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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과 군상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Heinrich B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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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인 고통의 체험은 어디에 기록되는가. 그리고 육체적인 고통의 체험은 어디에 기록되는가. 우리의 결막낭을 심장 활동의 도식처럼 도식화하는 활동은 어디에서 하는가. 밤에 우리가 남몰래 울음에 항복한다면, 그 눈물은 누가 세는가. 결국 누가 우리의 웃음과 고뇌를 걱정하는가. (…) 달의 먼지를 계산하기 위해서 또는 황폐한 암석을 지구로 가지고 오기 위해 비싼 물건을 쏘아 보낸다면,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과학을 해야 하는가.
“아니요, 아니, 난 이젠 더 살고 싶지 않아요. 이미 1929년에 더 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기력이 많지 않았어요. 이제는 기력이 전혀 없어요. 전쟁 중에는 아들 에리히가 나를 돌보았습니다. 내가 늘 바랐던 것은 전쟁이 끝날 때까지는 아들이 나이가 차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러나 나이가 찼고 그들은 아들을 데려갔어요. 열쇠공 교육을 아직 마치지 못했을 때였습니다. 조용하고 과묵하고 성실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 떠나기 전에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위험했죠. ‘도망가라’라고 말했어요, ‘즉시’. 그러자 아들은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도망이요?’ 하고 내게 묻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도망치다’가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했어요. 그러자 아들은 나를 웃긴다는 듯이 응시하더군요. 그 애가 어디 가서 말을 할까 겁이 났습니다. 그 애가 그렇게 하려고 했더라도 사실 어디 가서 말할 시간은 없었어요. 1944년 12월에 그 아이는 벨기에 국경으로 보내졌어요. 1945년 말에 가서야 비로소 그 애가 죽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열일곱 살이었어요.” “(…) 다시 책 한 권이 문제가 되었어요. 작가 이름은 프란츠 카프카였습니다. 책은 《유형지에서》였습니다. 그 후 나는 보리스한테 레니에게 1944년 말 유대인 작가를 추천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전혀 짐작하지 못했느냐고 물었어요. 그러자 보리스가 말했습니다. ‘나는 머릿속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습니다. 생각할 일이 너무 많아요. 그런 건 잊었습니다.’ 결국 레니는 쪽지를 들고 도서관으로 갔어요. 여자 직원 한 사람이 아직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녀가 꽤 이성적인 나이 든 부인이었다는 것이 레니의 행운이었어요. 여인은 레니의 쪽지를 찢고는 즉시 레니를 옆으로 데리고 가서 분명하게 말했어요. (…) ‘아가씨, 모든 훌륭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았군요. 도대체 누가 이런 책을 원하도록 당신을 여기로 보냈어요?’ 선생님께 또 말씀드리지만 레니는 끈질긴 데가 있습니다. 도서관의 중년 여인은 레니가 선동자가 아니라는 것을 곧 알아채고 레니와 단둘이 있는 데서 아주 정확하게 설명했어요. 이 카프카는 유대인이고 그의 책들은 모두 금지되었고 또 분서되었다는 등을 설명했습니다. 그러자 레니는 늘 그렇듯이, 놀라는 어조로 ‘그래서요?’라고 했습니다.” “예, 레니는 존재해요. 아니요, 그녀는 존재하지 않아요. 그녀는 존재하지 않기도 하고 존재하기도 해요.” 저자가 생각한 것처럼, 의심하는 태도는 클레멘티나의 수준보다 훨씬 밑에 있다. 게다가 클레멘티나는 다음의 말을 덧붙였다. “어느 날 그녀는 자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남자들 모두를 위로할 겁니다. 그녀는 그들 모두를 치유할 겁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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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주인공 레니 파이퍼는 재산 축적이 최고의 목표가 되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에 가치를 부여하지 않는 인물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있으며, 그녀의 아들 또한 성취 지향적 사회에서 능력 발휘를 거부하고 자본주의 사회에 저항함으로써 감옥에 들어가 있다. 그녀는 항상 필요한 만큼만 벌었다. 따라서 그녀는 “명예욕이란 없다”는 평가를 받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몽상가”로 불리고 “비정상적”이라고 치부된다.
뵐은 이윤만을 추구하고 성공하기 위해서 팔꿈치로 밀어내면서 투쟁하는 거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기회 균등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본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젊은이들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그는 레니와 그의 아들 레프를 이 왜곡된 사회에 정면 도전을 하는 인물로 그린다. 이 모자는 터전이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쉴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인간에 대한 신뢰감을 심어 준다. 이로써 작가는 일련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행하고 있는 ‘인간적인 것의 미학’을 실천한다. 뵐은 자본주의의 상업성과 시장경제 논리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의 적이기 때문에 허위적인 연대감과 불신만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노동에 대한 사고방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하면서, 레니와 레프를 내세워 필요한 만큼만 버는 새로운 인간형의 한 예를 보여 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