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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좋아서 하는 외국어 공부의 맛
곽미성
어떤책 2023.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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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나라

1부 도망치자, 새로운 언어로Fuggiamo via, in una nuova lingua

파리의 이탈리아 문화원 │ 왕초보반의 열등생 │ 소노 스크리트리체! │ 도망가자, 새로운 세계로 │ 이탈리아어로 먹고, 프랑스어로 사랑하고, 러시아어로 일하고 │ 외국어 능력을 가르는 차이 │ 시칠리아 마피아의 식탐 │ 프란체스카 선생님 │ 초보의 권리와 자유 │ 토요일 아침 파리 5구 │ 레 리탈 │ 피렌체에서 온 남자 │ 밤새 쉼 없이 내린 첫눈처럼 │ 버드나무가 여름 바람에 살랑이는

2부 이탈리아어가 열어 준 세계Il mondo aperto dall’italiano

볼로냐로 가는 길 │ 세계시민과 협소한 상상력 │ 리옹과 볼로냐 │ 볼로냐 어학원 사람들 │ 굴욕과 자괴감의 시간 │ 호주 할아버지는 왜 │ 이탈리아 남자와 엄마들 │ 페르케 에 벨리시모! │ 마티아 선생님의 수업 시간 │ 마지막 수업 │ 내 생애 가장 새로운 일주일 │ 피렌체의 온기 │ 그리고 10년 후의 계획 │ 외국어의 마술

에필로그: 내가 조금 좋아졌다

저자 소개 1

영화 공부를 위해 파리에 온 이후로 스무 해 넘게 프랑스어를 쓰며 살고 있다. 파리 1대학과 7대학에서 영화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전공과 관련 없는 직장에서 일하게 되면서 매일 새벽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모국어로 글을 쓴다. 파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은 걷기. 프롬나드(promenade), 플라네(flaner) 등 ‘산책’을 의미하는 모든 프랑스어 단어를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다른 삶』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 『그녀들의, 프랑스식, 연애』, 옮긴 책으로 『파노라마』 『파리지엔은 사랑하기를 포기하지 않는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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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6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16g | 135*205*16mm
ISBN13
9791189385415

책 속으로

파리의 이탈리아 문화원은 노트르담 대성당 옆 센강의 좌안에서 ‘파리의 낭만’을 담당하고 있는 셰익스피어 앤드 컴퍼니 서점 근처에 있었다. 그 위치를 안 순간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작은 마당에서 이탈리아 문학을 읽는 사람들의 이미지가 떠올랐고, 그런 곳이라면 그깟 메일 따위 열 통이라도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파리의 이탈리아 문화원」중에서

종이에 pasta를 쓰고 나니 pizza가 생각났지만,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수준 있는 단어가 없을까 고민하며 한참을 보냈다. 이탈리아를 그렇게 다녔는데 생각나는 이탈리아어가 이렇게 없다니!
---「왕초보반의 열등생」중에서

그는 책상 위에 캐러멜을 수북이 쌓아 두고 비닐을 까 입에 넣으면서 늘 여유롭게 손을 들고 당당히 말했다. “스쿠지, 논 오 카피토(Scusi, Non ho capito 미안합니다만, 이해 못 했어요)”라고.
---「왕초보반의 열등생」중에서

중년 남성 그룹 3인방 중 하나면서 프랑스 배우 장 르노와 닮은 장은, 금융계에서 일한다고 했다. 은퇴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은퇴 후 이탈리아에 가서 살기 위해 언어를 배우고 있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오호!” 탄성이 나왔다. 퇴직 후 시칠리아의 바닷가, 토스카나의 포도밭을 산책하는 삶이라니.
---「소노 스크리트리체」중에서

인생의 절반을 외국에서 보낸 나는 외국어 실력에 따라 삶의 많은 것이 결정되는 과정을 지나왔다.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도구로 삼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고, 나의 20대는 그 고통에 지배당했다가 내가 그 고통을 지배하기도 하는 상황의 반복으로 채워졌다.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로 하면서, 이제야 비로소 해방된 그 지난한 과정을 반복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게는 이제 스무 살의 기억력이 없고 스무 살에는 없었던 다른 일들과 엄청난 책임이 생겼는데, 그때만큼 노력해도 이룰까 말까 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도망가자, 새로운 세계로」중에서

즐거움 외에 다른 목적은 없는 외국어를 배우는 일은 책임으로 한없이 무거웠던 한 주에서의 탈출이자, 온갖 쓸모로 무장한 프랑스어로부터의 도피가 되어 갔다.
---「도망가자, 새로운 세계로」중에서

이탈리아어 교재에 초반부터 이상하리만치 자주 등장했던 표현이 있는데 바로 “오프로 이오(Offro io)!”다. 우리말로 하면 “내가 쏜다!”, 혹은 “내가 낼게!” 같은 뜻인데, 프랑스어로 “내가 쏠게Je vous invite!”라는 표현을 프랑스에 산 지 몇 해가 지나 알게 됐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어쨌거나 이탈리아인은 프랑스인에 비해 지갑을 여는 일에 화끈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탈리아어로 먹고, 프랑스어로 사랑하고, 러시아어로 일하고」중에서

한국에서 프랑스어를 가르치는 친구에게 이탈리아어 교재가 얼마나 먹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는지 이야기하자 친구가 웃으면서 말했다. “이런 말이 있어. 러시아어 교재에서는 모두가 공장에 일하러 가고, 프랑스어 교재에서는 모두가 카페에 간다고.” 그 말에 “맞아, 프랑스어는 그랬지. 러시아는 공장이래?” 하며 한참을 웃었다.
---「이탈리아어로 먹고, 프랑스어로 사랑하고, 러시아어로 일하고」중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운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한결같았다. 프랑스 친구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래, 아름다운 언어지. 시청에서 무료 강좌 듣니?” 한국인 친구들은 잠시 말이 없다가 물었다. “아, 나중에 이민 가려고?” 무료도 아니고, 이민 계획도 딱히 없음을 알게 된 두 나라 친구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 “굳이 왜?”
---「외국어 능력을 가르는 차이」중에서

“이 수업에서는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실수의 권리는 초보에게만 있습니다. 그 권리를 마음껏 누리세요. 언어에는 왕도가 없어요. 최대한 많이 실수하며 이야기하는 수밖에는.” 실수의 권리를 누리라니, 왕초보의 설움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나는 이탈리아어에 있어서 3세 미만의 어린이인 것이다. 무엇을 해도 내 잘못이 아닌 시기, 조금 있으면 훅 지나갈, 미숙해도 좋은 잠깐의 시기.
---「프란체스카 선생님」중에서

어느 저녁 식탁에서 이탈리아의 유명 작품에 대해 말하다가 단테의 《신곡》을 이야기하게 됐다. 내가 한국어로 《신곡》을 읽고 있다고 하자 마테오가 말했다. “이탈리아어로 읽지 않았다면 단테를 읽었다고 할 수 없지.”

---「굴욕과 자괴감의 시간」중에서

출판사 리뷰

숙제하듯 바쁘게 살았는데 맘마미아,
이제 하고 싶은 일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네?
일상의 쓸모도, 직업적 메리트도 없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하다

김민철 작가 추천
“이 책은 우리의 등에 날개를 달아 준다.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된다고.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가 봐도 된다고.”


20년 넘게 프랑스에서 살며 프랑스어 실력에 따라 삶이 크게 요동치는 시간을 보낸 곽미성 저자는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지금 이탈리아어를 배우기 시작한다. 한국 사람이 프랑스에서 이탈리아어를 배우는 이야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외국어 공부란, 신화 속 형벌 같다”고 말하는 저자가 왜 또다시 산꼭대기로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시지프가 되기로 한 것일까.

외국어를 배우는 일에 완성이 어디 있는가. 나는 프랑스어의 세계에서 20여 년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완성됐다고 말할 수 없고, 그런 날은 절대로 오지 않으리란 걸 안다. 산 정상 위에 머무르지 않는 바위와 같이 외국어에 완전한 단계란 없다. 그러니 외국어 공부의 진짜 고통은 그 끝없음의 허무와 싸우는 데 있다._곽미성, 〈초보의 권리와 자유〉에서

다들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나라 하나쯤 있지 않나요?
폴 오스터, 브래들리 쿠퍼, 더글라스 케네디가 프랑스어를 하는 이유


프랑스에 사는 저자는 프랑스가 좋아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유명인들을 수시로 본다. 이 책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에도 미국 출신의 폴 오스터(작가), 더글라스 케네디(작가), 브래들리 쿠퍼(배우)가 언급된다. 모두 프랑스어에 능통하며 프랑스 언론과 프랑스어로 인터뷰하는 인물들이다. 그들에게서 동질감을 느끼는 저자는 독자들에게 반문한다. 다들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나라 하나쯤 있지 않냐고. 저자에게 이탈리아어는 마음에 품은 다른 나라, 즉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문이다.

많은 이들이 ‘다른 나라’를 마음에 품고 산다. 그것은 자신이 나고 자란 현재의 땅을 사랑하는 것과 별개의 문제다. 자발적인 선택이 대개 그렇듯이, 마음에 품고 사는 다른 장소에는 개인적이고 내밀한 취향과 꿈, 이상이 담겨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또한 구체적으로 예정된 가까운 미래의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_곽미성, 〈프롤로그〉에서

영어 vs 이탈리아어 갈등에서 이탈리아어를 선택하다
곧이어 왕초보반의 열등생이 되다


이탈리아어를 배운다고 하자 저자의 한국인 친구, 프랑스인 친구 모두들 “굳이 왜?” 하며 의아해한다. 게다가 파리의 이탈리아 문화원에서 이탈리아어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저자는 곧바로 열등생이 된다. 프랑스어와 같은 로망어군에 속하는 이탈리아어는 한국인보다 프랑스인에게 익숙할 수밖에 없는 언어다. 아무리 프랑스 사람처럼 프랑스어를 구사한다고 한들, 외국어로서 프랑스어를 익힌 사람과 모국어가 프랑스인 사람은 출발선이 다르다. 또한 일상에서 쓸 일이 거의 없는 외국어는 쉽게 까먹기 마련이다. 그뿐인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프랑스어로 인풋한 정보를 한국 기업을 위한 공식 보고서로 아웃풋하는 13년차 숙련된 직장인이 이탈리아어에 있어서는 세 살짜리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주말을 보내는 데에도 적응이 필요하다. 이 공부를 계속해 나갈 수 있을까. 이미 지난 몇 년간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싶을 때마다 ‘영어는 자신 있나?’ 스스로 책망하며 이탈리아어 교재를 덮고는 했었는데 말이다.

무엇 때문에 전전긍긍하는가
따사로운 햇살 아래 여유를 즐기는 마음, 그 마음을 배우고 싶었는데


프랑스어에서 한 번 경험한 덕분에 저자는 ‘유리벽’으로서 외국어의 존재를 잘 알고 있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에서 그는 “프랑스도 내가 프랑스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내게 진짜 문을 열어 주었”다고 말한다. 유리벽이 있고 없고의 차이를 분명하게 아는 그는 유리벽 없이 이탈리아와 만나고 싶었다.

스무 해가 흐르는 동안 프랑스에 살면서 나는 기회만 생기면 국경을 건너 이탈리아에 갔다. 그곳에서 외국인 여행객에게 바가지를 씌우려는 관광지 상인을 지나치지 못하고 호통 치던 젊은 피렌체 여성을 만났고, 로마에서는 꼭 이 음식을 먹어야 한다며 전통 요리 한 접시를 내 테이블에 주문해 주고 홀연히 자리를 뜨는 중년의 직장인들을 만났으며, 묵묵히 함께 5분을 걸어 나를 목적지에 데려다주던 여고생을 만났다. 바티칸 시티의 나이 지긋한 신부님들이 골목길에 모여 진지한 표정으로 젤라토 회동을 갖는 모습을 보았고, 젊고 가난한 외국인 커플인 나와 남자친구에게 와인 값을 받지 않았던 셰프도 만났다. 살다가 길을 잃은 것 같은 막막함이 몰려오면 나는 자주 피렌체의 새벽 안개를 떠올리며 “피렌체에 가면 되지 뭐” 중얼거렸고, 이탈리아로 휴가 계획을 잡아 놓은 해에는 1년의 반을 행복하게 지냈다._곽미성, 〈프롤로그〉에서

열등감에서 비로소 해방돼 왕초보의 자유로움을 느끼고, 이탈리아어 대화 예문이 늘 음식 이야기로 가득하다는 발견을 하고, “내가 쏠게”라는 이탈리아어 표현을 “지금 몇 시예요?”보다 먼저 배우며 이탈리아와 이탈리아 사람의 성향을 이해하는 시간이 흐른다. 어느 날은 이웃의 생일을 까먹은 남자가 “이런 망신이 있나!”를 연발하는 이탈리아어 대화문을 듣고 파리지앵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교실의 유일한 이탈리아인인 선생님이 그들에게 대화문 연습에 감정을 더 실으라고 주문한다. 이에 곽미성 저자는 “이웃 남자의 생일을 잊었다고 절규하는 남자에게 감정이입을 하기에 우리 파리지앵들의 심장은 너무 차가운 걸까” 의문이 들지만 훗날 ‘앞집 이웃’을 가리키는 단어가 따로 존재할 정도로 이탈리아의 이웃간 관계는 매우 촘촘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두 나라 사이에 엄연한 차이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윽고 저자는 일주일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한다. 그래서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 2부의 배경지는 ‘움베르토 에코의 도시’, ‘대학도시이자 전통적인 진보의 도시’이기 때문에 저자가 선택한 볼로냐다. 2부에서 저자는 은퇴 후 이탈리아 남부에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중년, 젤라토를 배우러 지구 반대편에서 건너온 청년 들을 만난다. 그들은 여러 제약과 굴곡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고 제2의 삶을 위해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었다. 생각만큼 늘지 않는 이탈리아어 실력에 굴욕감과 자괴감을 오가던 저자는 같은 반 동료들 덕분에 애초에 자신이 왜 이탈리아어를 배우기로 했는지 잊지 않을 수 있었다.

그래, 우리는 이탈리아어를 배우고 있는 거지. 내가 이탈리아어를 배우려 했던 이유는, 저 햇살 아래의 여유를 찾고 싶은 마음 같은 거였는데._곽미성, 〈왕초보반의 열등생〉에서

어른이 되어 새롭게 무언가를 배우는 일은 탄탄하게 구축해 놓은 세계를 허물어 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에서 저자는 자신이 알던 세계에 틈을 내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이미 늦었다’의 세계에서 ‘아직 시간이 있다’의 세계로, ‘그 때문에 불행하다’의 세계에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의 세계로 나아가는 이야기다. 사회적 성취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닮고 싶은 어떤 세계에 닿기 위해 하는 공부는 삶의 지향점에 더 가까워지도록 저자를 이끌었다.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요』는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이국적인 배경 아래 다양한 삶, 생의 에너지, 차이를 인정하는 자세,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로 독자를 이끄는 책이다. 전작인 『다른 삶』, 『외로워서 배고픈 사람들의 식탁』과 마찬가지로 이번 책에서도 곽미성 저자는 프랑스에 사는 한국인 여성이라는 정체성에 두 발을 단단히 붙이고 그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한국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추천평

이 책은 우리의 등에 날개를 달아 준다. 우리가 살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된다고. 마음이 끌리는 쪽으로 가 봐도 된다고. 그렇게 자신의 마음에 솔직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운명을 살아 버리면 또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이 열려 버리는지 이 책은 그 모든 과정을 세세히 알려 준다. 잊고 있던 우리의 마음을 살살 일깨워 준다. - 김민철 (카피라이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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