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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프롤로그
1장 쌀 침대에서 세상을 만나다 12 외할아버지와 소매치기 17 시어머니가 안 계신 층층시하 20 수탉 할머니 24 어린 시절 내 마음속 증조할아버지 29 노블레즈 오블리주를 실천한 할아버지 37 쌀 침대에서 세상을 만난 혜성 44 할아버진 일본은 싫어했지만, 사람을 미워하진 않았다! 2장 전쟁 중에도 마냥 즐거웠던 학교생활 52 똑소리 나는 서울 다마내기 56 엄마는 어쩜, 그리도 용감하셨을까? 62 공평한 체벌이 야속했던 날 아름다운 교훈 69 신이 내린 하숙집 아줌마 79 논두렁에 찢어버린 대학합격증 3장 끝없는 사랑만 주셨던 분들 92 얼마나 더 살면 엄마를 잊을 수 있을까? 100 사십 갓 넘어 혼자되신 아버지 116 시대를 잘못 만났던 우리 삼촌 4장 이대로 죽을 수야 없지 않은가? 128 보인 스님! 제발 저를 좀 받아주세요 134 방황 길에서 돌아온 나에겐… 136 엄마 없는 곳에선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144 억울한 당좌사고, 참담한 삶보다는 차라리 죽음으로 147 한 땀 한 땀 꿰듯 일어나 보자! 150 취직의 행운은 소원했던 대학까지 159 또다시 미룬 학사의 꿈 165 아버지는 집행유예로 168 쌈닭 같던 새엄마와 천성 고운 딸 미경 172 아버지 동기간 유복녀 은옥 고모 5장 소처럼 함께한 그곳에 커다란 행운이 180 성큼 다가와 처녀 가장의 마음을 훔친 털보 192 암울함을 털어내 버린 화려한 결혼식 197 행복으로 가득했던 나날들 208 우리 둘째가 기형아라니… 215 여보! 이삼일만 검사받고 나올 테니 224 내가 지금 무슨 일인들 못 할까! 228 결혼하면 사표 내던 시절 세 아이 엄마가 JOB을! 233 마지막 투쟁으로 지쳐가는 남편 237 “아빠 말 찰 터, 엄마 말 차알 터” 243 신이시여! 당신 정말 너무하십니다! 258 내 삶의 동력이 된 동생들 6장 다시 찾아온 절망 절망과 극복 278 세상에서 가장 외롭고 슬픈 일 284 나는 매사에 독한 사람 287 꺾여버린 일본 유학의 꿈, 그러나… 291 또 한 번의 좌절, 그리고 극복 296 기형을 극복한 둘째 아들 306 씻을 수 없는 시련과 커다란 오점 310 친구 배려로 일본학과에 편입 315 일사불란하게 오늘도 달린다 319 아킬레스건 수술 32세 가장의 죽음 323 뒤늦게 도박으로 치른 비싼 수업료 332 재혼이라는 과감한 용단 350 너희들 기르는 낙으로 살았단다 7장 텅 빈 세상, 날 밝혀준 인연들 368 스승을 버리고 제자를 택한 선생님 371 진형 언니, 꿈에라도 한번 봤으면 378 내 친구 폴커 브라운과 안네마리 389 1995년 4월의 유럽 395 싱가포르로 떠난 내 친구 인기 397 이시가와겐의 데라쿠보 모리히도 상 403 동서의학 최 실장님 407 한국어 사랑 412 2017년 윤달에 한 일 415 패트릭 맥뮬란 신부님과 리디아 424 내 80년 세 번의 사랑 중 첫사랑 431 에필로그 436 추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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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만 가끔 말씀하셨다. 그 시절에 딸을 낳고도 으스댔다고…. 그렇게 양가 모두가 처음 맞는 손녀였다. 외할아버지는 왜정 치하에서 갈수록 흉포해지는 공출을 피할 수는 없고, 딸의 해산 시기는 한참 보릿고개라서 출산 후 쌀밥도 제대로 못 먹일 것을 염려해서 할머니와 두 분만 아는 비밀로 두꺼운 요를 만들어 놓았다고 한다. 특수제작품인 그 요 속엔 푹신한 흰 솜 대신 하얀 쌀이 가득 들어있었다. 그러니 나는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두껍고 푹신한 쌀 침대에서 태어난 것이다.
--- p.40 세 살, 여섯 살, 아홉 살의 우리 3남매는 잠을 깨면 항상 다른 집에 있었다. 한번은 우리 집 머슴살이를 하던 한 서방네 다락에 셋이 앉아서 자고 있었다. 벽장이 너무 좁아 셋을 누일 수도 없었던가 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우리가 쌀밥을 자주 먹을 수 있었던 건 엄마의 기막힌 기지와 배짱 때문이었다. 나중에 들었지만, 그때 우리 집에 쌀 넣어 두는 광(안방 뒤에 윗목 측엔 뒷마루, 아랫목 측엔 오시이레라고 하는 마루방이 있었는데 우리는 쌀 광으로 썼던 것 같다)은 물론 빨간 딱지가 붙어 있었지만, 광의 마루 밑이 부엌 찬장 밑과 연결되어 있던 것이다. 엄마는 부엌 찬장 밑을 파고 들어가 쌀 광으로 들어가는 데 성공했고, 쌀가마마다 조금씩 표나지 않게 쥐가 파먹은 것같이 쌀을 꺼내왔다. 정말 그 배짱이 대단하지 않은가? 우린 그렇게 엄마의 기지로 굶주리지 않고 쌀밥을 먹으며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 p.58 엄마! 울 엄마! 40년도 못 채운 짧은 생을 살다 홀연히 세상을 떠나버린 우리 엄마! 난 엄마 딸로 태어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엄만 나의 전부였고, 나를 위해선 뭐든 했던 엄마는 열아홉 살이나 먹은 딸에게 유산 사실도 숨기며, 생리대까지 빨아주었던 분, 우리 다섯을 위해 희생만 하다가 간 우리 엄마는 얼굴만 예쁜 게 아니고 마음씨까지 천사 같았다. 엄마는 그렇게 짧게 살다 가려고 그리 모습도 아름답고 마음씨도 순결하고 곱게 향기로운 목련꽃처럼 태어났나 보다. --- p.92 밥은 굶어도 먼저 동생들 학교에는 보내야 하겠다고 결심을 했다. 그건 또 엄마의 뜻일 것이라고 생각하니 패기가 생겼다. 그러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지금의 이 상황을 극복하려면 내가 좀 더 독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셋째 혜정에게 내년에 오빠를 먼저 고등학교에 보내고 한해 뒤에 중학교에 가도록 양해를 구했다. 늘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자신을 희생해준 혜정. 언제나 양보로만 일관되었던 셋째에 대한 미안함은 지금도 내 가슴 한구석에 앙금이 되어 아픔으로 남아 있다. 그렇게 집안을 챙겨놓고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 p.136 이사를 하기로 했다. 남편의 문패를 처음 달아놓고 그이와 함께 드나들었던 대문. 집안 곳곳에 그이의 체취로 가득한 그 집에서는 그리움의 눈물과 외로움의 한숨으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복덕방에 집을 내어놓자 반듯하고 향이 좋아 금방 팔렸다. 새집을 구해 이사했다. 모든 것을 잊고 마음을 잡아 새롭게 시작하려 한 그 집도 ‘남편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아했을까?’ 하는 생각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하는 그런 집이었다. --- p.2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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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만들면서 나는 내내 나의 큰누이를 생각했다. 큰누이는 야간 고등학교를 다니면서 동생들을 늘 보살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바로 구로공단에 취업해서 10여 년을 동생들의 학비와 집의 생활비를 보탰다. 문명자 저자의 네 동생을 비롯한 가족에 대한 헌신은 참으로 대단했다. 어려서는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가정에 태어나 평탄대로를 걸었지만, 시대를 초월한 행복한 삶을 살았지만, 아버지 사업의 몰락과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스무 살도 안 된 나이에 실질적인 소녀 가장이 되어서 동생들의 뒷바라지와 자신의 학업을 힘겹게 감내해야 했다.
가난과 고통, 절망을 끝내게 해줄 것만 같았던 행복한 결혼생활은 셋째 아이를 얻기도 전 남편의 7년여의 병상생활과 죽음으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또다시 혼자서 아이 셋의 학업과 생계를 지켜야 하는 궁지로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작가는 정말 눈물겨운 노력으로 아이들 셋을 모두 대학 이상 보내며 훌륭한 일꾼으로 키워낸다. 이 정도의 성공 스토리는 사실 주변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내용은 그 시대를 살았던 우리들의 누나 엄마의 공통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내 누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책을 편집하면서 나는 작가가 서술한 솔직하고 대담한 내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작가는 이 자서전을 ‘생활 에세이’라고 말한다. 보통 이런 글은 자신과 자신 주변에 얽힌 밝고 좋은 면만 부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작가는 비록 자신의 가족사에 얽힌 부분이라 할 지라고 개별 인물에 대한 과감한 평가는 읽는 이로 하여금 불안감을 느끼게까지 만든다. 이런 걸 다 써야 하나 하면서. 하지만 부끄러운 일들을 숨기면서 자랑하고 싶은 것만 쓴다면 그것이 과연 한 사람의 80년 인생을 정리하는 생활 에세이로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자신은 물론 자신과 교감했던 주변 사람들에 대한 솔직하고 과감한 서술이야말로 자서전을 쓰는 사람의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자화자찬의 생활 에세이가 아니고 때론 긴장감이 흐르는 장면에 대한 서술 덕분인지 이 책을 읽는 것이 전혀 지루하지 않게 되었다. 한국 현대사 80년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던 민초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평가된다. 이 책을 읽는다면 작가의 동생들과 자녀들 그리고 이런 훌륭한 분을 할머니로 둔 손자손녀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리라 생각한다. 그리고 작가와 더불어 한 시대를 살았던 친구들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난 시간여행을 하게 될 것이다. 작가가 자신 있고 과감하게 서술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작가의 용기와 포기 없는 도전이 살아온 삶의 자세였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깊은 울림을 줄 것이다. 아름다운 지구에 태어나서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모두가 인생의 주인공이다. 자신이 주인공임을 자각하고 자신의 관점과 시점에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는 것이 자서전이 아닐까. 다시 한번 작가의 용기와 적지 않은 분량을 너무나 훌륭하게 집필한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 작가 문명자 주인공인 소설을 읽는 듯한 훌륭한 작품이었다. 작가의 말 멋쟁이 여자로 남고 싶다 어느 날 소녀 가장에게 주어졌던 행운과 행복이었던 결혼과 남편을 꼭 움켜쥐고 안 놓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지만 속수무책이었다. 그리고 남겨진 과제에 매달려 손에 땀을 쥐며 숨차게 달려왔지만, 한숨 돌리니 내 나이 벌써 팔십 고개가 되었다. 꿈꿔온 것들을 다 채우지 못한 채 내세울 것 없는 그냥 그런 아줌마, 할머니로 나이 먹고 있지만,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어디에서든 무슨 일이든 멋지게 최선을 다하고 싶다. 그리고 모두의 추억 속에 ‘멋쟁이 여자’로 기억되고 싶다. 시간은 흐르는 물과 같아서 막을 수도 역류할 수도 없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의 여정 앞에 인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즈음이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가서 그 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 돈보다 더 귀중한 남은 시간을 좀 더 아끼며 살아갈 것이다. 인생에서도 지독한 그리고 몹시 시린 추위의 겨울은 지나가고 반드시 봄이 온다, 그리고 지루하고 긴 여름은 또 찾아올 테니까. 고즈넉한 산책길을 혼자 걸으며 사색이라는 사치스러운 것도 한번 해 보고 싶다. 그렇게 살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조용한 여행지에서 둘만의 한가로움을 즐기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면서, 아이들에게 고생 안 시키고 오래 앓지 않고 며칠만 아프다 자는 듯 가기를 기도해 본다. 종합검사 예약으로 며칠 운동을 못 나가니 동료들이 나의 소식을 궁금해했다. 다시 만나는 아침, 반가운 얼굴로 손잡고 안부를 건네며, 땀 흘린 운동 후의 커피 한 잔, 오가는 대화 속에 피우는 웃음꽃과 어울려 나누는 즐거운 시간. 함께 나이 먹어가는 친구가 때로는 가족이나 애인보다 소중하다고 느끼는 요즘이다. 진솔한 친구가 한 명쯤 있다면 더없이 행복한 인생이라고 하지 않나. 새벽마다 우리 부부 건강을 진심으로 기도해주는 조용한 친구 한미자가 있어 나는 무한 행복하다. 실로 인생에 있어서 의미 있는 순간은 사소하고 조용한 이런 것들이 아닐까? 그러니 내게 남은 시간을 좀 더 여유를 가지고 그런 환상의 순간순간들을 만끽하며 천천히 또박또박 그리고 꾸준하게 남은 삶의 마무리를 엮어가고 싶다. 오늘 건강하게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내일 아침에도 일찍이 아침 운동을 나가련다. 60년 전 내 가슴에 사랑을 묻어두고 홀연히 애처로이 억울하게 떠나가신 우리 엄마와 나에게 사랑만 깨우쳐주고 사랑과 미움의 영혼을 들고 그리움의 여운만 남긴 채 안타깝고 애석하게 요절하여 별이 된 당신에게 이 글을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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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 몸은 약해지지만 정신적으로 성숙하고 용기를 가지게 된다. 대개 소설은 부유한 집에서 태어난 것으로 시작하면 불행으로 막을 내린다. 이 여성은 소설이 아니라 인생 자체가 극적이다. 술술 읽기 편한 책으로 그냥 생활 자체가 덤덤하게 전개되는 것이 좋다. 나와 같은 때를 살고 있으나, 나는 원시시대, 그녀는 화려한 귀족처럼 대조된다. 그녀는 40도 안 된 어머니를 잃고, 좋은 남편을 만나서 사별한다. 실패와 성공이 교차한다. 고령자로서 재혼한다. 영광과 창피의 차원을 훨씬 넘어서 사랑과 신앙으로 살아간다. 좋은 삶이다. - 최길성 (일본 동아대학교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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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암울한 시대에 태어나 세계 유일의 사랑의 쌀 침대 위에서 태어난 저자의 책을 읽어 갈수록 고통의 심연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고 할까? 10대에 어머니를 떠나보낸 맏이로서의 5형제 가장의 삶, 30대 초반에 3자녀를 남겨놓고 떠나버린 남편과의 이별, 60대에 재혼의 용기, 그녀에게는 고통을 발효시켜 삶의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마법이라도 가진 것일까? 저자는 삶의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려, 맑고 향기로운 샘물을 퍼 올려 주변에 공급하는 삶을 살면서, 한편으로 자신의 무거운 삶의 고난과 역경을 슬기롭게 승화시켜 아름다운 삶을 이룬 연약하면서도 강한 이 시대의 여인 중 군계일학의 일생을 산 주인공이었다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다. 저자는 단수이지만 복수의 삶을 살아온 이 시대의 대표적인 여성이고 어머니이기에 그의 진솔한 삶의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한다. -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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