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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를 내민 남자 2
우영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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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3부

1 예술극장 테러 사건 | 009
2 선의의 눈물 | 029
3 양조위와 달팽이팩 | 048
4 죽음이 흐르는 강 | 083
5 탐정 김무종과 돈을 깔고 앉은 여자 | 095
6 다이아몬드로 남은 아버지 | 122
7 음악의 초대 | 145
8 개도 집으로 가는데 | 164
9 버는 게 정답 | 174

4부

1 옛사랑에 대한 입장 | 190
2 사건과 사고 | 201
3 뉴스에 나올 뻔한 무종 | 243
4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어 | 252
5 달하 노피곰 도다샤 | 274
6 신화를 찾아가라 | 287
7 사건의 실체 | 308
8 해결사 김무종 | 358
9 모두가 무종을 원해 | 373

저자 소개 1

1956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증권사 여직원의 일상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우 이상한 이유로 성인(聖人)이 되고자 고투하는 셰익스피어 단역배우의 삶을 다룬 ‘성자 셰익스피어’(2010년), 부패와 탐욕에 빠진 금융업자들을 표적 테러하는 ‘세계금융정의연대’ 조직원의 투쟁과 사랑을 다룬 ‘더 월’(2011년)을 잇달아 펴냈다. 11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장편소설 ‘배를 내민 남자’는 하층민으로 전락한 40대 가장이 가정을 재건하고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기 위
1956년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다. 2008년, 증권사 여직원의 일상과 사랑을 파격적으로 다룬 장편소설 ‘하늘다리’로 ‘제1회 문학의문학 장편소설상’을 수상했다.

이후 매우 이상한 이유로 성인(聖人)이 되고자 고투하는 셰익스피어 단역배우의 삶을 다룬 ‘성자 셰익스피어’(2010년), 부패와 탐욕에 빠진 금융업자들을 표적 테러하는 ‘세계금융정의연대’ 조직원의 투쟁과 사랑을 다룬 ‘더 월’(2011년)을 잇달아 펴냈다. 11년 만에 펴내는 네 번째 장편소설 ‘배를 내민 남자’는 하층민으로 전락한 40대 가장이 가정을 재건하고 아내를 왕비로 등극시키기 위해 불철주야 뛰는 이야기이다.

낯설게도 보이는 어눌한 문장에 한국어의 새로운 발견이 가미되며 독자들은 전혀 예측 못 한 소설을 읽게 될 것이다. 저자는, 문학은 ‘글자를 새로운 순서로 늘어놓는 것’이라며, 그 순서에 따라 인간의 감정과 사상, 그리고 사회와 세계의 다양한 얼굴이 새롭게 또 놀라운 모습으로 드러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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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392쪽 | 542g | 151*212*29mm
ISBN13
9791198087485

책 속으로

‘이봐, 사랑하는 건 쉽지. 이해하고 보살피는 건 어려운 일이야.’ 하고 누군가가 어떤 영적인 존재가 속삭이는 듯했다. ‘알고 있습니다. 사랑은 쉽죠. 먹여 살리는 건 힘듭니다.’ 무종도 한마디 했다. ‘바보, 그게 사랑이야. 넌 그조차 부족한 거야.’ 목소리가 말했다. 무종은 바로 외쳤다. ‘그래, 연인도 가장도 잘 못 되는 남자가 여기 있다. 그러나 나는 살아가리라.’ 무종은 1인 2역을 하며 머릿속에서 실내극 한 편을 완성하였다. “이제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드린 것 같습니다. 초면에 실례가 안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초면은 무슨… 블루리버 호텔에서 젊은 여자 끼고 논 건 뭔데?
--- p.17

“전 내 편이 필요했어요. 미안해요.”
사심 없이… 내 편… 무종은 듣고만 있었다. 이런 얘기를 두 사람이 하게 되리라고 그때 17년 전엔 상상이나 했던가.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공모자가 되어, 좋게 말해 한 편이 되어 창밖으로 땅거미가 지는 커피숍에 앉아 있다. 치정, 불륜, 돈, 욕망, 파멸 그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외국영화에서 젊은 여자가 남자를 파멸시키고 타낸 보험금으로, 콜드크림 바른 몸에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휴양지의 오후를 만끽하는 장면도 떠올랐다. 그런 영화에선 남자도 공모자도 결국은 차례차례 여자에게 배신당하고 만다. 무종은, 그녀가 그런 여자가 되어 그를 버릴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긴 뭘 버린다는 건가. 가진 적도 없는데, 김무종 따윈 가지려고 하지도 않았는데. 두 사람의 관계가 무엇이건 간에 돈이 개입되는 순간 두 사람은 계약관계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것이 그녀가 원하는 것이었다.
--- p.42

브람스가 끝나고 지휘자와 오케스트라를 향해 수없이 박수를 보낸 무종은, 퇴장하는 사람들 사이에 섞여 밖으로 나와 그 자신 또 하나의 음악이 되어 로비로 계단으로 물 흐르듯이 떠내려갔다. 역시 반은 음악이 된 아내가 말없이 그와 동행하고 있었다. 극장 밖에는 갑자기 펼쳐진 것 같은 청동빛 밤하늘이 아스라이 빛나는 별들을 품고 머리 위로 광활하게 떠 있었다. 이 밤하늘 아래 세계는, 음악 후의 침묵이 던지는 미세한 파장에 가녀리 떨고 있었다. 아름다운 밤이었다. 이러한 밤, 부부는 바로 집으로 가지 않고 이 일대에서 알아주는 호프집을 찾아 들어갔다.
--- p.154

집에 들어서자 현관에 내팽개쳐진 경서의 가방이 그를 맞이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마구 벗어 던지느라 뒤집힌 채 널브러져 있는 옷가지들도 눈에 띄었다. 오늘도 화장실 앞에 내복하의와 골덴바지가 둘둘 말려 계셨다. 그 풍경을 평소에 무종은 좋아했지만 오늘은 어떤 통증 같은 게 거기에 있었다. 작은 방의 문을 열자 경서와 민주가 이불을 뒤집어쓴 채 목만 내밀고 책을 읽고 있었다. 엄마한테 야단을 맞았는지 둘 다 까부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때 등 뒤에서 안방 문이 벌컥 열렸다. 변가영이었다. 아직 일하러 안 간 것이다. 그녀가 불쑥 서류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뭐야?”
코앞의 서류를 들여다보았다. 전세보증금 2천만 원에 가압류가 들어와 있었다. 가압류한 회사는 사금융업체인 은하 파이넌스였다
--- p.181

“성종수 이 쌍놈의 새끼. 그년이 하도 졸라서 오빠라는 3류대 나온 새끼를 회사 넣어줬더니 짜고 협박을 해?”
“원래 불만이 많은 놈인데… 은하 파이넌스에서 모닝샴푸로 전출돼 온 게 분한지 평소에도 인상을 쓰면서.”
“미친 새끼. 일류대 나온 놈도 골라 받는데, 지깟놈이… 야채가게 하나 있는 거 말아먹고 아동전집 나까마나 하는 놈을 금융팀에 박아줬더니… 그런데 그년 혹시 이복동생 아냐?”
“아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이루지 못할 사랑이네.”
“네, 뭐 형사도 아마 그렇게 결론 내릴 걸로.”
“부검했다는 소린 못 들었지?”
“전혀 못 들었습니다.”
“내가 만약 마약을 했다면 그년도 같이 했겠지, 안 그래?”
“아… 그래서 부검 없이.”
“뭐가 그래서야? 마약 같은 소리 입 밖에 내는 순간 니가 바로 약쟁이가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아?”
“압니다. 마약은 우리나라 사람은 잘 안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건 어떻게 아네. 마약도 그렇고 총질도 그렇고 백의민족이 그런 걸 하겠냐고.”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그래서 희망이 있는 나라라고 사람들이 얘기하는 걸로.”
“그걸 다 알면서 희망도 없는 백성처럼 조직을 이따위로 운영하냐?”
“희망에 대해서 열심히 생각해 보겠습니다, 회장님.”
--- p.234

“감독님, 제가 아는 아이들 중에 일진 소녀들이 있습니다. 중삐리들인데 보통 대찬 게 아닌데 모닝샴푸를 이미 사용해 본 적이 있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하고 감독이 무종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여배우가 고아원에 봉사 다녔는데 그때 알았던 동생들로 설정을 잡고, 그 아이들이 깡패들에게 복수를 하게 한다면 어떻겠습니까?”
무종은 이 아이디어에 스스로 놀라 얼굴이 벌겋게 흥분되어 있었다.
“복수라… 소녀들이?”
“네, 아무래도 요즘은 페미니즘이 대세니까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아보시는 게.”
“그게… 좀 일본 애니 같지 않소?”
“앞으로는 소녀들이 비전이 될 수 있습니다. 티란티노 감독 같은 분에게 조언을 한번 구해 보시면 어떨지.”
“그 사람 알아요?”
“… 박찬욱 감독이 친한 걸로.”
“박 감독은 알고?”
“그런 건 아니지만 …….”

--- p.313

출판사 리뷰

강력한 감정이입을 부르는 장편소설. 디테일 면에서도 숨이 막힌다

철강회사에서 납품 비리 건으로 해직된 40대 가장 김무종은, 일식당에 나가고 있는 아내 변가영과 초등 1학년 아들 경서, 유치원 다니는 딸 민주와 함께 18평 연립주택에 살며 샴푸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다. 3년 안에 영업왕이 되어 아파트를 사고 가정을 재건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는 그의 앞에 17년 전 짝사랑했던 옛여자가 나타난다. 그녀는 왜 나타났으며 그는 과연 세일즈로 성공할 것인가.

이 소설을 읽으려면 먼저 소설에 대한 우리의 기존 개념을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 어디서도 보지 못한 캐릭터와 함께 세상 어디서 막연히 존재하고 있을 듯한 문장들로 가득한 매우 수상한 소설이기 때문이다. 서사가 기본 뼈대인 장편소설에서 디테일이 어느 선까지 허용되는지 시험을 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정도로 장면 장면의 디테일이 때로 숨 막힐 정도로 치밀하다. 남성이발소나 녹색 어머니회 상대의 모닝샴푸 소개 강연, 퇴직임원들과의 만남 등 몇몇 장면은 특별히 인상적이다.

스토리는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예상 못 한 결말로 치닫는다. 때로 과하다 할 만큼 상세한 묘사, 작품성과 오락성을 함께 담보하려는 시도 등 무리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은 편이나 인내할 만한 수준이다. 미스터리적 요소의 전개와 결말은 일반적인 추리소설과는 다른 결을 갖고 있으나, 나오는 장면마다 스토리와 동떨어진 내용이 거의 없을 만큼 전체적으로 긴밀한 내외적 연계성을 갖고 있어 플롯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독자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듯한 글쓰기임에도 감정이입이라는 면에서 상당히 강력하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면 우리 모두 약간은 배를 내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래의 시 만큼은 아닐지라도.

배를 내민 남자

하늘이 해와 달을 내밀듯
바다가 섬들을 내밀듯
땅이 산맥을 내밀듯

국가는 징집영장과 세금고지서를 내밀고
회사는 실적 그래프와 해고 문자를 내미는데
그는 오직 배를 내밀고 있을 뿐이었다

저자의 말

작가라고, 나이가 들었다고 인생에 대해 특별히 아는 게 있겠는가. 그래서인지 이 소설엔 밑줄 칠 만한 구절일랑 별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모르는 걸 알려고 하는 대신 문장이나 조사 같은 걸 고치는 데, 스토리와 플롯을 만지는 데 하루를 보내는 나날이 10여 년 계속되었다. 사람마다 10여 년 걸리는 일이 있기 마련이다. 누군가는 한 사람을 이해하는 데 그 정도 시간이 걸리고, 누군가는 방 한 칸 마련하는 데 그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 앞으로 또 10년, 우리는 각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가. 우리 모두에게 가끔은 행복하고 가끔은 아름다운 그런 시간이 예비되어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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