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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져낸 글쓰기에 대한 사랑 고백
곽아람 기자의 신작 에세이. 평일엔 기자로, 주말엔 에세이스트로 쓰고 읽는 생활의 반복인 저자는 힘들수록 더 많이 썼다고 한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하게 되면 멀어지게 된다는 말에 저항하듯이. 써야만 견딜 수 있던 글쓰기에 대한 사랑을 지독하게 고백하는 글들.
2022.12.30.
에세이 PD 이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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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머리에 | 이 책은 러브스토리다
1 나의 글쓰기 쓰는 직업, 쓰는 사람 독자란 누구인가 역경을 거쳐 별에 이르도록 2 기자로 산다는 것 오지 마, 월요일 기자어 글 고치기 경찰서에서 만난 사이 마감이 다 해줄 거야 책 기자 어느 서평가의 고백 책가뭄 보도자료에 낚이다 여기자 3 일하며 만난 사람들 압구정 현대백화점에서 울다 사랑의 눈빛 버리지 못한 취재 수첩 낯선 아름다움 나성에 가면 스승들 4 20년을 버틴 이유 기레기 부모를 속일 수 없는 직업 직업병 기자답다는 말 당직 서는 날 정의란 무엇인가 동료를 잃다 노벨문학상 발표 날 드레스 코드 정치적 올바름에 대하여 20년을 버틴 이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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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일이란 내 것이었으면 좋겠지만 결코 온전히 내 것이 될 수 없는 어떤 것이다. 내 것이라 생각하고 열과 성을 다했는데 알고 보니 회사 것이라는 걸 깨닫는 순간 낙담이 찾아든다. 슬픔과 고통이 온다. 그래서 결국 일과는 ‘밀당’할 수밖에 없다.
--- p.7 세월이 흐르고 나서 돌이켜보니 또래 집단과 거리가 먼 집단을 위해 글을 쓴다는 것이 그다지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내가 아닌 타인이 되기 위해 분투하면서, 우리는 조금 더 남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한 발짝 더 성장한다. --- p.24~25 나는 안다. 일이라는 건 대충 하면 그저 월급 받는 대가에 그치고 말지만 열과 성을 다하면 그 누구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자산이 되어 내 안에 남는다는 걸. --- p.86 모든 책에는 배울 점이 있다는 지론 아래, 단 한 명의 독자에게라도 그 책이 의미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읽는다. 그렇게 포착해낸 책의 미덕이 돋보이도록 끙끙대며 리뷰한다. --- p.90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꼭 좋은 작품을 낳는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인생의 어느 순간부터 사람은 자기가 제일 잘하는 것을 기반으로 싸우는 편이 낫다. --- p.134 가장 하기 싫은 일은 유족 취재다. 가족을 잃은 슬픔으로 가득 찬 사람에게 “몇 시쯤 세상을 뜨셨나요? 마지막으로 남기신 말은 없나요?” 따위를 물어야만 하는 이놈의 직업. --- p.173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성공에 대한 욕망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 p.218 20년 전의 나를 만난다면 몸과 마음을 상해가면서까지 버틸 필요는 없다고, 힘들면 그만둬도 괜찮다고 다독이며 꼬옥 안아주고 싶다. --- p.2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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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그만두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즐겁기도 하다”
회사 부적응자에서 신문사 첫 여성 출판팀장이 되기까지 수습 시절 곽아람은 직장에 쉬이 적응하지 못했다. 회사 생활에 이렇다 할 재미를 붙이지 못했고 돌발 상황이 잦은 업무 탓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이 직업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 오랫동안 속앓이하며 번민했다. 그렇지만 저자는 고달픈 시절을 보내는 와중에도 현장에서 마주친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깊은 우정을 쌓았다. 동경하던 예술가들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하며 겸손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배웠다. 자신과 결이 다른 선배들에게 수없이 ‘데스킹’을 받으며 기사문 쓰는 방식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도 넓혀나갔다. 갈팡질팡 헤맸으나 한 걸음씩 꾸준히 정진하여 마침내 2021년, 출판팀장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자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팀장 아니라 팀원일 때는 페미니즘 책도 적극적으로 발제해서 리뷰하곤 했지만 막상 지면에 대한 결정권을 갖게 되니 그러기가 쉽지 않았다. ‘여자니까 지면 저렇게 만드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나올까 두려웠다. 의식적으로 무거운 책을 골라 회의 석상의 다수를 차지하는 남자들이 트집 잡지 않을 지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면이 여성적이라는 말은 비난이었다. --- p.100~101 저자는 지면에 대한 권한을 갖게 되었을 때 오히려 자기도 모르게 ‘여성적이지 않은’ 시선을 견지하게 되었음을 고백한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국내 언론인 여성 비율이 30퍼센트도 되지 않으며 그마저도 연차가 높아질수록 현저하게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을 곱씹는다. 이러한 성찰을 통해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을 가늠한다. 그동안은 자신의 성장을 위해 일을 해왔다면 이제는 다음 사람을 위해, 언론의 균형 잡힌 시각을 위해 직무에 충실해야 함을 느끼는 것이다. “일은 일이고 나는 나였다” 단단한 버팀목이 되어준 주말의 글쓰기 곽아람은 신문기자로서 괴로움을 느낄 때마다 에세이스트로서 글을 썼다. 회사 생활이 못 견디게 힘들어 블로그에 쓴 이야기로 첫 책을 내면서 어느덧 아홉 번째 산문 『쓰는 직업』에 이르기까지 ‘선데이 라이터Sunday Writer’로서 자신을 정립했다. 내겐 일이 전부가 아니었다. 나는 항상 쓰는 사람이었지만, 주말엔 주중과 다른 글을 쓰는 사람이었다. 직장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와 상관없이 ‘나’인 것만으로 충족되는 단단한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 덕에, 20년을 견뎠다. --- p.218 객관성을 중시하고 사적 감정을 배제해야 하는 기사문과 정반대되는 글쓰기를 통해 오히려 기자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 『쓰는 직업』은 신문기자의 삶을 곡진하게 다루는 동시에 자아를 회복시키는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다. 나를 지키고 사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의 일도 지키고 사랑할 수 있다는 전언으로 직장 생활에 지친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를 선사한다. 곽아람(지은이)의 말 창작하는 이에게 사랑하는 대상은 뮤즈가 된다. 애틋하고 산뜻한 연인뿐 아니라 파괴적이고 불량한 애인도 영감을 준다. 귀엽고 다정한 상대는 아니었지만 일 역시 나의 뮤즈였다. 일은 내 심장을 움켜쥐고, 숨을 막히게 해 불안과 슬픔으로 자아낸 글을 토해낼 수밖에 없도록 했다. 일이 힘들수록 나는 더 많이 썼다. 쓰는 것만이 나를 견딜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에. --- 「책머리에」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