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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분규를 해결하려 육대 문파 강적들과 맞서 싸우니
22. 군웅들의 마음은 약법삼장으로 귀일하네 23. 녹류장 나그네, 부용화 그윽한 향기에 담뿍 취하니 24. 이유극강의 태극 원리, 세상에 처음 전해지네 25. 호접곡에 높이 들린 횃불, 온 하늘 밝혀 비추니 |
Louis Cha, Jin Yong,金庸,사량용(査良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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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장무기도 배후에서 비열하게 암습을 가한 자가 누군지 뒤돌아보았다. 머리통이 커다랗고 비쩍 마른 늙은이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자는 바로 공동파 다섯 원로 가운데 넷째 상경지(常敬之)였다. 상대방이 치명 요혈을 정통으로 얻어맞고도 타격을 받았다는 낌새를 보이지 않자, 그는 놀랍고 의아스러워 저도 모르게 엉뚱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놈이…… 네놈이 금강불괴(金剛不壞) 신공을 수련했구나! 그렇다면 소림파 문하 제자란 말인가?” “소생은 소림파 제자가 아니올시다.” 상경지는 장무기가 입을 열어 대꾸하는 순간, 재차 일권을 날려 상대방의 앞가슴을 호되게 후려쳤다. 금강불괴가 아니라 그 어떤 호체신공이라도 입을 여는 찰나에는 진기가 흩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기 때문에 기습적으로 공격을 가한 것이다. ---「21. 분규를 해결하려 육대 문파 강적들과 맞서 싸우니」중에서 무당파와 장무기의 감격스러운 상봉에 이어 아미파 사람들마저 이렇듯 떠나버렸으니, 마교를 섬멸하려던 육대 문파의 막중한 대사는 삽시간에 풍비박산이 나고 말았다. 공동, 화산 두 문파 제자들도 사상자들을 수습해 뒤따라 떠날 채비를 차리기 시작했다. 철금선생 하태충이 슬금슬금 다가왔다. “여보게, 축하드리네! 집안 식구들끼리 상봉했으니 얼마나 반갑겠는가? 그런데 말일세…….” 장무기는 그가 말을 더 잇기도 전에 먼저 품속에서 환약 두 알을 꺼냈다. 실상 그 알약은 보통 학질에 걸리거나 구토증이 심할 때 먹는 평범한 약이었다. 그래도 시침 뚝 떼고 극히 소중한 신약처럼 조심스럽게 하태충 앞에 내민 것이다. “두 내외분께서 한 알씩 나눠 드십시오. 금잠고독이 곧 풀어질 겁니다.” ---「22. 군웅들의 마음은 약법삼장으로 귀일하네」중에서 “조 낭자, 방금 소생이 저지른 일은 정말 부득이해서였소. 내 이렇게 당신께 사죄하리다.” 조민은 아예 고개 돌려 외면하고 벽 쪽만 바라보고 있었다. 양어깨가 미약하게나마 들썩이는 것을 보니 훌쩍훌쩍 우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간계를 부리고 독살을 부릴 때마다 그는 지혜에는 지혜로, 힘에는 힘으로 상대해왔다. 그때는 일체 딴생각이 없었는데 이제 와서 생각하니 자신의 행위가 수치스러웠다. 더구나 백옥보다 더 하얀 목덜미와 애잔하게 하늘거리는 치렁치렁한 머릿결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모르게 연민의 정이 뭉클 우러났다. “조 낭자, 나는 가야 하오. 불초 장 아무개가 여러모로 죄를 많이 지었소. 부디 용서해주시오.” 조민의 등줄기가 꿈틀하는 듯싶었으나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 ---「23. 녹류장 나그네, 부용화 그윽한 향기에 담뿍 취하니」중에서 장무기는 숨을 들이켜면서 뒤로 벌렁 나자빠졌다. 그를 습격한 적수는 두 사람, 장무기가 쌍장으로 엇갈리게 하나씩 맞부딪는 찰나, 적들은 나머지 비어 있던 한 손으로 기척도 없이 강타를 먹인 것이다. 뒤로 나자빠지기 직전에 그는 습격한 자들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키가 후리후리하고 비쩍 마른 노인이었다. “에잇, 비겁한 놈들!” 양소와 위일소가 노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오더니 두 노인에게 덮쳐들었다. “퍽! 퍽!” 두 늙은이가 다시 한 차례 일장씩 후려쳐 보냈다. 양소와 위일소는 무서운 장력에 떠밀려 털썩털썩 뒷걸음질 치고 말았다. 중심을 잡고 섰을 때 가슴속의 혈기가 훌떡 뒤집히더니 뼛속까지 쑤셔대는 한기가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두 늙은이의 깡마른 꺽다리 몸집이 번뜩 돌아섰는가 싶을 때 어느새 그들은 조민을 좌우로 호위하며 삼청전 문턱을 넘어서고 있었다 ---「24. 이유극강의 태극 원리, 세상에 처음 전해지네」중에서 신도들은 하나같이 격앙된 기색으로 성스러운 불길과 교주 앞에 굳게 맹세했다. “저희들은 오로지 백성들을 위하여 선행을 베풀고 악을 제거하며, 권세와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이 결의가 있은 후, 전국 각처에서 일제히 봉기한 명교 신도들은 저마다 원나라 관원들이 차지하고 있던 지역과 성채를 공격, 점령해 기반을 착실히 닦아놓는 데 성공했다. 후일담이지만, 주원장과 서달을 비롯한 몇몇 사람은 응천부(應天府)를 들이쳐 점령하고 그곳에 도성을 세웠다. 주원장은 비로소 ‘오왕(吳王)’이라 일컫기에 이르렀으나 감히 황제의 명칭만큼은 쓰지 못했다. 역사 기록을 보면, 어느 선비가 주원장에게 이런 건의를 했다고 한다. “성벽을 높이 쌓아 올리시고 식량을 충분히 비축해두시되, 왕이라 일컫는 일만큼은 잠시 늦추도록 하십시오.” ---「25. 호접곡에 높이 들린 횃불, 온 하늘 밝혀 비추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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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조 높은 중국 문학의 원류 〈사조삼부곡〉의 완결판!
오천 년 동양의 지혜와 문화를 꿰뚫는 역작 현대 중국 문학을 완성한 ‘중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 3억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중국 문학의 금자탑 신필(神筆) 김용.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아온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사조삼부곡〉 3편의 시리즈일 것이다. 그중 『의천도룡기』는 〈사조삼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1961년 7월부터 1963년 9월까지 〈명보(明報)〉에서 독점 연재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의천도룡기』는 김용이 직접 2003년과 2004년 세심한 고증을 거쳐 수정한 최종 3판본을 완역한 것이다. 원명 교체기라는 혼란한 시대에 격랑 많은 운명을 타고난 장무기가 절대 무공 비법을 통해 강호 최고의 고수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모험기를 담은 『의천도룡기』는 무협소설 마니아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캐릭터와 치밀한 갈등 구조,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높은 완성도로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용이 곳곳에 심어놓은 수많은 장치와 복선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이 〈사조삼부곡〉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의천도룡기’라는 제목은 작품 속에서 천하무적의 병기로 알려진 ‘의천검’과 ‘도룡도’로부터 유래했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얻으면 무림지존이 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두 무기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수많은 무림 고수들의 혈투, 혼원벽력수 성곤에게 원수를 갚기 위한 금모사왕의 분투, 명교인과 육대문파(소림, 무당, 아미, 곤륜, 공동, 화산) 간의 오랜 은원관계, 장무기가 조민, 주지약, 아소, 은리 등과 펼치는 로맨스 등 다양한 인물과 애끓는 사연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강호를 수놓는다. “김용의 글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다” 역사·문화·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대서사 김용 무협소설의 근간은 중국의 역사·전설·문학, 그리고 유가·불가·도가를 아우르는 철학이다. 직접 신문사를 창간해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한 김용은, 수많은 역사서를 통독하여 쌓은 방대한 지식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교직한다. 이러한 위대한 경지는 『의천도룡기』에서 빛을 발한다. 소설은 원을 거쳐 명의 건국 이전까지의 긴 역사를 무대로 한다. 이 시기 중국에서는 대륙을 놓고 한족과 거란족, 몽골족 등 이민족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용은 한족과 이민족 간의 대립과 투쟁이라는 실제 역사 위에 무림 맹주 자리와 절대 무공을 차지하기 위한 고수들 간의 각축전, 정파와 사파의 대립, 협객과 미녀의 로맨스 등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특히 작중에는 주원장, 장삼봉, 진우량, 토곤테무르, 탕화, 오량·오정 형제, 주전 등의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김용 특유의 서사를 완성한다. 더욱이 『의천도룡기』는 원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몽골은 물론이고, 작품 내 활약하는 주요 조직인 명교로 인해 페르시아까지 등장하면서 〈사조삼부곡〉 가운데서 가장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고 스케일 또한 굉장하다. 전체적으로 중동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 이색적인 작품인데, 이는 기존의 한족-이민족 구도를 넘어 한족과 몽골 치하의 다른 문화권과의 연합항쟁 성격을 부여하며 극에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는다. 김용의 작품은 중국 문학의 전통 형식을 보유하면서도 근현대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담은 ‘중국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교묘히 배합된 중국의 전설이나 신앙, 시, 역사 등의 코드들을 해체하면 그야말로 중국 문화 전반을 충분히 활용한 중국학 입문서라 할 만하다. “진정한 영웅들의 의리와 고뇌, 사랑이 뜨겁게 부활한다” 웅장한 역사와 탁월한 상상력, 치밀한 구성과 생생한 캐릭터의 향연 김용의 무협소설이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개성 넘치는 인물 창조에 있다. 수많은 무협소설들이 식상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데 반해, 김용의 작품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개성적인 인물들의 향연으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의천도룡기』를 김용의 여러 작품 중 수작이라고 꼽는 것은, 어느 인물이건 그냥 지나침이 없이 완벽히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하 역사소설의 경우 인물에 대한 묘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캐릭터를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의천도룡기』는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 모두가 독특한 자신만의 성격과 사연을 갖고 있는 데다, 하나같이 중복됨 없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 모두 주인공 장무기와 서로 완벽하게 융합한다. 이들은 강호라는 가상의 공간에 인간적 숨결과 고뇌를 불어넣어 그곳을 살아 있는 삶의 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김용을 신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거대한 역사와 소소한 삶의 문제를 세세하면서도 웅장하게, 그리고 유려하게 그려내는 그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김용의 인물들은 옛 복장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기성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서도 의(義)를 지키며 자유를 추구한다. 장대한 스케일과 힘이 넘치는 스토리 구성에 생기를 불어넣는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에서 독자들은 의를 배우고 지혜와 용기를 깨칠 수 있다. 국내 최초 정식본을 통해 만나는 불멸의 고전 김용의 작품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미는 통속문학과 엄숙문학 사이의 경계와 영역을 허물어버림으로써 무협소설을 순수예술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1956년 신문 연재 때부터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동안 지속적으로 독자층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단순한 재미 추구, 흥미 유발에 그치지 않고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왔다. 한마디로 김용의 작품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근현대인의 인성과 심리가 내재된 문화 텍스트인 것이다. 고전은 방대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김용의 매력적인 문장은 부드러우면서 우아하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김용 문장을 문어체 문장의 모범으로 꼽는 이유다. 김용과 그의 작품들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자 ‘문화 키워드’가 되었다. 위로는 ‘김학(金學)’으로서 본격적으로 학문화되고, 아래로는 게임, 영화, TV 연속극으로 이어지는 현대 문화의 큰 흐름을 주도해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 고전 중의 고전 『의천도룡기』 또한 다양한 콘텐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최초 정식본을 통해 세계를 감동시킨 불멸의 역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