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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진료 공장의 세계
대형 병원 진료실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되었을까?
김선영
두리반 2023.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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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머리말

1장: 3분 진료를 위한 변명
대형 병원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되었을까?


의사들은 왜 눈을 마주치지 않을까?
의사들도 외래를 예습한다
혹시 참여할 만한 임상 시험 없을까요?
과잉 진료는 왜 일어날까?
암 생존자로 살아간다는 것
대형 병원은 어쩌다 불평불만의 공간이 되었을까?
의사 1인당 환자 수는 몇 명이 적절할까?
암 진료에도 코디네이터가 필요하다
상담이 길어져야 의료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다
3분 진료 공장에서의 셀프 인터뷰

2장: 3분을 위한 팁
대형 병원에서 똑똑하게 진료받는 법


양다리를 걸쳐라
양다리를 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진짜 눈여겨볼 것과 그렇지 않은 것
궁금한 내용은 미리 메모하라
치료받던 병원을 옮길 때
항암 치료 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항암 치료 중 내 몸 관찰하기
부족한 3분을 채우는 사람들 ① 백영애 간호사

3장: 3분 동안 오가는 마음
삶과 죽음의 경계를 걷는 사람들


응급실 5퍼센트 법칙에 내몰린 환자들
평창 브라보
받고도 돌려주지 못한 선물들
암 환자의 결혼과 출산은 이기적인 걸까?
어제의 김영자 씨와 오늘의 김영자 씨에게
나는 오늘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나쁜 소식 전하기
나도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야지
세상에 든 황달
부족한 3분을 채우는 사람들 ② 서승희 영양사

맺음말

저자 소개 1

어느새 삶의 절반을 병원에서 보낸 대학병원 의사다. 의료의 목적이 뭔지 늘 의문이지만 여전히 ‘3분 진료 공장’의 부품으로서 열심히 살아가고자 애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대병원과 국립암센터를 거쳐 현재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부교수로 있다. 의료전문지 《청년의사》에 칼럼을 기고하면서 글쓰기를 시작했고, 암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투병 일기를 통해 오늘의 진료 현장을 조망하는 에세이 《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과 의사 집단과 사회의 불화를 들여다본 《의사들은 왜 그래?》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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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09월 08일
쪽수, 무게, 크기
232쪽 | 140*190*20mm
ISBN13
9791188719235

책 속으로

대형 병원의 진료실 앞은 늘 자리가 없어 서성이는 보호자들, 간신히 자리를 잡고는 진료 순서가 표시된 전광판만을 바라보는 생기 없는 눈빛들, 기운이 없어 휠체어나 이동형 침대 위에 늘어져 있는 이들로 붐빈다. 진료실로 들어가기 위해 이들 사이를 지날 때면 시선을 돌리지 않고 앞만 바라보려 애쓴다. 그 눈빛들을 마주하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들어서. 대다수의 의사들이 이미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서 일을 하고 있는데도 왜 이런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것인지, 억울한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 p.9, 「머리말」 중에서

진료의 ‘정석’ 중에서 나는 딱 하나만 지켜왔다. 환자와 눈을 맞추는 것. 진료 시간은 짧고, 기록과 처방을 챙기느라 모니터를 주로 봐야 하지만, 적어도 한 번은 눈을 들여다보자는 것이 나의 진료 원칙이었다. 면담과 진찰은 최소로 하더라도 한 번의 눈 맞춤이 최소한 의사에게 무시당했다는 모멸감은 덜어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그게 패착이었음을 최근 깨달았다. 환자의 눈을 보는 것조차 생략했던 어느 날, 진료 속도가 놀랄 만큼 향상된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평소보다 더 많은 환자를 진료하고도 정시에 마칠 수 있었다. 환자들이 질문을 멈추어서였다. 그들은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묻지 않았다. 아마 눈을 마주치지 않는 상대방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하기란 어렵다고 판단해서였을 것이다. …… 눈 맞춤은 ‘나는 당신의 말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을 전달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말할 용기를 얻게 하고, 입을 열게 했다. 바쁜 진료실에서는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정석의 모든 요소를 제거한 초경량, 초스피드 진료를 적용한 이후 나는 40∼50명의 환자도 3시간 안에 거뜬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식이면 다음번엔 70명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나도 남들만큼의 생산성을 지니고 있었구나, 하는 안도가 들면서 한편으로는 이런 질문이 떠올랐다.
“그런데, 난 도대체 무엇을 ‘생산’하고 있는 걸까?”
--- p.19-20, 「의사들은 왜 눈을 마주지 않을까?」 중에서

의료에는 수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그리고 환자들에게 그 불확실성이 가져오는 나쁜 결과는 매우 치명적일 수 있다(물론 그것을 100퍼센트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불확실성을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러나 정말 그 노력들이 환자에게 도움이 되느냐 역시 중요한 문제다.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는 금전적 낭비일 뿐만 아니라 환자에게 해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의료 과실과 관련된 소송에서는 ‘환자를 위한 위험과 이득을 따졌느냐’보다는 ‘충분한 검사나 치료를 했는가’가 쟁점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 보니 의사 입장에서는 고심해서 안 하는 것을 선택하기보다는 일단은 뭔가를 하고 보는 쪽을 택하게 된다. 응급실같이 결정할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 p.40, 「과잉 진료는 왜 일어날까?」 중에서

환자의 질문은 이렇듯 양방향으로 의미가 있다. 환자의 궁금증을 해결하고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의사에게는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그러나 문제는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짧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미리 물어봐야 할 내용을 적어보는 것이 좋다. 여러 질문을 다 할 수는 없고, 우선 가장 궁금한 것 두 가지 정도만 정해보자. 한 가지는 너무 적고 세 가지를 물어보려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리고 본인이 궁금한 것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가 궁금해하는 것도 말해줘야 한다. 의사는 당신의 증상 중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한지가 궁금하다. 이것도 두 가지를 정해보자. 시간 순서대로 두서없이 증상을 나열하기보다는 제일 불편한 것, 그다음 불편한 것 두 가지를 순서대로 말하면 효율적으로 진료 시간을 쓸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바보 같은 질문은 없다. 그러므로 수준 낮은 질문일까 봐 덧붙이는 말들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된다. 궁금한 걸 단도직입으로 물어봐도 의사들은 대부분 실례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간단하고 명료하게 궁금한 점을 물어보는 환자를 오히려 좋아한다. 그러니 망설이지 말고, 단 미리 준비해서 요점 위주로 질문하라.
--- p.123-124, 「궁금한 내용은 미리 메모하라」 중에서

의사에게 영업용 미소까지 장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러나 환자 입장에서 담당 의사의 굳은 표정이 얼마나 큰 불안과 좌절을 안기는지는 사실 몇 번 안 되는 환자로서의 경험을 떠올려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하물며 암이라는 위중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의사의 말투, 몸짓 하나하나의 의미는 그의 마음에 알알이 들어와 고통스럽게 박혔을 터였다.
어떤 환자의 말과 행동이 내 맘에 들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는 환자고 나는 의사다. 권력이 절대 균형을 이룰 수 없는 관계. 그의 몸에 대해 그 자신보다 속속들이 알고 있고, 그 몸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사와 치료들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닌 사람으로서 나는 적어도 그보다는 더 신중했어야 했다. …… 지금이라도 말하고 싶다. 비록 표정은 떨떠름했지만, 마음은 그보다 더 많이 죄송했노라고. 그리고 당신이 터뜨린 분노는 나를 더 생각하게 하고 성장시켰노라고.
사실 일상 속에서 이 일의 무게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쉽게 경거망동하게 되고, 그러다가 깨지고 배운다. 처음부터 좋은 의사면 좋겠지만, 부족한 나라는 인간은 환자와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고 후회하는 과정을 통해 배운다. 그러면서 이전보다 조금 더 나은 의사가 되어간다. 이제는 그나마 예전보다는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세상엔 배울 것이 많다.
--- p.197-199, 「나는 오늘도 상처를 주고받으며 성장한다」 중에서

그날 실습에 참여했던 그 여학생은 표정과 몸짓, 말투에서부터 다정함과 사려 깊음이 묻어나는 친구였다. 대개의 다른 학생들과 같이 도입부, 환자의 질병에 대한 인식 확인, 나쁜 소식을 예고한 뒤 명확히 전달하는 것까지는 잘했다. 대개 문제는 환자가 감정을 터뜨린 이후에 벌어진다. 슬픔과 분노가 몰아치는 동안 학생은 뭐라 말을 잇지 못했고, 겨우 더듬거리며 치료 계획을 설명하겠다고 말을 꺼내었지만 어린 자녀를 걱정하는 모의 환자의 이야기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모의 환자와의 면담이 끝나고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연기에 몰입해서 면담이 종료되기 직전까지 눈물을 흘리던 모의 환자는 눈물로 가득한 학생의 눈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는 순간 이윽고 터지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모두가 이게 가짜라는 걸 알고 있는데, 왜 이렇게 슬플까. 민망하면서도 방금까지 몰입하고 있던 그 순간의 슬픔이 털어지지 않아, 웃다 울기를 반복하다가 서로를 위로하는 기이한 장면이 벌어지고 있었다.

--- p.202, 「나쁜 소식 전하기」 중에서

출판사 리뷰

“2023년 제10회 브런치북 특별상 수상작!”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의료계의 현실
대형 병원의 시스템적 문제와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이야기


어느 중앙일간지 기자가 자신이 경험한 병원 진료실의 모습에 대해 신문 칼럼에 실었다. 그가 병원에서의 경험이 어땠는지는 이 길지 않은 문장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백발 신사의 시선은 허공을 맴돌았다. 의사는 팔순 넘은 환자의 CT 사진을 컴퓨터 화면에 띄우고 설명했다. 이해하지 못한 듯한 환자의 표정은 안중에 없었다. 짧고 강렬한 불통의 현장. 무척이나 바빠 보이는 의사는 ―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다음 환자가 걱정돼서인지 ― 마우스를 빠르게 돌려댔다. “여기 보시면 뭐가 보이죠. 검사가 필요합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노인은 ‘여기’부터 맥락을 놓치고 있었다. 평생 마우스를 안 쓰고 은퇴한 그는 화면 속 작은 화살표의 의미를 몰랐고, 그 섬세한 움직임을 따라잡지 못했다. 진료실을 나선 노인은 “아픈 게 죄”라며 한숨지었다.“

서울의 유명 병원들, 소위 빅파이브(Big 5)라고 불리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본 사람이라면 대충 눈에 그려지는 경험들이다. 환자와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 의사에게 마음이 상하고 화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병원을 예약하기도 쉽지 않고, 진료 대기는 항상 길고, 겨우 진료실에 들어서면 “검사부터 하고 다시 뵙겠습니다” 한마디에 또 몇 주 몇 달을 기다려야 하고, 이것저것 검사는 많고, 의사는 질문을 할 틈조차 주지 않는…… 불편한 병원, 불친절한 의사들.

이런 문제들을 의사들 역시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드러나지는 않지만 실적에 대한 병원의 은근한 압박, 하루 서너 시간 만에 50~70명의 환자를 살펴야 하는 의료 과밀화, 기다림에 지친 환자들의 고성과 아우성 등.

어쩌다 우리 의료 시스템은 환자와 의사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을까? 이 책은 대학병원의 종양내과 의사인 지은이가 과밀화된 병원에서 일하며 생각해온 단상과 일화를 엮은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가 알기 어려운 병원의 시스템적 문제와 그 속에서도 고군분투하는 의사들의 노력이 엿보인다.

‘3분 진료 공장’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병원 시스템,
무엇이 의사들을 공장의 노동자가 되어버리게 했는가?


대한민국의 의료 수준은 지난 10~20년간 눈부시게 성장했다. 의사들의 실력도 뛰어나지만 의료 가성비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2019년 OECD 통계에 의하면 OECD 국가 평균 의사 1인당 연간 진료 환자 수가 2,122명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6,989명으로 세 배가 넘는다. 그러다 보니 1인당 의료비는 미국의 30퍼센트, 독일의 50퍼센트, 영국의 70퍼센트밖에 안 쓰면서 기대수명은 매우 긴 장수 국가에 속한다. 이러한 의사의 혼을 갈아 넣은 의료 가성비는 우리 의료를 외형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환자의 경험이다. 의사가 진료하는 하루 수십 명의 환자 중 한 명에 불과한 개개인의 환자들은 의사에게 충분한 인격적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인격적 대우는 고사하고, 1시간을 넘게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1~2분 만에 내몰리는 경험은 환자에게는 모멸감을 안겨준다. 빛나는 의료 성과 뒤에 숨겨진 부작용의 피해는 전적으로 환자들의 몫으로 남겨진 것이다. 우리 의료계는 어쩌다 ‘3분 진료 공장’이 되어버린 것일까? 이에 대해 지은이는 다음의 몇 가지 이유를 꼽는다.

1. 대형 병원 쏠림 현상
대형 병언 쏠림 현상은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문제이지만, 암 진료에서 특히 심하다. ‘암은 큰 병원에 가야 낫는다’는 관념이 대중에게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형 병원들이 과거 선도적으로 암 진료 시스템을 발전시키면서 좋은 치료 성적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다른 많은 병원들도 암 진료 수준을 상당히 향상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쏠림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진료비의 5퍼센트만 내면 되는 건강보험 산정특례제도 때문에 암 환자들이 수도권 대형 병원에 몰린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좀 더 체계적인 대형 병원에서, 좀 더 실력 있는 의사에게 치료받고 싶은 마음은 지방 사는 환자나, 수도권에 사는 환자나 매한가지다. 이를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5퍼센트라는 염가로 환자들을 끌어들이고, 95퍼센트를 건강보험공단에서 받아 수지타산을 맞추는 병원들이 수익을 위해 과도하게 환자들을 받는 것과, 국가가 이를 방관하는 것이다.

2. 빠른 고령화와 의료 수준의 발전
암은 나이가 들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지는 노년의 병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70대가 넘는 환자가 암 치료를 받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80대 심지어 90대도 항암 치료를 하는 시대가 되었다. 또한 수술 기법과 방사선 치료 장비의 발전, 표적 항암제와 면역 항암제의 등장 덕분에 예전 같으면
일찍 생을 마감했을 환자들이 더 오래 살 수 있게 되었다. 의료 기술의 발전은 그 자체로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지만 이로 말미암아 진료실의 과밀화는 피할 수 없게 된다. 암 환자들이 늘어나면서 병원들은 너도나도 시설과 인력에 투자해왔으나, 이제는 그마저도 과포화된 지 오래다.

3. 낮은 의료수가
사립 병원의 궁극적 목적은 당연히 수익 창출이다. 표면적으로 그 어떤 숭고한 목적을 내세우더라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으면 병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의료수가 자체가 낮은 우리나라 병원들은 더 많은 환자를 받아 이를 채워야 한다. 이렇게 환자를 많이 보아야 병원의 경영이 유지되는 구조에서는 그 피해가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최근 환자 경험 평가 결과를 의료수가에도 반영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병원에서는 ‘좀 더 친절해라’, ‘설명을 잘해라’, ‘회진을 제때 돌아라’, ‘환자를 칭찬하고 격려해라’와 같은 내용을 담은 공지 메일을 발송하지만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인 환자 수를 줄이려는 노력은 병원도 정부도 기울이지 않는다. 현재의 진료량은 유지하면서 더 환자를 만족시키라는 채찍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분 진료실’에서 똑똑하게 진료받는 법
“질문은 미리 준비하고, 자신의 몸 상태는 스스로 체크해둬라”


가끔 진료를 받기 위해 의사 앞에 앉으면 눈앞이 캄캄해진다. 의사의 설명은 짧고 궁금한 것은 많은데 무엇부터 질문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두서없이 한두 가지 질문하고 진료실 밖을 나서면 아뿔사, 가장 중요한 질문을 잊고 물어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 시스템적 질문이야 밖에 있는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되지만, 병과 관련된 질문은 의사 외에는 대답해줄 수 없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이 진료받고 있는 진료실에 다시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지은이는 진료실에 들어가기 전 미리 질문을 적어두라고 조언한다. 환자의 질문은 단지 환자의 궁금증을 해결할 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돌보는 데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의사에게는 환자들이 궁금해하는 것, 필요로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된다. 그러니 미리 질문을 준비해서 단도직입적으로 묻는 것이 좋다.

또한 진료 시간에는 본인이 궁금한 것을 묻는 것뿐만 아니라 의사가 궁금해하는 것도 말해줘야 한다. 환자가 일방적으로 묻기만 하면 본인의 궁금증은 어느 정도 풀리겠지만,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살필 수 있는 기회가 없다.그러니 지금 어떤 부분이 가장 불편한지, 그리고 내 몸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충분히 숙지하고 있다가 정확히 알려주어야 한다.

이 책은 진료실에서뿐 아니라 항암 치료를 받을 때 유의사항이나 알아두면 좋은 팁을 제공하기도 한다. 단순히 자신이 치료받는 대형 병원에만 의존하지 말고, 동네 의원과 양다리를 걸치라는 이야기, 자신의 몸 상태를 어떻게 정확히 체크할 수 있는지, 항암 치료 전에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병원을 옮길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방법도 알려준다.

추천평

얼마 전 받은 의사소통 교육에서 ‘웬만하면 환자와 의사소통할 때 눈 마주침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요점 위주로 진료를 마쳐야 한다’는 조언을 들었다. 당시 나의 진료 비디오를 확인한 뒤 코치가 내린 처방이었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렇게 진료 속도는 빨라졌지만 진료의 내용은 점점 사람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느꼈다. 어떻게 살고, 무엇을 걱정하고, 무엇을 먹고,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들어올 공간이 사라졌다. …… 의료인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대형 병원의 이야기들을 따뜻한 마음의 종양내과 의사 김선영이 솔직하게 풀어놓는다. 환자 입장에서도 진료 시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들이 가득하다. 이 책은 왜 우리가 그동안 병원에서 힘들고 불편해야 했는지, 그리고 앞으로 우리 의료계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명확하게 보여준다. - 정희원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 《지속가능한 나이듦》,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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