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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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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마나즈루 · 7
해설 · 318
옮긴이의 말 · 334

저자 소개 2

가와카미 히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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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romi Kawakami,かわかみ ひろみ,川上 弘美

환상과 일상이 서로 우아하게 스미는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우화의 마술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나 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5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거쳐 1994년 『어느 멋진 하루』로 파스칼 단편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일상을 묘사해내는 그녀는, 늦은 등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력한 문학상을 차례로 거머쥐면서 일본 문단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여성의 자의식을 주제로 한 『뱀을 밟다』로 제11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빠지다』로 이토세이
환상과 일상이 서로 우아하게 스미는 독보적 세계관을 구축해온 우화의 마술사. 일본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1958년 도쿄에서 태어나 오차노미즈여자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5년 동안의 교직생활을 거쳐 1994년 『어느 멋진 하루』로 파스칼 단편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일상을 묘사해내는 그녀는, 늦은 등단에도 불구하고 많은 유력한 문학상을 차례로 거머쥐면서 일본 문단에 화제를 뿌리고 있다.

여성의 자의식을 주제로 한 『뱀을 밟다』로 제115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하였고, 2000년 『빠지다』로 이토세이 문학상을, 2001년 여제자와 교사의 사랑을 그린 『선생님의 가방』으로 다니자키 준 이치로상을 수상하며 확실하게 문학성을 인정받았다. 일본 문학 특유의 서정적 향취 속에서 인류의 진화와 소멸을 아득한 시간 너머까지 그려낸 『큰 새에게 사로잡히지 않도록』으로 2025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2019년 일본에서 자수포장을, 2023년 프랑스에서 문예공로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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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하면서 20여 년간 일본어,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강의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연구원이다.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기에 당시 인기 작가였던 아리시마가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었는지에 대해 박사 논문 「아리시마 다케오와 염상섭 문학의 ‘근대적 자아’ 비교 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04)를 썼다. 이후 그 배경이 되는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으로 삼게 되었다.신인논문상(한국일어일문학회, 2004), 신인번역가상(새한국문학회, 2005)을 받았고,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예계간지 [문학과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일본 근대문학을 공부하면서 20여 년간 일본어, 일본의 문학과 문화를 강의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연구소의 연구원이다. 한국의 근대문학 형성기에 당시 인기 작가였던 아리시마가 어떻게 수용되고 변용되었는지에 대해 박사 논문 「아리시마 다케오와 염상섭 문학의 ‘근대적 자아’ 비교 연구」(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2004)를 썼다. 이후 그 배경이 되는 한일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앞으로의 연구 방향으로 삼게 되었다.신인논문상(한국일어일문학회, 2004), 신인번역가상(새한국문학회, 2005)을 받았고, 2005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 문예계간지 [문학과 현실]에 이어 [착각의 시학]에 꾸준히 일본 문학을 번역하여 소개하고 있다. 이 밖에 번역서로 『어느 멋진 하루』(원작 『신(神樣)』, 가와카미 히로미(川上?美), 2009), 『한 송이 포도』, 『클라라의 출가』(『일본 명단편선』, 아리시마 다케오, 지식을만드는지식, 2018), 일본어판『백범일지』 번역보완,『아리시마 타케오 단편선』,『마나즈루』 등이 있다. 또한 부친(류의석)이 남기신 유고를 기반으로 보완, 수정하여 일본어판 『白凡逸志』(2019)를 출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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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340쪽 | 356g | 128*188*30mm
ISBN13
9791167373700

책 속으로

걷고 있는데 따라오는 자가 있었다.
--- p.7

세이지와는 아주 평범하다. 평범하기는 어렵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것은 대개 오래 견딜 수 없다. 머지않아 무너진다. 파멸을 향하는 것은 쉽다. 평범한 것을 유지해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다.
--- p.110

남편은 ‘이제 없는 것’이 아니라 ‘아직 없는 것’이다. 아직 없는 것. 언젠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것. 과거 속으로 모습을 감출 수 있는 것은 지금 있는 것뿐이다. 지금 없는 것은 과거 속으로 사라질 수 없다. 어디로 사라질 수도 없다. 부재 상태로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
--- p.130

어쨌든 남겨진 사람은 불쌍한 거야. 근데 말이야, 사라지는 과 남겨진 중 어느 이 불쌍하다고 생각해? 여자가 물었다. 생각하고 싶지도 않아, 그런 거. 쌀쌀맞게 대답하자 여자는 바로 바다로 사라진다. 사라지는 순간 바다에 빠지는 여자의 발이 하얗다.
--- p.136

비는 지상 전체에 쏟아져 내리고 있는데 나한테만 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p.145

천천히 배가 불에 녹는다. 파도 사이를 떠다니던 사람들도 타오르는 불에 넋이 나가서 바라다보고 있다. 사람들은 작게 배는 크게 불 속에서 무너져간다. “예쁘다.” 여자는 쓸쓸한 듯 중얼거렸다.
--- p.170~171

때때로 살아 있다는 것에 질렸었어. 여자는 냉담하게 답한다. 아침부터 밤까지 악착같이 일하면서 악착같이 살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한 채 내가 무엇에 기뻐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자신에게 마음이 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고 남의 마음속을 헤아리는 일도 없이 그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는 것에 질렸던 거야.
--- p.175

완탕면이든 짜장면이든 함께 먹어보자. 그리고 질렸네 뭐네 하지 말고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살아보자. 다시 마음속으로 여자에게 말을 걸어 설득했다. 여자가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든다. 당신은 심각한 건지 경박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사람이야. 심각이라든지 경박이라든지 운운하며 나눌 수 있는 게 아니죠, 살아 있다는 건.
--- p.176

보지 않았어. 그런 광경 본 적 없어. 그냥 내가 만들어낸 거야. 내 마음속에서 부풀어 올랐던 여름 구름이 흩어졌다가 금세 모양을 바꿔서 둥글어지기도 하고 그런가 싶더니 끝이 가늘어지면서 쭉 늘어나기도 하고 다시 흩어져서 자잘해지기도 하고 하는 그런 거랑 같아. 생각의 틈새에서 새어 나온 망상 같은 것이 점점 모양을 바꾸고 커지기도 하고 작아지기도 하고 무서운 것이 되기도 하고 갑자기 밝게 빛나는 것이 되기도 하고, 그냥 그런 거였어. 그건 분명.
--- p.191

이 전철은 마나즈루와 도쿄를 잇는 상자다. 내 몸을 환상으로부터 현세로, 또 반대로 이번 생에서 다른 생으로 옮겨주는 상자다.
--- p.204

어째서 사랑하면 빠져나가버리는 걸까. 분명 몸의 무게를 충분히 느끼고 있었는데 나도 모르는 사이에 레이의 몸은 형태를 감추고 투명해져 뻗은 손은 몸이었던 곳을 허무하게 관통한다.
--- p.270

모든 것이 거기에 존재하게 된다. 이 세상에 태어나 눈으로 직접 보았던 모든 것도, 훨씬 전부터 잊고 있었던 것들도 모두 마음속에는 생생하게 존재한다. 그뿐인가. 눈으로 본 적이 없는 것, 결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것까지도 거기에는 존재한다.
--- p.275

좋아해도 허무해도 우리는 헤어졌다. 좋아한다는 것이 함께 있어야 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몸을 세이지에게 기대어 안긴다. 나도 세이지를 안아준다. 그대로 서로 녹아들듯이 세이지와의 거리가 없어지게 되면 좋을 텐데. 제각기 이런저런 것들에 매어져 있는 채로 지낼 수밖에 없다.

--- p.298

출판사 리뷰

과거의 기억을 마주하고 치유할 수 있는 곳으로
한 여성의 상실에서 재생으로 향하는 여정


실종되기 한 달 정도 전 날짜에, ‘마나즈루’라는 글자가 볼펜으로 가늘게 적혀 있었다. 뜯었던 종이를 사각으로 접어서 일기장 사이에 도로 끼워놓았다. 마나즈루. 중얼거렸다. 눈치채지 못했다. 또는 잊고 있었다. _86쪽

케이의 남편은 12년 전 홀연히 실종됐다. 유일한 단서는 일기장에 남긴 ‘마나즈루’라는 단어뿐.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 이후 케이의 일상을 유지해주는 것은 딸 모모와 함께하는 온화하고 소박한 생활과 오랜 연인 세이지와의 관계다. 증발하듯 사라져 생사조차 알 수 없는 남편 레이는 “없는데 있는” 존재로서, 영원한 부재로 남아 있다. 그는 죽고 싶어서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살고 싶어서 사라진 것일까. 풀리지 않는 의문과 상실감을 덮어둔 채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뒤돌아보지 않고 살아온 케이. 어느 날 그녀는 기묘한 힘에 이끌리듯 가나가와현의 작은 바닷가 마을인 마나즈루를 오가기 시작한다.

당신, 레이에 대해 알고 있어? 레이라니? 여자는 되물었다. 남편이야. 욕조에 물을 받고 있을 때도 목욕을 마치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때도 고요해진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테라스에 둘이서 나왔을 때도 여자는 따라붙었다.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알고 있어. 아마도. 여자는 대답한다. 순간 흐려졌다가 어느새 다시 진해졌다가 일정하지 않다. 우선 뚜렷한 형태를 가진 자가 아니다. 그냥 붙어 있다는 것만 안다. _58~59쪽

한편 케이에겐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는 비밀이 있다. 언젠가부터 그녀의 뒤를 ‘따라오는 자’들이 있다는 것. 마나즈루에 다녀온 케이는 이유 모를 상실감에 시달리고, 그때 한 여자 유령의 존재가 더욱 선명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케이와 남편 사이에 벌어진 일에 대해 전부 알고 있는 듯한 여자는 무언가를 전하려는 듯 주변을 맴돈다.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각인지 분열된 자아의 일부인지 불분명한 여자를 따라, 케이는 마나즈루의 바닷바람과 안개 속으로 들어가 불안하고 아름다운 환영에 뒤섞인다.

여자에게 이끌려 걸었다. 들리지 않고 보이지도 않았다. 눈은 뜨고 있는데 경치라는 것이 없다. 안개가 짙은 장소를 걷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현기증 속을 떠돌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멀리 바다가 있고 배는 타오르고 있다. _171~172쪽

꿈과 무의식의 세계를 통한 치유와 회복,
무수한 이별과 상실에 공명하는 이야기


마나즈루는 나와 타인, 산 자와 죽은 자,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며 “결코 상상조차 한 적 없는” 깊은 무의식까지도 생생하게 드러나는 곳이다. 몰아치는 파도처럼 과거의 기억이 케이를 휩쓸고, 그녀는 여태 들여다보지 못했던 기억, 욕망, 아픔을 마주하게 된다. “잃어버린 것을 꿈에서 볼 수 있다면 상처는 이미 치유되기 시작한 것”이라는 케이의 독백처럼, 죽음의 장소에 가까웠던 마나즈루는 여자 유령과 함께 꿈의 세계를 헤매며 잃어버린 것들과 대면하는 동안 점점 치유의 장소가 되어간다. 그렇게 케이는 황폐한 바닷가에 버려진 집을 뒤덮은 이끼처럼, 상실 속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생명의 기운을 발견한다.

사람이 살지 않게 된 집은 10년 정도는 그냥 춥게 텅 비어 있을 뿐이지만 그보다 더 오래 내버려두면 오히려 생명을 가진 것처럼 되어간다. 덧문을 덮지 않은 유리창의 깨진 틈으로 담쟁이가 들어와 있다. 담쟁이의 잎사귀는 대부분 갈색으로 시들었지만 시든 나뭇잎 아래서 아주 작은 새로운 초록이 이미 싹트고 있다. (……) 조용히 썩어들어가고 있는 집 그 자체가 다른 생명을 가지기 시작한 것처럼 보인다. _263~264쪽

작품 세계에 관한 한 인터뷰에서, 가와카미 히로미는 《마나즈루》를 문체 실험을 시도한 작품으로 언급하며 보통의 연애소설처럼 써나갔다면 그저 ‘남편에게 버림받은 여자의 이야기’가 되었으리라고 말했다. 부드럽고 정적인 서술 속에 여성 화자의 분열된 마음이 강렬하게 압축된 《마나즈루》의 문체는 단순한 이별담의 전형을 벗어나 끝없는 여행을 보는 듯한 하나의 매혹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또한 소설 속 남겨진 한 여성의 아픔은 남편의 부재만을 향하기보다 한때 자신의 일부였던 딸과의 멀어진 관계, 서로에게 온전히 기대지 못하는 연인 세이지와의 복잡한 감정, 사랑을 쏟았던 대상이 돌연히 사라지는 순간의 고독과 허무함 등 현대인이 겪는 무수한 이별과 상실의 경험과도 공명한다. 《마나즈루》는 그런 평범하고 헛헛한 마음들에 나와 타인의 내면을 진솔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소설로, 남겨진 자들의 애도와 회복에 관한 깊은 성찰과 위로를 선사할 것이다.

나를 버리고 사라진 후에도 레이를 사랑했다. 사랑하기를 그만둘 수 없었다.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사랑하고 있는 마음이 마음 그 자체 안으로 들어와버린다. 주머니 속이 밖으로 뒤집히듯이 마음도 뒤집혀버린다. (……) 어느새 그것은 어슴푸레하고 흐리멍덩하고 막막하고 이질적인 것이 되었다. _255~256쪽

옮긴이의 말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은 사회규범과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인간의 본능을 고스란히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마나즈루』는 현대인의 일상사인 사랑과 상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치유하는지에 대해 인간의 본능과 무의식 세계를 치밀하게 주시하며 추적해나간다.

추천평

추리소설과 여행기, 우아한 에로티시즘을 결합한 꿈 같은 작품. - 커커스리뷰
현실, 환상, 기억을 모호하게 만드는 가와카미 히로미의 놀라운 솜씨. - 퍼블리셔스위클리
거짓말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을 견딜 수 없게 된 인간은 소설을 읽는다. 가와카미 히로미의 작품은 이 사실을 매우 잘 보여준다. 『마나즈루』는 가와카미의 작품 본연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시대의 대표작이다. - 미우라 마사시 (문예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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