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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인일기
쿵이지 약 고향 아Q정전 복을 비는 제사 술집에서 비누 상서 홍수를 다스리다 관문 밖으로 해설 연보 |
魯迅,본명 : 저우수런(周樹人), 자 : 위차이(豫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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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먹은 적이 없는 아이들이, 혹시 아직 있을까? 아이들을 구하자…….
---「광인일기」중에서 몇 번인가는, 근처에 사는 아이들이 웃음소리를 듣고 구경을 하러 달려와서 쿵이지를 둘러쌌다. 그는 그들에게 회향콩을 한 사람 앞에 한 개씩 먹으라고 주었다. 아이들은 콩을 먹고 나서도 여전히 흩어지지 않고, 모두들 접시만 쳐다보았다. 쿵이지는 당황하여, 다섯 손가락을 펴서 접시를 가리고 허리를 구부리며, “조금밖에 없어, 나도 이젠 조금밖에 없어”라고 말했다. ---「쿵이지」중에서 “샤오수안, 들어와라!” 화 부인이 샤오수안을 불러 안쪽 방으로 들어오게 했고 가운데에 놓아둔 걸상에 샤오수안이 앉았다. 그의 어머니는 새까맣고 둥근 것을 접시에 받쳐 들고서 가만히 말했다. “먹어라,…… 병이 나을 거다.” 샤오수안이 그 검은 것을 집어 들고서 잠시 들여다보자, 자신의 생명을 들고 있는 듯하여 마음속으로 말할 수 없이 이상스러웠다. ---「약」중에서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 ---「고향」중에서 우리의 아Q는 그렇게 무력하지 않았다. 그는 영원히 득의양양했다. 그것은 어쩌면 중국의 정신문명이 지구상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한 증거인지도 모른다. 보라, 그는 훨훨 날아갈 듯하지 않은가! ---「아Q정전」중에서 “잘됐어요. 선생님은 배운 사람이고 또 대처 사람이니까 아는 게 많겠지요. 한 가지 물어보려고요……” 그녀의 그 흐릿하던 눈이 갑자기 빛났다. 그녀가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으므로 나는 어리둥절한 채 서 있었다. “저어……” 그녀는 두 걸음 다가서며 목소리를 낮추고서 아주 비밀스러운 듯이 소곤소곤 말했다. “사람이 죽은 뒤에, 도대체 영혼이 있는 건가요?” 나는 섬찟했다. 나를 응시하고 있는 그녀의 눈을 보자 등줄기에 가시라도 찔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복을 비는 제사」중에서 우리는 함께 술집에서 나왔다. 그가 든 여관은 나와 정반대 방향이었으므로 문 앞에서 헤어졌다. 나는 혼자서 내 여관을 향해 걸어갔다. 찬 바람과 눈발이 얼굴을 스치는 것이 오히려 아주 상쾌하게 느껴졌다. 이미 황혼인 하늘과 집과 거리가 모두 다 짙은 눈발의 새하얀 비정형의 그물에 얽혔다. ---「술집에서」중에서 “신경 쓸 거 없네, 웨이옹.” 쓰밍은 또 그를 밀어냈다. “자네야 물론 제외고, 또 경우가 다르니까. 내 말 좀 들어보게. 그녀 앞으로 사람들이 죽 둘러섰는데, 경의는 조금도 없고 그저 놀려 대기만 하더군. 그리고 불량배 두 놈이 있었는데, 어떻게나 방자하고 뻔뻔스러운지 말야, 한 놈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 ‘아파, 비누 두 장만 사다가 온몸을 뽀드득뽀드득 씻겨보라구, 아주 근사해질걸.’ 여보게, 그게……” ---「비누」중에서 나는 여전히 노래 부르는 것 같은 곡성만 가지고, 쯔쥔을 장송한다, 망각 속에 장사 지낸다. 나는 망각할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또한 다시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망각으로 쯔쥔을 장송한 일을. 나는 새로운 생로를 향해 첫걸음을 내디딜 것이다. 나는 진실을 마음의 상처 속에 깊이 감추고, 묵묵히 전진할 것이다, 망각과 거짓말을 나의 길잡이로 삼아…… ---「상서」중에서 재해가 오래 계속되자 대학은 벌써 해산되었고 유치원조차 문을 연 곳이 없게 되었으므로 백성들은 모두 무지몽매해졌다. 다만 문화산(文化山)에는 많은 학자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양식은 기굉국(奇肱國)에서 비거(飛車)로 운반해왔기 때문에 양식이 떨어질까봐 걱정할 필요가 없었고 학문을 연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우(禹)를 반대했고, 우라는 사람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아예 믿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홍수를 다스리다」중에서 “이것이 원고인가?” 경리 선생이 한 묶음의 목찰을 집어 들고 펼치면서 말했다. “글씨는 깨끗이 썼구먼. 보아하니 시장에 내다 팔면 틀림없이 살 사람이 있을 게야.” 서기 선생도 다가가서 첫 번째 장을 보면서 읽었다.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흥, 여전히 그 타령이군. 정말로 듣기만 해도 골치가 아프고 지긋지긋해……” “골치 아픈 데는 조는 게 약이지.” 경리가 목찰을 내려놓고서 말했다. ---「관문 밖으로」중에서 |
중국 사회에 드리운 암흑의 근원을 파헤친
루쉰 문학의 정수가 담긴 소설 11편 『아Q정전』(개정증보판)은 루쉰 문학의 정수를 보여 주는 중단편 11편을 수록한 소설집이다. 1996년 ‘창비교양문고’로 출간되었던 것을 판형과 활자, 장정을 바꾸어 새롭게 펴냈다. 이 책에 실린 번역본은 50종이 넘는 「아Q정전」의 번역 가운데 루쉰 문학 전문가들이 가장 신뢰하는 번역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중국 사회에 드리워진 암흑의 근원을 파헤치고 몽매한 민중을 일깨우는 데 혼신을 바친 루쉰은 신해혁명 전후 무기력하고 비굴한 근성을 지닌 중국 민중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풍자와 해학적인 필치로 가감 없이 보여 준다. 봉건의 극복과 근대의 실현을 위해 치열한 고투를 벌인 루쉰의 작품들은 여전히 현대적인 빛을 발한다. 루쉰의 데뷔작이자 중국 최초의 현대소설인 「광인일기」는 사뭇 도발적이고 충격적인 이야기다. ‘광인’으로 불리는 소설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잡아먹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다. 단순히 망상에 빠진 사람의 이야기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식인의 사회’나 마찬가지인 당시 중국의 봉건 사회를 통렬히 비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루쉰의 유일한 중편소설인 「아Q정전」은 풍자의 방법으로 위선과 패배주의를 비판한다. 오늘날 ‘정신 승리’의 원조로 유명한 주인공 ‘아Q’는 날품팔이를 하면서 번 돈을 술과 도박에 소진하면서도 스스로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인물이다. 흔히 아Q를 노예근성에 사로잡힌 중국 민중을 상징하는 인물로 해석하지만, 아Q는 그 성격이 단순하게 해명되지 않는다. 아Q는 중국 민중의 열악한 근성을 보여 주는 한편, 지배 계급에 핍박받는 하층민을 상징하기도 하며 인간적 진실성을 내보이기도 한다. 루쉰의 교묘한 해학은 아Q라는 문제적 인물에게서 냉소와 연민이라는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게 한다. 이번 개정증보판에 새로이 수록된 「상서」에서는 루쉰의 아이러니와 패러독스가 한층 빛난다. 이 작품은 일인칭 화자인 남성 주인공 ‘쥐엔성’이 죽은 애인 ‘쯔쥔’과의 과거를 회상하며 애도하는 수기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봉건적 사랑이 아닌 자유연애를 추구했으나 사람들의 지탄을 받는다. 쥐엔성은 차츰 쯔쥔을 탓하게 되고, 두 사람의 갈등이 깊어져 쯔쥔은 쥐엔성을 떠난다. 이 수기 형식의 소설은 현재의 쥐엔성이 과거의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와 그 뒤에 숨은 작가가 현재의 쥐엔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뒤섞인 복합적인 서술로 이루어져 있다. 서술 기법의 완성도나 페미니즘적 주제 의식 면에서 탁월한 이 작품을 이번 개정증보판에 수록함으로써 루쉰 문학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고자 했다. 냉엄한 현실 인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 청소년부터 성인까지, 지금 다시 루쉰을 읽어야 하는 이유 2023년 초, 중국에서는 ‘쿵이지 문학’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쿵이지는 루쉰의 소설 「쿵이지」에 등장하는 인물로, 구시대의 궁핍하고 비루한 지식인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 청년들은 스스로를 쿵이지에 빗대며 깊이 공감했다. 이렇듯 루쉰의 소설은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람들에게 거듭 읽히며 회자되고 있다. 냉엄한 현실 인식으로 시대를 들여다본 루쉰의 문학은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는 통찰력을 보여 준다. 루쉰은 인간의 삶과 사회에 드리운 어둠과 허무를 있는 그대로 드러냈지만, 그의 시선을 그저 냉소주의나 허무주의로 해석할 수는 없다. 현실을 철저히 묘파하는 가운데 피어나는 희미한 희망이 루쉰 문학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가령 「고향」에서는 그 희망의 모습이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고향」의 주인공은 20년 만에 돌아온 고향에서 친구와 재회하고 연민을 느낀다. 어린 시절에 친했던 친구는 생계를 위해 그릇을 훔치는 사람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주인공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몽롱한 가운데, 나의 눈앞에 해변의 초록빛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 위의 쪽빛 하늘에는 황금빛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 할 수도 없고, 없다고 할 수도 없다. 그것은 지상의 길과 같다. 사실은, 원래 지상에는 길이 없었는데, 걸어 다니는 사람이 많아지자 길이 된 것이다. (본문 63~64면) 루쉰은 암흑의 현실을 담담히 인정하면서도 새로운 시대의 청년들에게 희망을 걸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은 ‘아이들을 구하자’라는, 「광인일기」의 마지막 외침과도 연결된다. 다음 세대를 향한 루쉰의 애정과 희생 의식은 이후 중국 사회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중국 근대의 봉건적 현실을 꿰뚫어 본 루쉰의 소설은 여전히 새롭게 읽혀야 한다.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가치를 지니고 있거니와, 특히 ‘근대 적응과 극복의 이중 과제’를 안고 있는 한국에는 더욱 절실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중국 문학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 루쉰의 문학을 지금, 다시 만나 보길 권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