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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하몽유록
제1회 서재의 꿈은 지리도 한데 도원의 말은 거나하구나 제2회 비장(飛將)이 출두하니 그 위엄에 겁냈다가 대인이 동포라서 깊은 정감 느꼈네 제3회 조각배로 떠도는 사람 조석으로 이리저리 천고의 명승지서 풍월을 읊도다 제4회 은하수 건너 여러 신선을 보고 아래 세상 백성 위해 상제께 상소하다 제5회 배 잃고 말 얻으니 득실이 반반이요 바다보고 뭍도 보니 유람이 완전하다 제6회 남자 되고 여자 되니 이도 저도 아름답고 처도 두고 첩도 두니 둘 모두 못 잊겠네 제7회 저승 들어 충신 역적 상벌을 보고 신궁에 가 조손간의 정을 풀도다 몽유록발 원문 제1회 芸窓之夢支離, 桃源之說汗漫 제2회 飛將出頭忽?威風, 大人同胞頗深情地 제3회 一扁浮家朝東暮西, 千古名區吟風弄月 제4회 渡長漢見列仙, 爲下民訴上帝 제5회 失舟得馬得失相半, 遊海覽陸遊覽兼盡 제6회 爲男爲女此亦美彼亦美, 有妻有妾前不忘後不忘 제7회 入地府而見忠逆之賞罰, 到神宮而?祖孫之情誼 夢遊錄跋 부록 몽유록서(夢遊錄序) 행장(行狀) 친필본 영인 해설 지은이에 대해 옮긴이에 대해 |
金光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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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한 사람이 배 안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사람을 자세히 보니 곧 태을진인이었다. 내가 기뻐하며 물었다.
“백옥경의 선관께서 무슨 일로 이 땅에 오셨습니까?” 그가 대답하였다. “나는 상제의 명령으로 와서 이 배를 전해 주노라. 이 배는 가슴 바다[胸海]에 정박했던 것이니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라.” 말을 마치자 바람을 부려 공중으로 날아올라 가 버렸다. 내가 공중을 향하여 절하며 감사해하고 그 배를 보니 곧 전날에 타던 유심주(遊心舟)였다. 즉시 배에 타고 강을 건너 강 언덕에 도착하였다. 언덕 위에 한 장부가 말에 기대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사람을 자세히 보니 곧 황건역사였다. 내가 물었다. “지부의 신장께서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내가 염라대왕의 명령을 받아 와서 이 말을 전한다. 이 말은 영대(靈坮)에 매어 두었던 것이니 다시는 잃어버리지 말라.” 말을 마치자 갑자기 보이지 않았다. 내가 땅을 향하여 절하며 감사해하고서 그 말을 살펴보니 곧 전날 부리던 종의마(縱意馬)였다. 이에 육로를 다닐 때는 말에 배를 싣고 수로를 다닐 때는 배에 말을 실으니, 그 편리함이 이보다 더할 수 없었다. 얼마 되지 않아 고향에 달려 들어와 들의 못가에 배를 정박해 놓고 한 다발 꼴을 말에게 먹이니 곧 가슴속의 풀들이다. 북풍이 크게 일어나 준마가 길게 울고 가벼운 배가 흔들렸다. 내가 놀라 깨니, 꿈속 일이 길게 펼쳐지고 정신이 황홀하여 꿈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으며 살아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았다. 속으로 생각하기를 ‘꿈인가, 생시인가, 어찌 그리 황홀하고 예측하기 어렵나’라고 하였다. 이에 손발을 펴 보고 정신을 수습하여 몸을 일으키고 눈을 뜨니, 완연히 꿈에서 깨어났다. 밤은 깊고 깊으며 사방 이웃은 조용하였다. 다만 보이는 것은 창가 개똥벌레의 밝은 빛이요 들리는 것이라곤 벽에 붙은 벌레의 찌르르 대는 소리뿐이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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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기 몽유록의 대표작, 『만하몽유록』
애국계몽기와 일제 초기, 우리 문학사에는 수많은 몽유록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를 ‘개화기 몽유록’이라 부른다. 1907년 만하 김광수가 지은 『만하몽유록』은 전대 몽유록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후대 몽유록으로의 새로운 발전을 확인할 수 있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이 시기 몽유록을 대표한다. 이런 특징은 특히 형식보다도 내용 면에서 두드러진다. 수많은 중세 봉건적 고사(故事)와 인식이 드러난 이 작품에는 동시에 자명종, 증기차, 산부인과, 대학 등의 근대 산물이 등장한다. 블라디보스톡 등의 지명이 보이며 군대해산이나 고종 양위, 민비 시해 등의 사건이 함께 나타난다. 이들이 한 작품 안에 있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그것이 김광수가 놓였던 당대의 현실이기도 했다. 때문에 『만하몽유록』은 더욱 그 시대의 산물로 의의가 있는 작품이다. 100년 전, 20대 청년의 꿈속 이야기 김광수는 꿈속 세계에서 ‘온 바다를 마음이 가는 대로 가는 배’ 사해유심주(四海遊心舟)와, ‘온 세상을 뜻대로 달리는 말’ 팔황종의마(八荒從意馬)를 타고 중국의 동서남북 방방곡곡은 물론 천상(天上)과 지부(地府)의 초월 세계까지 종횡무진한다. 작품 안에는 중국 상고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의 수많은 역사 사건과 각 시기에 활동했던 인물들이 총망라되어 있을 뿐 아니라, 창작 당시의 세계정세, 중국과 우리나라의 정치 현실 등에 대해 매우 정확한 통찰력을 담고 있다. 위로는 천상에 올라 상제에게 표문을 올리고, 아래로는 지부에 내려가 염라국 왕에게 소장을 올리는 초월 세계의 이야기들을 통해, 당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사실적이고 적나라하게 묘사, 비판한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직전 격동의 세월을 살았던 한 시골 청년의 포부와 격정, 절망이 교차하는 작품 『만하몽유록』은 우리 문학이 격동기 사회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산 증거다. 장르를 넘나드는 교양의 깊이 『만하몽유록』은 소설이지만 그 안에는 악부, 고시, 절구, 율시 등의 시 작품을 비롯해 상소문, 제문 등의 여러 양식의 글을 포함하고 있다. 특히 시 작품은 수십 편에 달해 장르론적으로도 논의될 만하다. 김광수는 꿈속에서 유람하는 가운데 끊임없이 시를 읊조리고, 그 시를 통해 새로운 인물과 인연을 맺기도 한다. 유람과 시작(詩作)의 반복이 『만하몽유록』의 서사를 전개해 나가는 기본 틀인 것이다. 이렇게 삽입된 시는 무거운 서사의 긴장을 완화하기도 하고, 지리한 전개를 일신해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나아가 각 시 작품들은 김광수가 유람하고 있는 지역의 역사적 사건이나 관련 있는 선인들의 작품 내용과 구절을 차용, 변용, 가감한 것으로, 김광수의 한문학적 교양의 깊이를 살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