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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bel Allen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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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치의 과장도 없이 말하지만, 나는 유치원 시절, 그러니까 우리 식구들이 ‘페미니스트’라는 게 도대체 뭔지도 몰랐던 그 시절부터 이미 페미니스트였다. 내 기억에, 내가 처음 남성들의 권위주의에 반감을 갖게 된 건 엄마가 처한 상황 때문이었던 것 같다.
--- p.7 내 입장에서는 엄마가 좀 더 독자적인 삶을 살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기 위해,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펼치기 위해 노력했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내 의견은 전혀 중요치 않다. 엄마와 달리 나는 페미니즘 세대에 속하고, 엄마가 가질 수 없었던 다양한 기회들을 누렸기 때문이다. --- p.13 나의 ‘페미니즘’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가 말하는 페미니즘은 두 다리 사이에 존재하지 않고, 두 귀 사이에 존재한다. 즉 나의 페미니즘은 철학적 태도이자 남성만이 가진 권위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그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를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며, 정의에 대한 주장이다. --- p.24 엄마가 늘 타이르곤 했다. “뭐든 소란 피우지 말고 품위 있게 해야 하는 법이란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라는 게 소란 피우지 않고서는 도저히 들이밀 수 없는 것이다. --- p.49 나처럼 자부심이 꽉 찬 여자에게 늙어가는 건 힘든 일이다. 마음만은 여전히 매력이 넘쳐흐르는 여성인데, 아무도 그걸 알아주지 않으니 말이다.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게 필요한데, 사실 내 나이에는 그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 p.77 만일 아무도 내 발을 걸어 넘어뜨리려 들지 않는다면 그건 나라는 사람이 아무런 보잘 것도 없는 사람임을 뜻하는 것이다. 그거야말로 기겁할 일이다. --- p.112 난 아직도 강아지들과 바닥에서 뒹굴기도 하고, 몰래 아이스크림을 사 먹으러 나가기도 하고, 아침 식사로 뭘 먹었는지도 잘 기억하고, 깔깔거리면서 섹스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젊다고 느끼며 산다. 그렇지만 신중한 자세로 함부로 내 능력을 시험하려 드는 짓은 하지 않으며, 묵묵히 나의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나이가 들면서 뭔가를 잃게 되는 건 당연한 이치다. --- p.114 여성이 원하는 건 대충 이런 것이다. 안전하게 살기, 인격체로 존중받기, 평화롭게 살기,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사람들과 연결되하기, 그리고 무엇보다 사랑하기. --- p.151 ‘남성’의 또 다른 이름인 ‘서글픈 이 세상’을 운영해나가는데 이젠 여성도 참여할 시간이 도래했다. 더러 권력을 쥔 여성들을 보면 남성처럼 행동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것만이 권력을 공유하고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과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오른 여성의 숫자가 충분해진다면 저울추를 보다 공정하고 공평한 문명 쪽으로 기울일 수 있다. --- p.238 우리는 성별, 인종, 계급, 나이 등 우리를 갈라놓는 각종 구분에서 비롯된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포괄적이고 평등한 문명을 원한다. 우리는 평화와 공감, 품위, 진리, 연민이 충만한 친근한 세상을 원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행복한 세상을 원한다. 그것이 우리 착한 마녀들이 추구하는 세상이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환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든 여성이 함께 완성해낼 수 있는 계획이다. --- p.2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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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하는 여성 소설가
이사벨 아옌데의 삶 40년차 소설가이자 언론인 이사벨 아옌데. 그녀는 1973년 9월 11일 군사 쿠데타로 전복된 전 칠레 대통령의 사촌인 외교관 토마스 아옌데 페스의 딸이다. 이사벨 아옌데가 유년기를 보낼 때의 칠레는 남성이 아내와 자식을 버리는 일이 흔했기 때문에 그녀는 일찍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사회의 편견과 혐오를 하나씩 넘어서며 살아야 했다. 그녀가 살았던 칠레는 “딸에게 글자를 가르치지 않았고, 여성은 사회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미덕이었고, 남성의 보호 아래에서만 안전했”다. 정치적으로도 군부 독재와 자유가 대립하던 혼란기였다. 그녀는 다행히 글자를 배울 수 있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사회의 이중성과 불평등을 유머러스한 글로 풀어내는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그리고 가부장적 이념에 반하는 문학적인 활동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라틴 문학 소설가가 되었다. 지금은 전 세계 성인 여성과 여자 아이들을 보호하는 재단을 세워 활동하고 있다. 자신과 어머니가 수많은 여성들의 응원 속에서 보호받고 살아남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항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데 집중한다. 자신의 존재를 작가에 한정짓지 않고 사랑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삼는 운동가 같은 삶을 산다. 나만의 페미니즘을 찾아낸 78세 여성이 다음 세대 여성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 쓴 책 이사벨 아옌데는 스페인에서 이 책을 출간한 후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내 인생에서 나는 페미니즘이 파도처럼 오고 가는 것을 보았다”고 운을 떼며 “내가 젊었다면 이 책을 쓸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78세이고 오래 살았기 때문에 내 궤적과 페미니즘이 어떻게 맞물리며 바뀌어왔는지를 멀리서 바라볼 수 있었다”고 했다. 작가는 여성으로서 한때 뜨겁게 타올랐고 지금은 유지 중인 페미니즘이라는 가슴 속의 횃불을 타인에게 넘겨주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횃불로 불씨를 옮긴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 『사랑하는 여자들에게』에서 작가는 강조한다. “페미니즘은 두 다리 사이가 아니라 두 귀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고. 이 책의 여성 독자들이 자신이 여성으로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세상을 바꾼 페미니스트들의 이야기와 경제적·사회적으로 모범이 되는 여자 친구들의 이야기를 책에 녹여냈다. 세계 최고의 라틴 문학 거장의 에세이답게 책 전반에는 상징적이고 핵심적인 인물들이 있다. 남성 캐릭터로는 작가의 성장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외조부, 그리고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 남편이 등장한다. 여성 캐릭터로는 부모가 반대하는 결혼을 한 뒤 버림받았지만 늘 젊고 예쁘고 매력적이어서 호사가들의 대상이 되었던 어머니 판치타, 페미니즘에 반감을 가졌던 딸 파울라도 등장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은 페미니즘을 다루는 이야기에 주로 등장하지만, 가족·일·열정·나이 듦·사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감을 준다. 성별, 국가, 나이를 뛰어넘는 우아한 인생 내공 이 매력적인 78세 페미니스트는 선동적이기보다는 절제되고 잔잔한 톤으로 독자를 사로잡는다. 『사랑하는 여자들에게』는 스페인에서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했고, 12개 나라가 판권 계약을 서둘렀다. 미국에서도 번역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베스트셀러가 됐다. 미국 방송사 HBO는 이 책을 기반으로 3부작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예정이다. 그녀는 평생 외국인이었다. 페루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는 어머니를 버리고 칠레로 이주했고, 어머니가 외교관과 새롭게 결혼하면서 세계 곳곳을 여행했다. 정치적 난민도 되어보았고 이민자도 되었다. 고향은 칠레지만 그녀가 세계를 유랑하는 사이 고향도 변화했기 때문에 여전히 이방인이다. 작가는 살아오면서 겪은 수많은 고난을 차분하게 서술하고 우아한 유머로 맺음한다. 갖은 시련을 딛고 일어선 그녀의 내공이 엿보이는 이야기는 성별·국가·세대를 뛰어넘어 독자에게 웃음과 감동을 준다. 어떤 세상을 만들며 살 것인가, 스스로 답하게 이끄는 책 그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름다움, 젊음, 성공에 집착하는 세상에 살고 있지만 그 모든 것은 결국 끝이 난다고. 인간의 수명은 더 길어졌고 그렇기 때문에 ‘어떤 세상을 만들어가며 살아갈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모두가 영원히 청소년일 수 없는 것처럼, 삶의 각 단계에 걸맞는 가치를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그녀는 어떤 삶이 옳다고 함부로 조언하거나 주장하지 않는다. 그저 누군가의 삶에 영감이 되는 통찰과 유연한 유머를 나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