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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의천검 도룡도를 잃고 사랑하는 이마저 죽었는데
32. 억울한 누명 하소연할 길 없으니 미칠 것만 같네 33. 긴 퉁소 짧은 거문고 가락에 담황색 옷자락 나부끼는데 34. 혼례식 날 저 신부는 섬섬옥수로 면사포를 찢어 던졌다네 35. 누가 금빛 갈기털 사자를 도륙하려다 살신지화를 입으랴 |
Louis Cha, Jin Yong,金庸,사량용(査良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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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무기는 손을 내밀어 부축하면서 위안의 말을 건넸다. 무심코 제 곁에 누워 있는 아리의 끔찍한 얼굴 모습을 바라본 주지약이 깜짝 놀라 엉겁결에 두 손으로 자기 얼굴부터 더듬었다.
“나도…… 나도 저 꼴이 되었나요?” “아니오. 얼굴은 괜찮소. 다른 데를 조금 다쳤을 뿐이오.” “페르시아 못된 뱃놈들 소행이군요. 그런데 내가…… 내가 어떻게 이 지경이 되도록 감쪽같이 모르고 있었을까?” 울적한 기색으로 혼잣말하듯 중얼거리는 그녀를 보고, 장무기는 그저 한숨이나 내리쉬며 대꾸할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조 낭자가 저지른 짓인지도 모르겠소. 엊저녁 음식에 그녀가 독을 탔는지도 모르오.” 주지약은 넋 잃은 표정으로 반 조각만 남은 귓불을 더듬더니 훌쩍훌쩍 울기 시작했다. ---「31. 의천검 도룡도를 잃고 사랑하는 이마저 죽었는데」중에서 장무기는 맥박을 짚어보았다. 상처가 가벼운 것은 아니라 해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다. 그는 조민의 몸뚱이를 품어 안은 채로 네 손바닥을 마주대고 공력을 일으켜 상처를 치료하기 시작했다. 조민이 등줄기에 얻어맞은 그 일장은 무당파 본문 무공이라, 그 맥상을 누구보다 깊이 알고 있던 장무기로서는 상처 치료에 그리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불과 반 시진 만에 그녀는 혼수상태에서 천천히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장무기는 마음을 놓지 못하고 그녀의 몸속에 구양진기를 줄기차게 주입시켰다. 또다시 반 시진 남짓이 지나고 하늘빛이 차츰 밝아올 무렵, 그녀는 마침내 입을 딱 벌리고 시커먼 핏덩이를 한 모금 크게 토해내더니 두 눈을 떴다. “그분들, 모두 가셨나요? 당신을 보지 못했죠?” 힘없는 목소리로 제일 먼저 속삭여 묻는 말에, 장무기는 가슴이 벅찰 정도로 깊은 감동을 받았다. 자신의 안위보다 장무기를 더 걱정하고 있는 것이다. ---「32. 억울한 누명 하소연할 길 없으니 미칠 것만 같네」중에서 흘끗 뒤돌아보았더니 앞서 칼을 빼앗긴 진우량이 어느새 주지약의 허리춤에서 장검을 뽑아 들고 그녀의 어깻죽지를 잔뜩 움켜잡은 채 등 쪽 심장부에 칼끝을 겨누고 있었다. 장무기는 코웃음 쳤다. “흥! 100년 전만 해도 강호에 명교, 개방, 소림의 명성이 어떠했는지 알기나 하는가? 교파 중의 으뜸은 명교, 방회 가운데 지존은 개방, 문파 중의 태두는 소림이라 했네. 그런데 후세에 와서 자네들이 하는 짓거리를 보아하니 저 옛날 개방 방주 홍칠공 노협 어른의 위엄과 명성에 똥칠을 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시는군!” 전공장로가 듣다 못해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개방 원로로서 그의 수치심이 발동한 것이다. “진 장로, 주 낭자를 놓아주시오! 우리 개방의 이 많은 제자가 외부 사람 앞에서 꼭 이런 추태를 보여야겠소?” 전공장로에게 질책을 받고서도 진우량은 막무가내로 듣지 않았다. ---「33. 긴 퉁소 짧은 거문고 가락에 담황색 옷자락 나부끼는데」중에서 장무기와 조민이 동시에 외마디 실성을 터뜨렸다. 한 사람은 경악에 찬 놀라움의 외침, 다른 한 사람은 고통에 겨운 비명이었다. 어느새 주지약이 내리꽂은 다섯 손가락은 그녀의 목덜미 가까운 오른쪽 어깨머리에 깊숙이 박혔다. 외마디 실성을 터뜨린 장무기가 대뜸 손바닥을 내뻗어 주지약을 거세게 떠다밀었다. 주지약은 머리 위에서 덮어씌워 내린 붉은 면사포를 걷어내지 않았다. 그녀는 바람 소리만 듣고도 상대방의 동작 형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왼 손바닥이 한 바퀴 빙그르르 도는가 싶더니 떠다민 장무기의 손목을 그대로 베어 내렸다. 장무기는 진정 그녀와 싸울 생각이 없었다. 단지 그녀의 공격 초수가 너무나 지독스럽고 매서워 단 일초 만에 조민의 목숨을 빼앗을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제지한 것이다. 그러나 주지약은 달랐다. 그녀는 상·하반신을 부동자세로 꼿꼿이 세운 채 양 손바닥만으로 잇따라 험악한 공격 초식을 펼쳤다. 장무기는 건곤대나이 심법을 써서야 겨우 그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34. 혼례식 날 저 신부는 섬섬옥수로 면사포를 찢어 던졌다네」중에서 처참한 단말마의 비명을 남기고 또 한 명이 칼날에 찍혀 거꾸러졌다. 땅딸보 도사 마법통이 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소리였다. 이제 최후의 한 사람은 소학 도장이었다. 그 역시 오른팔에 상처를 입었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절망적인 싸움을 이끌어갔다. “잠깐 멈추게!” 승려 중 한 사람이 짧고 낮게 외치자, 계도 석 자루가 소학 도장을 에워싼 채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뒤미처 늙수그레한 승려의 목소리가 매섭게 울렸다. “그대들 서량 옥진관은 우리 소림사와 아무런 갈등도 원수도 맺은 일이 없을 터, 무슨 까닭으로 야반 침입을 자행했는가?” 소학 도장이 피를 철철 흘리면서 참담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우리 사형제 셋은 이미 패전지장의 몸, 스스로 배운 무학 실력이 낮음을 원망할 뿐 대꾸해 좋을 말이 뭐 있겠소?” ---「35. 누가 금빛 갈기털 사자를 도륙하려다 살신지화를 입으랴」중에서 |
격조 높은 중국 문학의 원류 〈사조삼부곡〉의 완결판!
오천 년 동양의 지혜와 문화를 꿰뚫는 역작 현대 중국 문학을 완성한 ‘중국의 셰익스피어’라는 찬사와 함께, 전 세계 3억 부 이상 판매를 기록한 중국 문학의 금자탑 신필(神筆) 김용. 발표하는 작품마다 독자들의 뜨거운 찬사를 받아온 그의 대표작을 꼽으라면 단연 〈사조삼부곡〉 3편의 시리즈일 것이다. 그중 『의천도룡기』는 〈사조삼부곡〉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으로, 1961년 7월부터 1963년 9월까지 〈명보(明報)〉에서 독점 연재되었다. 이번에 출간된 『의천도룡기』는 김용이 직접 2003년과 2004년 세심한 고증을 거쳐 수정한 최종 3판본을 완역한 것이다. 원명 교체기라는 혼란한 시대에 격랑 많은 운명을 타고난 장무기가 절대 무공 비법을 통해 강호 최고의 고수가 되기까지의 파란만장한 모험기를 담은 『의천도룡기』는 무협소설 마니아들의 필독서로 꼽힌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월등히 많은 캐릭터와 치밀한 갈등 구조, 박진감 넘치는 묘사와 높은 완성도로 독자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이끌어내는 마력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김용이 곳곳에 심어놓은 수많은 장치와 복선으로 인해 책을 읽는 내내 한순간도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다. 이 작품이 〈사조삼부곡〉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의천도룡기’라는 제목은 작품 속에서 천하무적의 병기로 알려진 ‘의천검’과 ‘도룡도’로부터 유래했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얻으면 무림지존이 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지면서, 두 무기의 비밀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수많은 무림 고수들의 혈투, 혼원벽력수 성곤에게 원수를 갚기 위한 금모사왕의 분투, 명교인과 육대문파(소림, 무당, 아미, 곤륜, 공동, 화산) 간의 오랜 은원관계, 장무기가 조민, 주지약, 아소, 은리 등과 펼치는 로맨스 등 다양한 인물과 애끓는 사연이 서로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강호를 수놓는다. “김용의 글에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세계가 담겨 있다” 역사·문화·철학을 아우르는 방대한 대서사 김용 무협소설의 근간은 중국의 역사·전설·문학, 그리고 유가·불가·도가를 아우르는 철학이다. 직접 신문사를 창간해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한 김용은, 수많은 역사서를 통독하여 쌓은 방대한 지식과 풍부한 인문학적 소양을 바탕으로 실제와 허구를 절묘하게 교직한다. 이러한 위대한 경지는 『의천도룡기』에서 빛을 발한다. 소설은 원을 거쳐 명의 건국 이전까지의 긴 역사를 무대로 한다. 이 시기 중국에서는 대륙을 놓고 한족과 거란족, 몽골족 등 이민족 간에 치열한 대결이 펼쳐지고 있었다. 김용은 한족과 이민족 간의 대립과 투쟁이라는 실제 역사 위에 무림 맹주 자리와 절대 무공을 차지하기 위한 고수들 간의 각축전, 정파와 사파의 대립, 협객과 미녀의 로맨스 등의 이야기를 펼쳐놓았다. 특히 작중에는 주원장, 장삼봉, 진우량, 토곤테무르, 탕화, 오량·오정 형제, 주전 등의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이들은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조화롭게 어울리며 김용 특유의 서사를 완성한다. 더욱이 『의천도룡기』는 원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몽골은 물론이고, 작품 내 활약하는 주요 조직인 명교로 인해 페르시아까지 등장하면서 〈사조삼부곡〉 가운데서 가장 이국적인 색채가 강하고 스케일 또한 굉장하다. 전체적으로 중동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된 이색적인 작품인데, 이는 기존의 한족-이민족 구도를 넘어 한족과 몽골 치하의 다른 문화권과의 연합항쟁 성격을 부여하며 극에 또 다른 활기를 불어넣는다. 김용의 작품은 중국 문학의 전통 형식을 보유하면서도 근현대적인 내용을 풍부하게 담은 ‘중국 문학’의 집대성이라 할 수 있다. 교묘히 배합된 중국의 전설이나 신앙, 시, 역사 등의 코드들을 해체하면 그야말로 중국 문화 전반을 충분히 활용한 중국학 입문서라 할 만하다. “진정한 영웅들의 의리와 고뇌, 사랑이 뜨겁게 부활한다” 웅장한 역사와 탁월한 상상력, 치밀한 구성과 생생한 캐릭터의 향연 김용의 무협소설이 이토록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개성 넘치는 인물 창조에 있다. 수많은 무협소설들이 식상한 이야기 구조를 가진 데 반해, 김용의 작품은 역사와 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개성적인 인물들의 향연으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중간에 손을 놓을 수 없는 재미가 있다. 특히 많은 이들이 『의천도룡기』를 김용의 여러 작품 중 수작이라고 꼽는 것은, 어느 인물이건 그냥 지나침이 없이 완벽히 묘사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하 역사소설의 경우 인물에 대한 묘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할 정도로 캐릭터를 살리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한데, 『의천도룡기』는 100여 명에 이르는 인물 모두가 독특한 자신만의 성격과 사연을 갖고 있는 데다, 하나같이 중복됨 없이 다양한 인간군상의 모습들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이들 모두 주인공 장무기와 서로 완벽하게 융합한다. 이들은 강호라는 가상의 공간에 인간적 숨결과 고뇌를 불어넣어 그곳을 살아 있는 삶의 공간으로 느끼게 한다. 김용을 신필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이렇게 거대한 역사와 소소한 삶의 문제를 세세하면서도 웅장하게, 그리고 유려하게 그려내는 그의 능력 때문일 것이다. 김용의 인물들은 옛 복장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 안주하지 않는다. 기성체제에 순응하지 않으면서도 의(義)를 지키며 자유를 추구한다. 장대한 스케일과 힘이 넘치는 스토리 구성에 생기를 불어넣는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에서 독자들은 의를 배우고 지혜와 용기를 깨칠 수 있다. 국내 최초 정식본을 통해 만나는 불멸의 고전 김용의 작품이 가지는 문학사적 의미는 통속문학과 엄숙문학 사이의 경계와 영역을 허물어버림으로써 무협소설을 순수예술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점이다. 그의 작품은 1956년 신문 연재 때부터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동안 지속적으로 독자층을 확대·재생산하면서 단순한 재미 추구, 흥미 유발에 그치지 않고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까지 그 영역을 넓혀왔다. 한마디로 김용의 작품은 중국의 전통문화와 근현대인의 인성과 심리가 내재된 문화 텍스트인 것이다. 고전은 방대한 지식과 인문학적 소양만으로는 완성되지 않는다. 김용의 매력적인 문장은 부드러우면서 우아하다. 수많은 평론가들이 김용 문장을 문어체 문장의 모범으로 꼽는 이유다. 김용과 그의 작품들은 이제 하나의 ‘현상’이자 ‘문화 키워드’가 되었다. 위로는 ‘김학(金學)’으로서 본격적으로 학문화되고, 아래로는 게임, 영화, TV 연속극으로 이어지는 현대 문화의 큰 흐름을 주도해왔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재미를 안겨준 고전 중의 고전 『의천도룡기』 또한 다양한 콘텐츠로 끊임없이 재창조되며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국내 최초 정식본을 통해 세계를 감동시킨 불멸의 역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