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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머리에 - 연꽃 사진과 단상을 묶으며
서시 - 연꽃 앞에서 220614 올해 첫 연꽃과의 해후 220615 아라홍련과 연꽃 테마파크 220619 연꽃이 열리는 시간 220621 멀수록 더 깊은 향기 220621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 220623 나의 여름꽃을 정하다 220628 서로 달리 보이는 세계 220629 백련과 눈 맞추며 220701 꿀벌과 연꽃 220703 하늘을 품은 연꽃 220704 까닭 모를 한숨 220705 한살과 다아님과 함께 220709 무심으로 사진에 담기 220711 비에 젖어 피고 지는 220712 사랑이란 4 220713 천판묘련千瓣妙蓮 220714 들기름 메밀국수와 고려동 자미화紫薇花 220716 화과동시花果同時 220718 연꽃에 양해 구하기 220719 영양 삼지연三池淵의 연꽃 220721 고성 생태학습관 연지 220722 진주 강주연지 220724 수련睡蓮을 만나다 220805 다시 연지에서 220806 숨어서 피는 연꽃 220807 입추立秋, 폭염 속의 연꽃 220808 여명의 연지에서 220809 백련지의 연꽃 모두 지고 220811 귀화한 연꽃들 220812 미색米色 연꽃 220813 지상에 한 송이 연꽃 220814 천판묘련차千瓣妙蓮茶를 맛보다 220815 연꽃과 연밥 220816 첫 마음을 생각하며 220817 젖은 땅을 걷다 220818 분별심 220819 이끎 또는 이끌림 220821 절망과 희망 사이 220822 파장罷場 220823 연밥 풍경 220825 이별 연습 220827 연꽃봉오리 220828 한생生 220829 먼저 드는 연지의 가을 220830 회귀, 돌아감이여 220831 생명 예의 220901 고별告別, 마지막 연꽃을 위하여 220903 다시 악양 둑방길에서 220904 연꽃이 지는 법 220905 새벽 기도 220906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발문 - 하늘과 가슴에 핀 연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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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 있고 윤회輪廻가 있다면 그것이 어찌 사람에게만 적용된다고 할 것인가. 오늘 아침, 일년 만에 만난 연꽃들이 낯설지 않은 것은 그런 까닭이리라 싶기도 하다. 비에 젖어 촉촉해진 땅을 맨발로 걸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연꽃 앞에 다가간다. 지난해에 첫 연꽃과 만났던 날보다 이틀 뒤늦은 만남이다. 이미 연지 이곳저곳에서 연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오늘부터 이 연지의 연꽃이 다 질 때까지 연꽃과의 만남을 이어갈 것이다.
--- p.17 나는 미당의 ‘연꽃을 만나고 가는 바람’이라는 이 시구절의 마지막을 ‘연꽃을 만나고 오는 바람같이’로 살짝 비틀어 이별이 아니라 만남의 시로 노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오는, 나와 만나는 인연들이 연꽃을 만나고 오는 그런 바람 같았으면, 아니 내가 다른 이들에게 연꽃의 맑고 깊은 향기를 싣고 다가가는 그런 바람같은 존재일 수 있으면 하는 생각이 오늘 아침 연향 가득한 연지에서 연꽃과 만나며 떠올랐다. --- p.31 꽃이 피어 이로 인하여 열매라는 결과를 맺는 것이라면 연꽃은 그 인因과 과果가 동시에 드러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흔히 삶과 죽음을 두고 이야기할 때 ‘태어났기에 죽을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태어남이 곧 죽음’임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원인이 곧 그대로 결과인 것이다. 동시성이다. 불교의 연기와 인과의 원리도 이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 싶다. --- p.70 미련 앞에 한 걸음 더 다가가 자태를 담다가 문득 이 지상에 한 송이 연꽃만 남아 있다면, 아니 이 연지에 지금 마주한 이 연꽃만 남아 있다면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 남은 한 송이 앞에 나는 어떻게 할까.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란 떨리는 가슴으로 더 깊게, 더 오롯하게 만나는 것이 그 전부일 터이다. 그리고 그 모습을 기억하기 위해 더 정성껏 위치와 렌즈의 각도를 달리하며 사진으로 담을 것이다. 절실함으로 담기, 생각해보면 지금 마주한 이 연꽃이 이 연지의 오직 한 송이인 그 연꽃이고 이 지상에 남아 있는 그 마지막 연꽃이기도 하다. --- p.105 문득 올해 이 연지에서 피어났던 그 많은 연꽃들은 모두 어디로 간 것인가 하는 생각이 스민다. 뿌리에서 꽃대가 돋아났다가 꽃으로 피고 다시 그 꽃이 연밥으로 맺혀다가 마지막에 연밥이 시들어 말라 죽는 것을 연꽃의 한생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한생을 끝낸 그 다음은 무엇일까. 지상에 드러난 부분은 사라져도 뿌리가 살아 있어 해마다 이 뿌리에서 꽃대가 새롭게 돋아나니 연꽃에겐 죽음이 없다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새롭게 꽃대를 밀어 올리는 그 꽃은 올해의 그 연꽃은 아니다. --- p.1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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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진흙탕 물에도 결코 오염되지 않는다(處染常淨)”는 연꽃은 우리 삶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연꽃을 주제와 대상으로 한 중국의 주돈이 『애련설』과 다르게 지은이의 『애련일지』는 또 다른 감회와 감동을 준다. 중국에 『애련설』이 있다면 한국에 『애련일지』가 태어난 것이다. 무엇보다 연꽃을 통해 우주만상의 이치와 나의 삶을 비추어본다는 의미에서다. 그리하여 마침내 연꽃은 지상을 떠나 하늘과 내 가슴 속에 피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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