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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 해제: 이탈리아에서 경험한 ‘재탄생’의 기록
1부 여행을 시작하다 2부 예술을 배우다 3부 자연을 발견하다 4부 인간을 탐구하다 5부 다시 태어나다, 로마를 떠나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연보 |
Johann Wolfgang von Goe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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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 시, 아무도 모르게 칼스바트를 떠났습니다. 안 그랬다면, 지인들이 저를 보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들은 8월 28일의 제 생일도 정성껏 축하해 주었으니, 저를 붙잡아 둘 권리도 있었거든요. 저는 행낭 하나, 오소리 가죽 가방 하나만 챙겨서 우편 마차에 훌쩍 올라탔습니다.
이제야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그동안 시달렸던 병과 광기에 대해 이제야 비로소 고백할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요. 저는 이미 몇 년 전부터 라틴어로 쓴 작가의 책은 쳐다볼 수도 없고, 이탈리아의 이미지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들은 그 어떤 것도 관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것들을 우연히라도 접하게 되면 저는 끔찍한 고통에 시달렸거든요. --- 「1부 ‘여행을 시작하다」 중에서 제가 이 놀라운 여행을 떠난 것은 제 스스로 저 자신을 기만하고자 함이 아니라, 사물들을 매개로 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예술이나 화가의 기술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솔직히 인정합니다. 저녁에는 콜로세움에 갔는데, 이미 땅거미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콜로세움을 한번 보면, 다른 모든 것은 다시 작아져 보입니다. 콜로세움이 얼마나 큰지, 그것을 보는 사람의 영혼 속에 다 담을 수 없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기억 속에서 그것을 떠올려 보면 뭔가 더 작았던 것 같디고 해요. 그래서 되돌아가서 보면, 다시 거대한 모습으로 나타나죠. --- 「2부 ‘예술을 배우다」 중에서 자신을 둘러싼 사방이 온통 바다로 둘러싸인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면, 그 사람은 세계가 무엇인지, 또 자신이 세계와 어떤 관계에 놓여 있는지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풍경을 그리는 사람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처럼 거대하면서도 단순한 바다의 윤곽선은 제게 완전히 새로운 생각들을 안겨 주었습니다. 이처럼 새롭고, 점점 더 새로워지는 식물들을 다양하게 보다 보니, 다시 저의 오래된 공상이 떠올랐습니다. 어쩌면 이러한 무리 가운데서 나의 원형식물들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식물도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식물들이 이런 모양, 저런 모양, 아주 다양하게 있는데, 만약 이 식물들이 어떤 하나의 본을 따라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면, 우리가 어떻게 그 모든 식물을 보며 이것이 식물이라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겠는가? --- 「3부 ‘자연을 발견하다」 중에서 이탈리아어 특유의 정겨움이 이러한 단어의 선택과 우아한 문장구조를 한층 돋보이게 했고, 더 나아가 활기찬 제스처까지 단어들에 더해졌습니다. 이 제스처야말로 이탈리아 민족이 구사하는 언어 표현 방식에서 놀라울 정도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도록 만들어주는 것이죠. 로마 카니발은 본래 국가가 백성에게 베풀어 주는 축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백성 스스로 자기 자신에게 마련해 주는 축제입니다. (……) 여기서는 그저 하나의 신호가 주어질 뿐입니다. 누구나 마음껏 어리석고 미친 듯이 굴어도 되며, 주먹질과 칼부림만 아니라면 거의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신호만이 주어질 뿐이지요.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차이도 한순간에 사라지는 듯이 보입니다. --- 「4부 ‘인간을 탐구하다」 중에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곳에서 사람이 어떻게 교육을 받는지 로마 밖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는 겁니다. 말하자면, 이곳에서는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고 나면 자신이 예전에 품고 있던 생각들을 어린 시절에 신던 신발처럼 돌아보게 되지요. 가장 평범한 사람조차도 이곳에서는 무언가가 됩니다. 긴 코르소 거리를 아마도 마지막으로 걸은 뒤, 저는 마치 사막에 있는 동화 속 궁전처럼 서 있는 카피톨리노 언덕을 올랐습니다. (……) 인적 없는 비아 사크라에서는 평소 그토록 익숙하던 것들도 낯설고 유령처럼 보였습니다. 그러나 콜로세움의 장엄한 폐허에 다가가 굳게 닫힌 그 내부를 쇠창살 너머로 들여다보았을 때, 솔직히 고백하건대 오싹한 전율이 저를 덮쳐 발걸음을 재촉해 돌아오게 했습니다. --- 「5부 ‘다시 태어나다, 로마를 떠나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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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 괴테가 이탈리아 여행에서
발견하고 배우고 깨달은 것들 1786년 9월 3일 새벽 세 시, 서른일곱 살의 괴테는 몇몇 측근 외에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칼스바트를 빠져나왔다. 행낭 하나와 작은 가방 하나를 챙겨 우편 마차에 올라탄 그는 이름과 신분까지 숨긴 채 남쪽으로 향했다. 이미 『젊은 베르터의 슬픔』으로 유럽 전역에서 명성을 얻고 바이마르 공국의 관료로 일하고 있던 그에게 이 여행은 단순한 휴식도, 새로운 풍경을 찾아 떠난 유람도 아니었다. 반복되는 공무와 창작의 정체 속에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사물들을 매개로 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여행을 떠났다는 그의 고백은 이탈리아로 향한 진짜 목적을 보여 준다. 알프스를 넘어 베로나와 베네치아를 거쳐 오랫동안 동경했던 로마에 이르고, 나폴리와 시칠리아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로마로 돌아오기까지, 괴테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과 미술을 직접 보고, 남쪽의 낯선 식물과 지형을 관찰하고, 예술가에서 평범한 민중에 이르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 책으로만 접했던 세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동안 예술과 자연을 보는 방식이 달라졌고, 그 변화는 곧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의 변화로 이어졌다. 로마를 떠날 무렵 그가 “로마에서 저는 비로소 저 자신을 발견했습니다”라고 쓸 수 있었던 이유다. 『이탈리아 기행』은 이 경험을 여행 당시의 편지와 일기, 훗날의 회고를 바탕으로 다시 써 내려간 작품이다. 그러나 방대한 원작에는 날씨와 광물, 식물과 지질, 고대 건축과 미술, 창작과 일상,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을 따라 자유롭게 뒤섞여 있다.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그 풍성함 속에서 괴테의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 주는 ‘예술’, ‘자연’, ‘인간’이라는 세 축을 발견하고 원작의 시간순 구성이 주제별로 새롭게 구성했다. ‘어디를 여행했는가’보다 ‘그곳에서 무엇을 보고, 누구에게서 무엇을 배우고, 그 경험을 통해 어떻게 달라졌는가’를 따라가기 위해서다. 예술을 배우고, 자연의 원리를 발견하고, 마침내 인간을 탐구하기까지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가장 먼저 배운 것은 ‘보는 법’이었다. 베로나의 원형극장, 로마의 수도교, 콜로세움과 시스티나 예배당 앞에서 그는 그저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으며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지를 이해하려 했다. 특히 고대 건축물을 당대 사람들의 시선에서 바라보고, 자신의 주관보다 대상 자체에 집중하려 한 그의 태도는 예술 감상을 자기 성찰로 확장시킨다. 사물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은 결국 자신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이었다. 거대한 규모에 대한 경탄은 점차 자연과 예술을 하나의 원리로 이해하려는 탐구로 이어졌고, 이러한 체험은 이후 괴테의 고전주의적 예술관을 형성하는 중요한 토대가 되었다. 괴테가 발견한 것은 예술만이 아니었다. 그에게 자연은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닌, 이해하고 배워야 할 또 하나의 세계였다. 알프스의 암석과 날씨에서 시작된 관찰은 베네치아의 석호, 나폴리의 베수비오, 시칠리아의 바다와 식물로 이어진다. 낙원처럼 아름답다가도 한순간에 인간을 압도하는 자연을 경험하면서 그는 다양한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하나의 질서를 찾고자 했고, 마침내 시칠리아의 다채로운 식물들을 관찰하며 서로 다른 모든 식물이 하나의 공통된 원형에서 비롯되었다는 ‘원형식물’의 생각에 다가간다. 개별적인 것 속에서 전체를, 변화하는 형상 속에서 공통의 원리를 찾는 이 시선은 이후 그의 예술과 문학에도 깊이 자리 잡는다. 이 여행에는 인간 또한 있었다. 괴테의 관심은 교황이나 예술가 같은 특별한 인물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길에서 만난 하프 연주자 부녀, 팔레르모의 가난한 가족, 거리와 카니발을 채운 로마의 민중까지, 그의 시선은 끊임없이 평범한 사람들에게 향한다. 때로는 자신의 선입견을 수정하고, 때로는 소박한 삶에 애정을 보내며 그는 낯선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배워 간다. 괴테의 위대한 문학적 성취는 이탈리아 여행에서 비롯되었다 괴테가 이탈리아에서 얻은 것들은 흩어져 있는 듯하지만 서로 이어져 있다. 거대한 고대 건축에서 익힌 규모의 감각, 자연과 예술을 하나의 원리로 보는 시선, 위대한 것과 사소한 일상을 나란히 놓는 태도, 서로 다른 목소리가 뒤섞인 사회에 대한 이해. 이 경험들은 이후 그의 삶과 창작 속에서 끊임없이 되살아났다. 수십 년 뒤에 여행의 기록을 다시 꺼내 고치고 책으로 펴내며 그는 자신이 보고 배운 것을 되돌아보았고, 그 사유는 평생의 역작 『파우스트』로 집약된다. 이탈리아에서의 체험은 특정한 장소와 시기에 머물지 않고 괴테의 문학과 사유를 오래 움직이는 힘이 되었다. 그런 점에서 이 책 『괴테의 이탈리아 기행』은 오늘날 우리에게 이러한 질문을 건넨다. 우리는 낯선 세계에서 무엇을 보는가, 그리고 그 경험으로 얼마나 달라지는가. 괴테에게 여행은 이미 알고 있는 자신을 확인하는 일이 아니라, 낯선 세계를 온몸으로 겪으며 미처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는 일이었다. 여행이 한 인간을 어떻게 바꾸고, 진정한 배움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새롭게 하는지 보여 주는 것. 그것이 2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이탈리아 기행』을 다시 읽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