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엄마 학교작가의 말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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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samine 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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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대통령이 뽑은 올해의 책[뉴요커], [타임], [NPR] 올해의 책[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투데이 쇼〉 북클럽 선정 도서김보라(영화감독), 백은선(시인) 추천아무리 노력해도 충분치 않다는 ‘좋은 엄마’의 굴레그 정답 없는 시험대에 선 어느 엄마의 육아 서바이벌“내가 너한테 좋은 엄마였니?”엄마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품고 있는 그 질문‘좋은 엄마’의 진짜 의미를 묻다여기 ‘나쁜 엄마’가 있다. 이혼 후 일과 육아를 병행하며 하루하루 지쳐가던 30대 후반의 중국계 여성 프리다 류는 ‘지독하게 일이 꼬여버린 그날’ 18개월 된 딸 ‘해리엇’을 집에 둔 채 외출했다가 이웃의 신고로 기소되어 재판을 받는다. 딸을 빼앗길 위기에 처한 그녀는 자신이 좋은 엄마임을 증명하고자 집을 청소하고, 냉장고를 가득 채우고, 다른 사람을 일절 만나지 않고, 딸에게 넘치는 애정을 보여주지만, 그 노력은 오히려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라던 말을 반박하는 근거, 성격적 결함과 “애정에 굶주린 모습”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 그러나 프리다가 반대로 행동했더라도, 도무지 엄마 역할을 할 수 없는 나태하고 이기적인 사람으로 낙인찍히지 않았을까?『좋은 엄마 학교』는 ‘좋은 엄마’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존재할 수 없는 허상이라는 점을 실로 다양한 방식으로 무대화한다. 재판으로 돌아가자. 사회복지사 ‘토레스’는 프리다가 딸 해리엇과 평소 어떻게 놀아주는지 확인하고자 ‘참관 방문’을 나온다. 그러나 낯선 상황에 스트레스를 받은 해리엇은 놀이를 거부하며 제풀에 지친다. 이때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엄마다운 행동일까? 아이의 미래를 생각해 억지로라도 노는 모습을 연출해야 할까? 지친 아이가 당장 쉴 수 있도록 품에 안아주어야 할까? 둘 중 어느 쪽을 더 좋은 엄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독자는 그 정답 없는 시험대에 나란히 서서 “엄마들의 위태로운 처지를 악몽처럼 생생하게” 경험하게 된다.제시카 채스테인 TV시리즈 제작 확정계속 책장을 넘기게 만드는 압도적 읽는 재미『좋은 엄마 학교』의 TV시리즈 제작 소식은 일찌감치 전해졌다. 크게 주목받은 소설 작품의 영상화 자체는 더 이상 놀라운 뉴스가 아니겠지만, 그 제작자가 배우 제시카 채스테인이라는 점이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에 보도되며 관심을 모았다. 평소 할리우드 남녀 배우의 출연료 격차 등 페미니즘 이슈에 발언을 아끼지 않은 그녀가 육아와 모성을 다룬 이 작품을 점찍은 것 역시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선택의 이유는 결코 그뿐만이 아니다. 육아라는 소재를 가정이 아닌 가상의 학교를 배경으로, 인공지능 인형이라는 SF 소재로써, 비(非) 백인 주인공의 시점에서 풀어냈다는 점이 모두 작용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미있다!프리다가 ‘실제’ 딸 해리엇을 되찾으려면 ‘인형’ 딸 에마뉘엘에게 사랑을 주어야 한다. 여기서 작품의 딜레마가 발생한다. 6개월간 못 본 해리엇과 영상통화를 하는 데 정신이 팔리면, 에마뉘엘을 외면했다는 이유로 처벌받는다. 반대로 에마뉘엘에게 좋은 엄마가 될수록 해리엇에게는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에 죄책감이 커진다. 작가는 풍부한 에피소드, 끝없는 딜레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클리프행어를 활용하며 노련한 곡예사처럼 독자의 마음을 쥐락펴락한다. 번역가 정해영은 〈옮긴이의 말〉에서 프리다가 “겪는 수난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평화로운 순간에는 숨통이 좀 트이는 기분을 느꼈”으며, 동시에 “희망보다 비극적인 예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몸을 통제하는 국가‘임신중지권 판결’ 폐기 이후 펼쳐질 육아 디스토피아한국 사회에서 엄마들의 처지는 소설과 다르지 않다. 한편에서는 ‘비정한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다른 한편에서는 ‘극성스러운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매일같이 보도된다. 버릇없는 아이와, 아이를 그렇게 만든 ‘잘못된 육아’에 대한 참견은 국민적 오락거리가 되어 전파를 탄다. 2021년 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출생아 100명당 여성 21.4명, 남성은 불과 1.3명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 OECD 회원국 중 최하위 기록이다. 육아 여건에 대한 구조적 개선 없이 비난의 화살은 ‘나쁜 엄마’만을 향한다. ‘독박육아’와 “집 안에만 있으면서 아이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 거냐?”라는 질문 사이에서 엄마들은 자신들이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부채감에 시달린다.소설은 종종 가까운 미래를 예언한다. 미국 출간 약 6개월 후,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폐기했다. 50개 주 가운데 절반 이상에서 임신중지를 금지하거나 엄격히 제한할 것으로 예상된다. 흔히 임신·출산·육아를 ‘임출육’으로 묶어 부른다. 여성은 원치 않는 임신으로부터 한 번도 자유로웠던 적이 없고, 법은 여성이 스스로 출산을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 육아에까지 국가적 통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이 선명해진다. 좋은 소설은 언제나 가까운 미래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좋은 엄마 학교』는 질문한다. 모성을 획일적으로 평가하는 일이 가능한가? 좋은 엄마란 대체 어떤 엄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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