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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미의 거제 포구 이야기
정경미
시인동네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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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관포 가는 길·12/관포·16/군령포 파도·20/군령포의 작품 하나·21/군항포 일지 1·24/군항포 일지 2·25/근포 동굴·28/방파제에 걸린 근포항·29/능포 일출 1·32/능포 일출 2·33/다대다포 1·36/다대다포 2·37/매미성 1·40/매미성 2·44/대포 일박·48

제2부

금포의 기억·50/덕포항·54/도장포 가는 길·58/도장포 풍차·59/숭어를 기다리며·62/법동포의 봄·66/법동포 유월·67/석포·70/석포의 봄·71/성포항 이야기·74/성포 풍어제·75/송진포·78/송포·84

제3부

영등포·87/옥포 읽기 1·88/옥포 읽기 2·90/외포 일지·94/율포에서·98/장문포 왜성·102/파랑주의보·103/장승포 기적의 길·106/장승포 소망의 길·110/지세포 일기·112/청포항·116/탑포항·122

제4부

팔랑포·124/팔랑포 등대·128/해금강 1·132/해금강 2·136/홍포 사람들·140/홍포 블루스·144/황포의 추억 1·148/황포의 추억 2·152/외포항 귀빈·156/외포항 대구·160/일출·162

저자 소개 1

정빈

경남 거제에서 태어나 2005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길은 언제나 뜬눈이다』 『거제도 시편』 『차라투스트라의 입』 『어린 철학자는 꽃이 지는 이유를 잊고』 『주홍 글씨 속의 유령들』 『정경미의 거제 포구 이야기』가 있다. 한국시인협회, 부산작가회의 회원. 〈가변차선〉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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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3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64쪽 | 153*194*20mm
ISBN13
9791158966249

책 속으로

밤이면 거가대교 불빛 쏟아져
포구는 작은 몸으로 유성비를 맞는다
나이테 새겨진 파도가 서가를 펼쳐놓으면
책 읽는 소리 애기섬을 휘감아 돌아
신봉산 이마에 꽂힌다
해안선이 진달래 관을 쓴 계도를 끌고 오면
물살 위를 누비는 투명 카누의 빼어난 몸매가
눈매 선한 파도를 유혹한다
에메랄드빛 물보라와 몸을 섞으며
바다를 휘젓는 사내 팔뚝에
물속으로 뿌리내린 햇살이 끌려온다

조업 끝낸 불빛이 어둠을 삼키며 닻을 올릴 때
위판장 지붕에 걸린 뱃고동 소리가
바닷길을 열어준다
오후 두 시의 물 칸에서 헤엄쳐 다니는 활어들
거간꾼 입심에 귀를 세우면
수부들의 손끝에 갯마을 눈빛이 술렁인다

포구 능선을 넘어 농소마을 어귀에 서면
시인 박철석의 유년이 몽동 해변을 따라 굽이친다
어린 발걸음 하나 야윈 그림자 뒤를 쫓아오고
돌아오지 못하는 눈동자가
허공에서 맴을 돈다
농재 선생의 아린 귀 하나
해안에서 철썩거린다
---「관포」중에서

낚싯바늘에 걸린 낮달이
쓸쓸히 해안으로 돌아눕는다

거친 바람이 뱃전에 몰아치면
출항은 멀어지고

날밤 새워 기운 그물만
부질없이 공중에 펼친다

선수 밑창에 깔려 신음하는
빨강 등대

장사도는 가까운 듯 멀다
---「방파제에 걸린 근포항」중에서

거제시 장목면 대금리 290 복항마을
지도를 펼치자
해안선을 따라 둥글게 밀려오는 파도 소리가
거대한 성(城) 한 채 쌓아 올린다
하늘빛은 끝 간 데 없이 펼쳐져
동색인 바다를 유혹하고
물보라는 몽돌을 만나
매미성의 사계(四季)를 연주한다
발길 닿는 곳마다 배여 있는 장인의 땀방울이
이방인의 발목을 적신다
성벽을 타고 오르는 담쟁이넝쿨은
참혹했던 그해 여름을 기억하듯
묵언수행 중이다
비췻빛 머금은 수채화 속에서
먹구름 삼킨 태풍이 뒷걸음질 치고
장대비 소리 요란하게 매달린다
태풍 매미로 무너져 내린 가슴에
화강암 한 장을 올리면
역사가 쌓이고 내일이 펼쳐진다
멀리서 팔월이 파도를 불러 세운다
---「매미성 1」중에서

밤마다 물보라가
검푸른 공작새 울음을 게워낸다
바람은 바다를 퍼 올리고
동백 방앗간의 풍문들은
해풍에 씻겨 말갛게 일어선다
갈곶이 낮달이 풍차를 돌리면
해금강에서 터져 나오는 동편제 가락 한 마당
명창의 목청을 타고 사자바위 끝으로 쏟아진다
이월의 마파람이 동박새를 풀어놓으면
붉은 옷자락의 가객들
등불을 치켜들고 기습한다
뱃고동이 하얀 너울에 잦아들고
경계를 벗어난 거친 물살이
주홍빛으로 솟아오른다
4막 5장 바람의 판소리가
파도를 일으키며 수평선을 끌어당긴다
---「도장포 풍차」중에서

여차리 고개 넘어서면
휘어진 길이 가벼운 발길질을 꿈꾼다
파도의 몸부림에 웃자란 코발트빛이
한 뼘씩 돋아나고
서서 볼 수 없는 하늘은
언제나 푸르게 펼쳐진다
횡렬 없이 누비는 무지개길이
눈뜬 망산 향해 촉수를 세우며
이글대는 바다를 풀어헤친다
가슴 쓸어 올리는 노을빛
차디찬 심장을 풀무질할 때
남파랑길을 토해내는 그림자는
물살의 그늘 속으로 달려온다
검붉은 침묵이 소용돌이치고
수평선이 열리면
포구 어깨 위로 잔물결이 날아오른다
마지막 파도가
목울대에 걸려 쓰러지는 동안
은하수 허리에 상아빛 어둠이 감기고
소병대도 눈빛은 칠백 리 섬을 건져 올린다

---「홍포 사람들」중에서

출판사 리뷰

시인의 말

뭍을 그리워한 시간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
뭍으로 오르지 못한 사내의 눈빛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뒷걸음질 치는 노을빛도 흔들린다.
사내의 가슴은 여전히 뜨겁다.
먼바다 바닷새가
노을을 물고 포구로 돌아오면
그땐 용기를 내어도 좋다.
내일은 바다 향해 다리를 뻗으리라.
사내는 비로소 닻을 내린다.

2023년 11월
정경미

추천평

거제는 물고기들의 고향이고, 섬의 고향이고, 포구의 고향이다. 그리고 시인 정경미의 고향이다. 바람이 내리꽂히는 날 거제의 바다엔 물기둥이 솟는다. 하얀 뱃살을 드러내며 숭어가 뛰고, 숭어를 따라 사람들이 뛴다. 갈기를 세워 달려오는 파도를 타고 몽돌도 뛴다. 수평선 위에 펼쳐지는 말발굽 소리, 소리들…… 해독할 수 없는 문장이 난바다에서 손짓을 한다. 그 문장들이 시인을 키우고, 어부들을 키우고, 조선소를 키우고, 역사를 키웠다. 파란(波瀾)과 파랑(波浪)이 함께 공존하는 거제 포구 여행은 어머니 품속으로 다시 귀의하는 일이다. 바람 부는 언덕 위에 히스클리프의 풍차가 기다리는 거제 속으로 함께 들어가 보자. - 고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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