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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부 사랑할 수 없는 걸 사랑하기 위하여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왕가위, 〈아비정전〉(1990)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레오스 카락스, 〈퐁네프의 연인들〉(1991) 생의 그늘을 비추는 죽음의 빛 고레에다 히로카즈, 〈환상의 빛〉(1995)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허우 샤오시엔, 〈호남호녀〉(1995) 세기말, 우리 모두를 위한 멜로드라마 페드로 알모도바르, 〈내 어머니의 모든 것〉(1999) 열병 같은 사랑의 기억 아피찻퐁 위라세타꾼, 〈열대병〉(2004) 2부 우리는 왜 이토록 고독한가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차이밍량, 〈애정만세〉(1994) 058 영원한 아웃사이더의 유랑 일기 난니 모레티, 〈나의 즐거운 일기〉(1993) 기억의 도시 리스본, 기억으로서의 영화 빔 벤더스, 〈리스본 스토리〉(1995) 우리는 왜 이토록 고독한가 에드워드 양, 〈하나 그리고 둘〉(2000) 청명한 가을 하늘에 감도는 비린내 홍상수, 〈생활의 발견〉(2002) 멀리, 그리고 홀로 누리 빌게 제일란, 〈우작〉(2002) 3부 세상의 가장 낮고 어두운 곳에서 삶도, 영화도 계속되어야 한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1) 이 소년을 보라 다르덴 형제, 〈약속〉(1996) 버려지고 쓸모없는 것들에 대하여 아녜스 바르다, 〈이삭 줍는 사람들과 나〉(2000) 늙어감에 대하여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나는 집으로 간다〉(2001) 희망 없는 곳에서 희망을 이야기하기 아키 카우리스마키, 〈과거가 없는 남자〉(2002) (비)인간적인, 너무나 (비)인간적인 지아장커, 〈스틸 라이프〉(2006) 4부 폭력과 광기의 시대 이토록 불온한 웨스턴 짐 자무시, 〈데드 맨〉(1995) 영화, 그 매혹적인 꿈의 기계 데이비드 린치, 〈멀홀랜드 드라이브〉(2001) 휴머니즘이라는 환상 라스 폰 트리에, 〈도그빌〉(2003) 카메라로 쓴 애도 일기 구스 반 산트, 〈엘리펀트〉(2003) 잘못은 그들에게도 있다 미카엘 하네케, 〈히든〉(2005)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크리스티안 문쥬, 〈4개월, 3주… 그리고 2일〉(20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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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란 무엇일까? 영화를 만든다는 것, 본다는 것은 무엇일까? 늘 질문뿐이었고 답은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았지만, 그럴 때마다 영화 〈리스본 스토리〉에서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가 들려주었던 소박한 독백이 떠올랐다. 영화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그 시간의 그림자라는 것. 지나간 현재에 대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뿐 아니라 떠올릴 수 없는 기억까지 담아서 보여준다는 것.
--- p.9 죽음은 그렇게 갑작스럽고 낯선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 삶에 보이지 않게 겹쳐져 있는 또하나의 세계 혹은 현실인지도 모른다. 영화 내내 화면을 장악하고 있는 수많은 작은 틀들, 즉 문, 창문, 통로 들은 우리 삶에 내재되어 있는 죽음의 표지들이다. --- p.46 “사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사랑의 가능성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파스빈더는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삶의 의미를 잃고 감정마저 잃어가는 독일의 전후 세대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차이밍량의 영화 〈애정만세〉(1994)에는 그 사랑의 가능성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감정의 미세한 파동만 있을 뿐이다. --- p.59 “바다를 떠돌 때만 마음이 놓여.” 영화 중간 지중해의 섬들을 옮겨다니다 지친 모레티가 선상에서 혼자 내뱉는 말이다. 어쩌면 이 짧은 독백은 그가 살아온 인생을 압축해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 p.71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의 한 장면은 영화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키아로스타미의 깊은 사유를 잘 드러내준다. 영화 중반, 주인공-감독은 어느 집 입구에 앉아 있다가 허물어진 벽의 창문 너머로 바람에 흔들리는 올리브 나무를 발견한다. 그리고 무엇엔가 홀린 듯 다가가 한참을 바라본다. 마치 뤼미에르 형제의 영화에서처럼, 올리브 나무의 나뭇잎들이 무너진 마을 구석 어딘가에서 바람에 흔들리며 고요히 시간 속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 p.112 쇠락은 곧 ‘자기소외’로 이어진다. 장 아메리가 『늙어감에 대하여』에서 말한 것처럼, 노년의 진실은 내가 ‘나 아닌 나’가 되는 깊은 충격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오랜 세월 동안 지녀온 젊은 나와 거울에 비친 늙어가는 나 사이의 불일치를 견딜 수 없다. --- p.1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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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그림자다
영화 [리스본 스토리]에서, 마노엘 드 올리베이라 감독은 “영화는 지나간 시간에 대한 기억이자 그 시간의 그림자”라고 말한다. 영화는 지나간 현재에 대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기억뿐 아니라 떠올릴 수 없는 기억까지 담아서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는 곧 영화는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는 왜 영화를 보는가라는 질문으로도 이어진다. 김호영은 책에 담긴 영화들을 통해 이 질문들에 답하면서, 각각의 영화들에 대해 깊이 있게 비평하는 동시에 독자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편안한 문체로 써냈다. 또한 작품의 정서나 스타일도 각각의 글에 새겼다. [퐁네프의 연인들] [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스틸 라이프] [멀홀랜드 드라이브] 등 이 책에 담긴 작품들은 영화에 별 관심이 없더라도 그 제목은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영화들이다. [아비정전]의 ‘발 없는 새’ 이야기나 홍상수의 [생활의 발견]에 나오는 ‘사람은 못 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자’와 같은 대사들 또한 영화와 상관없이 여러 맥락에서 회자된다. 최근 [화양연화] [타이타닉] 등 오래된 영화의 재개봉 열풍 또한 이렇듯 끊임없이 되살아나는 영화 속의 새로운 의미, 새로운 감동에 대한 화답에 다름아닐 것이다. 어두운 극장의 스크린 위에서, 작은 모니터 화면 깜빡임 속에서 우리는 영화의 관객인 동시에 삶의 주인공이 된다. 이 작은 책은 우리에게 영화 같은 삶을 선물해준다. “여기에 모아놓은 영화는 모두 저마다의 시간과 그 그림자를 간직하고 있다. 선명하게 떠올랐다가 이내 희미해지고 과거의 것으로 박제되어 있다가 불현듯 되살아나는 시간들. 누군가에게는 이미 지나간 영화들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새로운 영화들이다.” _프롤로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