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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삼성전자 반도체 천부장 이야기
박준영
북루덴스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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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들어가며

1부 새벽 3시의 커피

수요일 오전
인류학 연구 1 문화인류학
기록과 성찰
인류학 연구 2 행위자성(agency)
인간에 대한 예의
인류학 연구 3 라포

2부 천재경영의 시대

반도체, 0과 1의 기적
인류학 연구 4 주체의 문제
반도체라는 마법의 비밀
인류학 연구 5 마법
‘신화’와 ‘불가능’
인류학 연구 6 소문자 역사(history)
삼성반도체통신,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다
인류학 연구 7 중층 기술(thick description)
TPM의 시간
인류학 연구 8 현장 연구와 참여관찰
‘경영’에 대한 태도
인류학 연구 9 응용인류학과 비판인류학
초격차의 서막
인류학 연구 10 발화(enunciation)
식스시그마로!
인류학 연구 11 실증주의와 인류학
그룹경영의 시기
인류학 연구 12 아비투스(habitus)
리더의 다른 길, 마스터
인류학 연구 13 의례(ritual)
반도체의 물질적 기반
인류학 연구 14 소속감
패러다임 전환
인류학 연구 15 증여

3부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삼성의 이름만으로
인류학 연구 16 판단중지(epoche)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면서도
인류학 연구 17 리더와 추종자
타인의 것
인류학 연구 18 생애사
반도체 밖으로
인류학 연구 19 연구자의 위치

에필로그
참고문헌

저자 소개 1

연세대학교 화학공학사, 경제학석사,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기술과 경제, 인간에 대한 시선을 쌓았다. 삼성전자에서 10년간 반도체연구소 연구원과 인사과장으로 일했고, 퇴직 후 10년간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강의, 컨설팅, 자문 교수 활동을 하며 20년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 안과 밖에서 만난 기술 발달, 조직문화, 글로벌 구도 변화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그려내는 산업인류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MBC, KBS, SBS, 연합뉴스 등의 생방송 인터뷰 및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고, 삼성과 반도체 현장을 솔직하게
연세대학교 화학공학사, 경제학석사, 문화인류학 박사학위를 받으며, 기술과 경제, 인간에 대한 시선을 쌓았다. 삼성전자에서 10년간 반도체연구소 연구원과 인사과장으로 일했고, 퇴직 후 10년간 한국 반도체 업계에서 강의, 컨설팅, 자문 교수 활동을 하며 20년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산업 생태계를 예리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삼성 안과 밖에서 만난 기술 발달, 조직문화, 글로벌 구도 변화를 인류학적 시선으로 그려내는 산업인류학연구소를 설립하였다. MBC, KBS, SBS, 연합뉴스 등의 생방송 인터뷰 및 다큐멘터리에 출연했고, 삼성과 반도체 현장을 솔직하게 진단했다. 특히 사회적 이슈가 된 반도체특별법의 주 52시간 예외 관련 현실진단과 대담한 쓴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서울시, 경기도, 국책기관, 대학교, 삼성전자 및 소재/부품/장비 협력사에서 연 3,000명 이상 반도체 기술, 산업, 경력 설계, 인력 양성, 조직문화 강의와 컨설팅을 하며 반도체산업 생태계 구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 반도체 소식을 담고 있는 유튜브 [한반도-한국 반도체 도우미]를 운영한다.

경영자뿐만 아니라 기술자가 우대받고, 주니어와 시니어가 모두 존중받을 수 있는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35년 차 삼성전자 부장의 시선으로 반도체 업계를 바라보는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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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498g | 153*224*17mm
ISBN13
9791198125644

책 속으로

그가 입사했던 1988년에 삼성은 국내 최고의 회사는 아니었다. 반도체 산업도 ‘아오지’라고 불렸으며, 국민소득 1만 달러 이상인 나라에서나 가능한 사업으로 이제 막 중진국에 턱걸이한 한국에서는 불가능하다는 통념이 있었다. 그가 일해온 35년 동안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 되었으며 그 규모와 내실이 폭발적으로 커졌다.
--- p.8

반도체 성능의 발달은 주로 ‘미세화’에 좌우되는데, 미세화는 그 당시 반도체의 소재와 부품, 장비, 그리고 사람들의 몸이 최적화되어 어떻게든 만들어야 했던 수많은 시도와 오류의 결과물이다. 미세화는 동일한 면적에 동일 성능 혹은 더 향상된 성능의 트랜지스터를 더 많이 꽂아 넣어야 한다는 뜻이다.
--- p.51

기흥 공장의 건설은 반도체 신화의 서곡이었다. 기술 선진국에서도 빨라야 18개월이 걸리는 공사를 6개월 만에 마무리 지은 것이다. … 외국 관계자들도 6개월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삼성은 휴일도 없이 24시간 피와 땀을 쏟아붓는 돌관공사로 불가능에 도전하였다. 대부분 공기가 혹한기였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1984년 3월 말 공장이 완공되자 불가능하다고 하였던 관련 외국인들도 경탄해 마지않았다(『삼성전자 40년사』).
--- p.66

1983년 이병철 전 회장의 도쿄선언, 1987년 6월 항쟁, 1988년 서울올림픽, 1993년 삼성 신경영선언은 우리나라 역사와 삼성의 기업사에 길이 남을 대문자 역사(HISTORY)이다. 천기주 부장은 1988년을 서울올림픽이 아니라 자신의 삼성전자 반도체 입사를 가장 인상적인 역사로 말하고 있다. … 그의 이야기는 대문자 역사가 아닌 소문자 역사(history)이다.
--- p.82

여러분들은 신뢰가 없어, 어떻게 불만이 있다고 회사에 안 나올 수 있어! 근무할 자격이 없으니 아무도 라인에 들어오지 마, 라인 가동 중지시켜!
--- p.102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자!’는 ‘삼성신경영선언(1993. 6. 7)’ 이후, 사장단 간담회 때 나온 말로 삼성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다. 지금이야 독보적인 매출액과 이익으로 코스피(KOSPI)는 삼성전자와 같이 움직인다고 할 정도지만, 저 선언이 있을 때만 해도 현대에 뒤지고 있었다. 선언이 나온 1993년은 삼성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세계 1위를 했던 첫해였다. ‘신경영선언’은 한마디로 양적 경영에서 질적 경영으로의 변화였다.
--- p.132~133

그는 스태프의 또래 과, 차장급 사람들을 만나면서 ‘드라이’하다는 말에 상처를 받았다. 그의 마음속에 있는 슬픔의 정서와 사람을 아끼는 마음이 모조리 그의 검은 얼굴, 현장에서 핏대를 올리던 언어, 과제를 꼭 해결해야 한다는 목표의식 속에 사라져버리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 p.153

한 대에 수십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이르는 설비는 반도체 제조에 있어서 핵심 자산이다. 거대한 삼성전자의 반도체 라인은 설비와 설비를 운영하는 사람과 반도체를 만들어내는 물질, 이 세 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반도체에서 설비(Machine), 사람(Man), 물질(Material)을 3M으로 구분하고 이것을 명확하게 측정(Measure)하는 것을 포함해서 4M으로 확장한다.
--- p.191

삼성전자의 위기는 세 부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임원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중간관리자는 전전긍긍하다가 버겁고, 새로운 이들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서문에서 제시한 대로 그간의 ‘불가피한 정신 승리’를 마감할 때가 됐다. 삼성은 물론 기존 한국 사회의 통상적인 방식을 고수하는 기업들의 위기다.
--- p.222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에서 서구의 설계, 아시아의 생산이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서구는 다시금 생산공장을 현지로 이동하고 있으며, 아시아는 더 높은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반도체 설계에도 집중한다.
--- p.228

오십 대를 돌아보면서, 이제는 주변을 보려고 해. 사람들과 어울리고 돈을 쓰고, 할 수 있는 것은 하면서 살자. 남들만큼은 못하지만, 뒤늦게 가지만…. 삶에 변화가 생긴 거지. 이제는 평범한 생활 쪽에 서려고 노력해. 친구들과 모임을 5년, 10년 같이 했는데, 친구들이 나를 부러워하더라고. 제일 행복한 놈이라는 거야.
--- p.239

그가 걸어왔던 삶을 연구하는 방식이 ‘생애사’ 연구이다. 일반적으로 생애사 연구를 통해 그의 출생부터 살아온 지금 그리고 바라보는 미래까지 조망한다. 그가 살았고 살고 있는 시대적 맥락을 통해 독자들은 그 시대와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된다. 그는 삼성에서 보낸 시간이 그가 삼성맨이 아니었던 시간보다 더 길고, 그의 삶 전면에 삼성은 자리하고 있다.
--- p.251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혁신과 교육 분야에서 33년간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왔는데, 그간 쌓은 노하우를 협력사와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삼성전자 반도체에 감사드립니다.

--- p.261

출판사 리뷰

‘삼성’ 반도체’에서 ‘K-반도체’로, 피땀눈물의 순간!
문화인류학자가 기록한 반도체 산업 현장 그리고 사람


이 책은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한 ‘천기주’가 삼성전자 반도체의 치열했던 변화의 순간을 몸소 겪어낸 35년을 다루고 있다. 반도체 제조 후공정 출신인 그는 현장 직반장→TPM→노사위원→식스시그마 MBB 혁신활동 →신임마스터 리더십 교육 및 조직문화 진단→사내 혁신 컨설팅→협력사 컨설턴트로 직무를 변환하며 회사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는 신념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행력으로 직무를 수행해왔다. 그것은 삼성전자 반도체가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1993년부터 30년 동안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세계 반도체 산업에서 선두기업으로 우뚝 서는 과정이었다.

저자는 삼성전자 반도체 이야기를 세 가지 렌즈와 시선으로 구성하고 있다. 첫 번째, 삼성의 시선으로 삼성전자 반도체의 주요 시기별 생산방식과 경영 전략의 변화를 추적한다. 두 번째, 조직의 변화 속에서 살아남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 천부장을 향한 시선이다. 거기에는 10년간 삼성전자 반도체에 몸담았던 저자의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세 번째, 문화인류학적 시선이다. 조직에 속한 한 사람의 생애를 인류학적 관점에서 살펴보고 각 주제의 끝에 문화인류학 개념을 덧붙여 인류학 연구와 서술방식에 익숙지 않은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저자 자신도 서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세 개의 렌즈를 통해 ‘한 인간이 조직에서 어떻게 자기모순을 극복하고 버티어왔는가’를 궁리해보고자 했다.” 저자의 시선은 실리콘이라는 물질에서 출발해 900여 개의 공정을 거쳐 완성되는 ‘반도체’와 그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인간을 향한다. 삼성전자 반도체가 글로벌, 초일류, IT 기업으로 알려져 있지만 결국에는 물질을 직접 다루어 반도체를 생산하는 제조회사라는 점과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의 몸이 그려내는 다양한 무늬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는 것이다.

1부 “새벽 3시의 커피”에서 저자는 이 책의 주인공인 ‘천기주’와 만나게 된 계기, 저자가 왜 ‘천기주’라는 개인에 주목하게 되었는지, 그를 통해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밝히고 있다. 삼성 반도체 사업 초기의 잦은 야근, 24시간 돌아가는 생산라인을 믹스커피로 견뎌온 천기주라는 인물에 대한 당김이 있었던 것이다.

삼성 반도체 현장직으로 출발해 혁신의 과정마다 주도적으로 참여했던 천기주라는 개인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인류학 연구의 틀을 마련해보고자 한다는 저자의 제안에 흔쾌히 승낙하고서도 ‘천기주’는 인터뷰 과정에서 주춤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임원으로 승진을 하지 못해 특별히 할 이야기가 없고 내세울 게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삼성의 신입사원 중 0.8퍼센트만 임원으로 승진한다. 천부장은 대한민국에서 연봉 1퍼센트 안에 드는 삼성전자의 부장이면서도 임원으로 승진하는 0.8퍼센트에 속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사회적 성공이 곧 성공이라는 신념을 체화하고 있는 천부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기업의 성장을 함께 일궈낸 개인의 노력이 존중받지 못하는 데 대한 안타까움도 드러낸다. 삼성 반도체가 그동안 이뤄낸 눈부신 성과가 ‘경영진’의 결단의 결과이자 그것을 현장에서 몸으로 실현해낸 노동에 있었음에 주목하고 그 노력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반도체의 물적 기반에서 생산 현장, 조직구성까지, 삼성전자 반도체의 역사와 발전을 다룬 인문학적 고찰
‘천기주’의 35년은 삼성 반도체의 경영 전략과 현장의 변화를 몸소 겪어낸 살아 있는 역사다.


1987년 삼성그룹의 수장으로 취임한 이건희 회장은 1993년 6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 주문한 ‘프랑크푸르트선언’을 통해 변화와 혁신의 포문을 열었다. 그에 화답하듯 그해 삼성 반도체는 8인치 웨이퍼 생산으로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경영진의 결단’ ‘천재 경영’으로 표현되는 삼성 반도체의 성공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저자는 경영진의 일성을 실적으로 구현해낸 제조 현장과 그 안의 사람들에 주목한다.

2부 “천재 경영의 시대”에서는 천기주를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의 혁신 과정을 보여준다. ‘반도체(半導體)’의 ‘반(半)’도 몰랐다는 ‘천기주’는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하며 ‘삼성 반도체인’으로서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반도체 제조공정의 마지막 단계인 후공정 양품검사를 담당했다. 24시간 돌아가는 라인에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72시간 근무도 마다하지 않았고 1년에 3일 만 쉬는 고된 노동 속에서 믹스커피로 잠을 쫓으며 현장을 지켰다. 그 와중에도 제조 라인의 효율성 증대와 합리화를 위한 수백 건의 제안을 함으로써 제안 왕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현장의 직장으로 제조를 맡은 3교대 제조직 여사원들에게 교대시간에 시를 읽어주고 방송통신대학 진학을 권하며 성장을 독려했고 취미활동을 함께하며 가족보다 끈끈한 관계를 이어간다. 그가 제조직 여사원들에게 애정을 쏟았던 것은 자신도 공고 출신으로 기름때 묻은 손을 부끄럽게 여겼던 데 대한 동병상련의 감정이 있었다고 고백한다. 그런 관계 속에서 퇴직한 한 조장은 회사생활과 일상이 담긴 일기장을 선물하고 그 일기장을 고이 간직한 천부장의 모습은 직장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형식을 넘어선 인간에 대한 예의와 깊은 애정을 보여준다. 천부장의 그런 마음의 기조는 그가 진행한 프로젝트나 자기 팀에 속한 팀원들을 대하는 데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런 그이지만 제조직 여사원들이 고된 근무를 이유로 스트라이크를 일으켰을 때 라인 가동을 중지시키고 여사원들의 현장 출입을 막는 단호함을 보인다. 그것은 할 일은 먼저 하고 자기주장을 하라는 언제나 회사를 우선시하는 신념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회사의 게시판에 침몰하는 난파선에 잘못 탄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MZ세대 직원의 글에 눈물을 글썽이고 그들이 아직 회사생활을 오래 안 해봐서 그럴 뿐 시간이 흐르면 생각이 바뀔 거라고 회사와 경영진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한결같은 태도를 고수한다. 저자는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경영의 입장에 서느냐고 따지기도 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것이 천기주라는 개인이 삼성전자 반도체라는 회사를 바라보고 그곳에서 35년을 살아낸 방식이었다.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선 삼성 반도체
‘별’이 되지 못한 그는 삼성의 아침이다


삼성 반도체의 연혁을 살펴보면 업계 최초라는 수식어가 자주 등장한다. 1983년 기흥 공장 설립으로 64Kb DRAM을 개발하며 본격적인 반도체 제조에 뛰어든 삼성은 1990년대에 들어서면 세계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선다. 92년 업계 최초 64Mb DRAM 개발, 93년 세계 메모리 시장 점유율 최고 달성, 94년 업계 최초 256Mb DRAM 개발, 98년 128Mb 플래시메모리 수출과 미국 오스틴에 생산기지 건설과 생산 시작 등 삼성 반도체는 새로운 기술개발로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며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했다.

그런 내외적 성장을 뒷받침할 생산방식의 개선을 위해 삼성 반도체는 1992년 도요타 생산방식인 TPM(Toyota Production Management)을 받아들이고 사원 교육을 통해 생산과 설비관리, 설비효율의 최적화를 꾀했다. 천부장이 삼성의 변화 중 가장 인상적인 포인트로 꼽는 TPM은 ‘작은 부품 하나도 정확한 위치, 정확한 종류, 정확한 수량이 있어야 한다’는 ‘3정’과 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를 강조한 ‘5S’다. 수조 원 단위의 설비를 가동하는 반도체 생산 현장에서 ‘3정 5S’ 같은 기본을 지키는 것은 궁극적으로 생산량의 증대로 이어지고 그것의 체화는 곧 현장에서의 숙련도를 높이는 기본이자 필수요소였다.

한국 경제의 전환점이 되었던 IMF는 삼성과 천기주에게 모두 위기였다. 막 과장으로 진급한 그는 해고를 걱정하며 전전긍긍하다 회사 업무로서 제조 현장의 인원 감원을 담당했다. 자신과 동고동락하던 동료의 해고대상자 선정에 지칠 무렵, 반도체 산업의 활황으로 그는 다시 인력조기효율화를 진행해야 했다. 과제 수행을 위해 식스시그마 교육에 참여한 그는 주란 연구소 교수들의 영어 강의를 밤새워 공부하며 우수한 성적을 거둬 MBB로 뽑힌다. 경영 스태프로 부서를 옮긴 그는 식스시그마 강사로서 조직과 경영효율화를 위한 인재교육을 담당했다. 그 과정에서 현장 출신이라 거칠고 투박한 언사로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지적도 받지만 바로 그 현장에서의 경험을 살려 생산 현장의 설비와 관리의 효율화를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는 ‘현장 출신’ ‘전문대 졸업’ 학력이라는 꼬리표와 ‘경영’에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행력으로 돌파해내곤 했던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넘어 반도체 설계(팹리스), 위탁생산(파운드리)까지 반도체 3대 분야 석권을 꿈꾸는 삼성 반도체
협력사 컨설턴트로 상생협력의 길을 모색하며


2018년 반도체 입사 30년이 된 그에게 30년 근속패가 주어졌다. 그리고 2021년 그는 다시 협력사 컨설턴트로 직무를 전환했다. 자신의 모토인 교학상장(敎學相長)을 실현한 기회를 잡은 것이다. 협력사 컨설턴트로서 늘 최선을 다했던 노력에 대한 보상으로 그는 협력사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컨설턴트로서 삼성전자 웹진에 소개되기도 했던 그는 인터뷰 말미에 다음과 같은 말로 회사에 대한 마음을 전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경영혁신과 교육 분야에서 33년간 근무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왔는데, 그간 쌓은 노하우를 협력사와 나눌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도록 이런 기회를 마련해 준 삼성전자 반도체에 감사드립니다.” 조금의 가감도 없는 그의 마음일 것이다. 저자의 표현대로 그는 아직도 ‘파란 피’가 흥건하다.

천부장은 ‘오십 대를 돌아보며 이제 주변을 보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돈을 쓰고 평범하게 살고자 한다’는 바람을 드러낸다. 바로 가족과 행복을 중시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평범한 삶을 발견한 것이다. 임원이 되기 위해서건,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건 쉼 없이 달려온 천부장이 이제라도 행복을 발견한 것을 다행으로 여기는 한편, 그가 이제는 그만 달리기를 마음으로 염원하는 저자와 천부장 사이에도 애정과 애틋함이 철철 넘친다.

저자는 3부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에서 삼성전자 반도체를 조망한다. 현재 삼성은 역사상 가장 큰 성과를 거두면서도 높은 불안감과 두려움에 휩싸여 있다. 그런 가운데 메모리반도체를 넘어 팹리스, 파운드리까지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석권하기 위해 평택과 미국 텍사스 등에 수백조 원 단위를 투자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길에 협력사 컨설턴트로서 협력사와의 상생협력에 나서는 천기주가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천기주 부장의 앞날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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