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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물리학
무질서와 불확실성, 우연으로 가득 찬 우주를 읽는 법
유상균
플루토 2023.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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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 top100 1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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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추천사
머리말

1장 유리수와 무리수

유리수, 피타고라스가 생각한 우주의 본질
있으면 안 되는 수, 무리수 발견
무리수가 많을까, 유리수가 많을까
실수 안 무리수의 역할
완전을 꿈꾸지만 불완전한 수학 체계

2장 양자역학-새로운 물결

빛은 파동이다
파동이면서 입자인 빛과 물질의 이중성
전자로 한 이중슬릿 실험
기괴한 코펜하겐 해석
전자가 원자 안 어딘가에 있을 확률
인간 지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불확정성 원리
미시 세계가 일상 세계와 다른 이유
아인슈타인의 반격
EPR 문제를 검증할 벨의 정리와 실험적 입증
양자역학에 관한 또 다른 해석들
예술과 양자역학
이 장을 맺으며

3장 카오스와 코스모스

주기 배가, 카오스에 이르는 과정
나비효과, 작은 차이가 불러온 엄청난 결말
파이겐바움 상수, 카오스의 또 다른 공통점
카오스와 프랙털
정수가 아닌 소수의 차원, 프랙털 차원
어디에나 있는 프랙털 구조
이상한 끌개
카오스의 기원과 확장

4장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

데모크리토스의 원자론
에피쿠로스와 루크레티우스의 원자론
맑스와 에피쿠로스가 만나는 지점
데모크리토스와 뉴턴 물리학의 결정론적 세계관
시스템의 변화를 예측하는 통계역학
무질서 속 질서와 복잡계 과학
거듭제곱 법칙, 복잡계의 보편성

5장 생명

물리학자 슈뢰딩거의 고민
생명은 우아한 비주기적 결정
음의 엔트로피
슈뢰딩거의 한계
생명에서 DNA가 하는 일
DNA 복제와 단백질 합성
실수에 대비한 안전장치
상호 연결이 만들어내는 뇌와 의식의 창발
생명과 거듭제곱 법칙
생명의 또 다른 정의, 온생명
가이아와 온생명
복잡계 과학과 동양의 생명철학이 만나는 지점
동양과 서양의 생명관이 어우러져야 할 이유

6장 진화

생명의 탄생
진화론의 긴 역사
라마르크와 할아버지 다윈
다윈의 진화론
역사에는 목적지가 없다
진화론이 확인되다
다양성의 원천은 우연이다
진화론의 새로운 종합, 이보디보
진화의 핵심은 협력이다

맺음말

저자 소개 1

연구실뿐 아니라 생명을 일구는 들녘에서, 그리고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물리학자다. 20세기까지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이론물리학의 기초적인 문제들을 탐구하는 것을 최대 가치로 여기며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보냈다. 그러나 대전환기인 21세기에 자본주의의 중심부인 미국에서 세상의 갖가지 문제들을 목격하면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생하는 건강한 세계를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바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자연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농촌에 살면서 물리학을 디딤돌삼아 삶과 학문이 조화를 이루며 자유로운 개인들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대안대학 공간
연구실뿐 아니라 생명을 일구는 들녘에서, 그리고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물리학자다. 20세기까지는 몇몇 동료들과 함께 이론물리학의 기초적인 문제들을 탐구하는 것을 최대 가치로 여기며 대부분의 시간을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보냈다. 그러나 대전환기인 21세기에 자본주의의 중심부인 미국에서 세상의 갖가지 문제들을 목격하면서 자본주의를 극복하고 자연과 인간이 서로 공생하는 건강한 세계를 만드는 데 미력이나마 바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자연에 더 다가갈 수 있는 농촌에 살면서 물리학을 디딤돌삼아 삶과 학문이 조화를 이루며 자유로운 개인들이 공감하고 협력하는 대안대학 공간을 만드는 일에 전념하고 있다. 어렵고 딱딱한 물리학이 사실은 매우 재미있는 학문일 뿐 아니라 우리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대안사회를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학문임을 대안대학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스스로도 차가운 머리뿐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또 변화시키는 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고려대학교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통계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서남대학교 교수가 되었지만, 사직한 후 미국 일리노이대학교(어바나-샴페인) 앤소니 레겟Anthony Leggett(2003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그룹에서 3년간 방문연구원으로 활동했다. 귀국한 후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대안대학인 함양의 녹색대학교에 합류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농사를 짓고, 물리학뿐 아니라 동양고전, 철학, 생태에 대해 공부하고 있으며, 전북대학교에서 강의를 한다. 그리고 2015년 서울에서 개교한 지식순환협동조합(지순협) 대안대학에 참여하고 있다.
녹색대학교에서는 기초교양과정을 담당하면서 ‘물질과 생명’, ‘천지인’, ‘대안문명의 탐색’ 등을 강의했고, 지순협 대안대학에서는 ‘물질과 우주’, ‘엔트로피와 생명’, ‘지구적 위기와 적녹보라 패러다임’ 등의 강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생명,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등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차례 대중강의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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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92g | 152*224*15mm
ISBN13
9791188569441

책 속으로

혼돈의 가장자리라 불리는 상태, 즉 완전한 혼돈도 완전한 질서도 아닌 그 사이의 매우 특별한 영역이 존재한다. 무질서해 보이는 이 시스템 안에서 조직적 질서가 스스로 창발emergence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한다.
--- p.16

이처럼 여러 사물이나 개념으로부터 공통점을 파악하여 추려내는 것이 추상화abstraction이며 수학은 추상화를 위한 최고의 도구다. 추상화는 운동 법칙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 개별 존재들의 운동을 하나의 법칙으로 일반화한 결과가 뉴턴의 운동방정식(고전물리학), 슈뢰딩거 방정식(양자역학),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일반상대성이론) 등이다. 그러므로 수학을 통하지 않으면 자연을 이해할 수 없다.
--- p.31

수학자들은 자연수, 실수 같은 집합 체계에서도 모순이 없음을 증명할 수 없고, 따라서 확실하고 완전한 듯한 수 체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음을 깨달았다. 결국 힐베르트가 시도했던 수학 체계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였다. 모든 수학 영역을 모순이 없고 완전한 하나의 체계로 통합할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 p.53

관측 장치를 켜는 순간 놀랍게도 스크린에 만들어졌던 간섭무늬가 감쪽같이 사라지면서 입자들이 슬릿을 통과한 후 그리는 두 줄만 나타났다. 반면 관측 장치를 제거하면 전자들이 슬릿을 어떻게 통과했는지 알 수 없게 되고(입자성을 확인할 수 없게 되고) 스크린에는 간섭무늬가 나타난다. 전자 위치를 관측하면 입자처럼, 관측하지 않으면 파동처럼 행동한다. 마치 관측이라는 행위가 전자의 정체성을 바꾸는 듯한 기괴한 일이었다.
--- p.65

우리가 아무리 정확하게 위치와 운동량을 측정하려 해도 정확한 값을 얻을 수는 없다. 실제 관측이란 빛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위치를 정확히 알려면 높은 해상도가 필요하기 때문에 파장이 짧은 빛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때문에 입자의 운동량이 교란되어 불확정성이 생긴다. 반대로 운동량을 교란하지 않기 위해 파장이 긴 빛을 이용하면 운동량에 관한 정확도를 높일 수는 있지만 해상도가 감소하여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 인간은 대상을 교란하지 않는 동시에 정확한 위치와 운동량을 얻을 수 없다.
--- p.75

확실한 사실은 양자역학이 20세기 과학기술 문명의 대부분을 낳았다는 것이다. 양자역학은 해석이 필요하고, 뉴턴의 물리학 상식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너무도 낯선 코펜하겐 해석이 주류로 인정되고 있다. 보어의 말대로 또 다른 심오한 진실이 존재할 수도 있지만 코펜하겐 해석의 틀 안에서 보면 미시 세계는 분명 우연이 본질인 세계다.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합법칙적이고 결정론적인 질서가 근본부터 붕괴하여 극도로 작은 주사위로 가득 찬 세계를 구성하고 있다.
--- p.89

숲에서 자라는 나무들의 가지도 프랙털 형태로 뻗어 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가능한 한 많은 태양빛을 받도록 스스로 만들어내는 구조다. 구름이나 번개, 바다의 산호도 마찬가지다. 이와 더불어 인터넷망이나 규칙성이 없어 보이는 주가 변동 그래프 등과 같은 사회현상들도 프랙털 구조에 속한다.
--- p.113

니체의 계승자이자 20세기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을 대표하는 질 들뢰즈는 ‘카오스모스’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는 카오스와 코스모스가 어우러져 역동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았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려 하는 생각과 무척 가깝다. 또한 카오스와 프랙털 기하학, 그리고 뒤에서 소개할 복잡계 과학이 1970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의가 한창일 때 본격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과학과 철학이 동반자로서 함께 전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 p.121

언제나 틀림없이 똑딱거리는 진자 운동이나 변함없는 사계 순환을 일으키는 지구의 공전이 완전한 질서처럼 보이지만 이면에는 카오스가 스며들어 있다. 교과서에서 만나는 결정론적이고 예측 가능한 현상들은 이상적 환경을 설정하여 생기는 근사치일 뿐이다.
--- p.121

여행 중에 어떤 예기치 못한 일을 마주칠지 모르지만 언제든 우발적 마주침을 회피하지 않고 이후 전개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마주침을 이어가는 사건의 연속이 우리 사회가 걸어온 역사의 노정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정해진 역사의 흐름 속에 수동적으로 적응하며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는 마주침 속에서 변화해가며 또 변화를 이끌어내어 온 존재라는 뜻이다.
--- p.135

수천억 개에 이르는 뇌세포는 다른 많은 세포와 정교한 역동적 네트워크를 조직함으로써 의식을 만들고 우리가 인간이게끔 해준다. 이처럼 복잡계는 구성 요소들의 유기적 연결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창발해낸다. 개별 세포 단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의식이라는 현상이 ‘스스로 조직되어 창발’하는 것이다.
--- p.149

생명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면서 구조가 조화로운 다양한 구성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다. 그야말로 카오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외부 에너지를 통해 자신의 엔트로피를 털어내며 질서를 유지함으로써 안정적이고 매우 정교하게 대사와 복제 같은 활동을 하고 있다.
--- p.166쪽

변이는 감수분열이 나타날 때마다 거의 우연히 결정된다. 매우 정교한 유전자 시스템이 복제되는 과정에서 임의적으로 나타나는 변이라고 보면 질서와 우연의 결합이라 할 수 있다. 이로써 진화에 관해 다윈이 제시한 메커니즘인 우연한 변이와 유전, 그리고 자연선택 가설의 타당성이 입증되었다. 진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변이에는 우연이 개입한다.
--- pp.211~212

진화의 진정한 모습은 ‘협력’과 ‘역할 분담’이다.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연성이 지배하는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중요한 전환 모두가 새로운 협력과 역할 분담의 창발을 보여준다. 구성원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스스로 수준 높은 질서 체계를 조직하는 복잡계적 창발의 주요 사례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 창발들이 있었기 때문에 생태계가 매우 다양한 종들로 넘쳐나고 있다.

--- p.221

출판사 리뷰

질서는 무질서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과 같다

혼돈과 우연의 바다 위에 솟아난 우리 세계의 참모습을 살핀다

철학은 어떻게 과학이 되고, 과학은 어떻게 지혜가 되는가

복잡계 과학과 동서양철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물리학과 수학, 생물학, 인문·사회과학을 여행하는 지적 모험

카오스 이론, 엔트로피, 양자역학 등 다양한 과학 지식을 한 권으로 꿰뚫는다

물리학으로 세상에 관해 질문하기
-우리 세계는 예측할 수 없는 혼돈과 우연의 바다 위에서 태어났다!


20세기 이후 과학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 중 하나는 우주를 구성하는 기초 재료인 원자들의 세계는 뉴턴 물리학을 이루는 질서와 법칙이 아니라, 우연과 확률이 지배한다는 점이다. 우리를 비롯한 모든 것은 분명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이렇게 명확한데, 정작 원자는 명확히 정해진 존재가 아니라니! 《혼돈의 물리학》은 무질서와 불확실성, 우연이 질서와 규칙, 필연과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현실 세계의 모습을 현대 과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복잡계 과학’에 기초하여 이야기한다. 이 책은 그동안 주목할 가치로 여겨지지 않았던 ‘혼돈’이, 질서와 규칙, 필연과 만나 물질과 세계가 탄생한다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물리학과 수학, 생물학, 인문·사회과학의 다양한 성과를 가로지른다. 과학적 지식 전달에 치중하는 여타의 과학 도서들과 달리 《혼돈의 물리학》은 과학을 통해 세계와 인간의 관계를 통찰하고, 진정으로 건강한 우리의 삶은 동서양의 생명관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럼으로써 과학을 지식의 영역을 넘어 삶과 세상을 대하는 태도로 확장시킨다.

세계는 질서 있게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다-자연은 확률이 지배한다!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과학자와 수학자들이 바라본 세계의 참모습은 질서와 조화였다. 사물과 천체의 운동 법칙을 통해 최초로 자연현상에 관한 보편적 수학적 원리를 만든 아이작 뉴턴 이후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등장하여 새로운 자연법칙을 드러냈다. 이들의 방정식은 개별 존재들의 운동을 하나의 법칙으로 일반화했다. 한동안 이 법칙들은 세계를 밝혀주는 빛이 되었다. 우리의 일상 영역을 넘어 자연의 질서를 드러내주었고, 우리는 이들을 통해 일식을 예측하고 블랙홀을 상상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 출현한 복잡계 과학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과학의 전제들뿐 아니라 물질이 존재하는 방식과 인간이 물질을 인식하는 과정에 대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내놓았다. 세계는 질서정연하고 예측 가능하며 이미 결정되어 있다는 뉴턴 물리학의 관점을 송두리째 뒤엎는 주장이었다.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기본 물질들은 결정론이 아니라 확률의 법칙에 따라 행동한다. 즉 우리 세계는 우연을 바탕으로 한 질서 체계였다. 모든 수학 영역을 모순이 없고 완전한 하나의 체계로 통합할 수는 없으며, 운동을 예측하는 핵심 물리량인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불확정성 원리는 인간이 자연을 인식하고 측정하는 데 피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걸 잘 보여준다.

우리 인간을 둘러싼 또 다른 주요 복잡계는 사회다. 우리는 지구 생태계와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생태계와 마찬가지로 매우 복잡한 비선형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에서도 역동적 현상이 나타나고 사라진다. 이 이야기들을 통해 지은이는 변하지 않는 완전한 세계는 교과서에나 있으며, 이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혼돈과 질서가 어우러지며 변화하고 명멸을 거듭하는 세계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 동안 모두가 잘 살 수 있는 현실을 만들려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과학과 철학으로 세계와 인간을 통찰한다
-혼돈과 우연, 불확실성을 꿰뚫는 여섯 개의 장


이 책은 여섯 개의 장을 통해 뉴턴 물리학에 바탕한 단순 질서 시스템과 근본적으로 다르고 혼돈과 우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세계를 소개한다. 1장에서는 먼저 피타고라스를 이야기하며, 과학 이전에 그 언어라 할 수 있는 수학의 영역에 이미 질서와 혼돈이 숨어 있음을 설명한다. 2장에서는 현대 물리학의 꽃으로 우주의 기초적 세계를 성공적으로 드러낸 양자역학이 말하는 우연을 살펴본다. 양자역학의 미시 세계는 거시 세계를 설명하는 뉴턴 물리학과는 전혀 맞지 않는, 말 그대로 딴 세상의 존재들로 이루어진다. 미시 세계는 위치나 움직임을 언제든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확률적으로만 알 수 있다. 따라서 거시세계의 합법칙적 질서를 이용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3장에서는 카오스 현상의 특징과 그 질서를 알아본다. 카오스를 보이는 시스템은 뉴턴의 물리학 체계와 달리 비선형적 방정식으로 설명되는데, 표현은 어렵지만 기후현상 등 실제로는 우리 주위에서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다. 나비효과로 유명한 카오스 현상은 1970년대 등장하여 새로운 수학 분야로 자리 잡은 프랙털 기하학과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로지스틱스 맵이라는 간단한 수학 모형을 중심으로 주기 배가, 나비효과, 프랙털 기하학의 연관성을 설명하면서 혼돈과 질서의 어우러짐을 살펴본다.

4장부터 마지막 장까지는 새로운 과학혁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복잡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먼저 고대 그리스에서 활동한 두 원자론자인 데모크리토스와 에피쿠로스의 차이를 언급한다. 특히 우주의 본질에 대한 질문에 답하려 했던 에피쿠로스 원자론은, 구성 요소들이 무질서하게 상호작용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집단적 질서를 조직하는 오늘날의 복잡계와 맥을 같이한다. 도대체 ‘생명’이란 무엇일까. 5장에서는 우주에서 가장 신비로운 존재인 생명체에서 어떻게 질서와 우연이 결합하여 ‘살아 있음’이 나타났는지를 살펴본다. 생명은 전형적인 복잡계다. 그것도 우주에서 가장 복잡하고 가장 조화로우며 다양한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다. 한편으로 지은이는 생명에 대한 정의의 여러 한계를 살펴보고, 궁극적으로 ‘온생명’처럼 복잡계 관점에 토대한 정의만이 정확한 생명의 정의에 다가갈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누구나 알다시피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제시하여 인류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6장에서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도 많은 부분이 에피쿠로스적 우연의 산물임을 이야기한다. 경이롭고 다양한 종들이 계속해서 진화하는 생태계는 단순한 질서의 세계가 아닐 뿐 아니라 우연이 개입하면서 더 복잡한 생물들이 나타나고 사라지는 역동적인 공간이다. 다른 한편으로 지은이는 20세기 생물학을 종합하고, 20세기 후반의 발생학과 진화론의 결합을 살펴보면서 어떻게 질서와 우연이 만나 더 큰 복잡성과 다양성을 진화시킬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맺음말에서는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의 해법과 새로운 세계관을 제시한다.

물리학자의 세상을 보는 눈

《혼돈의 물리학》의 진정한 가치는 생명과 진화에 대한 통찰에 있다. 생명 전체를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시스템으로 인식함으로써 세계는 상대를 이겨야 내가 살아남는 투쟁의 장이 아니라 모두가 공생하는 곳임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진정 건강한 우리의 삶은 결국 동서양의 생명관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성찰은 혼돈의 세상에서도 맑게 살기 위해 고민하는 독자에게 지은이가 주는 가장 큰 선물이다. 《혼돈의 물리학》은 물리학자가 썼지만 ‘무질서와 혼돈, 불확실성, 우연’이 ‘질서와 규칙, 필연’과 어우러져 형성하는 세계를 다각도로 보여준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뒤섞여 무질서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독자들은 오히려 그로부터 우리 세상의 모습을 ‘창발’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평

뉴턴 물리학은 자주 정돈된 질서를 보여주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혼돈과 우연으로 늘 복잡하게 변화해간다. 수학의 무리수, 양자역학의 우연적 확률, 카오스와 복잡계를 차분히 설명한 저자는 지구 위 온생명의 출현과 진화에서의 협력의 중요성으로 우리를 이끈다. 이 책은 ‘구성요소의 무질서’의 바다에서 떠오르는 거시적인 질서의 섬을 보여준다. 바다가 있어 섬이 있고 섬이 있어 바다가 더 푸르다. 질서와 혼돈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만들어내는 세상의 아름다움이 궁금한 모든 이에게 이 책을 권한다. - 김범준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혼돈이 카오스면, 질서는 코스모스다. 코스모스는 우주를 뜻하기도 한다. 우주가 무척 질서정연하게 움직인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는 혼돈 속에서 태어났다. 생명조차도 혼돈 속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지은이는 물질과 생명의 탄생을 설명하기 위해 카오스와 코스모스를 먼저 들여다본다. 카오스와 코스모스는 수학과 물리학을 만나 통계역학이 되고 복잡계 과학으로 진화해간다. 카오스와 프랙털, 나비효과와 복잡계에 대해 평소 호기심이 있었고 공부해보고 싶었던 독자에게 참으로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 박인규 (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 교수)
200쪽 내외에 불과한 짧은 책에서 이렇게 방대한 지식들의 통섭과 더불어 새로운 사회조직과 정치의 원리에 대한 진보적 논의가 과학적 설명에 따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구나 어려운 내용들을 일반인들도 접근하기 쉽게 풀어내고 있다. 오늘날 지식과 정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고, 나와 세상의 바람직한 변화에 반드시 필요한 지식들을 선별해 연결하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꼭 읽어보아야 할 책으로 추천한다. - 심광현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이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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