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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다이아몬드처럼 빛난 철인
01 투혼·헌신·도전… 코피 터져도 던진 ‘무쇠팔’ 최동원 02 ‘장효조가 안 치면 볼’ 눈 좋고 힘 좋은 톱타자 장효조 03 조선의 첫 홈런타자, 올림픽 축구 첫 승 감독까지 이영민 04 혹사·도박·마약에 망가진 ‘너구리’ 장명부 05 ‘경기장 골든타임’ 알리고, 돌아오지 않은 2루 주자 임수혁 2장 그라운드와 코트를 누빈 철인 06 “짧았어, 진짜 짧았어…”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 07 체격 작은 선수 불러 보약 챙겨준, 형님 같던 명장 조진호 08 평생 연습, 일흔에도 축구 묘기… 한국 축구 아버지 김용식 09 스웨덴전 48개 슈팅 막고 멍투성이, 대표팀 1호 골키퍼 홍덕영 10 “이 에미나이” 혼내며 차범근 키운 원조 골잡이 최정민 11 손 감각 지키려 딸도 왼팔로만 안은 ‘전자 슈터’ 김현준 12 “이용만 해먹고…” 거인병 몰랐던 ‘코끼리 센터’ 김영희 3장 링 위의 철인 13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 14 “임자, 자신 있어?” 박통이 밀어준 복싱 첫 세계챔프 김기수 15 “조선인” 밝힌 뒤 의문사… ‘미국 악당’ 잡는 레슬링 영웅 역도산 16 임종 전 “내 머릿속 큰 돌멩이 좀 빼줘” 호소한 박치기왕 김일 17 “가난해도 꿈은 부자” 레슬링도 남 돕기도 금메달 김원기 4장 혼자 싸운 철인 18 일본인 우승자에 축전, 평화·용서 일깨운 마라톤 영웅 손기정 19 개한테 쫓기고 신발끈 풀려도 세계신, ‘1947 보스턴’ 서윤복 20 독사 깨문 깡, 라면 먹고 도버해협 횡단한 ‘물개’ 조오련 21 작대기 도박을 스포츠로, 당구의 전설 ‘칙칙폭폭’ 이상천 22 감나무 채로 210m… LPGA 한국인 첫 우승 구옥희 5장 산이 된 철인 23 ‘준비된 2번조’ 한국인 최초 에베레스트 등정 고상돈 24 안나푸르나의 별이 된 산악 그랜드슬래머 박영석 25 한 번 간 곳은 두 번 안 가, 의지의 등반가 고미영 26 무산소로 신 루트 개척한 ‘영원한 산꾼’ 김창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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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추석에 맞춰 보스턴마라톤 우승자 서윤복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47 보스톤」이라는 영화가 개봉했다. 하정우가 손기정 역으로, 임시완이 서윤복 역으로 열연했다. 내 기사(‘보스턴 영웅 서윤복, 개한테 쫓기고 신발끈 풀려도 세계신’)에 나왔던 내용들이 스크린에 재현되는 걸 보며 남모르는 미소를 지었다.
2023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남자 수영의 황선우·김우민·지유찬·백인철 등이 무려 6개의 금메달을 따내 박태환 이후 ‘한국 수영 제2의 전성기’를 열었다. 그 길을 개척한 사람이 1969년 전국체전에서 수영복이 없어 사각팬티를 입고 출전해 2관왕에 오른 조오련이다. 그는 19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 문양 머리띠와 어머니가 해준 모시 한복 차림으로 시상대에 올랐다. 죽은 철인들의 뒤를 따라가다 보면 개인의 땀과 눈물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 초창기의 애환과 웃픈 스토리를 만나게 된다. 거기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고, 감동을 받고, 희망을 본다. --- 「저자의 말」 중에서 죽어서 더 사랑받는 최동원의 매력은 무엇일까. 강진수 최동원기념사업회 사무총장은 “프로에서 가장 많은 돈을 받는 선수가 약자인 후배를 위해 앞장섰잖아요. 가장 높은 곳에서 제일 아래를 챙긴 정신을 팬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강 총장은 “불세출의 야구 영웅이 시대 상황에 막혀 뜻을 더 펴지 못하고 갔다는 게 팬들의 가슴에 남은 것 같아요. 투혼·헌신·도전이 ‘최동원 정신’이라고 봅니다”고 말했다. 그는 “사직구장 구석에 있는 동상을 광장 정면으로 옮겨 ‘만남과 기억의 장소’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라고 덧붙였다. 김 여사는 “동원이는 제 몸을 아낀 적이 없었어요. 던지고 또 던지고, 코피가 터져도 팀이 원하면 던졌지요. 가고 나서 팬들의 사랑을 더 많이 받게 되니 저는 너무 행복합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명예의 전당이 빨리 건립돼서 집에 보관하고 있는 유품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게 마지막 소원이라며, 그걸 위해 열심히 일하고 건강관리도 한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 「1장 투혼·헌신·도전… 코피 터져도 던진 ‘무쇠팔’ 최동원」 중에서 2020년 2월 23일. J리그 개막전. 요코하마 서포터들은 한글로 쓴 ‘할 수 있다 유상철형’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곳곳에 태극기가 보였고, 마리노스 시절 유니폼을 입고 온 사람도 많았다. 그들은 킥오프 전에 “유상철”을 소리 높여 외쳤다. 요코하마 시내에서 팬 미팅도 열렸다. 서포터들이 직접 준비한 정갈한 뷔페 음식이 차려졌다. 28년째 마리노스 팬이라는 남성이 말했다. “제 마음속에 남아 있는 2개의 골 중 하나가 2003년 10월 26일 J리그 경기 추가시간 동점골입니다. 유상철 선수가 등번호 2번을 달고 사이드백으로 출전해 넣었죠. 그 장면 보면서 울었어요. 어떻게 그런 진심 어린 골이 나왔는지….” 유상철이 화답했다. “저는 늘 자신보다 소속팀과 선수들에 대한 생각이 더 큽니다. 정말 중요한 경기라 지고 싶지 않았고요. 그 진정성이 전달돼 감동이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남자 한 명이 또 일어섰다. “저도 암에 걸렸어요. 형님 고통을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직장에) 일이 있었는데 거짓말하고 왔습니다.” 장내에 웃음이 터졌다. 유상철이 뛸 당시 마리노스 구단 부사장이 말했다. “어깨가 탈구됐는데도 스로인 던지는 걸 봤어. 상철은 절대 병으로 쓰러지지 않아.” 유상철은 “여러분들의 좋은 기운 받아서 돌아갑니다. 반드시 완쾌해서 요코하마 마리노스 감독을 하고 싶습니다”고 약속했다. --- 「2장 “짧았어, 진짜 짧았어…” 최고의 멀티 플레이어 유상철」 중에서 김영희에게 배구 기본기를 가르치던 코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그를 경찰병원에 데려가 정밀검진을 받게 했다. 의사가 “이 아이는 그냥 놔두면 앞으로 얼마나 더 클지 모릅니다. 그런데 수술을 받으면 성장을 멈추게 될 겁니다”고 말했다는 게 김 씨의 증언이다. 코치는 이후 김영희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한다. 이미 거인병 증세가 나타났는데도 말이다. 몇 달 뒤 김영희는 다시 동주여중으로 잡혀와 농구를 계속 했고, 숭의여고로 진학해 박찬숙의 후배가 된다. 202㎝까지 자란 김영희는 한국화장품에 입단해 1984년 농구대잔치에서 태평양화학을 누르고 팀에 우승을 안긴다. 본인은 득점왕·리바운드왕 등 5관왕에 오른다. 김 씨가 당시를 회상했다. “그때가 내 인생의 최고 전성기였죠. 그런데 거울로 몸과 얼굴을 보면 이건 여자가 아닌 거야. 그 뒤로 3년 동안은 거울을 안 봤어요. ‘운동을 잘하라고 하늘에서 이런 몸을 준 모양이다’고 속으로 정리를 했죠.” --- 「2장 “이용만 해먹고…” 거인병 몰랐던 ‘코끼리 센터’ 김영희」 중에서 김득구는 어떤 선수였나요. “당시 복싱이 중흥기라 세계 타이틀 매치 하고 나면 하루 10명, 20명씩 복싱 배우겠다고 찾아왔어요. 체육관이 좁아서 잽 한 번 뻗을 틈도 없을 정도였죠. 몸뚱어리, 맨주먹 하나 믿고 올라온 친구들이니 정신력이 오죽했겠소. 득구는 그중에서도 어떡하든지 권투로 일어서 보겠다는 집념이 대단했어요. 미쳤다고 해야 하나. 그러면서도 쇼맨십과 리더십이 강하고 노래도 잘 부르는 팔방미인이었죠.” 김득구가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면서요. “맨시니하고 자기하고 둘 중 하나는 죽을 거라는 말을 했어요. 성냥갑으로 조그만 관 모양을 만들어서 갖고 다니고 미국 갈 때도 가방에 넣어서 갔어요. 지금 득구를 만나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득구야, 정말 잘 싸웠다. 네가 자랑스럽다. 그런데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왜 지켰냐’라고요.” --- 「3장 “벨트 못 따면 죽어서 돌아오겠다” 비운의 복서 김득구」 중에서 전남 영암에 사는 조오련의 누나 조현숙 씨와 통화가 됐다. “동생은 남 도움 받거나 손 벌리는 걸 체질적으로 싫어했어요. 아시안게임 금메달 따고 나라에서 ‘뭐 해줄까’ 물어도 필요한 것 없다고 했지요. 해외 시합 나갈 때 친지들이 달러를 주면서 ‘좋은 물건 좀 사다 달라’고 해도 한 개도 안 사 왔어요. ‘내가 대한민국 국기 갖고 가서 태극기 올리고 왔는데 가방에다 남의 나라 물건 갖고 올 일이 없다’고 했죠.” 조오련은 민족의식이 남달랐다고 했다. 방콕 아시안게임 가기 전에 “내가 우승하면 우리나라를 드러낼 수 있는 거 좀 해주시오” 해서 태극기를 수놓은 머리띠를 만들어 줬다고 한다. 조오련은 그 머리띠를 하고 어머니가 만들어 준 모시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섰다. --- 「4장 독사 깨문 깡, 라면 먹고 도버해협 횡단한 ‘물개’ 조오련」 중에서 사고 전에 뭔가 낌새가 있었나요. “우리 집이 공항과 가까워 해외 원정 전날에는 늘 북적대고 새벽까지 술자리가 이어졌지만 아침밥을 먹고 떠난 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근데 그때는 출발 전날 아빠가 ‘김치찜에다 된장찌개도 끓여서 저녁을 준비하라’고 전화를 했어요. 식구들끼리 저녁을 맛있게 먹고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쓰러져 자더라고요. 아침에도 밥상을 차리라고 하고, 후배 밥이 부족하다며 ‘왜 이리 밥을 적게 했냐’고 화를 냈어요. 사고 전전날이 음력 생일이어서 후발대 편에 생일상을 푸짐하게 차려 보냈죠. 집 밥까지 잘 먹고 가 놓고 안 들어오네요. 그 뒤로 우리 애들이 먼 여행 간다고 하면 절대 집 밥 안 차려줘요.” 가장 기억나는 박 대장의 모습은요. “엄청 장난 잘 치고, 순수한 개구쟁이였어요. 우리는 중학교 졸업할 무렵 설악산에서 만나서 10년 사귄 동갑내기 커플입니다. 사고 뒤에 성우 아빠가 두 번 (꿈에) 찾아왔어요. 두 번 다 너무나 앳되고 환한 모습이었어요.” --- 「5장 안나푸르나의 별이 된 산악 그랜드슬래머 박영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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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원의 의족, 조오련의 독사 대가리
죽어서 오겠다던 김득구, 완쾌해 감독 맡겠다 약속한 유상철… 한국의 스포츠 월드를 움직인 전설적 인물 26인의 비하인드 스토리 오늘날 한국 스포츠의 위상은 눈부시다.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룩한 한국 축구는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며 아시아의 맹주로 군림하고 있고, 대표팀의 주축 손흥민은 영국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인 최초 득점왕에 올랐다. 야구 메이저리그(MLB)의 김하성은 아시아인 최초 내야수 골드글러브를 수상했고, LG 트윈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3년 한국프로야구(KBO)는 800만 관중을 돌파하며 기록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남자 수영 대표팀은 800m 계영에서 14년 묵은 아시아 기록을 갈아치우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톱 50 랭킹에는 무려 13명의 한국인이 자리하고 있다.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풍성한 대한민국 스포츠. 지금의 이 화려한 성취는 걸출한 한두 명의 스타가 만들어낸 것이 결코 아니다. 유상철과 박지성이 있었기에 손흥민이 나올 수 있었고, 그 앞에는 차범근이, 그보다 더 앞에는 한국 축구의 아버지 김용식과 홍덕영, 최정민이 있었다. 이영민이 한국 야구의 첫 번째 홈런을 치고, 최동원이 선수들의 권익을 위해 일찍이 온 몸을 던지지 않았다면 박찬호도 류현진도, 지금의 KBO 리그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 박태환과 황선우의 앞에서 먼저 물살을 가른 이는 조오련이었고, 박세리와 박인비에게 골프라는 문을 열어준 것은 구옥희였다. 이렇듯 지금의 스타들 앞에는 먼저 간 전설들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이 살아온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한국 스포츠의 역사다. 큰 줄기의 역사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면 지금껏 듣지 못한 숨겨진 이야기도 적지 않다. 아버지의 의족을 가슴에 품은 최동원의 사랑, 고교 시절 유도부 15명을 물리치기 위해 독사 대가리를 깨문 조오련의 깡, 프로레슬링 전설 김일이 살아생전 마지막으로 건넨 이야기, 친구 박종팔이 들려주는 김득구의 섬뜩한 각오, 산이 된 남편 박영석을 기억하는 아내의 눈물, 제자 이강인에게 완치하여 꼭 감독이 되어주리라 약속했던 유상철의 말까지…. “나만 들은 이야기, 나만 알고 있긴 아까워…” 24년 동안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스포츠 기자 정영재가 풀어주는 오직 그만이 간직했던 귀중한 이야기! 저자 정영재가 이 책을 통해 들려주는 이야기는 정말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던 새로운 것들이 많다. 스포츠 기자로 24년간 활동한 저자는 ‘언젠가 스포츠계의 오비추어리(Obituary·부음 기사) 영역을 개척해 보리라’는 마음을 먹고, 오랫동안 자료를 모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스포츠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여러 인물들을 직접 만난 것은 물론, 한 명 한 명 가장 가까웠던 이들을 수소문해 보물 같은 이야기를 모았다. 《스포츠 다큐: 죽은 철인의 사회》는 정영재 기자가 혼자 들은 이야기들을 혼자만 알고 있긴 아까워 세상에 공개한 귀중한 기록이다. 단순히 스포츠인들의 기록과 약력을 설명하는 글은 어디서든 볼 수 있다. 인터넷 검색 몇 번이면 가장 정확한 정보를 찾을 수 있고, 유튜브를 비롯한 각종 동영상 공유 웹사이트에는 전설적 인물들의 생전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은 그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정보의 모음집이 아니다. ‘부음 기사’ 영역 개척이라는 의지를 가진 한 명의 기자가 오랜 시간 공들여 여러 사람들을 만나 직접 듣고 목격한 현장의 목소리이자 미처 우리에게까지 닿지 못했던 잊힌 고백이다. 저자가 ‘철인’이라 이름 붙인 26명 개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가다보면 우리는 지금까지 알 수 없던 이야기를, 먼저 걸어간 이들의 내밀한 속마음을, 철인들 곁에서 함께 호흡하고 여전히 그들을 잊지 못하는 주변인들의 애틋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