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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가슴 7
도망자 43 파리의 포로 65 하얀 개 93 베르코보 다리 이야기 121 실낙원 139 독일 기적의 일화 179 아메리카 183 죽은 사람은 복종하지 않는다 189 랑데부 193 에자우 가의 사람들 205 역자의 말 211 하인리히 뵐의 인생과 작품들 220 |
Heinrich B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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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은 탕 탕 소리를 내며 땅바닥에 박혔다. 그는 살인적인 불빛에 꼼짝 못하고 가파른 들에 누워 있었다. 마치 사격의 목표물로 제공된 것 같았다. 뒤따른 연발의 총탄이 그의 몸을 구멍투성이로 만들어 갈가리 찢어 놓았다. 그는 절규했다. 절망에 빠져 어찌나 큰 소리로 외쳤는지 하늘도 무너트릴 기세였다. 그는 다시 한번 머리를 들었다. 눈이 멀어 절규했다. 그러나 이빨을 드러낸 총구에서의 다음 번 발사가 그 절규를 끊어버렸다.
조용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의 주위에 서있던 간수들이 회전 전등으로 그의 사체 조각들을 비췄다. 그의 몸은 땅과 구분이 되지 않았다. 마치 땅이 피를 흘린 것 같았다. ---「도망자」중에서 그녀의 두 눈이 그에게 부담을 모두 털어 버릴 것을 종용했다. 그리고 조그맣고 가느다란 손으로 작은 종이 꾸러미를 건넸다. 그는 종이 꾸러미를 보지 않고 주머니에 넣었다. 그는 거침없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이게 아마 도움이 될 거예요.” 그녀가 가녀린 목소리로 말했다. “슬퍼하지 마요. 우리가 사랑하는 세 사람, 신과 당신 아내와 내 남편은 아마도 우리를 용서할 거예요. ---「파리의 포로」중에서 베커는 헤롤드에게 냉담했습니다. 아마도 무관심한 것 일수도 있고, 무시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헤롤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는 나를 완전히 무의미한 세계로 돌아가게 했습니다.’ 그리하여 이제 헤롤드는 모든 걸 말살시키려는 분노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하얀 개」중에서 지옥도 자기 자신만큼이나 미워하는 것이 없다는 것은 유별나고 무서운 비밀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그의 살을 갈가리 찢었습니다. 그래도 그를 여기 문 앞에서 발견했을 때만 해도 그는 살아 있었습니다. 그의 가슴 호주머니 안에 쪽지가 하나 들어있었습니다. ‘하얀 개의 매장을 경찰에 인도함.’ 그것은 여자의 필체였습니다.” ---「하얀 개」중에서 나는 이따금 그들을 본다고 생각한다. 녹초가 되어 도망가던 그들은 마지막까지 저항했다. 그리고 명령에 복종하여 우리를 보호했다. 나는 그들을 실제로는 보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도망가는 그들의 얼굴에서 죽음과 포로가 되는 것에 대한 공포를 보았다. 그리고 우리에 대한 증오도 보았다. 우리는 주어진 의무만 다했지 다른 건 하나도 안 했다. ---「베르코보 다리 이야기」중에서 우리는 금세 악취 나는 파이프를 내려놓고 아주 흐뭇하게 놀라운 담배를 빨았다. 미국 담배였다. 후베르트는 계속 대담하게 그림을 그렸다. 그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미국에서 가장 좋은 것은 여전히 담배야”하고 그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메리카」중에서 그제서야 우리는 잠자는 군인이 죽은 걸 알게 되었다. 군인은 말없이 쓰러졌다. 미소도 더는 짓지 않았다. 얼굴에는 무서운 비웃음이 번져 있었다. 소위가 창백한 얼굴로 돌아왔다. 우리는 불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는 더 이상 태양도 기쁘지 않고, 부드럽고 촉촉한 사랑스러운 봄날 공기도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이 끝나든 말든 우리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느닷없이 우리는 모두 죽은 걸 알게 되었다. 소위도 마찬가지였다. 그도 지금 비웃는 얼굴에 군복도 입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죽은 사람은 복종하지 않는다」중에서 그녀는 술병을 다시 들어 냄새를 한번 더 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술병을 긴 소파 옆에 놓았다. 그래서 나는 이 무뢰한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를 사랑한다. 그녀는 한숨지으며 책상 위의 조리기판으로 돌아갔다. 주전자 뚜껑을 올렸다. 물이 부글부글 끓었다. 그녀는 주전자에 물을 가득 부었다. 조리기의 플러그를 빼고 주전자를 조리기판 위에 올려놓았다. 조리기판은 아직 따뜻했다. ---「에자우 가의 사람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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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하인리히 뵐,
전쟁의 참상을 마주하다 전쟁의 참상과 비극으로부터 눈을 돌리는 것을 현실을 외면하고 도망가는 것일 뿐이다. 하인리히 뵐은 당시 형이상학과 고답적 정신의 문학 조류에서 인간의 문제에 뿌리를 둔 문학을 전개했다. 그는 살만한 나라에서 살만한 언어를 찾는 것을 문학의 사명으로 여기며, 언어가 위협받는 곳에서는 자유가 위협받기 때문에 언어는 자유의 마지막 보루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그는 글과 소설로 사회에 주창했다. “우리가 글로 썼던 사람들은 폐허 속에서 살았다. 그들은 전쟁에서 돌아왔다. 남자 여자 모두가 똑같이 상처를 입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우리는 그들과 아주 가까워져서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된 느낌이 든다. 암상인이나 그들의 희생자 또한 전쟁난민과 고향을 잃은 사람들과 같은 사람인 것이다.” 하인리히 뵐의 창작 문학이 가진 지속성은 작품 전체에 연관되어 시대현실에 정통한다. 그의 문학에 대한 지속성은 바로 도덕에 뿌리를 박고 힘 있게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독일이 지은 죄를 밝히고 재발을 방지하고자 한 도덕적인 작가였다. 또한 거주, 이웃, 고향, 돈, 사랑, 식사 등 일상에 주목하는 인간주의적 태도를 통해, 고통 받는 사람과 슬픔을 이겨내는 사람 그리고 피해자, 실향민, 적응하지 못해 낙오된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관심과 호감을 보인다. 11편의 이야기를 발굴하다 하인리히뵐의 시선에서 그려낸 도덕과 인간의 모습 1995년 하인리히 뵐 자료실과 유족협회가 발굴하여 정리한 유고소설집 『하얀 개』는 5편의 짧은 소설과 6편의 긴 단편소설을 묶은 신선한 뵐의 초기 문학이다. 단편소설 〈불타는 가슴〉에서는 절대적 신앙과 사랑은 도그마를 벗어난다는 주제를 담고 있으며, 〈하얀 개〉는 빗나간 사랑에서 비롯되는 온전한 절망을 보여준다. 〈도망자〉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의식과 무의식사이를 오가며 흐르는 생각을 그려내고, 〈베르코보 다리 이야기〉는 국가를 위해 희생되는 개인, 의무를 지키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는 모순을 드러낸다. 군대를 이탈한 독일 군인이 프랑스 여자의 집에 숨는 이야기인 〈파리의 포로〉는 전란에서의 일탈적 사랑을, 〈실락원〉에서는 사랑했던 여자의 마음이 다른 이를 향하는 아픔을 묘사했다. 이 책에 수록된 짧은 소설 〈죽은 사람은 복종하지 않는다〉, 〈아메리카〉, 〈독일기적의 일화〉, 〈에자우가 사람들〉, 〈랑데부〉는 1948-1950년대에 쓰인 것들로 전쟁과 전후 시대를 사랑과 애환, 비판과 희화 등을 통해 묘사하는 과정에서 그의 도덕성과 인간주의적 면모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유고소설집은 하인리히 뵐의 문학을 보충하고 확장하는 데 중요하다. 하지만 문학평론가 하인리히 포름베그가 추천했듯, 단지 뛰어난 소설로 읽어도 가치가 있다. 이제 책을 펼쳐 독자 나름의 의미대로 하인리히 뵐의 문학을 음미해 볼 시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