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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오우치 카페-카라
제2장 오징어먹물-미키코 제3장 돈가스인가, 카레인가?-사토코 제4장 러브애플-아유미 제5장 비화낙화-지에코 제6장 수국 파티 오우치 카페 카레 레시피 작가의 말 옮긴이의 말 |
越智月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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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늘고 긴 주둥이가 달린 포트로 뜨거운 물을 부었다. 한 방울 또 한 방울, 유리 서버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커피를 안 마시면 하루가 시작되질 않아.” 아빠는 입버릇처럼 말했다. 어린 시절에는 커피를 마시는 게 고역이었다. 어른들은 어떻게 이렇게 검고 쓴 것을 맛있게 마시는지 정말 신기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아침마다 커피 한 잔을 빼먹지 않고 마시게 됐다. 호박색 물방울이 깨끗하게 다 떨어졌다. 서버를 흔들면서 마음속으로 외쳤다. ‘맛있어지게 해주세요.’ 청자색 컵 두 개. 까만 테두리와 잿빛 테두리 각각에 커피를 따르고 거실로 이동했다. 내닫이창에 놓아둔 액자 속 아빠와 눈이 마주쳤다. ---「제1장 오우치 카페-카라」중에서 눈을 감았다. 지금은 밀려왔다가 돌아가는 파도 소리에 집중해보자. 유이가하마 해변의 파도는 온화했다. 바짝 다가오듯이 가까이 와서 무언가를 얻었다는 듯 조용히 물러났다. 옛날에 카라네 아빠가 말했다. “아무 생각 안 해도 돼. 마음이 버거울 때는 그냥 파도 소리를 듣는 거지. 가마쿠라의 바다는 늘 다정하거든.” 눈을 감았다. 지평선 위의 오렌지가 짙어져 하늘에 번져갔다. ---「제2장 오징어먹물-미키코」중에서 아침 인사가 회전음에 지워졌다. 재킷을 벗고 에이프런을 하고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섰다. 오른쪽 안에 있는 로스팅기 앞에 사각 등이 자리하고 있었다. 남자가 배기 댐퍼를 열고 있었다. 탁 타닥 하는 크랙 소리가 가로로 긴 공간에 울려 퍼졌다. 드럼의 온도가 올라가 원두가 튀기 시작한다는 신호다. 이걸 ‘1차 크랙’이라고 부른다고 엊그제 막 배운 차였다. 크랙 음은 원두의 개성이었다. 연주하는 음악은 원두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했다. ---「제4장 러브애플-아유미」중에서 연못 부근에서 거북이가 엎드려 일광욕을 하고 있었다. 분홍빛 꽃잎이 춤을 추며 잿빛 등에 떨어졌다.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연못을 바라보는 벤치에 앉은 채 지에코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희미하게 보랏빛이 감도는 하늘에 새의 날개 같은 구름이 떠 있었다. 어제부터 24절기의 새로운 절기인 청명에 들어섰다. 아침 햇살에 비춰져 모든 만물이 생기로웠다. 한 달 전에 이곳으로 왔다. 그때는 가와즈 벚꽃과 히간 벚꽃이 아름다웠다. 지금은 왕벚나무가 연못을 둘러싸다시피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제5장 비화낙화-지에코」중에서 여전히 잿빛 구름이 펼쳐져 있었다. 올려다보는 계단 양 가장자리에는 알록달록한 수국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한 계단 한 계단 힘껏 발 디디듯 위로 올라갔다. 문득 눈앞에서 흔들리는 한 송이와 시선이 마주쳤다. 다른 꽃에 비해 아직 푸른색이 되기엔 멀었다. 그런데도 연두색 꽃받침은 여기저기 연보랏빛이나 하늘색으로 변한 모습이었다. 파랑으로 가득 채우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조금 더 있으면 도착할 거야. 이 계단은 제야의 종처럼 108개나 있어. 이걸 넘어서면 절이 있고. 엄만 여기서 내려다보는 가마쿠라 경치를 너무 좋아해.” ---「제6장 수국 파티」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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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잡힐 듯한 가마쿠라의 눈부신 풍광과 함께
저마다 사연을 가진 다섯 입주자들의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곳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거리에 위치한 앤티크한 건물. 파란 대문을 들어서면 정원에 나무와 작은 새들이 가득한 이곳은 주인공 카라가 운영하는 ‘오우치 카페’다. 오우치는 카라의 성이자 일본어로 ‘집’이란 뜻으로, ‘집처럼 편안한 카페’라는 중의적 의미를 겸하고 있다. 카라는 다섯 살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간 후 쭉 아버지와 함께 생활하다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물려받은 카페를 운영하며 소소한 삶을 꾸려가고 있었다. 물려받은 유산도 있어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도 않은 삶을 영유하던 어느 날, 스스로 어두운 성격이라 칭할 만큼 사람과 어울리는 데 익숙하지 않던 그녀의 삶이 큰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는 일이 일어나는데… 바로 카페의 남는 공간을 셰어하우스 사업에 이용하는 것. 친구 미키코의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셰어하우스에는 곧 다양한 입주자가 들어오게 된다. 소설에서는 장별로 각각의 입주자가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펼쳐나가는데, 그들이 걸어온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삶과 사연들을 통해 독자들은 그들의 인생에 공감하며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에피소드마다 중요한 소재로 등장하는 토요일의 카레를 비롯해 그와 어울리는 커피를 만나는 재미는 또 하나의 작은 행복이 될 것이다. 더불어 벚꽃이 아름다운 쓰루가오카하치만구 신사, 노을이 일품인 유이가하마 해변, 재물을 가져다준다는 제니아라이벤자이텐 신사, 한적한 골목 사이사이를 지나는 연녹색의 에노덴 전철 등 가마쿠라의 유명 관광지와 볼거리가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묘사는 이 책의 놓칠 수 없는 포인트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무언가에 도움이 돼” 오치 쓰키코가 전하는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삶의 가치 제5장 〈비화낙화〉 에피소드에서는 아들 내외에게 버림받은 노인 지에코가 등장한다. 살던 집마저 아들이 사업 자금으로 쓴다며 날려버린 후, 갈 곳 없어진 그녀가 오게 된 오우치 카페. 그녀는 카라가 선곡한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다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젊은 시절 남편과 함께 본 영화 속 대사인 ‘이 세상에 존재하는 건 무엇이든 무언가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통해 자신도 계속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하던 중, 다시금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오우치 카페의 사람들은 차마 밝힐 수 없었던 과거에 대해 조용히 응원해주기도 하며(제4장 〈러브애플〉),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한 채 어른으로 성장한 이에게 가족의 따스함을 알려주기도 한다(제3장 〈돈가스인가, 카레인가?〉). 에피소드의 차이는 있지만 ‘관계’를 키워드로 펼쳐지는 여섯 이야기 모두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과 함께 커피와 카레라는 음식을 통해 타인에게 보내는 작은 응원 등 긍정적인 교류의 중요성을 전한다. 그리고 삶의 어려운 위기에 직면하면서 당연하지만 잊고 살았던 각자의 존재 가치에 대해 작가 오치 쓰키코는 조용한 위안과 함께 용기와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한다. 덧붙여 소설 속 가마쿠라가 주는 고즈넉한 분위기가 한데 어우러져 『가마쿠라 역에서 걸어서 8분, 빈방 있습니다』는 삶에 지칠 때 우리를 응원해줄 따뜻한 소설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