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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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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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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몬트 : (독백) 오랜 친구야! 언제나 변함없는 잠아, 너마저 다른 친구들처럼 나를 피하느냐? 네가 얼마나 고분고분 내 자유로운 머리 위로 내려와 아름다운 사랑의 미르테나무 관처럼 내 관자놀이를 식혀 주곤 했느냐! 나는 무기가 난무하는 전쟁터에서도 생활의 거친 파도 위에서도 마치 피어나는 꽃봉오리처럼 새근새근 숨 쉬며 네 품에서 안식을 취하곤 했다. 태풍이 나뭇가지와 잎 사이로 휙휙 지나가고 가지와 우듬지가 삐걱거리며 흔들려도 가슴 깊숙한 곳에 있는 마음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나를 뒤흔들고 있는 건 무엇이냐? 확고하고 변함없는 심지를 동요시키는 건 무엇이냐? 나는 느낀다. 그건 나란 나무의 뿌리를 희롱하는 살인 도끼의 소리임을. 내가 아직은 똑바로 서 있지만 내적인 전율이 나를 엄습한다. 그래, 배반자의 폭력, 그것이 결국 이기고 마는구나. 그 폭력이 단단하고 기다란 줄기를 속에서 갉아먹어 껍질이 마르기도 전에 나란 나무의 수관이 쾅 소리를 내며 쓰러져 부러질 것이다.
--- p.175~176 에그몬트 : 인간은 자신의 삶과 운명을 이끌어 간다고 믿으나 인간의 가장 내적인 것은 거역하지 못하고 운명에 이끌려 간다네. --- p.2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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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2년 네덜란드의 가장 명망 있는 귀족 가문에서 태어난 에그몬트는 일찍이 시동으로 카를 5세를 모셨고 여러 전쟁에서 공을 세워 황제의 총애를 받았으며 1546년에 황제가 그를 금양모피 기사단에 받아들였다. 카를 5세가 퇴위하고 펠리페 2세가 네덜란드를 떠날 때 이복누이를 총독으로 임명하면서 네덜란드 통치권을 놓고 경쟁하던 오라녀 빌렘 공과 에그몬트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다. 네덜란드 전역에서 소요가 일자 펠리페 왕은 알바 공작을 파견해 귀족들을 견제하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에그몬트와 오라녀 빌렘 공은 사형 선고를 받은 지 사흘 만에 참수된다.
괴테는 이런 역사 소재를 바탕으로 1775년 〈에그몬트〉 집필에 착수했다. 참고한 역사서의 기술을 직접 인용하면서도 배경이 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 실제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상상력을 발휘해 자유롭게 창작했다. 괴테가 자서전 격인 《시와 진실》에서 에그몬트란 인간과 기사(騎士)로서의 위대성에 이끌렸으며 작품에서 그 위대성을 상승시켰다고 기술한 바와 같이 이 작품의 모든 것은 주인공 에그몬트란 인물과 그의 운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에그몬트는 엄격한 통일성을 유지하고 있는 이 작품의 구조를 결정하는 요소다. 에그몬트의 위대성은 이미 그의 존재 자체에 기인한다. 주변 세계의 다양한 계층과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완전히 자유롭게 삶을 살아가는 이 인물은 인간 존재 방식의 한 계시가 된다. 《젊은 베르터의 슬픔》의 베르터나 〈타우리스의 이피게니에〉의 주인공같이 괴테가 형상화한 인간의 원초적 현상이다. 에그몬트는 인간과 기사로서 위대성으로 다른 모든 인물 위에 우뚝 솟아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여러 등장인물이 그를 “하늘의 별 같은 존재”로 묘사한다. 금양모피 훈장과 말은 기사 에그몬트의 위대성을 보여 주는 상징물이다. 꿋꿋함과 자신감, 구속을 모르는 자유로움과 주변 세계에 발산되는 영향력 등등으로 그는 모든 인간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지닌다. 인간에게 내재하는 초인적인 힘인 데몬, 즉 마성(魔性, das Damonische)은 노년기 괴테의 사고에서 중요해지는 개념인데, 마성이 깃든 인간은 강력한 힘으로 주변 사람들을 끌어당긴다. 에그몬트는 그런 마적인 위대성을 지닌 인물이다. 여기에 강한 충성심이 에그몬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든다. 민중의 애정 어린 존경, 한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의 무언의 호감, 한 순박한 여인의 지극한 사랑, 노련한 정치가의 배려를 한 몸에 받는 에그몬트의 멸망은 자체로 비극일 것이다. 이 작품의 비극성은 바로 에그몬트를 영웅적으로 돋보이게 만드는 매력, 마성이 에그몬트의 파멸을 초래한다는 데 있다. 〈에그몬트〉는 영웅적 인물의 비극적 종말이라는 청년 괴테의 고전주의 극작 스타일을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