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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자부심과 번민의 언어로 쓰인 11인의 이야기
이충걸
한겨레출판 2023.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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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은 조금만 (큰글자도서)
[도서] 질문은 조금만 (큰글자도서)
이충걸 저 한겨레출판
35,000
질문은 조금만 (큰글자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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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

지금의 노래, 최백호
마운드의 토르, 강백호
다름의 평등함, 법륜
마음속의 완구 공장, 강유미
파도 속의 영원, 정현채
최초의 이름, 강경화
백자의 마음, 진태옥
캠퍼스의 호로비츠, 김대진
소년의 심장, 장석주
얼음의 꽃, 차준환
죽음의 왈츠, 박정자

저자 소개 1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그처럼 개인적이고 체계가 부족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오래 ‘조직 생활’을 했는지 의아하다는 세간의 평이 떠도는 가운데 이충걸은 [행복이 가득한 집], [보그] 에디터를 거쳐 [GQ KOREA] 초대 편집장으로 18년 간 일했다. 서양문화의 첨병인 패션 잡지 안에서 언어 포함, 한국적 가치를 사수하는 이율배반적인 시간이기도 했다. 몇몇 사회 문화적 사안들에 나름대로 참견하는 한편,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 전공을 배경으로 도시 생태학을 지속적인 지큐 콘텐츠로 다루었다.

한편 그는 오래된 책과 옛날 작가, 작은 자동차와 진한 술을 좋아하고, 어떤 사치에 대해서는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그의 글에 세속의 어수선함과 산골짜기 같은 무구가 동시에 섞여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끔, 되풀이해서 문장을 읽어 볼 땐 행간에 서려 있는 어떤 고요에 놀라기도 한다. 이충걸의 글은 회상과 상상에 의한 '스토리'라기보다는 그 스스로 정체성을 부여한 사물에 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그의 글감이 되는 사물이란 단번에 정의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의 이상한 언어 감각을 통해 만들어진 것들은, 지금까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듯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는 2011년,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펴낸다. 처음 쓴 소설 속에서 그는, 서사를 해체하고 재구축하는 실험적인 현대 문학의 방식이나, 위대한 서사를 통해 세상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한 화법을 주장하지 않는다. 정확하게 표현하면서 속도를 유지하는 것, 현기증이 날만큼 화려하면서 마침내 공동(空洞) 같은 허무를 보여주는 문장이 그에겐 서사이기 때문이다. 이충걸이 팽팽한 문장으로 써내려 간 이야기들은 순수한 픽션이라고 하기에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작가와 닮아 있다. 오래된 가구의 모래색, 애들 색종이에 쓰이는 초록색, 학자의 흰머리 같은 회색이 공존하는 그의 문장은, 번번이 몸 안의 신경을 죄다 일으켜 애매하고도 생경한 피로를 느끼게 한다. 간혹, 중학교 동창에게서 받은 편지 같기도 하고, 돈 없는 사람의 눈앞에서 지금 막 불을 켠 쇼윈도 같기도 하고, 침통한 마음을 덮어주는 얇은 담요 같은 문체는 딱히 표현하기 곤란한 원초적 따뜻함으로 지글댈 때도 있지만.

저서로는 첫 소설집 『완전히 불완전한』을 비롯, 어머니라는 우주를 조촐하게 기록한 아들의 글 『어느 날 엄마에 관해 쓰기 시작했다』, 일생 동안 겪은 숱한 이별의 순간을 들추어 추억한 『슬픔의 냄새』 인터뷰집 『해를 등지고 놀다』 외에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에 이르는, 일관되지 않는 산문집 몇 권을 썼다. [11월의 왈츠], [노래처럼 말해줘], [내 사랑 히로시마], [여덟 개의 엄숙한 노래] 같은 연극 대본도 썼는데 모두 배우 박정자와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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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64쪽 | 410g | 128*188*30mm
ISBN13
9791160409451

책 속으로

“아흔이 돼도 저는 〈입영전야〉를 부를 수 있거든요. 소리가 안 나올 때도 노래하는 방법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나이 들어 여든이 되면 여든의 호흡으로 노래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젊었을 때 한 호흡으로 했다면 네 호흡으로 나눠서 해도 얼마든지 감정을 표현할 수 있어요. (중략) 제 호흡은 더 좋아졌어요.”(최백호)
--- p.34

“저도 긴장하고 떤 적 많아요. 지나고 나면 어떤 선택을 하든 어느 부분 후회하기 마련이라서. 어느 게 좀 더 현명한 선택인지 생각하다가, 기왕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좀 더 즐기고 침착하게 하다 보면 후회하는 순간이 덜 오지 않을까.”(강백호)
--- p.57~58

“살아 있는 한 할 일은 끝이 없죠. 동시에 그게 안 된다고 안달복달할 일도 아니다. 어차피 다 할 수도 없다. 다만 그럴 수 없는 삶의 과제들을 매일 할 수 있는 만큼 해나가는 거다.”(법륜)
--- p.97

“제가 늘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건 ‘지금 출발이다’. 어제까지 연습이고, 지금 또 출발이고, 지나면 다시 연습이고, 지금 또 시작이고. 항상 그런 마음으로 살고 있어요.”(법륜)
--- p.99

“저는 모든 게 모순이거든요. 양가감정이 항상 있어요. 누군가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렸다가도 아니야, 알고 보면 그렇지 않을 거야. 선입견을 안 가지려고 해요. 뒷면을 보려고 애를 쓰는 성향이라서 저 자신을 많이 괴롭혀요. 모든 것을 그렇게 바라보는 특이한 점이 제 콘텐츠를 이루는 것 같아요.”(강유미)
--- p.114

“4년 전엔 빛을 받아 광선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동력 에너지로 바꾸는 시계를 샀어요. 수명이 12년에서 15년이라는데, 좀 낮게 보면 앞으로 8년쯤 남았구나. 내 삶의 종착역이 이 정도 남았구나, 그 생각이 위안이 돼요.”(정현채)
--- p.163

“2주 전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까 풀에 햇살이 비쳐서 빛이 든 부분과 안 든 부분이 너무 아름다운 거죠. 곧바로 잠옷 바람으로 카메라 들고 나갔어요. 어물거리면 빛이 2, 3분 만에 금방 지나가니까요.”(정현채)
--- p.167

“저는 최초의 여성이 되고 싶어 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냥 저한테 기회들이 왔을 뿐이고, 이제는 그런 수식어가 필요 없는 세대가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강경화)
--- p.186~187

“젊을 때는 디자인을 더 해야 디자인한 걸로 착각해요. 그렇지만 저는 늘 이야기해요. 바느질하는 사람은 바느질 앞에, 패턴 하는 사람은 패턴 앞에, 단추 하는 사람은 단추 앞에 정직해라. (중략) 내가 60년을 뒤돌아보니까 기본을 하기가 그렇게 힘들어요. 기본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어요.”(진태옥)
--- p.217

“테크닉은 딱 두 가지 종류예요. 연습 몇 번 해서 되는 사람, 잘 안 되는 사람. 부족한 사람은 무조건 연습한다고 얻지 못해요. 노하우를 찾아야 돼요. 팔목을 높게 들어볼까, 내릴까, 팔을 더 붙여볼까…. 수도 없이 많은 과정이 있지만, 자신한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건 자기일 거 아니에요.”(김대진)
--- p.251

“저는 소리에서 차이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경험을 통해 소리를 연출할 수 있겠지만 (중략) 그것이 발현될 때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나온단 말이죠. 그러니까 속일 수가 없어요. 그 소리는 절대로 다른 사람이 만들 수 없고 나만 낼 수 있는 나만의 감정이거든요.”(김대진)
--- p.261

“시마(詩魔)라는 게 있어요. 시의 신과 접신하는 거죠. 그러나 나는 시마가 찾아온다고 해도 거절할 거라고 했어요. 당신 도움 필요 없다. 내 걸 쓰겠다.”(장석주)
--- p.280

“내 노동의 어떤 숭고함이 스스로 대견스러워요. 그 시간을 견뎌냈다는 게. 그 책 하나하나 쓸 때는 내 재능의 극한까지 나를 몰아서 쓴 거거든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재능이 사실 조금 미약한 것이었구나, 아직 창대함까지는 멀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요. 그런 면에서 내 성실함과 견인력이 나 스스로 좀 대견스러워요.”(장석주)
--- p.282~283

“첫 번째 점프나 중간에 실수가 나왔다고 해도 거기서 끝이 아니에요. 실수에 사로잡혀버리면 나머지 것까지 다 망치는 거잖아요. 실수는 아무리 연습을 해도 나올 수 있어요. 실수가 나와도 그건 이미 지나간 거고요. 그 뒤에도 아직 남은 것이 많기 때문에 (중략) 오히려 남은 것을 다 해내는 게 제일 중요해요.”(차준환)
--- p.319~320

“저는 항상 대범한 편이에요. 뭔가 자신이 없을 때 소심해지지만 그래도 결국 대범해져요. 소심한 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차준환)
--- p.320

“여자 이름에 ‘바를 정’ 자를 넣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그러나 나는 여기까지 오는 동안 평생 그 ‘바를 정’ 자가 나를 붙들어주었다고 생각해요.”(박정자)
--- p.344

“나는 극장 공간에 너무 감사해요. (중략) 무대에 대한 나의 경외심 같은 거예요. 무대는 나의 천국이자 지옥이니까요. 또 어느 날, 분장실에서 무대로 나 있는 계단을 올라갈 때 먼지가 싹 날리면 사람들 몰래 뭉쳐진 먼지를 주워요. 난 그 먼지조차 고마운 거예요.”(박정자)

--- p.355

출판사 리뷰

“어떤 세계 안에서 누군가를 알고 싶다면
그의 결핍을 들추어야 할 것이다”
깊은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이충걸식 인터뷰’


인터뷰라는 장르는 말 그대로 ‘인터(inter)’, 서로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뷰(view)’, 시선을 드러내는 것. 저자는 잡지 에디터로서 조르지오 아르마니, 필리프 스타르크 같은 세계적인 디자이너와 김광석, 최진실, 이문열 등 국내의 다양한 유명 인사들을 만나 인터뷰해온 만큼, 한평생 누군가를 들여다보며 살아왔다. 때로 인터뷰는 묻고 답하는 형식, 그 자체로 간단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그는 인터뷰어로서 활동해온 수십 년간 인터뷰라는 장르가 가지는 본연의 가치를 가벼이 여긴 적이 없다. 그에게 인터뷰는 줄곧, 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마음을 꺼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일, 즉 한 사람의 뒷마당을 기꺼이 거닐어보는 일이었다. 그 뒷마당에서 예상하지 못한 작고 아름다운 꽃을 발견해 경탄하거나 때로는 예상과 달리 사뭇 황량한 풍경에 실망을 할지라도.

“질문과 대답의 바다엔 흔한 감정들이 펼쳐져 있다. 질문은 받는 것, 대답은 주는 것. 어떤 질문은 흥미를 부르는 동시에 차단하며, 끌어들이는 동시에 쫓아낼 것이다. 다른 질문은 인터뷰이의 고통에 연민을 표하거나, 즐거움을 부추기거나, 실패를 면제해주거나, 업적을 승리라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인터뷰는 자기를 보호할 수 없는 장르라서 제대로 구사한다면 달려갈 곳도 숨을 곳도 없다.” _〈프롤로그 - 명백히 사적인 관점〉중에서

그래서 “어떤 때는 타인에게서 성숙한 관점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오류로 보였다”(5쪽), 그 자체로 완벽한 사람은 없으므로. 그렇게 숱한 이들을 대면하며 저자가 구축한 자신만의 인터뷰 방법은 기계적이고 피상적인 질문은 줄이고, 인터뷰이의 마음의 극단으로 다가가 저자 특유의 세밀한 관찰력과 풍부한 해석을 통해 상대의 내면을 이해해보는 것이었다. 만일 진정으로 어떤 사람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오히려 그의 “날 선 광대뼈가 아닌 불안을”(9쪽) 보는 편이 더 의미 있을 테니까. 숨길 것도 숨을 곳도 없는 ‘명백히 사적인’ 인터뷰 자리에서 저자는 이들의 내밀하고도 고유한 이야기를 조심스레 이끌어낸다. 다시 말해, 인터뷰이가 지닌 심연의 유약함을 끄집어냄으로써 반대로 독자에게 그들의 ‘성숙한 관점’을 전달한다.

질문과 대답의 바다에서 세밀히 건져낸,
삶을 정진하는 이들의 한 끗 차이 인생철학


이 책에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성별·직업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 중 단 한 명도 자신의 분야를 떠나거나 은퇴한 이는 없다. 이 다채로운 11명의 인터뷰이는 모두 현재까지 꾸준히 각자의 분야를 힘 있게 개척해온 이들로, 외로움과 불안의 시간을 견디고 일과 삶을 정진하며 쌓은 저마다의 고유한 인생철학을 들려준다.

우선, 야구 선수 ‘강백호’와 피겨스케이팅 선수 ‘차준환’의 인물 서사는 지금껏 이들을 따라다닌 시합의 결과와 점수 너머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새롭다. 두 선수는 종목이 다르지만 인터뷰 글에서는 각각 숱한 경기 시합과 지난한 연습 시간을 거치며 갖춘 담담함과 대범함 그리고 기백이 공통적으로 돋보인다. 숫자로 평가받는 스포츠의 세계와 달리, 문학과 음악의 세계에서는 1점이 만들어내는 뚜렷한 차이가 없다. 시인 ‘장석주’와 피아니스트 ‘김대진’은 그런 예술의 세계에서 대중은 물론 스스로 인정할 만한 궤도에 오를 때까지 자기 자신을 냉혹하게 단련해온 예술가들이다. 단어 하나나 음표 하나에 집중하는 동시에 작품이나 곡 하나를 초월하는 총체적인 시선으로 ‘나의 것’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들의 이야기에서는 노력의 숭고함 그리고 치열한 자기 절제의 면모가 크게 다가온다. 다른 듯 닮아 있는 이들 네 명의 이야기는 외부의 시선이나 평가에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것을 반질반질하게 연마하는 태도를 일깨워준다.

“만약 가산점이 좀 적다거나 어느 부분 판정이 좀 그렇다면, 제 안에서 문제점을 찾고 지적받은 부분들을 완벽하게 보완해서 다음 경기에 보여주고, 또 계속 보여주는 수밖에 없어요. (중략) 피겨는 평가를 받는 종목이고 제가 받은 점수표도 제 거기 때문에.”(차준환)

“음악은 피곤해지지, 진짜 싫어지진 않아요.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365일 사랑하나요? 그렇지만 사랑이 변하는 건 아니죠.”(김대진)

한편, 코미디언 ‘강유미’와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 ‘정현채’는 어린 시절부터 줄곧 이끌렸던 한 가지 주제(코미디와 죽음)에 평생토록 천착하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대중에게 그 주제를 전하는 방식을 유연하게 변화시킨 이들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끌림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 오히려 주변의 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셈이다. 이 둘의 인터뷰 글에서는 역설적이게도, 꺾이지 않는 집요함과 부드럽게 휘어지는 유연함이 동시에 엿보인다. 반대로 ‘법륜’ 스님과 전 외교부 장관 ‘강경화’는 모두 개인의 삶 속에서 대외적인 가치를 실현하는 인물들로, 복잡한 이해관계와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 틈에서 잊지 말아야 할 평화와 존립의 의미를 강조한다. 인류애, 평등, 존엄성…. 시끄러운 사회 속에서 퇴색되기 쉬워지는 본질적인 가치에 대해 곱씹어볼 수 있도록 한다. 이렇듯 한없이 사적인 동기와 범인류적인 사명감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들 속에서 내면의 혼란을 들여다보는 힘과 세상을 이해하는 거시적인 관점을 두루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사춘기 땐 (중략) 수단 방법 안 가리고 웃겼어요. 친구가 눈물을 흘려가면서 웃으면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어요.”(강유미)

“나는 이렇게 풍요롭고 안전한 데서 일하고 있다는 감사를 넘어서 한동안 정신적으로 좀 흔들려요. 똑같은 존엄성을 갖고 태어났지만 지금 현장에선 그렇지 못한 것에 대한 유대감이라고밖에 저는 설명이 안 되네요.”(강경화)

마지막으로 가수 ‘최백호’, 패션 디자이너 ‘진태옥’, 연극배우 ‘박정자’는 모두 생애사적 관점에서는 노년에 이르렀으나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디자인을 하고, 연기를 하며 종횡무진하는 현역들이다. 세 인터뷰 글들에서는 자연스럽게 죽음과 늙어감에 대한 이야기가 녹아 있다. 하지만 “숨을 거두는 날까지 작업을 해야 되지 않을까”(225쪽)하고 말하는 여든여덞의 진태옥, “무대 위에서 죽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343쪽) 바라는 여든의 박정자, 무대에서 쓰러지는 순간 “이렇게 죽는 것도 괜찮겠다”(34쪽) 싶었다는 일흔둘의 보컬 최백호의 이야기는 어떤 불안과 두려움도 끝내 이들의 직업적 애정과 순수한 열망을 가리지 못했다는 사실을 또렷하게 들려주며, 나이가 들어가는 숙명 앞에 선 모든 이에게 큰 용기와 힘을 전해준다.

“제가 하는 모든 일에 순수하게 접근하려고 해요. (중략) 어떤 일이든 그만둘 때 마음속에 티끌을 하나도 안 남기자고.”(최백호)

“사실 절정이란 것은 언젠가는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잖아요. 끝없이 낙하해야 하죠. 그 두려움은 없어요. 내가 여든까지 온 것만 해도 모든 것이 감사한데 이렇게도 절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게. 나에게 또 어떤 절정이 기다리고 있을까.”(박정자)

『질문은 조금만』은 일과 삶, 구체적으로 직업적 성취와 고민, 개인의 외로움과 행복, 죽음을 향한 두려움과 생의 의미, 가족으로부터 얻고 잃었던 것들을 다룬다. 저자의 시선을 따라 책에 담긴 11명의 뒷마당을 거닐다 보면, 이들이 그 자체로 단숨에 완벽했기 때문이 아니라 안팎의 흔들림 속에서도 울퉁불퉁한 길을 끝까지 걸어갔기 때문에 저마다의 뒷마당에 아름다운 꽃이 만개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존재적 불안을 헤치며 살아가는 이들을 향한 깊은 공감과 존경심을 느끼는 동시에, 자신을 잃지 않으며 우리 각자의 일과 삶의 문제를 꿋꿋하게 헤쳐 나갈 뜨거운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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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질문은 조금만] 이충걸 에디터의 인생철학 인터뷰집
    [질문은 조금만] 이충걸 에디터의 인생철학 인터뷰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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