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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 된 남자의 웃음 -7
아버지 지게를 지고 -25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 -37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4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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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돌이 되었다. 마음이 돌처럼 단단해졌다든가, 머리가 돌처럼 굳어 잘 돌아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또 옛날이야기에서처럼 하늘의 뜻을 어겨 돌로 변해버리는 벌을 받았다는 것도 아니다. 그는 우리와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공기를 숨 쉬던 남자였다. 그런 그가 진짜 돌이 되었다는 것이다. 물론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어쨌든 확실히 그는 돌이 되었다.
---「돌이 된 남자의 웃음」중에서 아들이 어릴 적에 아버지는 아들을 지게에 태우고 다녔다. 때때로 아버지는 당신 키만 한 지게에 당신 키만 한 짐을 올리고, 그 위에 아들을 태웠다. 그리고 지겟작대기를 짚고 일어서서 성큼성큼 걸었다. 그런 아버지가 아들은 좋았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기운 센 사람이었다. ---「아버지 지게를 지고」중에서 그가 마지막 마침표를 찍었을 때 그 연필로는 한 글자도 더 쓸 수 없었다. 연필의 수명이 다했던 것이다. 그도 더 이상 쓸 것이 없었다.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중에서 현이는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잤다. 그동안 나무들은 초록 물감이 뚝뚝 떨어지리만치 숨 가쁘게 자랐고, 하늘에는 배 허연 비행기가 여전히 엄청난 소리를 쏟아내며 날아갔다. 맑은 날이나 흐린 날이나 어른들은 일을 나갔고,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거나 끼리끼리 몰려다녔다. 그렇게 모든 것이 전과 다름없이 흘러갔다.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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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세계에 대응하는 소설의 중력을 느낀다.
돌이 되어서야 행복한 웃음을 짓고, 운명처럼 아버지의 지게를 물려받고, 고작 우연히 주운 연필 한 자루가 자기 재능의 전부이며 무관심을 양식 삼아 나비로 탈바꿈하는 존재들 이야기. 네 가지 삶과 죽음의 양식 이 작품집에 실린 네 편의 이야기를 소략하면 이렇다. *돌이 된 남자의 웃음: 잘나가는 펀드매니저이자 냉철한 자산운용사 대표가 몸이 굳는 괴질에 걸리자 감정이 배제된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아버지 지게를 지고: 가진 거라곤 지게밖에 없던 아버지가 그 지게로 아들을 키우고, 성장한 아들은 그 지게에 아버지를 태운다. 지게를 진 남자의 삶이란 무엇일까? *연필 한 자루로 쓴 이야기: 평범한 은행원이 우연히 주운 연필로 소설을 쓰고 유명작가가 된다. 그러나 연필의 수명이 다하자 그의 작가 수명도 끝난다. *나비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부모가 떠나고 연립주택 지하방에 혼자 남겨진 아이가 주변의 무관심 속에 스러져 간다. 작가의 눈에 비친 이 세계는 개인의 진실 따위는 안중에 없는 곳이다. 작가는 이 야멸찬 세계에서 개인의 삶이 어떻게 굴절되고 어떻게 끝맺음 되는지 네 편의 각기 다른 양태로 보여준다. 죽음의 렌즈 앞에 삶은 선명해진다. 찢기고 멍들고 짓눌리고 바스러지는 존재의 소멸은 이 세계의 진상과 존재의 의의를 따져 묻게 된다. 이 작품집은 이 무정한 세계에서 삶의 온기를 어떻게 유지하고 나눌지 묻는 작가의 질문지와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