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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건
프롤로그 : 수도꼭지 틀기 제1부 연금술사들의 득세, 1656~2006년 1장 중앙은행제도의 탄생 2장 롬바르드가, 룰 브리타니아, 그리고 배젓의 격언 3장 퍼스트네임 클럽 4장 광기, 악몽, 절망, 혼돈 : 중앙은행의 실책 5장 아서 번스의 고뇌 6장 마스트리히트에서 룰렛을 돌리다 7장 하야미 마사루, 토마토 케첩, 제로금리의 고통 8장 잭슨 홀 컨센서스와 대안정기 제2부 금융공황, 2007~2008년 9장 3인 위원회 10장 성탄절 무렵 끝났어야 할 위기 11장 화폐 장벽 제3부 위기의 여파, 2009~2010년 12장 용쟁호투 : 연준과의 전쟁 13장 새로운 희랍 오디세이 14장 킹스 스피치 15장 2차 양적완화 제4부 제2의 물결, 2011~2012년 16장 초퍼, 트로이카, 그리고 도빌의 실패 17장 유럽의 대통령 18장 탈출속도 19장 슈퍼마리오 세상 20장 저우샤오촨의 중국식 한방 처방 에필로그 : 다시 돌아온 잭슨 |
Neil Irw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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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지난 8년간 연준 의장으로 재임하며 글로벌 금융위기의 파고 속에서 미국 중앙은행을 이끌었던 벤 버냉키 의장이 물러나고, 미국 중앙은행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의장인 자넷 옐런의 임기가 시작된다. 이보다 앞선 2013년 7월에는 20년 넘게 영란은행에 몸담으며 영국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에서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머빈 킹 총재의 후임으로 영란은행 역사상 최초의 외국인 총재인 마크 카니가 부임하였다. “유로를 지키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 영란은행 카니 총재가 부임하기 1년 전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한 컨퍼런스에서는 장 클로드 트리셰에 이어 유럽중앙은행의 수장을 맡은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유로화 사수’ 발언을 하며 새로운 ‘연금술사’의 존재를 전 세계에 알렸다.---p.5
고위 공직자들 사이에 다소 드문 일이긴 하지만, 중앙은행장들은 기나긴 역사의 실타래와 자신들이 연결돼 있다고 느낀다. 선배 은행장들이 남긴 업적 덕분에 우리가 아는 이런 세상이 만들어진 것이다. 종종 간과하는 사실이지만, 영란은행이 안정적인 금융제도를 만드는 데에 중대한 역할을 하면서 영국은 19세기에 광활한 영토를 지배할 수 있었다. 연방준비제도가 창설되면서 뉴욕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적인 금융수도였던 런던을 대신하게 되었고, 미국은 세계적인 초강대국으로 떠오를 수 있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한 세대 동안 누린 번영의 발판도 마련할 수 있었다. 연준과 여타 세계 중앙은행들이 1970년대 인플레이션과 싸우면서 이룬 업적은(뒤늦은 감이 있지만), 사반세기 동안 물가안정과 국제적 번영을 위한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2007년 8월 9일, 이 모든 것들이 무너지기 시작했다.---p.36 검은 목요일의 실상은 이와 달랐다. 이 날을 대공황의 출발점으로 기억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날은 그렇게 암울하지 않았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가 개장 초반 20퍼센트라는 엄청난 하락을 기록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의 금융귀족들이 월가 23번지에 있는 J.P.모건 앤 컴퍼니 본사에 모여 이 사태에 개입하기로 합의했다. 그날 다우지수는 고작 2퍼센트 하락했다. 다음날 〈월스트리트저널〉의 1면 기사제목은 “은행가들, 주가폭락을 막다”였다. 그렇지만 은행가들의 개입은 시장 정상화 과정을 지연시켰을 뿐 위기를 막은 게 아니었다. 검은 목요일 다음에 검은 월요일이 닥쳤고 이어 검은 화요일이 찾아왔다. 각각 다우지수가 13퍼센트포인트, 12퍼센트 떨어졌다. 모두 합하면, 주가를 전달 최고치보다 40퍼센트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 위대한 미국에 황금알을 낳아준 주식시장의 갑작스런 반전이었다. 미국 주식시장 붕괴는 당연히 엄청난 사건으로 전 세계에 대서특필되었다. 그렇지만 정상적으로 대처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이 사건으로 산업의 심장부 독일에서 경제활동이 위축될 이유도, 영국의 탄광업에서 대량실업이 발생할 이유도, 또 국제통화제도가 무너질 이유도 없었다. 뉴욕의 주식시장 붕괴는 이 모든 사건을 초래할 만큼 심각한 요인이 아니었다.---pp.103~104 통화량이 지나쳐서 물가가 급등하면 1920년대 초 독일처럼 심한 타격이 생길 수 있다. 또 통화량이 너무 적어 물가가 떨어져도 1930년대 서구 열강들처럼 해악을 겪을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시작된 타격은 경제로, 은행부문으로, 또 정부재정으로 불똥이 튀었고 이는 다시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또 이는 미국에서 대서양 건너 유럽의 금융수도까지 그 사이를 오고 갔다. 그리고 전 세계 중앙은행장들은 금본위제에 대한 고집스런 집착, 그리고 서로 협력하지 못하는 혹은 협력하지 않으려는 태도 때문에 무력하게도 위기를 막아내지 못했다. 그렇지만 독일의 초인플레이션과 대공황은 더욱 기본적인 교훈을 가르쳐주었다. 중앙은행장들이 실책하면, 사회도 실패한다는 것이었다.---p.114 돈을 너무 적게 혹은 너무 많이 풀었을 때 발생하는 사건들을 보면서 중앙은행장들은 교훈을 얻은 듯했고, 세계 상당수 지역에서는 지속가능한 번영과 저물가가 공존하는 골디락스 경제Goldilocks economy가 뿌리내렸다. 이제 대인플레이션 시대가 막을 내렸다. 그리고 대안정기Great Moderation의 막이 올라갔다.---pp.131~132 경제통합은 단지 같은 통화를 쓰는 문제가 아니다. 이는 통합된 정치제도와 더 넓게는 문화적 동질감을 갖추는 문제다. 영국인과 미국인은, 유럽에 이런 점이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전문용어를 빌리자면 유럽이 ‘최적통화지대optimal currency area’는 아니라는 것이다. U.C.버클리대의 배리 아이켄그린Barry Eichengreen 교수는 서로 다른 유럽지역 경제가 미국의 서로 다른 지역경제보다 성장패턴 면에서 변동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이는 재정정책이 분산되지 않고 더욱 통합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었다.17 수차례 인용된 1997년 에세이에서 하버드대 교수 마틴 펠드스타인Martin Feldstein은 같은 통화에 묶이면 유럽 각국이 갈등할 가능성이 실제로 더 높아진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포린 어페어Foreign Affiars 〉지에 기고한 글에서 “초반 EMU 회원국 사이에 통화정책의 목표와 집행방식을 둘러싸고 중대한 견해차가 생길 것이다. 경기변동 과정에서 특정 국가 혹은 여러 나라 들에 실업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이러한 견해차가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p.145 “대공황의 주원인은 극단적인 정책실수였습니다.” 버냉키는 우드스톡 인의 연설대에 서서 말했다. “그리고 오늘날 일본에서는 섬뜩하게도 1930년대를 연상시키는 말들이 정책입안자들 입에서 흘러나옵니다. …적극적인 통화팽창으로 물가가 오르면 일본 의 경기회복을 자극한다고 볼 만한 강력한 근거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든 중앙은행이 필요한 정책수단을 쓰지 않기로 하면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이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갖는 폐단이기도 합니다. 디플레이션을 막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지연된 디플레이션이 결코 나타나지 않을까요?” 버냉키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고는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으로는 소심함이나 무능력함을 막지 못하기 때문입니다.”---p.154 중앙은행장들은 보수적 집단이다. 사회가 그들에게 맡긴 놀라운 책임은 특정한 자질을 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즉 신중하고 침착하며 조심스러운 자세다. 그 어떤 나라의 원수도 경솔하고 모험을 즐기는 성향의 인물에게 경제 전체에 대한 통솔권을 넘겨주지 않을 것이다. 대부분의 시기에는 신중한 자세가 별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에게는 따분한 사람들이 이끄는 중앙은행이 필요하다. “첫째, 해를 끼치지 마라”는 실로 강력한 언명으로, 뭐든 중앙은행장이 성급하게 시도하면 그 나라 경제에 막대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그렇지만 경제가 중앙은행에 구원을 바라는 손을 내미는 순간에는, 중앙은행장이 기본 자질에서 벗어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중앙은행 운영에 도움이 되고 또 은행장 선출시 고려했던 신중한 자세는 침체에 빠진 경제를 구해야 하는 순간 대범한 시도를 가로막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신중한 자세를 보였지만 결국 일본은행은 금리를 제로로 낮추고 이를 계속 유지하며, 또 새로 찍은 엔화로 다양한 자산을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이런 노력들이 일본경제를 ‘고치는’ 데는 미흡해도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일본인들은 한 세대 동안 점점 가망 없는 모습을 지켜봤다. 만약 일본이 미국처럼 1991년부터 2011년까지 1인당 생산량이 꾸준히 늘어났다면, 일본인의 연평균 소득은 9천500달러 더 늘었을 것이다. 통화정책은 강력하다. 그렇지만 만능은 아니다.---pp.163~164 투자자들은 대안정기에서 얻은 교훈이 있었다. 중앙은행이 경제관리에 통달했다는 인식이었다. 선진국이든 점점 늘어나는 신흥국이든 모두 인플레이션을 정복했다고 생각했다. 급성장하는 아시아경제권에서 금융위기가 터지든, 미국 주식시장에서 거품이 터지든, 인플레이션에 따른 그 어떤 역풍도 중앙은행이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위험이 제거된 듯 보이는 세상에서 투자자들은 더한 위험도 감수하려들었다. 그 누구보다도 금융의 미래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그린스펀은 비록 세계경제가 위험에 빠질 정도는 아니어도 이러한 상호작용이 있음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잭슨 홀 연단에 서서, “장기간 안정된 경제 덕분에” 투자자들이 높은 위험부담에 대한 보상으로 요구하는 위험 프리미엄이 낮아지면서 자산가격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고 말했다. 주식과 채권, 주택가격 상승은 더 큰 부를 낳고 구매력을 높였는데, 이들 자산가치가 대폭 상승한 것은 일정부분 “투자자들이 낮아진 위험보상을 받아들이면서 생긴 간접적 결과”라고 지적했다. ---p.187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을 가장 정확하게 묘사한 사람은 당시 런던 정경대학에 재직 중이던 신현송 교수였다. “런던에 있는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23 영국인들은 2000년의 도래를 기념하기 위해 템스 강을 가로지르는 아름다운 보행다리를 새로 만들었다. 줄을 매단 기둥을 옆으로 눕게 설계하여 투박한 다리 기둥을 세울 필요가 없는, 공학적 우아함이 돋보인 다리였다. “6월 어느 화창한 날 여왕이 첫발을 내딛으면서 이 다리는 개방되 었습니다. 언론들이 그 자리에 모여 있었고, 수천 명의 사람들이 그날 행사를 만끽하러 왔습니다. 그렇지만 다리는 개방되자마자 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밀레니엄 다리는 개통 첫날 바로 폐쇄됐다. 처음에 엔지니어들은 뭐가 잘못됐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소대병력이 다리 위에서 발맞추어 걸으면 강력한 상하진동이 생겨 다리가 흔들리므로 당연히 문제가 된다. 그래서 근처에 1세기도 더 전에 세운 알버트 브리지Albert Bridge는 군인들이 다리를 건널 때 발맞추어 걷지 말라는 안내문까지 부착했다. 그렇지만 밀레니엄 브리지에서 일어난 일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다. “무작위로 걷던 1천 명의 사람들이 정확히 발맞추어 걷기 시작하면서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신 교수는 물었다. “제로에 가깝다고 말씀하고 싶으실 겁니다.” 그렇지만 바로 확률상 제로 같은 상황이 실제 벌어졌다. 밀레니엄 브리지 설계자들은 사람들이 주어진 환경에 반응하는 과정을 고려하지 못했다. 개통 첫날 몰린 보행자들의 발걸음으로 다리가 조금 흔들렸을 때, 사람들은 균형을 잡으려고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저마다 조금씩 움직이는 정도였다. 그런데 각자 반응하던 사람들이 다 같이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작은 동작이 큰 동작으로 전환될 만큼 충분한 횡압이 생겼다. 신 교수가 말을 이었다. “다시 말해, 다리의 흔들림이 자체적으로 증폭되는 것입니다. 초기의 충격이, 이를테면 약한 바람이 불고 지나간 지 한참이 지나도 그 흔들림은 계속 남아 점점 강해지는 것입니다. 폭풍, 지진, 다리 과부하 같은 요소에 주목하는 컴퓨터상의 강도테스트는 개통 날 있던 행사를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온갖 악재가 겹친 최악의 상황)’으로 간주했을 겁니다. 그렇지만 퍼펙트 스톰은 틀림없이 매일 겪게 될 현실입니다.” 밀레니엄 브리지처럼 금융시장에서도 개별은행과 헤지펀드, 개인 투자자와 같은 개별 행위자들은 다른 행위자들과 공조하면서 주변 환경에 반응한다. 전 세계 투자자들의 행동으로 지면이 이동하면, 이들은 모두 자세를 바꾼다. 그리고 모두가 똑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자세를 바꾸면, 초기의 움직임이 계속 강화된다. 그러면 갑자기 시스템이격 렬하게 흔들리는 것이다.---pp.188~189 미국과 유럽 모두 대량실업을 다룬 기사들이 매일같이 쏟아졌다. 선적회사의 자료에 의하면, 전 세계 교역량 역시 곤두박질쳤다. 위기 직전 여름에 트리셰와 킹이 심각하게 우려했던 물가상승 압력은 자취를 감추었다. 7월 배럴당 145달러였던 유가가 연말에는 배럴당 40달러로 뚝 떨어졌다. 이 모두가 세계경제가 경기후퇴로, 심하게는 경기침체로 추락하고 있다는 징후였다. 이제 중앙은행이 고高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접고 경제에 돈을 투입해야 할 때였다. 오래전 MIT의 연구실 동료였던 버냉키와 킹은 만약 모든 주요 중앙은행들이 다함께 행동한다면, 독자노선을 걷거나 같은 조치를 개별적으로 할 때보다 파급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봤다. 게다가 모두가 하나되어 행동하면, 개별행동이 통화시장에 초래할 수 있는 그 어떤 왜곡도 없앨 수 있었다. 이는 특히 트리셰가 우려한 부분이었다. 만약 유럽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면 유로가치가 큰 폭으로 하락할지 모른다고 트리셰는 예상했다. 10월 초, 그는 버냉키, 킹과 함께 행동하기로 했다. 금리를 올린 지 단 석 달 만에, 트리셰는 자신의 결정을 뒤집을 채비를 했다. 이들 삼총사는 더 작은 중앙은행 총재들과 대화를 나눴다.---p.272 버냉키와 연준이 위기상황에서 베어스턴스와 AIG에 구제금융을 제공하거나 금융시스템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서 마련된 난해한 정책들과 같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정치권은 부차적인 고려 대상이었다. 버냉키와 그 측근들은 본인들 판단에 최선인 경제적 지원책을 행해야 한다고 봤고, 정치는 자기 나름의 역할을 하길 원했다. 버냉키는 그의 자문에게 “우리가 명예의 전당에 오를 만큼 훌륭한 타율로 위기를 벗어나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했다.---p.287 금융시장에 종사하면서, 연준의 모든 정책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는 사람들조차도 연준의 정책방향이 무엇인지 쉽사리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메릴린치Bank of America-Merrill Lynch 소속 이코노미스트 에단 해리스Ethan Harris는 “현재 이 정책을 둘러싸고 들리는 이야기를 보면 불협화음이 따로 없다. 연준 안팎에서 견해차가 심한 말들이 쏟아지면서 시장에 혼선을 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세상 사람들 눈에는 벤 버냉키 한 명만 보였다는 점이었다.---p.426 슈퍼마리오 형제의 조치 덕분에 겨울과 봄에 희망이 보였다. 물론 질질 끌어온 유럽의 금융통합은 아직 해결되지 않았지만, 유럽중앙은행의 방화벽 덕분에 금융시스템이 안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이탈리아에서는 마리오 몬티가 베를루스코니의 헛공약에 불과했던 재정개혁을 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이탈리아 10년 만기 차입금리가 2011년 11월 25일 6.57퍼센트에서 2012년 3월 9일 4.19퍼센트로 떨어졌다. 한편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놀라울 정도로 정치적 응집력을 보여주면서, 고통스러운 구제금융 합의안을 꾸준히 이행하고 있었다. 스페인은 새로운 중도우파 정부 밑에서, 나름 일련의 고통스러운 개혁을 추진했다. 이번에도 예외는 그리스 하나였다.---p.561 세계열강은 거의 언제나 세계적인 금융강국으로 입지를 굳히면서 부상한다. 그리고 모든 금융열강의 뒤편에는 효율적인 중앙은행이 있다. 영국이 19세기 제국주의 열강으로 군림했을 때 런던은 세계의 금융수도였고, 당시 영국이 열강으로 득세할 수 있었던 것은 상당부분 영란은행 덕분이었다. 20세기에 미국이 막강한 세계열강으로 등장했을 때는, 뉴욕이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런던을 대신했다. 연방준비제도가 1914년에 창설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중국의 부상은 최근 30년간 가장 두드러진 경제적 사건일 것이다. 중국은 1991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했을 때 1인당 330달러의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했다. 2011년에는 생산액이 5천430달러로 뛰었다. 이러한 수치들 이면에는 이제 먹고 살 만해졌고 예전만큼 뼈 빠지게 일하지 않아도 되며 부모세대보다 더 안락한 근대의 삶을 누리게 된 수억 명의 중국인들이 있었다.---p.573 거대한 금융강국이 되려면 풍부하고 유동적인 채권시장이 있어야 한다. 이 시장에 저축자들이 거액의 자금을 맡기면 이를 유용하게 쓸만한 기업이나 정부에 그 돈이 흘러들어간다. 완전히 발달한 채권시장은 상업의 수레바퀴에 기름칠을 하고, 여러 다양한 거래를 뒷받침하며, 그 경제의 시장금리를 결정한다. 게다가 채권시장에 활기가 넘치면 국가가 지배하는 은행들 외에도 자본을 구할 통로가 생긴다. 그러면 단지 정치인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아닌, 채권시장이 판단하기에 가장 전망이 좋은 기업으로 자금이 흘러들어간다. 중국의 채권시장은 2012년 회사채 총잔액이 GDP의 9퍼센트 정도로, 같은 항목이 GDP의 50퍼센트인 미국에 비해 매우 형편없었다. 저우와 인민은행은 오래전부터 채권시장 활성화를 주장해왔고, 최근 몇 년 사이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p.586 주요 은행장들은 저마다 몇 년 전 가능해 보였던 온갖 조치를 했을뿐 아니라 그 이상의 노력을 해왔다. 유럽중앙은행은 설립조약을 어기지는 않았지만 설립정신을 어겨가면서 유로존 국가의 채권을 사들였고, 여러 민주주의 국가의 예산, 조세, 규제 결정에도 깊숙이 개입했다. 연준은 투자은행들과 보험회사들을 구제하고, 4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했으며, 양적완화를 통해 2조 달러 상당의 채권을 매입했다. 영란은행은 유럽중앙은행과 함께 행동하면서 불편하게도 정치권과 얽히게 되었고, 연준은 대차대조표를 과도하게 늘려버렸다. 이게 다 무엇을 위한 행동이었을까? 미국과 영국뿐 아니라, 가장 강력한 유럽국을 제외한 모든 나라가 잠재력 이하로 생산하면서, 주요 서구열강이 경제적으로 휘청거렸다. 2012년 여름 유럽연합과 미국의 실업인구는, 2007년 이전 추세 때보다 1천300만 명 더 많았다. 젊은 세대의 직업적 전망은 어두웠다. 은퇴세대가 평생 모은 저축이 경제위기로 피해를 입었다. 일부 유럽국에서는 극단주의 세력이 거리행진을 했는데, 그리스에서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드러났다. 그해 가을 무렵 그리스의 네오나치당인 황금새벽당이 이주자와 비非그리스인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그 횟수가 오싹할 만큼 잦았다. 스페인과 포르투갈, 이탈리아 거리에도 불만의 목소리가 넘쳐났지만, 그리스보다는 한결 평화로웠다. ---pp.598~5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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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선정 2013년 최고의 책!
“현재까지 세계 금융위기의 진실을 다룬 서적 중에서 가장 충실하고 권위 있는 보고서.” _ 커커스 리뷰Kirkus Reviews 벤 버냉키, 머빈 킹, 장 클로드 트리셰, 세계의 경제 대통령 3인에게 듣는다! “어떻게 고삐 풀린 21세기 금융시장을 안전하게 다룰 것인가?” 화폐의 탄생에서 거대금융의 등장, 그리고 내일의 통화정책까지, 세계 금융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다루는 역작! 2007년 8월 돌연, 그야말로 어떤 예고도 없이, 선출직관료도 아닌 세 사람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인물이 되었다.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중앙은행의 리더들이었다. 바로 미 연방준비제도의 벤 버냉키, 영란은행의 머빈 킹, 유럽중앙은행의 장 클로드 트리셰였다. 이후 5년에 걸쳐, 이들과 동료 중앙은행장들은 전 세계 금융시스템을 무너뜨리려는 금융공황을 억제하기 위해 수조에 달하는 달러, 파운드, 유로를 투입하고, 전례 없는 규모와 속도로 조치를 단행했다. 닐 어윈의 『연금술사들』은 우리가 목격한 위기대처과정에서, 판돈으로 수조 달러를 건 포커게임처럼 가장 치열했던 순간을 잡아 흥미롭게 기록한 책이다. 이 책은 중앙은행이 위태로운 탄생을 알린 17세기 스웨덴의 스톡홀름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이어 문제가 많았던 첫 출발부터 앨런 그린스펀 시대에 이르기까지, 중앙은행장들이 전 세계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 과정을 경쾌하게 서술하며, 중앙은행장들과 금융기관들의 현재와 같은 모습, 즉 우리의 집단적 운명에 특별한 힘을 행사하게 된 과정을 놀라운 필력으로 독자에게 전한다. 중앙은행장들이 이러한 권한을 이용해 어떤 결단을 내렸는지가 어윈이 들려주는 이야기의 핵심이다. 어윈은 연준과 여러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위기 초반부터 〈워싱턴포스트〉 지면에서 다루며, 주요 중앙은행장들과 그 측근들을 접할 특별한 기회를 누렸다. 11개국 21개 도시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기록을 토대로 그는 우리가 놓쳐온, 세계경제에서 중앙은행장들의 역할에 대한 총체적이면서도 그야말로 글로벌한 설명을 들려준다. 특히 금융위기 상황에서 연준 취재를 담당하며 세 사람의 연금술사들-버냉키, 킹, 트리셰-이 세계 금융시스템을 파국에서 끌어내려고 계속 노력했다는 사실을 읽기 쉽고 흥미롭게 기술한다. 이 책은 중앙은행장과 그들의 권력, 우리 시대의 심각했던 금융위기, 그리고 시장과 국가의 관계에 대한 역사를 균형 있게 다룬 획기적인 책이다. 3인의 중앙은행장과 위기에 놓인 세계 기술과 과학의 발달은 한 마을, 국가 단위의 경제문제 역시 글로벌한 범위로 확대했다. 이제 더 이상 로빈슨 크루소를 볼 수 없게 되었다. 한 경제주체의 위기는 또 다른 위기를 몰고 오며, 종국엔 더 큰 파도로 전 세계를 집어 삼킨다.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모두가 힘을 모아 난관을 타개하고자 노력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세 사람의 중앙은행장이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이하 연준) 건물은 직사각형에 낮고 견고해 보인다. 유럽중앙은행 건물은 높은 탑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영란은행은 창문이 없고 벽이 두꺼워 주변과 비교하면 요새처럼 보인다. 이들 기관은 모두 강한 권력을 지닌다. 그리고 모두 사립은행이기도 하다. 이들 세 은행이, 그리고 이들 세 은행의 수장이 가진 강력한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건지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역사를 알면 이들 중앙은행이 어째서 그처럼 강력한 힘을 지니게 되었는지 쉽게 알 수 있다. 미국 경제전문가이자 〈뉴욕타임스〉 수석 경제전문 기자인 닐 어윈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전의 위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존재한다. 연준을 예로 들어보자. 1907년 미국에는 중앙은행이 없었다. 그러나 지진, 시장 조작, 금융 버블 등 일련의 사건이 은행들의 붕괴를 촉발하자 당시 미국 제도는 불안정하며 위기에 노출되었음이 밝혀졌다. 위기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을 지원할 은행이 필요하다는 판단 하에 연준이 탄생했다. 어윈은 인상적인 방식으로 이 주제를 다룬다. 그는 주요 역사적 위기상황에 있었던 일화를 이용하여 시대에 따라 변하는 금융업계를 묘사하고 있다. 벤 버냉키, 머빈 킹, 장 클로드 트리셰, 이 세 중앙은행 수장들의 개인 이력은 2007년 시작된 사건들에 대한 그들의 반응과도 관련이 있다. 이 중 장발의 느긋하고 비범한 학생이었다가, 성인이 되어서는 의견 합의의 달인이 된 버냉키에 대한 묘사가 가장 매력적이다. 킹은 버냉키와 마찬가지로 최상급의 학문적 훈련을 받았지만 (그와는 달리) 완고한 경제적 순수주의자이며 분열을 초래하는 행정가이다. 트리셰는 시인이자 좌파 행동가에서 교활하고 수완 좋은 협상가가 되었다. 위기가 처음 닥쳤을 때 이들은 모두 자국 경제를 ‘화폐 장벽’으로 부양하는 유사한 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버냉키가 미국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합의를 빠르게 이끌어낸 반면 킹은 굼뜨고 독단적이며 학문적으로 접근했다. 이 책은 이 같은 개인 성향의 상충뿐 아니라 더 근원적인 권력이동에 대해서도 다룬다. “최고의 교훈은 과거의 실수로 얻게 되며, 과거의 잘못은 곧 미래의 지혜가 된다.” 2009년 금융위기가 ‘유로위기’로 비화하자 은행들은 국채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은행은 정부의 금융정책과 더욱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된다. 킹과 트리셰가 정부 전략에 대하여 논평하기 시작한 것은 중앙은행이 독립적일 뿐 아니라 우월한 경제적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다. 이처럼 새로운 힘을 얻게 된 중앙은행 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기민함과 결단력을 보여준 것은 미 연준이었다. 여기에는 과거에 있었던 위기에 대한 버냉키의 광범위한 연구가 도움이 됐다. 영란은행은 조금 뒤처져 있고, 유럽중앙은행은 이보다도 더 뒤처져 있다. 위기가 절정이던 시기에 다른 중앙은행들이 이자율을 낮게 유지하려 노력한 반면 유럽 이자율은 상승했다는 사실이 유럽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 관리에 집착한다는 뜻임을 어윈은 세 사람이 출연하는 옴니버스 영화를 보여주듯 자세하게 설명한다. ‘연금술사들’은 분명 신기한 재주를 부리지만 평범한 금속을 금으로 바꾸는 데 실제로 성공하지 못했다. 은행가들은 누구나 금융이론을 배우고 과거 있었던 중요 사건에 대해서 잘 안다. 하지만 미국 경제성장률은 여전히 낮고 유럽은 여전히 실업률 상승세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렇기에 이들 3인이 사실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다고 어윈은 쓰고 있다. “위기가 시작된 지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계 경제상황은 좋지 않지만, 강국 사이에 일어난 전쟁도 없었다. 유럽은 여전히 통합되어 있다. 신뢰를 박살낼 만큼 높은 인플레이션도, 그리스와 스페인을 제외하면 경제공황도 없었다. 이 중 어떤 것도 확실하게 예견되지는 않았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렇게 말하면 실제로는 저주하면서도 마음에 없는 칭찬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파국을 피한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2014년 초, 미국의 중앙은행장인 미 연준 의장의 교체가 예정되어 있고, 4월에는 우리나라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 총재의 교체도 예정되어 있다. 이 책 『연금술사들』은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주제로 하고 있지만, 외국의 선진 중앙은행들의 역사와 중앙은행장의 경험을 살펴봄으로써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 경제에 있어 통화정책 수립과 집행 및 경제정책에도 깊은 시사점을 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