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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불꽃처럼
2. 사치스런 봄 3. 일시적 사랑 4. 고요한 다이카쿠지 5. 사무치는 사랑 6. 조용한 히메하지메 7. 눈 쌓인 에치고 8. 아즈사의 편지 9. 봄의 근심 10. 꽃에 이는 폭풍 11. 가리소메 |
Junichi Watanabe,わたなべ じゅんいち,渡邊 淳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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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까닭인지 아즈사가 기모노를 다시 입고 정작 돌아가야 할 때면 쿠가는 다시 그녀에게 집착한다. 자신이 아직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 곁으로 돌아가는 여자에 대한 미련이라고 하면 좋을까.
'자고 가는 게 어때?' '어떻게...' 안 될 것을 알면서 쿠가는 다시 말했다. '아침 일찍 돌아가면 돼.' '그러면 당신이 곤란해지겠죠?' 아즈사는 그렇게 되면 두 사람의 관계가 더 이상 돌이킬 수 없게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아즈사가 외출하는 날에 쿠가가 맞추어 왔다. 매여 있는 직업이 아니니 그는 아주사보다 훨씬 시간적인 여유가 많았다. --- p.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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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직접 만난 것은 쿠가가 자신의 책을 출판했을 때였다. 바쿠마츠의 지사를 뒷바라지 해 준 여성들의 삶을 담은 책이었다. 신주쿠의 서점에서 저자 사인회를 할 때 담당자가 커다란 백합 꽃다발과 한 통의 편지를 가져왔다. 편지를 열어보니 '축하합니다'라는 눈에 익은 반듯한 글씨 옆에 아즈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반갑고 기쁜 마음에 곧바로 편지를 보냈더니 아즈사로부터 답장이 왔다. 그뒤 쿠가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낸 것을 계기로 두사람은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다시 만난 그들은 오랜 공백을 한꺼번에 다 메우려는 듯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했다. 그 동안 아즈사는 아이가 둘 생겼고 쿠가도 아내와 딸 하나가 있었다. 젊은 날은 머나먼 저편으로 멀어져 가버렸지만 두 사람은 어느새 옛날의 연인 사이로 되돌아가 있었다. 밀회를 거듭하는 동안 쿠가는 아즈사를 놓친 데 대한 후회가 점점 짙어 갔고, 그녀 또한 변함없이 그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미 남의 아내가 되어 있는 아즈사는 쿠가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1년쯤 지나서야 그녀는 당신은 나쁜 사람이에요, 하고 말하고는 쿠가를 받아들였다.
''당신을 안을 수만 있다면 나쁜 사람이 돼도 좋아.'' 쿠가는 그렇게 말하면서 스스로 악인이 되어 쾌감에 젖어 들었다. 두 사람의 몸은 여전히 서로를 기억하고 있었는지 그뒤로 은밀한 관계는 급속히 깊어졌다. 쿠가가 뉴욕으로 갔을 때부터 20년 남짓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즈사에게서는 그 공백을 전혀 느낄 수 없었다. --- pp.21-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