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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오늘의 경제학과 내일의 경제학
1 경제학자의 공적 책무 쉬어가는 페이지 2 외부자로서 경제학자 쉬어가는 페이지 3 호모 이코노미쿠스, AI, 쥐와 인간 쉬어가는 페이지 4 톱니바퀴와 괴물 쉬어가는 페이지 5 변화하는 테크놀로지, 변화하는 경제학 6 21세기의 경제 정책 맺음말 감사의 글 주 옮긴이의 글: 경제학은 문제인가, 해결책인가 참고문헌 찾아보기 |
Diane Co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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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 대한 일반적 비판
경제학에 대한 비판의 예로, “경제학은 수학적 공식들로 점철된 추상적 모형을 다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물론 경제학이 수학적 형식주의를 남발한다는 것은 어김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학문 분야는 인과관계를 따져보기 위해 복잡한 세계를 구성하는 온갖 요소 가운데 극히 일부만 선택한다는 의미에서 저마다 ‘모형’을 사용한다. 또 한 가지 일반적인 비판은 “경제학이 경제사상사를 위시해 역사에 도통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학자 다수는 분명 교육과정의 기본적인 일부로서 경제학의 과거를 돌아보는 경제사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이는 수많은 교육과정에서 진작부터 시작된 추세이기도 하다. 역사적 사건들 간의 관련성, 경제사상사, 정책적 선택에 대해 가르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경제사와 관련한 연구는 비록 그 기반은 취약할지 몰라도 오늘날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 분야인 제도경제학(institutional economics)도 마찬가지로 성장일로다. 또 다른 유형의 비판은 “경제 지식에 발전이 있을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둘러싼,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견해들과 관련이 있다. 비정통파 비평가들은 경제학에 대한 다원주의적 접근법을 지지한다. 이들은 경제학을 인문학에 필적하는 어떤 것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근본적인 진실이 따로 존재하지 않고 결국 연구자의 가치관이 결론에 투영되는 인문학. 반면 경제학계의 주력 부대(주류 경제학, 또는 신고전주의 경제학, 심지어 신자유주의 경제학이라 불릴 만한)는 경제학 지식은 축적된다고 믿는다. 이런 비판에는 일말의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이런 비판을 일삼는 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경제학이 몰라보게 변화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으려고 버틴다는 점에서, 그들 역시 얼마간 몰역사적이라 할 만하다. 경제학은 이론적 연구에서 경험적 연구로 대거 방향을 틀었다. 대다수 경제학자는 응용 미시경제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 분야는 1980년대 이후 데이터 세트, 계량경제학 기법, 컴퓨터를 활용한 계산, 인과 추론에 대한 열띤 방법론적 토론 따위에 힘입어 이론과 실제 양면에서 혁명적 변화를 꾀했다. 무엇보다 경제학은 대규모 새로운 데이터, 즉 ‘빅데이터’ 사용에서 선봉장 노릇을 해왔다. 하지만 오늘날의 경제학에 대해 한층 더 중요한 비판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그 학문이 사회적 구성 및 문화와 관련해 충격적일 정도로 (광의의) 다양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 해결이나 조직 운영에서 인지적 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설득력 있는 지식은 상당 정도 축적되어 있다. 우리 대다수는 오늘날 사람들의 배경이며 경험이 과거보다 한층 다양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경험의 다양성은 모든 사회과학 분야에서 중요하다. 바로 연구자들이 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질문을 도출하기 때문이다. 누구라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알 도리가 없으며, 우리 대부분은 미지 영역이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할 재간도 없다. 경제학은 특히 사회에서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정부 정책을 들었다 놨다 한다. 그럼에도 다양성이 가장 부족한 학문 분야로 단연 손꼽힌다. 경제학계의 성별·민족별 기록은 거의 수용이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제학은 중산층 백인 남성 편향적 특성을 가장 완강하게 고집하는 학문 분야 가운데 하나다. 미국 학계에서는 점차 사정이 나아지고 있긴 하나, 2019년에 여전히 전체 경제학 교수 가운데 여성 비율이 14.5퍼센트에 그쳤다. 이 책의 구성 저자는 이 책이 “2012∼2020년에 이루어진 몇 차례의 대중 강연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밝힌다. 그렇지만 내용을 업데이트해 책의 이야기 얼개 속에 지난 10년 동안 일어난 경제학의 유의미한 변화를 담아냈다. 이 책은 경제학자뿐 아니라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다. 경제를 이해하고자 하는 일반 독자의 욕구가 그만큼 강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수아비 비판이 아니라 진정한 경제학의 과제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은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시기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각국 국민이 전례 없는 경제적 충격, 즉 대공황보다 더 느닷없고 더 심각한 충격에 허덕이고 있음을 말해준다. 또한 팬데믹은 방대한 양의 새로운 연구와 정책 분석을 촉발함으로써 경제학 공동체를 화려하게 소생시켰다. 그리고 수많은 경제학자로 하여금 전염병학과 생의학에 관심을 갖도록 자극했다. 저자는 영국에서 진행된 이 같은 노력에 깊숙이 관여해왔다. 따라서 경제학은 거대한 사회 문제―코로나19 팬데믹과 그 이후의 삶, 전 세계적 환경 위기, 경제적 기회의 더딘 성장, 불평등―를 붙들고 씨름하는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통찰과 조언 등 제공해줄 게 많다. 지금이야말로 경제학이 이 문제들에 맞서서 여봐란 듯이 역량을 발휘해야 할 때다. 이 책은 2008∼2009년 금융 위기가 제기한 문제들로부터 출발한다. 1장은 경제학(구체적으로는 금융경제학)이 세상을 그저 분석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어느 정도 주조해왔는지 탐색한다. 다른 사회과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수행성(performativity)이라 일컫는다. 이는 ‘반사성(reflexivity)’이라는 좀더 광범위한 개념, 즉 인과적 행위자와 결과 간 순환 고리랑 무관치 않다. 많은 경제학자는 경제학이 2008∼2009년 금융 위기에서 탐욕 또는 나쁜 규제에 치여 오직 미미한 역할만 담당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유명한 예외가 없진 않지만 어째서 그 위기를 내다본 경제학자가 거의 없었느냐고 묻는 비경제학자들도 이러한 주장에 순순히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많은 비평가는 경제학이 우리 사회를 더 나쁜 쪽으로 형성해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따라서 그들에게 동의하든 그러지 않든 이 문제는 반드시 다루어볼 필요가 있다. 1장에서는 여러 사건에 대한 경제학의 책무 문제를 살펴보고, 그와 관련해 공공 정책에서 경제학이 점점 더 막강한 위치를 차지하는 정황을 파헤친다. 경제학이 어떻게든 수행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할지라도, 전문 지식이 의심받거나 도전받는 시대에 후자의 책무를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므로 경제학은 정말이지 과거에 그렇게 알려졌던 것처럼 다시 한번 국가경제학(political economy)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한다. 2장은 특히 경제 전반, 그리고 인플레이션·실업·금리·성장 등에 관한 학문인 거시경제학을 살펴보면서, 우리가 속한 사회를 분석하는 것이 얼마나 까다로운 작업인지를 소상히 다룬다. 거시경제학에 대한 비판은 지금보다 2012년에 좀더 정당성이 있었다. 금융 위기 이후 그 충격은 상당한 변화를 촉발했다. 분명 적잖은 진척이 이루어졌지만,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별 인기가 없는 거시경제학에 대한 저자의 의구심은 여기에 설명한 몇 가지 이유로 여전히 살아 있다. 대중의 마음속에서도 거시경제학자는 기술 관료 엘리트와 동일한 존재로 아로새겨져 있다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학자든 정책 관리자든 대다수 경제학자에게 더 기본적이고 중요한 분야, 즉 응용 미시경제학을 집중적으로 살펴본다. 3장은 우리가 ‘더 나아지기 위해’ 취할 것들에 관한 몇 가지 기본적 추정에 집중한다. 즉, 개인은 어떤 식으로 의사 결정을 내리는가,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분석가로서 경제학자들의 역할은 무엇인가―요컨대 경제학자는 과연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는가(아니면 늘 자신의 가치관에 휘둘리는가), 상황이 ‘나아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이며 누구를 위한 것인가―와 관련한 가정에 집중한다. 4장은 이런 관심을 정책적 의사 결정이 점점 더 기계 학습 시스템에 의해 알고리즘적으로 이루어지는 세계로까지 확장한다. 그 세계는 경제학자들이 각 개인은 ‘최선’에 대한 잘 구체화된 정의에 기반해 각자에게 가능한 최선의 결과를 찾아주는 선택을 한다고 가정하는 것처럼, 그렇게 선택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기계 학습 시스템은 유명한 (혹은 악명 높은)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이미지, 즉 타산적이고 이기적인 개인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구축되고 있다. 이는 데이터 문제를 낳는다. 경제를 분석하고 정책 결정을 내릴 때 우리가 알고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실들 말이다. 인공지능의 세계에서 명백하게 드러나고 있는 데이터 편향 문제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이용하는 데이터 세트가 결코 사회에 대해 객관적인 그림을 제공해주지 않으며, 그저 사회 및 그 사회의 권력 구조와 범주화에 의해 분칠된 초상일 따름임을 서서히 알아차리고 있다. 따라서 빅데이터를 포함한 데이터의 최대 사용자인 경제학자는 인과관계, 데이터 표본의 편향 같은 문제에 대해 인상적이리만치 꼼꼼하게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대부분 자신들이 사용하는 데이터가 어떻게 구축되는지에 대해서는 깊이 고민하지 않는다. 그간 저자를 사로잡은 것은 대부분 거시경제 데이터였으며, 우리가 뉴스에서 흔히 접하는 변수는 국내총생산(GDP)이니 인플레이션이니 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개념들을 좀더 면밀하게 측정하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것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자연물이 아니다. 이는 경험적 사회과학의 수많은 개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 5장과 6장은 디지털화하는 21세기 경제라는 맥락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뭉뚱그려 다룬다. 경제학자는 자신이 분석하는 사회를 형성하는가? 경제학자는 객관적이 되기를 희망할 수 있는가? 상황을 ‘개선하는’ 정책 혹은 경제적 진보가 의미하는 바는 정확히 무엇인가? 경제학자가 가정하는 개인주의는 여전히 유효한가? 5장은 경제적 분석에 관심을 기울이며, 6장은 그것이 정책적 적용에 주는 함의를 다룬다. 저자는 여기서 테크놀로지가 경제를 변화시키고 있는 방식으로 인해 이 문제들을 다루기가 한층 까다롭다고 주장한다. 지금 존재하는 데이터를 통해 경제가 진보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가름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통계란 변화 도정의 풍경을 담은 스틸 사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강의 경로가 진작에 달라졌는데도 과거 장소에서 그 강의 깊이를 재려고 안간힘을 쓰는 격이다. 하지만 저자가 하려는 좀더 중요한 주장은 디지털 경제가 개인 간 상호 관련성을 점차 키워주고(따라서 개인주의는 훨씬 더 부적절해진다), 경제적 특성을 종전과 다르게 만드는 방식을 고려해, 우리 역시 경제 진보 문제를 과거와는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
오늘날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서 경제학이 짊어진 역할을 고민하는 코일은 매우 통찰력 있는 저술가이자 사상가이다. 이 책은 경제학이 우리 경제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이유를 설득력 있고 명쾌하게 들려준다. - 앤디 홀데인 (Andy Haldane, 왕립예술제조상업학회 최고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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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적 자기성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이름난 경제학계에서 코일은 단연 눈에 띈다. 그녀는 경제학의 비생산적 습성에 대해 가차 없이 칼날을 들이대지만 합리적 경제학은 두둔한다. 그리고 점차 심화하는 디지털 경제에 기여하는 유용한 경제학으로 나아가는 방도를 제시한다. - 다니 로드리크 (Dani Rodrik, 하버드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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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디지털 플랫폼에 관한 정책 논의에서 어느 지점에 서 있든 이 책은 훌륭한 읽을거리를 제공한다. ‘경제학은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경제학자는 어떤 유형의 분석과 통찰을 제공해야 하는가’ 같은 일반적인 질문을 다룬다는 점에서 저자의 시도는 더욱 적절하고 강력하다. - 캐서린 터커 (Catherine Tucker, MIT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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