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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 안은
연어의 뱃속 덜컹, 덜컹, 덜컹, 덜컹 어미의 심장 박동 소리 북태평양에서 남대천까지 산란을 위하여 터질 듯한 심장을 부여잡고 컴컴한 바다 속에서 등불이 되어 주는 지하의 등대를 따라 이번 역은 종로 3가 역입니다 문이 열린다 연어 알들이 세상으로 쏟아져 나간다 지하철 노선도 강으로 수많은 연어가 해류에 몸을 실은 채 힘을 아끼고 있다 모두 눈 감고 어떠한 소리도 없이 침묵 고요한 꼬리짓 멀리서 헤엄쳐 왔다 바다가 끝나고 강이 오면 아꼈던 힘을 써야 할 때 연어들이 계단 폭포를 오른다 산란을 위해 아이를 위해 ---「연어」중에서 병원에는 아픈 사람들만 온다고 믿는 어리석은 사람들이 많이 있다 병원에는 아프지 않은 사람이 더 많이 온다 잃고 싶지 않은 게 많은 그러다 잃어버리기도 했던 그들의 아픔 속에서 희망을 얻고 불확실한 삶에서 확실한 삶을 사는 잡초들을 보기 위함인지도 모른다 생은 늘 우리에게 살아왔는지 버텨왔는지 묻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살아온 만큼 살아가야 할 만큼 확실하지 않고 눈 감는 사람은 병원에 매일 있다 가끔은 어긋나 서로 뽑으려 했던 기억도 그리고 그 아픔마저도 병원에선 추억이 된다 ---「병원에서」중에서 안녕하세요 저는 시체입니다 눈은 감겨 있지만 귀로 세상을 느낍니다 잠시만요! 저도 엘리베이터 좀 타겠습니다 여러분은 살아 있어서 귀가 닫혀 있는 것 같네요 뭐라고요 엘리베이터 안이 무덤 같다고요 하하하! 그러고 보니 흙냄새가 조금 나는 것 같기도 하네요 어이구, 밀지 마세요 영혼이 밟힐지도 모릅니다 저런… 만 원이군요 미안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오직 무게로만 보니까요 아! 여기서 다 내리시는 군요 저는 조금 더 내려갑니다 안녕히 가세요 저는 시체입니다 ---「저는 시체입니다」중에서 위치 이름 나이 직업 외상이유 1번 이○근 34 무직 이씨가 몰던 차가 다른 차량을 추돌 2번 김○희 34 마트 판매원 차량 전복 사고로 차에서 튕겨 나감 3번 이○선 75 무직 생활고로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 시도 4번 이○욱 48 일용직 노동자 오토바이 운전 중 사고 5번 양○란 24 학생 오토바이 타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 6번 이○석 64 무직 술을 먹고 뒤로 넘어짐 7번 이○동 24 생산직 노동자 기계에 껴 검지 절단 8번 권○식 19 대학생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 시도 9번 성○진 48 미확인 명확하지 않음 10번 신○만 53 사다리에서 떨어짐 11번 주○식 26 창문을 닦다가 5층 건물에서 추락 … 15번 … 20번 24번 VIP 환자 없음. ---「외상센터 환자 명단」중에서 삶이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가 병원 말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 구급차를 돌려 인천으로 향했고 스크레쳐 카에 할머니를 눕혀 바다로 바다로 향했다 할머니는 바다가 보고 싶어서 온 게 아니라 파도를 보고 싶어 온 거라고 하셨다 파도가 힘찬 바다의 맥脈 같으시다고 눈을 가늘게 뜨고 해안선을 바라보며 할머니는 바다의 손목을 붙잡고 가만히 눈을 감으셨다 바다의 바이탈 사인을 느끼시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병원 말고 바다에 가자고 했다」중에서 사람들에게 밟혀 사라지는 눈을 보며 더는 슬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눈은 사라지는 게 아니라 더 깊이 스며드는 것이라 그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눈」중에서 넌 내게 다가왔던 말로 떠나가는 구나 ---「안녕」중에서 너는 기억하겠지 내가 쓴 글들이 너에게 묻어 나왔으니 ---「지우개」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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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치 않은 소재와 삶과 일이 시를 만났다
시인은 이쪽도 저쪽도 아닌, 미지의 현상들을 위로하고 소망함으로써 변화의 중심에 서서 끊임없는 시적 행보를 지속해야 할 이 땅의 거룩한 독행자로서 호명되어야 한다. 시인들의 행보가 건강해야만 비로소 시대가 다시 밝아질 수 있고 인문학 정신이 생동할 것이다. 이 시집을 내는 최진영 시인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시인을 옥죄고 놓아 주지 않던 모든 장애물이자 아픈 흔적들이 봄볕을 만나 만개한 꽃들처럼, 따가운 태양 볕 아래서도 의연하게 꽃을 피우는 여름꽃들이 아름다운 향기를 품어내듯 삶의 만개와 향기를 품었으면 좋겠다. 최진영 시인은 가장 아름다운 시인으로 시문학의 미래를 밝히 드러낼 시인의 삶을 향한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었다. 그만큼 큰 기대를 거는 시인이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가 말하듯이 “모든 문학은 결국 자전적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운명을 고백하고 운명에 대해 어렴풋하게 추측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든 것이 시적이다. 서정시에서는 이러한 운명이 대개 변하지 않고 세심”하였다. 그의 시 세계의 중심을 간파하고 있는 서정성이 바로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최진영 시인은 결코 시인의 인생에만 천착하지 않고 그의 어른(조모를 포함하여 부모를 섬기며 사랑하는 마음)을 향한 인간의 기본기가 변색하지 않고 그의 삶을 리드하고 있다는 점과 그 인격을 기초로 하여 시작품들이 창작되어 온 삶만을 보아도 그의 시에서 시적 생명력의 왕성함이 발견된다는 사실에 추호의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이충재 평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