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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 한 자루가 있었다
양장
하모
우주나무 20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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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돌이 된 남자의 웃음 -7
아버지 지게를 지고 -25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 -37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49

저자 소개 1

마음의 깊이와 넓이를 탐색하며 바다를 건너는 나비처럼 글을 씁니다. 어린이들의 생기에서 삶을 긍정하는 법을 배우고 경계를 허무는 상상력에 감탄하며 온몸이 달아오르는 놀이의 감각을 부러워합니다. 검붉은 사막 너머 평화를 꿈꾸며, 어린이들의 마음을 알아주는 작가이고 싶습니다. 작품으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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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4월 28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84쪽 | 192g | 135*180*10mm
ISBN13
9791189489960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책 속으로

그 남자는 돌이 되었다. 마음이 돌처럼 단단해졌다든가, 머리가 돌처럼 굳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또 옛날이야기에서처럼 하늘의 뜻을 어겨 돌로 변해버리는 벌을 받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숨 쉬던 남자였다. 그런 그가 진짜 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확실히 그는 돌이 되었다.
---「돌이 된 남자의 웃음」중에서

아들이 어릴 적에 아버지는 아들을 지게에 태우고 다녔다. 때때로 아버지는 당신 키만 한 지게에 당신 키만 한 짐을 올리고, 그 위에 아들을 태웠다. 그리고 지겟작대기를 짚고 일어서서 성큼성큼 걸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좋았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기운 센 사람이었다.
---「아버지 지게를 지고」중에서

그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을 때 그 연필로는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었다. 연필의 수명이 다했던 것이다. 그도 더 이상 쓸 것이 없었다.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중에서

현이는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잤다. 그동안 나무들은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리만치 숨 가쁘게 자랐고, 하늘에는 배 허연 비행기가 여전히 엄청난 소리를 쏟아내며 날아갔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어른들은 일을 나갔고,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거나 끼리끼리 몰려다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전과 다름없이 흘러갔다.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중에서

출판사 리뷰

무정한 세계에 대응하는 소설의 중력을 느낀다.
돌이 되어서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운명처럼 아버지의 지게를 물려받고,
고작 우연히 주운 연필 한 자루가 자기 재능의 전부이며
무관심을 양식 삼아 나비로 탈바꿈하는 존재들 이야기.

네 가지 삶과 죽음의 양식

이 작품집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를 소략하면 이렇다.

*돌이 된 남자의 웃음: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자 냉철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몸이 굳는 괴질에 걸리자 감정이 배제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아버지 지게를 지고: 가진 거라곤 지게밖에 없던 아버지가 그 지게로 아들을 키우고, 성장한 아들은 그 지게에 아버지를 태운다. 지게를 진 남자의 삶이란 무엇일까?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 평범한 은행원이 우연히 주운 연필로 소설을 쓰고 유명작가가 된다. 그러나 연필의 수명이 다하자 그의 작가 수명도 끝난다.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부모가 떠나고 연립주택 지하방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스러져 간다.

작가의 눈에 비친 이 세계는 개인의 진실 따위는 안중에 없는 곳이다. 작가는 이 야멸찬 세계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굴절되고 어떻게 끝맺음 되는지 네 편의 각기 다른 양태로 보여준다. 죽음의 렌즈 앞에 삶은 선명해진다. 찢기고 멍들고 짓눌리고 바스러지는 존재의 소멸은 이 세계의 진상과 존재의 의의를 따져 묻게 된다. 이 작품집은 이 무정한 세계에서 삶의 온기를 어떻게 유지하고 나눌지 묻는 작가의 질문지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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