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1부 사물의 혁명과 그 이후: 일상의 구축, 삶과 예술_김민수-7
머리말-9 광고 한 편, “럭셔리는 사물이 아니다”-15 『베시』(Beщь, 사물)의 창간 취지-18 새로운 예술, 사물과 구축주의의 출현-23 『베시』의 체제와 내용-50 기념비적 예술과 국제적 구축주의-64 『베시』와 신타이포그래피-77 『베시』 이후: 신타이포그래피와 건축-101 다시 처음 질문으로-123 출전-136 참고 문헌-139 2부 사물의 세계, 그 종합의 열망_서정일-143 머리말_아방가르드의 귀환-145 『베시』의 정체-151 사물, 목적과 수단-161 절대주의와 구축주의-166 조형예술의 종합-181 미완의 과제-191 출전-194 참고 문헌-195 3부 『베시』 한국어 번역문_차지원, 황기은 옮김-197 베시 1~2호-199 베시 3호-305 미주-386 베시 관련 주요 연표: 1890~1925-409 찾아보기-411 |
김민수의 다른 상품
서정일의 다른 상품
차지원의 다른 상품
|
한국의 시각 예술 분야에서 일제 강점기를 거쳐 일본을 경유한 지식 수용으로 인해 그동안 잘못 알려진 것들이 꽤 있다. 그중 하나가 ‘구성주의’라는 용어다. 필자의 전작, 『한국 구축주의의 기원』(2022)에서 언급했듯이, ‘구성주의’란 용어는 무라야마 토모요시가 1923년 독일에서 보고 접한 ‘구축주의’를 일본에 소개하면서 개조한 미술 유파인 ‘구성파’와 관련된 것일 뿐 본래의 기원과는 의미적 거리가 멀다. 이러한 ‘구성파 ’내지는 ‘구성주의’가 한국에 들어와 시각 예술과 문학 등에 문예 유파로 소개되면서 상황은 더 이상해졌다. 의미적으로 더 탈구되어 본래의 의미는 사라지고 완전히 다른 것이 되어 버린 것이다.
--- p.9 구체적으로, 『베시』는 1917년 10월 혁명 전후에 러시아에서 전개된 이른바 ‘비대상 예술’의 흐름과 구축주의 운동 내에 변증법적 과정을 통해 이를 서구 예술과 연결해 확장시킨 ‘국제적 구축주의’ 형성 과정에 가교 역할을 했다. 이에 대한 해설에 앞서 주목해야 할 중요한 사실이 있다. 그것은 러시아 구축주의와 접속한 서구의 국제적 구축주의가 전개한 ‘사물의 예술화’는 애초에 근본 목적이 구시대 예술이 추구한 ‘예술을 위한 예술’ 내지는 ‘예술 지상주의’와 과거 궁정 시대 부르주아의 ‘럭셔리’로부터 ‘사물과 예술’ 모두를 해방하는 데 있었다는 사실이다. 즉, 그 목적은 오늘날 자동차 회사 광고처럼 “럭셔리는 사물이 아니다”가 아니라, ‘새로운 삶의 조직’, 곧 ‘사물을 통한 삶의 예술의 구축’에 있었던 것이다. --- p.16 러시아 구축주의의 핵심인 로드첸코와 마찬가지로 그의 출발점과 그 영향력의 근원이 말레비치와 타틀린이었지만 전개 방식은 서로 달랐다. 로드첸코보다 한 해 먼저 태어난 리시츠키였지만, 그가 구축주의로 향한 관문인 비대상 예술의 길을 찾은 시기는 로드첸코보다 좀 늦은 1919년경부터였다. 로드첸코에게서는 1915년 무렵에 이미 구축주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쨌든 리시츠키의 비대상 예술의 직접적인 계기는 주로 비텝스크에서의 말레비치의 영향이었고, 그의 작업은 이전과 달리 절대주의 기하 추상으로 갑작스레 전환되었다. 이러한 변화가 갑작스러운 것임은 리시츠키의 1919년 이전의 삽화 등이 말해 준다. --- p.77 애초에 리시츠키는 자신을 ‘구축자’(constructor)라고 칭하고, ‘프로운’이라는 우주선을 타고 절대주의와 구축주의 사이에 화해와 접점의 궤도를 비행하다가 마침내 국제적 구축주의의 대지에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20세기 현대 타이포그래피의 기원인 신타이포그래피를 탄생시켰다. 하지만 건축의 경우, 그의 궤도는 신타이포그래피만큼 선명하지 않다. 그의 신타이포그래피 원리는 오사(OSA)와 같은 구축주의 건축에 더 가까웠지만 손을 잡은 것은 아스노바였기 때문이다. 그는 스위스 바젤에서 건축잡지 『ABC』를 공동 편집하면서 잡지를 마치 아스노바의 기관지처럼 전용해 소비에트의 합리주의 건축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 p.110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예술의 역사에서 잡지 『베시』는 서로 단절된 러시아와 서구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국제적 구축주의와 이후 현대 예술의 전개에 지대한 영향을 남겼다. 그 출현 배경에는 러시아혁명 전 비대상 예술과 절대주의에서 출발해 혁명 직후 사물주의와 생산 예술을 거쳐 형성된 구축주의가 있었다. 당시는 현대 예술의 국제적 흐름을 형성한 때로 이 잡지는 이질적이고 다양한 필진들의 글과 경향들을 담은 문학, 회화, 조각, 건축, 무대, 서커스, 음악과 영화를 망라해 소개하고 논의했다. --- p.123 『베시』는 사물을 실용적이거나 기계적인 사물에 한정하지 않았다. 이 점에서 생산주의자와 큰 차이가 있다. 의미 있는 사물인 한 새 사회를 조직하는 역할에서야 똑같겠지만 『베시』가 더 초점을 맞추고 궁리한 사물은 예술 작품이다. 서방의 다른 아방가르드 잡지는 기술적 사물에 대한 정보와 글을 심심치 않게 실은 사례도 있지만 『베시』는 콘텐츠를 예술 작품에 한정했고 기계적, 실용적 사물은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의미심장하게도 3호에서 제설 기관차와 말레비치의 절대주의 회화를 나란히 병치해 제시함으로써 그 둘의 관계가 시사되었다. --- p.163 『베시』의 콘텐츠는 〈예술과 사회성〉, 〈문학〉, 〈회화·조각·건축〉, 〈연극·서커스〉, 〈음악〉, 〈영화〉로 편집되어 있다. 특히 회화, 조각, 건축을 조형예술로 함께 다루었을 뿐 아니라, 이를 문학, 음악, 연극, 영화 등과 함께 다룬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 짧은 기간 동안 이 분야에서 10여 명의 조형 예술적 입장을 수록했는데, 알베르 글레즈, 테오 반 두스부르크, 니콜라이 푸닌, 르코르뷔지에/아마데 오장팡, 라울 하우스만, 지노 세베리니 등이 쓴 예술적 주장들을 실었다. 또한 현대예술의 상황에 대한 페르낭 레제, 지노 세베리니, 자크 리프시츠, 아르키펜코, 후안 그리스의 앙케트 답변도 실었다. --- p.181 애쓰지 않고 즐기는 것에 익숙해 있는 이에게,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영원한 소비자에게, 『베시』는 지루하고 추하게 보일 것이다. 그 속에는 철학적 지향도, 괴로운 고상함도 없을 것이다. 『베시』는 일하는 기관, 기술의 전령, 새로운 사물들의, 그리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사물들의 도안이다. --- p.204 |
|
삶을 장식하지 말고 조직하라!
아방가르드의 핵심이 담긴 『사물의 혁명』 아방가르드의 창조력은 아직 소진되지 않았다 과거를 통해 미래를 상상할 혜안을 찾다 『사물의 혁명』은 20세기 초에 탄생한 아방가르드 잡지 『베시』에 대한 연구서로, 원전 텍스트 번역문을 함께 제공한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 어째서 다시 아방가르드를 논하며, 유독 『베시』를 주목하는가? 현재 도서관과 미술관, 아카이브는 아방가르드의 다양한 문헌과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있고, 아방가르드 작품은 고가의 경매 아이템으로 거래되고 있다. 즉 마이너 취급을 받던 아방가르드가 이제 공인된 역사적 지식과 예술 상품으로 굳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아방가르드가 가진 애초의 창조력은 소진되고 만 것일까? 그렇지 않다. ‘오늘’ 그리고 ‘여기’의 문제와 싸우고 미래를 상상하는 사람들에게 아방가르드는 여전히 중요한 대화상대다. 아방가르드가 품었던 여러 과제는 여전히 미완성이고, 그들의 의미 있는 비전들이 아직 실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물의 혁명』의 저자와 번역자가 여러 아방가르드 잡지 중에서도 특히 『베시』에 주목한 것은 이 잡지가 그 과제와 전망에서 앞서 있으며 여러 혜안을 던져주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현대 예술 평론지를 표방한 『베시』는 1922년 당시 30대 초반이었던 두 젊은 예술가 엘 리시츠키와 일리야 에렌부르크가 공동으로 기획, 편집하여 독일 베를린에서 발간한 잡지다. 이 잡지는 러시아와 서방 국가 예술가들이 교류하여 현대적 삶을 위한 현대적 예술을 협력 창조하자는 진취적인 목표를 제시하였으며, 문학, 시각예술, 음악, 공연예술, 영화 등 현대 예술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며 당대 아방가르드의 혁신적인 주장들을 선별하였다. 나아가 이 내용들을 명쾌하고 정교한 편집술과 시각적 디자인을 통해 효과적으로 전달하려 하였다. 즉 잡지 『베시』는 이른바 국제적 구축주의를 태동시키고, 이후 구축주의가 현대 예술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였다. 그 때문에 많은 학자와 예술가가 이 잡지에 주목해 왔다. 이 시대에 필요한 예술은 어떤 예술인가? 삶을 조직해 나가는 예술에 주목하라! 디자인 역사와 이론 평론가인 김민수는 『베시』 독해를 통해 디자인된 사물에 대한 오늘날의 몰역사적인 인식, 위기에 처한 일상의 삶과 현대예술의 상황을 반성하고 미래를 성찰할 것을 제시한다. 『베시』 출현 이전의 러시아에서 사물의 관점에서 예술을 인식하고 논의하는 과정, 그리고 러시아 구축주의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타틀린과 말레비치 사이, 그리고 로드첸코와 리시츠키 사이에 발생한 내밀한 입장 차이들이 『베시』 이후 서구 예술의 전체 역사를 통해 어떻게 변증법적으로 통합되었는지를 『사물의 혁명』에서 상세히 밝힌 것이다. 특히 『베시』에 담긴 콘텐츠들을 하나의 종합적 완성체로 조직해 낸 리시츠키가 촉발시킨 신타이포그래피의 구축적 원리와 실제를 풍부한 사례와 함께 심층적으로 설명한다. 이로써 디자인은 예술의 하위 개념이 아니라 그 자체로 ‘일상적 삶의 예술’임을 증명하고, 인간의 과도한 욕망으로 인한 전쟁과 기후 위기, 자원고갈 등 일상의 삶을 위협하는 절체절명의 시대에 예술의 존재 이유와 역할에 대한 물음을 제기한다. 건축학자이자 건축가인 서정일은 『베시』의 과제가 건축을 포함한 조형예술에서 어떻게 구체화되었는지 살핀다. 그에 따르면 『베시』는 새 시대에 예술이 필요한가 하는 큰 물음에 대해, 예술 작품을 새로운 삶에 필요한 사물로 간주하고, 구축의 방법으로 그것을 만들어 내자는 답을 제시하였다. 예술 작품이 어떻게 해서 사물인지를 형태와 재료, 목적과 수단의 측면에서 설명하는 데 있어서 아방가르드 안에는 적지 않은 인식과 실천 방식의 차이가 있었다. 『베시』는 그 차이들을 종합하는 과제를 추진했는데, 특히 구축주의와 절대주의 간의 대립을 뛰어넘는 것은 힘든 과제였다. 저자는 예술과 예술가의 역할에 대한 물음에 대해 사물적 관점에서 답한 『베시』의 시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시사하는 점이 많다고 주장한다. 마침내 한국어로 모습을 드러낸 『베시』 아방가르드의 핵심이 담긴『사물의 혁명』! 그러나 러시아어, 프랑스어, 독일어 세 언어로 쓰인 『베시』의 텍스트는 그러한 이유로 한국과 동양은 물론 서양에서조차 대중과 전문가들에게 오래도록 접근하기 어려운 수수께끼 같은 존재였다. 이런 『베시』를 베를린의 라스 뮬러 출판사가 1994년에 영인본을 재발간하고 독일어와 영어로 번역, 해설함으로써 비로소 텍스트의 총체적 내용이 알려졌고, 편집디자인과 긴밀히 통합된 내용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베시』가 세상에 나온 지 70여 년 뒤의 일이었다. 2023년 그린비출판사가 출판한 『사물의 혁명』은 라스 뮬러 출판사 이후 처음으로, 그것도 비서구권에서, 『베시』의 원전 텍스트를 번역하고 해설한 시도의 결과다. 『베시』와 이를 둘러싼 예술운동의 의의를 밝히는 작업은 이 잡지 발간을 둘러싼 당대의 총체적 맥락을 파악하는 것을 기초로 삼았다. 무엇보다도 원전 텍스트를 충실하게 이해하려는 시도를 통해, 피상적으로 알려진 아방가르드와 러시아 구축주의의 의도 및 성과를 더 온전하게 파악하려 했다. 책 후반부에는 『베시』 원문의 주요 텍스트 번역본이 실려 있는데, 러시아어 텍스트 중심으로 선별하였고, 러시아 아방가르드와 러시아 현대 문화 전공자인 차지원, 황기은이 난해한 러시아 원문을 정교하게 독해하고 주석을 달았다. 본문의 독일어 텍스트는 박배형가 번역했다. 『사물의 혁명』은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아방가르드 자료를 보다 접근하기 쉽게 하였고, 공동의 논의로 끌어들이는 데 이바지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아방가르드를 이해하는 데에 겪는 진정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나 접근의 어려움에 있지 않다. 오히려 과다하게 늘어난 정보 속에서 핵심을 가려내고 의미 있는 교훈을 찾는 힘이 더 중요하게 되었다. 『사물의 혁명』은 아방가르드 자료들을 헤쳐 나아가고자 하는 진지한 예술가들과 연구자들에게 의미 있는 물음을 제시하고자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서양 현대 예술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현대 예술을 큰 시야에서 함께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또한 오늘날 우리의 삶과 사회가 예술과 디자인에 요구하는 혁신적 방법 모색에도 그 내용이 부합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