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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
부동산 광풍에 신음하는 부산의 길을 찾아간 현장 답사기
이준영
호밀밭 2023.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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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Ⅰ. 눈을 의심케 하는 도심 속 황토 벌판

1. 부동산 욕망에 불붙인 동해선 개통 (부산교대~송상현광장)
2. 지우개로 지운 칠판 같은 백 년 고갯길 (우암동 소막마을)
3. ‘정중앙’마저 뽑아 버린 재개발의 위력 (당감시장~동평초등학교)
4. 아파트 건설에 밀려난 ‘피란민의 성지’ (서구 아미동 순례)
5. ‘마천루’, ‘신기루’ 구별을 어렵게 하는 골목 (용호동 전통마을~오륙도 SK뷰아파트)
6. 찢기고 잘려 나간 삶의 흔적들 (지겟골~못골 옛길)
7. 간극과 비틀림을 확인한 영도의 허리 (영도 중리~한국해양대)

Ⅱ. 망각을 바라는 흔적 유실의 현장

1. 뱃길 들머리에 부는 변화의 바람 (덕천역~구포장)
2. 잊힌 조방과 사라지는 매축지마을 (조선방직 옛터~매축지)
3. 키가 크는 이유는 볕이 아니라 자본 (남천동~대연동 옛 해안 길)
4. 개발 욕망에 스러지는 ‘근대의 향기’ (초량길)
5. 갈잎… 모래톱… 추억과 함께 콘크리트 밑으로 (신평역~에덴공원)
6. 문학·음악의 낭만도 그만 재개발 굉음에 (일광면 해안가)
7. 비워지는 100년 기억의 창고 (민락동 옛 해안 길)

Ⅲ. 파도가 덮치고 몽돌이 쓸리는 해조음

1. 단절과 삭제 사이에 놓인 그 어디쯤 (서동~금사동)
2. 손잡고 이어지는 섬과 포구, ‘부산의 다도해’ (낫개역~몰운대)
3. 100년 길 훼손을 걱정한 4㎞ 여정 (남포동역~송도해수욕장)
4. 북항 변화에 빨려 들어가는 배후지 (영도 봉래·남항길)
5. 빠름과 느림, 변화와 정체의 고개 ‘대티’ (대티고개~괴정동)
6. 도시화에 묻힌 시·공간의 흔적들 (전포카페거리)
7. 40일 만에 만난 의문의 ‘삭제’ 현장 (심상소학교 라인)

참고 문헌

저자 소개 1

부산일보사에서 논설위원으로 지냈다.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를 출간했다. 『나를 만난 오뒷세이아』, 『유혹으로 읽은 일리아스』, 『헤로도토스의 역사 따라 자박자박』, 『책갈피와 책수레』를 동료와 더불어 출간했다. 서양 고전을 계통적으로 읽고 토론하는 모임을 하고 있다.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인문학과 글쓰기’를 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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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8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76g | 140*210*15mm
ISBN13
9791168261136

책 속으로

부산교육대학교에서 송상현광장까지 여정에서 그런 부침을 확인한다. 한때 부산의 간선이었으나, 서면~양정~연산으로 이어지는 줄기에 그 지위를 빼앗겼던 세월. 그렇게 한산한 곳으로 전락한 간조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바닷물이 밀려와 해면이 높아지는 변화상을 목격하는 발걸음이다. 그 발길은 옛 자취에 풍덩 빠지는 유영이기도 하다.
오 년 전에는 그런 감상에 젖었다. 지금은 다르다. 속도가 너무 빠르고, 규모가 너무 큰 쓰나미나 다름없다. 아마 그때는 변화상을 단순한 밀물로 오인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익사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앞선다. 동해선 개통 후로 역세권 이익을 노린 토건·건설 자본의 발톱은 그만큼 날카롭고 거칠다. 다시 덮쳐오는 너울에 휩쓸려 가지 않도록 얼마 남지 않은 보배를 지켜야 한다는 의무감도 함께 밀려온다. 유적이 부족하다는 시선에 늘 시달리는 부산이다.
--- p.22

산업 구조 재편으로 공장과 사람이 밀려났고, 쓸쓸한 공기만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이곳에 다시 바람이 불어오고 있다. 이름하여 재개발 열풍. 옛사람들이 장에 가기 위해 짐을 이고 지고 넘던 고갯길은 정비 사업 구역 안으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그래서 이번 여정은 기억을 각인하는 작업이다. 잊어버린 기억을 되찾는 이전의 발걸음과 그 성격이 사뭇 다르다. 이렇게라도 종적을 남겨놔야 훗날 항해의 좌표가 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역사를 기록하고, 공부하는 이유이니까.
--- p.34

갑자기 쏟아져 들어온 사람과 문물이 뒤섞여 특유의 체취를 풍기는 게 도시의 특성이다. 한 도시는 이처럼 나름의 색깔을 드러낸 채 굉음을 내며 질주한다. 그래서 도시 안의 모습
은 차이 없는 하나의 모습으로 인식되기 쉽다. 하지만 완벽한 균일체는 이론상으로나 있는 법.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다른 성질의 그 무엇이 결국에는 눈에 들어오고 만다. 그런 원인 중 하나가 지리적 요소다. 사통팔달의 좁은 도시에서 그게 무슨 변수가 될까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과 물자가 빈번한 곳이 있고, 외딴 도서島嶼처럼 여러 장벽에 갇힌 곳도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섬 같은 지점이 변두리가 아니라, 도심 속이라면 과거 도시 흔적이 뚜렷하다.
--- p.44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장면. 황량한 집들만 남은 쌍팔년도의 서울 쌍문동. 왁자지껄하게 골목을 가득 채우던 다섯 가족은 사라지고, 휑하니 부는 바람에 주인 없는 집을 지키는 대문만 덜거덕거린다. 사람 떠난 집들 사이로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먼지바람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갈팡질팡 하게 만든다. 그 기억이 부산 남구 용호2동 서북부에 자리한 마을에서 확 피어났다. 재개발을 앞두고 사람 목소리가 없어진 동네에서 흐르는 고요한 공포 앞에서다. 단정하게 명찰을 단 듯 출입 금지 팻말이 걸린 공가空家들 사이사이에서 불쑥불쑥 드러나는 폐가들이 깨진 창문과 부서진 문을 들이대며 방문자의 가슴을 서늘하게 한다.
--- p.65

마을 입구에서 사람들을 만났다. 누구는 재개발이 언제 시작될지 모른다고 하고, 어느 이는 올해 중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종잡을 수가 없다. 자연스레 화제가 재개발이 끝난 옆 동네 새 아파트로 옮겨졌다. 용호골목시장을 나와 지나쳐 온 바로 그 아파트촌을 말한다. 원주민은 보상금 조금 받고 떠나 재미를 보지 못했고, 마지막에 입주한 사람들은 아파트값 폭락으로 이른바 ‘상투’를 잡는 바람에 멍만 들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저 높은 건물이 낳은 막대한 이익은 과연 어디로 흘러간 것일까. 개인 주택과 아파트 간의 높이 차이가 한국 사회의 양극화라는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상징성으로 다가오는 듯하다.

--- p.72

출판사 리뷰

자연은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가질 수 없는 것일까

부산을 둘러싼 바다, 그 바다가 주는 황홀한 경관을 사람들은 더 이상 자연이 주는 선물로만 받아들이지 않는다. 어떻게 경치 좋은 곳을 선점하여 건물을 올릴 것인가 골몰하기 바쁘다. 그 자리에 원래 무엇이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 풍경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는 생각해 보지 않는다. 옛 마을의 역사가, 주민의 추억이, 죄 없는 자연이 가차 없이 허물어지고, 그 자리에는 ‘○○동 마지막 오션뷰 아파트’, ‘전 세대 오션뷰!’라고 으쓱대는 현수막들이 즐비하게 매달려 있다. 그렇게 모두가 누려야 할 공유재산이 고층 “오션뷰”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일부 부자들의 전유물이 된다.

호주 시드니에 더들리 페이지라는 평지가 있다. 시드니항의 아름다운 경치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소이다. 그 땅은 원래 더들리 페이지라는 인물의 개인 부지였다. 이 사람은 그곳의 멋진 전망을 혼자 보기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앞쪽에 어떤 건물도 짓지 않는 조건으로 이 부지를 시드니시에 기부했다. 이처럼 자연은 모두의 것이라는 인식을 우리는 가질 수 없는 것일까. - ‘들어가며’ 中

우리가 잊어버린, 그리고 잃어버린 부산의 역사와 자연을 기억하고자
100만 걸음을 직접 걷고 쓴 사라진 것들에 대한 기록


『부산 백 년 길, 오 년의 삭제』는 도시 재개발이라는 미명 아래 마구잡이로 굴을 뚫고, 다리를 놓고, 건물을 올리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게 한다. 또한 우리가 잊지 않고, 꼭 기억해야 하는 역사와 삶의 흔적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 〈눈을 의심케 하는 도심 속 황토 벌판〉에서는 재개발과 아파트 공사로 황폐화된 7곳에 대해 썼다. 2부 〈망각을 바라는 흔적 유실의 현장〉에서는 우후죽순 들어서는 건물에 밀려나고 지워진 옛길에 담긴 추억과 사연을 이야기한다. 3부 〈파도가 덮치는 몽돌이 쓸리는 해조음〉에서는 과거와 현대, 변화와 정체 사이에 놓인 다양한 도시의 흔적을 다룬다. 이렇듯 저자는 자본과 욕망의 굴레 속에 처참히 삭제되어 가는 도시의 면면을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비추며, 우리가 앞으로 만들어 가야 할 길에 자연, 공존, 역사 등의 가치가 담겨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추천평

기자로서 단련된 입체적 시각으로 조명해 낸 부산의 옛길 탐방 기록. 저자는 묻는다. 인간 삶의 정취와 역사, 그리고 지역의 정체성을 우물처럼 담고 있는 도심의 옛길들이 자본논리로 무장한 재개발 재건축 사업에 의해 해체되고 사라지게 해도 괜찮은지를…. 평소 잊고 지냈던 지역 문화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준 죽비 같은 책이다. 부디 일독을 권한다. - 문성수 (소설가)
문명사회에서 변화는 당연하겠지만 현대 도시의 성장에는 이기심이 너무나 가득하다. 그 변화의 길목에서 목격자가 필요한 지금, 과거의 삶을 들려주고 지금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글을 만나게 되어 행복하다. 때로는 분노의 한마디가 필요한 시대다. 길은 생명이고 사람이며 문화인데, 길이 사라지고 부산이 사라지고 있다. 정글 우림으로 변하고 있는 부산에서 길을 찾아 함께 들어가 보자. - 윤창수 (갤러리수정 관장/사진가)
인간은 무던히 곁을 지키는 것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산다. 아니, 필요하다면 그조차 가차 없이 변형시키고 파괴한다. ‘부산의 길’ 이야기여서 더없이 반가웠던 책 속에서 사라져 가는 옛길과 진한 사연과 현재도 진행 중인 고통을 모두 만났다. 정신이 번쩍 든다. 길을 생명체로 여기고 그것이 전하는 말을 대신하는 듯한 저자의 감수성은 곧 인간에 대한 성찰로 다가왔다. 책을 옆에 끼고 저자의 안내를 따라 부산 길의 흔적을 더듬어 보고 싶다. - 박정은 (부산여성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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