공부하는 사람은 이런 이중적 안목으로 역사가를 중요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2. 사회와 개인」 사람들은 과거에 있었던 사건이 무엇 때문에 발생했었는지를 모르는 채 과거의 사건을 읽을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으며,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난 것은 히틀러가 전쟁을 원했기 때문이라고 간단히 말해 버리는 것으로 만족할 수도 있다. 이 또한 물론 분명한 사실이지만 이것으로는 역시 어떤 설명도 되지 않는다. 이 경우 자신이 역사 연구가 혹은 역사가라고 자칭하는 무례만은 삼가길 바란다. 역사의 연구는 원인에 대한 연구이다. 지난번 강의 마지막 부분에서 이야기했듯이 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하며 해답을 얻을 가망이 있는 한 쉴 수가 없다. 위대한 역사가는 -그보다 넓은 의미에서 위대한 사상가는- 새로운 문제에 대해서 또는 새로운 문맥에 대해서 ‘왜?’라고 묻는 사람이다. ---「4.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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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냉소주의에 빠져선 안 되는 이유
역사는 개인의 선택이 거대한 민중의 흐름이 되어 흘러가는 것으로 이성보다는 비이성적 호소에 따라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거대 정당의 선전 담당 정치가들은 고도의 지능인들로서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과업에 도움이 될 만한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그러므로 여론을 자신들이 뜻하는 바대로 끌어가려는 그들의 선전에 휩쓸려 버리면 역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신비주의나 냉소주의에 빠지고 만다. 자신들의 권력 장악에만 목적을 두는 정치가들과 기업의 광고 담당자들의 주요 관심사는 오직 유권자나 소비자가 현재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다시 말해서 유권자나 소비자를 교묘하게 조종하여 무엇을 믿고 또 원하게 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이다. 게다가 그들은 대중 심리학 연구를 통해 자기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게 하는 첩경은 유권자나 소비자의 심리 구조 속에 있는 비이성적 요소에 호소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결국 우리는 정당 지도자나 전문적 기업가 등이 이성적인 방법을 통해 대중의 비합리성을 파악하고 이용함으로써 자기 목적을 달성하는 전례 없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지배 계층은 대중의 의견을 조직화하고 통제하기 위해 크고 작은 강제적인 수단을 동원한다. 이 방법이 다른 방법보다 나쁘다고 생각되는 까닭은 그것이 이성을 남용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성이 수행할 수 있는 역할을 철저하게 인식하지 않으면 사회의 흐름에 압도되어 버리고 만다. ‘과거에 대해 건설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우리는 부와 권력을 위해 세상에 대한 관점을 조작하려는 이들의 뜻대로 역사 인식을 하고 말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 보인다고 해서 본래의 산은 객관적 형태가 없다거나 무한한 모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역사는 인간 사회의 끊임없는 변화, 그중에서도 현재나 미래의 변화가 아닌 과거의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인간의 행위를 전제로 한다. 그리고 역사가는 그가 속한 시대와 사회의 제약을 받기에 역사적 사건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기준은 당대의 가치관을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자신이 체험한 것은 물론 체험하지 않은 사실조차도 역사가의 해석에 따라 결정되므로 모든 역사적 사실 속에서 역사가의 관점은 지대한 역할을 하게 된다. 현대의 역사가 중에 가장 뛰어난 역사가로 꼽히는 카는 그렇지만 역사가의 기준이 유효한 보편성을 끌어내기만 한다면 매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보았다. 더불어 카는 역사가의 임무가 오직 과거의 사실을 명확하게 구명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하였다. 시대를 정당화하는 데 휘둘리거나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자포자기해 버린 역사가는 건설적인 견해를 가질 수 없기에 신비주의나 냉소주의, 회의주의에 빠지고 만다. 카는 이 위험을 경계하였다. 절대에 가까운 객관성으로 과거를 비춰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역사가만이 역사를 진보의 길로 이끌어 갈 수 있다. 지금의 시대에 이와 같은 역사 인식은 역사가만의 임무는 아닐 것이다. 역사를 진보의 길로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란? 절대에 가까운 객관성으로 과거를 비춰 현재를 보고 현재를 통해 과거를 돌아보면서 미래를 전망하는 것! 역사란 무엇인지, 역사를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알고 싶지만 그 내용이 부담스럽고 어려워 외면하고 있던 독자라면 더더욱 『역사란 무엇인가』를 추천하는 바이다. 카가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가 나누고 있는 대화〉라고 말하였듯이, 이 책에는 역사가는 물론 격변과 혼란의 소용돌이를 살아 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역사적 사실이란 무엇을 뜻하는지, 역사에 있어 해석의 관점이란 왜 중요한지 등 참된 시각으로 역사를 깊이 이해하고 통찰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다. 우리는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고민을 통해 초고속으로 진전하는 과학기술의 발달, 지난하고 극단적인 이념의 갈등에서 오는 불안감을 탈피하고 ‘이성의 확대’를 통해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이 현실을 제어할 수 있다는 낙관론을 만나게 된다. 전문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일반 독자층의 욕구를 말끔히 해소시켜 온 이 명저를 통해 우리들은 과연 ‘역사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의 해답을 얻고 삶의 방향 설정을 이루어 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