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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정신과 의사의 37년간의 기록 2
무지개 치료
김철권
안목 2024.02.19.
베스트
건강정보 top100 1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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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저자의 말 ◆ 13
추천의 글 ◆ 19

1 무지개 치료 ◆ 33
2 왕후의 삶 ◆ 37
3 저에게는 숨 쉴 수 있는, 유일한 숨구멍이에요 ◆ 42
4 가슴 벅찬 순간 ◆ 45
5 찌찌티비 ◆ 49
6 참 친절한 여자와 함께 사는 남자 ◆ 51
7 발걸음도 가볍게 ◆ 57
8 특효약 ◆ 59
9 목에 무엇이 걸려 있어요 ◆ 63
10 〈나쁘지 않다〉와 〈좋지 않다〉 ◆ 67
11 전갈, 개구리 그리고 여자 ◆ 71
12 100번째 데이트 ◆ 77
13 귀가 먼 영감님 ◆ 84
14 매일 8시간을 걷는 남자 ◆ 86
15 앵무새 치료법 ◆ 90
16 할머니와 라면 ◆ 92
17 한 권의 책 ◆ 98
18 한 남자의 기도 ◆ 100
19 동요 부르는 남자 ◆ 104
차례
20 의사-환자 놀이 ◆ 108
21 〈내가 무엇이다〉라고 말하는 환자 ◆ 112
22 〈이똥치똥〉 치료 ◆ 115
23 화장실에서 ◆ 125
24 요구르트 윌 ◆ 127
25 화려한 휴가 ◆ 129
26 정신치료 노래방 ◆ 132
27 마술 치료 ◆ 135
28 사진 치료 ◆ 139
29 정장 치료 ◆ 144
30 호주에서 온 한국인 부부 ◆ 148
31 하나님께 드리는 편지 ◆ 150
32 철사 아빠 헝겊 아빠 ◆ 153
33 치료를 받더니 착한 아내가 나쁜 아내가 되었어요 ◆ 157
34 삶을 지탱하는 3개의 기둥 ◆ 160
35 예의 바른 환자 ◆ 165
36 마지막 입원 ◆ 168
37 한 여자 환자의 선물 ◆ 174
38 유행가 처방 ◆ 177
39 할아버지를 의심하는 74세 할머니 ◆ 180
40 다정도 병이다 ◆ 183
41 칼과 방패에 대한 이야기 ◆ 186
42 나는 고급 생선이다 ◆ 189
43 12세 소녀의 환청 ◆ 192
44 고정 관념 ◆ 194
45 짐승과 함께 사는 법 ◆ 198
46 노인들과의 스무고개 ◆ 200
47 그 여자와 그 남자와 함께 살아가는 남자 ◆ 203
48 코피와 커피 ◆ 205
49 결정을 못하겠어요 ◆ 207
50 긍정의 힘 ◆ 211
51 어머니의 눈물은 언제나 나를 무장 해제시킨다 ◆ 213
52 역류 상태의 부부들 ◆ 214
53 수집광 ◆ 220
54 돌과 돌이 부딪칠 때 ◆ 224
55 립스틱 짙게 바르고 ◆ 227
56 나를 가르치는 선생님 ◆ 229
57 나는 정말로 살아 있는 걸까? ◆ 232
58 뭐시 중헌디 ◆ 234
59 용서는 하지만 잊지는 않겠다 ◆ 236
60 반사회성 성격장애 환자와 어머니 ◆ 241
61 생각을 집어넣는 신 ◆ 243
62 20년째 비참에 젖어 사는 남자 ◆ 245
63 환청 ◆ 248
64 교수님, 제가 원하는 포스터는 이게 아닙니다 ◆ 249
65 신神은 있습니까? ◆ 252
66 당신이 음식을 지배하지 못하면
음식이 당신을 지배한다 ◆ 256
67 내가 연기를 잘하나 보다 ◆ 260
68 알아맞혀 보세요 ◆ 262
69 이 시대에 이 땅에서 철학자는 장애인이다 ◆ 265
70 기억의 노예와 걱정의 노예들 ◆ 269
71 누워 있다가 진료 보는 의사 ◆ 274
72 동물적 감각 ◆ 277
73 한 아가씨가 부모를 미워하는 이유 ◆ 279
74 어머니가 동성애네 ◆ 281
75 두 문장으로 말해 주세요 ◆ 287
76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 289
77 자신의 삶을 타인이 좌지우지하게 내버려두지 마라 ◆ 293
78 하나의 톱니바퀴가 되어 ◆ 297
79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은 바로 나였다 ◆ 300
80 내가 하는 치료는 ◆ 303
81 무엇이든 다 하세요 ◆ 305
82 눈총 효과 ◆ 307
83 분노하는 환자에 대하여 ◆ 309
84 약을 끊으러 오는 환자들 ◆ 314
85 약 올리지 마세요 ◆ 316
86 참 똑똑한 환자 ◆ 318
87 신과 인간을 연결하는 사람 ◆ 324
88 심지 약한 사람을 괴롭히는 두 놈 ◆ 326
89 태아에 대한 태도 ◆ 328
90 이름에 〈말〉자가 들어가는 여자들 ◆ 331
91 참 고마운 할머니 ◆ 333
92 1타 4피 환자 ◆ 334
93 나는 당신의 아버지가 아닙니다 ◆ 337
94 괴롭겠군요 ◆ 340
95 살 만큼 살았으니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 341
96 정신보험 ◆ 343
97 그녀를 만나면 나는 개코가 된다 ◆ 346
98 뾰족한 것으로 사람을 찌르고 싶은 여자 ◆ 351
99 잔인한 의사와 잔인한 환자 ◆ 355

에필로그 ◆ 360
〈꿩 잡는 게 매다〉
저자소개 ◆ 365

저자 소개 1

1984년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와 의학박사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재학 중에 소설로 부대 문학상을 받았다. 30대 초에 미국 UCLA 정신과학 교실에서 2년 동안 행동치료와 정신재활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내에 정신재활을 소개했고 한국정신가족협회와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40대에 10년 동안 부산광역정신보건센터장, 광역자살예방센터장, 해바라기센터소장,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을 맡아 지역사회정신의학을 실천했다. 50대 들어 소설가나 철학자가 되고 싶다는 젊은 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대학교에서 영화 전공으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
1984년에 부산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정신과 전문의와 의학박사를 받았다. 부산대학교 재학 중에 소설로 부대 문학상을 받았다. 30대 초에 미국 UCLA 정신과학 교실에서 2년 동안 행동치료와 정신재활을 공부하고 돌아와 국내에 정신재활을 소개했고 한국정신가족협회와 한국정신사회재활협회 창립을 주도했다. 40대에 10년 동안 부산광역정신보건센터장, 광역자살예방센터장, 해바라기센터소장, 정신보건사업지원단장을 맡아 지역사회정신의학을 실천했다. 50대 들어 소설가나 철학자가 되고 싶다는 젊은 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부산대학교에서 영화 전공으로 예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프로이트라캉 정신분석학회에서 10년 이상 정신분석을 공부하면서 정신분석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동시에 니체철학, 불교철학, 그리스신화와 비극, 사진미학, 타로, 마술 등을 공부했다. 정신의학 분야에서 주 저자로 80여 편의 논문을 쓰고 저서와 번역서 16권을 출판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출판한 의과대학 교과서 『신경정신의학』에서「정신분열병」(제2판)과 「지역사회정신의학」(제3판)을 집필했다.영화 저널에 영화 논문 30여 편을 게재했다. 1998년에 세계정신사회재활협회가 선정한 정신재활 분야에서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100명의 정신과 의사에 선정되었고, 세계 인명사전에 여러 차례 등재되었다.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 3회, 부산시장 표창, 교육감 표창, 얀센 학술상을 포함한 정신의학 분야 학술상과 논문상을 7회 받았다. 현재 동아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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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2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128*188*24mm
ISBN13
9788998043261

책 속으로

“외롭습니다, 선생님.”
순간 나는 당황스러웠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환자가 한마디 더 했지만 내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았다.
--- p.35

환자와의 대화 양이 증가할수록 나는 마음이 아파 왔다.
그동안의 환자 삶이 컬러가 아닌 흑백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또 밥 먹고 약 먹고 자고. 그 환자의 하루 일과는 그렇게 세 박자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래서 A4 용지에 1시간 간격으로 시간을 적은 일일 활동표를 주면서 밥 먹고 약 먹고 자는 것은 까만색으로 칠하고 나머지 활동은 다른 색으로 표시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계속 개인 교습을 진행해 나갔다.
처음에는 온통 시꺼먼 색뿐이었던 A4 용지에 어느 날부터 빨강 파랑 노랑 색들이 하나씩 칠해지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면 빨간색을 칠하고, 하루 30분 걸으면 파란색을 칠하고, 또래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노란색을 칠하고…….
나는 A4 용지가 무지개와 같이 여러 가지 색으로 변해가는 그 찬란한 과정을 환자와 함께 즐겼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고 이름이 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의 삶을 흑백에서 무지개와 같은 형형색색의 컬러로 만드는 것, 환자에게 삶의 즐거움을 일깨우는 것, 그것이 정신과 의사가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는 것을 나는 깨달았다.
때로는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 세상 속에서 부대끼며 살아가지만, 때로는 환멸을 느껴 결코 이 세상을 가슴속에 담지 않겠노라고 다짐하지만, 그래도 내가 있어야 할 장소, 내가 가야할 길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진료실에서 삶에 대해 배우는 것은 환자가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다.
--- p.36

한 70대 할머니가 외래를 찾아와 하소연한다. 두서없이 말하는 살아온 이야기를 듣는다. 한 많은 삶이다.
“할머니, 오늘 여기 오신 이유는 뭡니까? 뭐가 제일 불편합니까?” 내가 묻는다.
“목에 무엇이 걸려 목구멍을 막고 있어서 음식이 넘어가지 않아. 이비인후과에서는 아무 이상 없다고 하는데 참말로 환장할 노릇이네.”
“할머니, 뭣이 걸려 있는 것 같습니까?”
“의사 양반, 내가 그걸 어찌 알겠소. 그걸 알면 내가 여기 왜 찾아왔겠소?” 할머니가 퉁명스럽게 대꾸한다.
“할머니, 제가 한번 알아맞혀 볼까요?”
“말해 보소. 의사 양반 생각은 어떤지.”
“할머니, 할머니 목구멍을 막고 있는 것은 할배입니다. 할배가, 그 미운 할배가 할머니 목구멍을 꽉 막고 있는 거 아닙니까? 제 말 맞지예?”
할머니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
--- p.63

“결혼하고 오십 평생 따뜻한 말 한마디 안 해 주고, 그 괴롭던 시집살이할 때 손 한번 안 잡아주고, 소처럼 일만 시킨 할배가 미운 거 아닙니까? 늘 바람피우고, 술 마시고. 할머니는 자식 때문에 살아온 인생 아닙니까? 그 미운 할배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이제는 목까지 막힌 것 아닙니까? 제 말이 맞지예?”
할머니는 말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한다.
“용서하지 마이소. 사람들은 다 잊어버리라고 하지만 그게 어디 잊힙니까? 절대 잊어버리지 말고 용서하지 마이소. 미운 할배는 그렇다 치더라도 할머니는 살아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러니까 밥 먹을 때 밥이 할배라 생각하고 꼭꼭 씹어 넘기이소. 미운 할배라고 생각하면 잘 씹힐겁니다.”
묵묵히 내 말을 듣던 할머니가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한마디 한다. “의사 양반이 용하네. 내 마음을 우째 그래 잘 아노?”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무덤까지, 내, 영감 용서하기 어렵데이. 잘 못 만난 인연인기라.”
--- p.64

그때는 치료를 중간에 그만두는 환자들을 탈락drop out되었다고 말했고,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들을 약물 순응drug compliance이 낮은 환자라고 하거나 치료 지속treatment adherence이 안 되는 환자라고 했다. 심지어는 환자의 내면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약 복용을 중단하게 만드는 정신역동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배웠고 교과서에도 그렇게 적혀 있었다. 그래서 환자를 꾸짖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런 식으로 생각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전에 내가 보였던 태도를 몹시 부끄럽게 생각한다. 이전에는, 나는 의사의 의자에 앉아 있고 환자는 환자의 의자에 앉아 있는데, 문제는 내 의자의 위치가 환자의 그것보다 훨씬 높은 곳에 있어서 환자를 내려다보는 데 있었다. 모든 것을 치료자인 내 중심으로 생각했고, 환자가 왜 약을복용하지 않으려 하는지, 매일 약을 복용하는 것이 얼마나 성가신 일인지, 병원을 찾아올 때마다 과거의 기억이 떠올라 얼마나 괴로운지를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의사이고 당신은 환자라는 생각뿐이었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는 환자의 슬픔과 고통과 외로움에 조금 눈을 떴다. 환자들이 보이는 행동들은 모두 자기 자신을 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약 복용을 중단하는 것도 병원에 오지 않는 것도 모두 다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정신과 의사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 예를 들면 〈탈락〉이니 〈순응〉이니 〈지속〉이라는 말이 얼마나 치료자 중심인지도 이제는 안다.
--- p.130

나는 정년 퇴임하고 나면 개원하고 싶다. 조그만 구멍가게를 열어 환자들을 진료하다가 어느 날 때가 되면 홀연히 이 세상을 떠나고 싶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를 보면 시골에서 개원한 의사의 진료실 공간은 언제나 술병으로 가득 차 있다. 진료비를 낼 형편이 안되는 농민들이 진료비 대신 술을 들고 온 것이다. 더 이상 술병을 놓을 공간이 없어도 환자들이 술병을 들고 오면 의사는 웃으면서 받는다. 그런 장면을 볼 때마다 나는 가슴이 뭉클해진다. 내 진료실에도 환자들이 가져 온 술병이 가득하기를 상상해본다. 구멍가게를 열고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 저녁이 되면 대폿집에서 한잔하고 그러다가 어느 날 환상과도 같은 이 세상에서 담담하게 사라지는 꿈을 꾼다. 머릿속으로 미래의 내 모습을 떠올려 본다.
--- p.276

그녀가 나가고 곧 그녀 어머니가 들어왔다. 여름인데도 긴 팔 윗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어머니에게 동성애가 병적인 것이 아니라 사랑의 한 방식이니 치료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괴롭더라도 딸의 동성애를 받아들이는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생각해 보십시오, 따님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모친 앞에서 자해를 했겠습니까? 자기가 그만큼 괴롭다는 것을 모친에게 말로해도 안 되니 행동으로 보인 것이지요. 그러니 따님의 고통스러운 그 마음을 헤아려서 이제는 따님의 동성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말했다. 그녀 어머니는 조용히 내 말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더니 겉옷을 벗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교수님께서 제 딸이 얼마나 괴로웠으면 그렇게 자해를 했겠냐고 말씀하시는데 그러면 저는 어떻습니까?”
그녀가 겉옷을 벗자 왼쪽 팔꿈치 안쪽부터 손목까지 수십 바늘을 봉합한 자국이 보였다. 그 상처를 보는 순간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 어머니는 그 상처를 보여 주고는 아무 말없이 옷을 챙겨 입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멍한 상태에서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아이고, 어머니가 동성애네, 모친이 동성애네, 내가 몰랐네.”
--- p.286

나는 정신과 의사가 약물치료를 행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해 한 가지만 강조하고 싶다. 그것은 자신이 자주 처방하는 약을 직접 먹어 보는 것이다.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려면 그 정도 각오는 해야 한다. 좋은 요리사가 되려면 자기가 쓰는 요리 재료들의 맛을 잘 알아야 하고 그러려면 먹어 보아야 한다. 그것과 같은 이치다. 약물치료에 대해 많은 논문을 쓴다고 좋은 치료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직접 정신과 약을 먹어 보고 약의 부작용을 몸으로 경험하여야 좋은 임상가가 된다. 그래야 환자에게 약을 처방할 때 신중해지고 또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약을 처방할 때마다 ‘이 약을 내가 먹는다면, 내 가족에게 처방한다면, 어떻게 쓸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건 전적으로 나의 경험이다. 나는 주로 처방하는 정신과 약을 다 먹어보았기 때문에 환자가 그 약에 대해 불편한 점을 말하면 즉시 환자가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안다. 약을 적게 쓰고 대신 운동이나 음식이나 정신치료나 그 외다른 여러 치료 방법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은 정신과 의사가 되는 첩경이다.

--- p.362

출판사 리뷰

정신과 약을 직접 먹어보는 의사, 김철권

저자는 자신이 처방하는 정신과 약을 모두 먹어보는 의사다. 약의 부작용을 직접 체험해보고 환자의 자리에서 약을 처방하기 위해서다. 행동치료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에게는 되도록 약보다는 환자 자신의 의지로 병을 극복하도록 적극적인 행동지침을 밤새 고민한다.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24시간 언제라도 전화할 것을 당부하고 식사를 거부하는 환자에게는 직접 죽을 떠먹여준다. 죽기전에 단 한번이라도 혈육을 만나려는 환자를 위해 전국을 수소문해 직접 환자를 데리고 찾아간다. 오로지 환자의 눈물을 닦아 주는 일만이 정신과 의사의 존재의미라고 말한다. 공감과 동감을 바탕으로 환자들의 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사 김철권은 기계화된 의료 현장의 현실에선 보기드물게 ‘인간적으로’ 사람을 살리는 의사다.

'증상만 보지 않고 사람을 보기’ 위한 평생의 연구

“우리가 공부한 정신치료 교과서에서 ‘환자들이 치료되는 수준은 치료자의 인격 수준에 비례한다’라는 말을 읽은 적이 있다. 그렇다면 환자를 대하는 치료자의 내공이 얼마나 쌓여야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내 경험을 통해서 보면 수련의 초기 때는 교과서의 매뉴얼대로 따라 하느라 사람을 보지 못했다. 김 교수의 말대로 증상만 볼 것이 아니라 사람을 보아야 하는데…… 병이라는 것도 결국은 앓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에 사람을 먼저 이해하지 않고는 병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가 없다.” 추천의 말, 이근후

추천사를 쓴 이근후 박사는 대한민국 정신의학계를 지탱해 온 거목이다. 그는 추천사에서 ‘증상을 보지 말고 사람을 보라’는 저자의 치료 철학이야말로 자신이 이화여자대학교 정년 퇴임식에서 후배들에게 했던 핵심 내용이었다며 놀라움을 밝힌다. 무엇보다 인간의 마음을 다루는 정신의학의 치료자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은 인간에 대한 이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37년의 경험이 있다고 모두가 저자 김철권처럼 환자에 대한 이해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증상 뒤의 사람을 보고 이해하기 위해 평생을 연구해왔다. 인간의 정신과 연관된 학문인 철학, 심리학 방면의 권위자들을 찾아 스승으로 모셨고 다양한 상황 속에 살아가는 인간에 대한 심리를 파고들기 위해 시작한 영화 연구는 2016년 영화학 박사학위로 결실을 맺었다. 세계 각국의 풍속, 다양한 인간탐구를 위해 60여개국을 여행했으며 저자가 여행지에서 직접 촬영한 수만장의 사진 가운데 36장을 골라 표지와 본문에 실었다. 개별적인 환자들의 치료에 효과적인 맞춤형 치료법을 개발하기위해 타로카드, 마술까지 배웠고 그 내용들은 2권 〈무지개 치료〉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의사 김철권은 우리를 어떻게 치료하는가

“일생동안 단 한 명의 정신분열병 환자라도 고친다면 내 삶은 구원받을 것이다. 구원받기 위해 나는 글을 쓴다.” 책 머리에, 저자 김철권

4권, 〈나는 항구다〉에서 저자는 환자들의 대한 애정의 크기만큼 환자들에게 점령당한 자신의 삶에 대한 고충 또한 진솔하게 토로한다. 환자들에 대한 생각으로 잠들지 못하는 괴로움에 하루빨리 바다가 되고 싶다는 의사, 차마 귀를 닫고 싶을 정도로 비극적인 사연들을 온전히 마주해야 하는 고달픈 의사, 하루에 80여명을 진료해야하는 대학병원 정신과의 외래 진료 후에 공원으로 달려가 한 나무를 앞에 두고 넋두리를 하는 의사, 김철권의 가슴에는 환자들의 가슴보다 더 큰 구멍이 뚫려있는 것 같다.

치료 과정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환자들에 대한 죄책감, 정신질환 진단체계로 기계적인 처방에만 급급한 현대 정신의학계에 대한 회의들 그러나 이 모든 괴로움에도 불구하고 다시 태어나도 정신과 의사가 되고 싶다는 저자는 이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들이 바로 정신과를 찾는 환자들이라고 단언하다. 그 누구보다 여리고 착한 마음을 가졌기에 그만큼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앓는다는 것이다. 이런 착한 사람들의 아픔을 이해하고 치유할 수 있는 정신과 의사야말로 가장 보람된 직업이며 그래서 자다가도 정신과 의사가 된 것이 좋아서 웃는다고 한다.

우울증 100만명의 시대,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마음을 치유해 줄 소중한 선물

비밀엄수가 요구되는 의료인으로서 저자는 이 책의 저술을 위해 환자 본인들에게 직접 책의 취지를 설명하고 허락을 구했으며 비슷한 주제는 재구성하여 책의 내용만으로는 어떤 환자를 특정할 수 없게 만들었다. 환자들의 임상기록이지만, 알기 쉽게 이야기처럼 소개된 각 에피소드들은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공통의 사연들을 다룬다. 또한 의과 대학의 의료 실습 현장에서 이루어진 전공의들과의 질의응답을 고스란히 기록함으로써 평생에 걸쳐 터득한 그의 치료 원칙을 알기 쉽게 전수한다. 1권~4권에 걸쳐 골고루 소개된 이 교육 과정은 사실 정신의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전무한 일반인들도 이니셜 K로 대표되는 전공의가 되어 개별적인 환자의 증상에 따라 최선의 치료방식을 찾아가는 현장에 동참하게 되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증상을 바라보고 점검할 수 있는 자가치유의 길을 열어 놓았다.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

우울증 환자 100만명의 시대다. 이 4권의 책을 읽고 나면 병원 문턱을 넘지 못한 숨은 환자들인 우리들에게 의사 김철권은 마치 모두의 정신과 주치의가 된 것 같다. 천편일률적인 분류 체계로 인간의 정신을 재단하는 이 기계화된 의료시대에, 의사 김철권은 유행가든, 마술이든 온갖 방법을 찾아내며 환자와 함께 울고 웃는다.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드리고 싶은 선물같은 책이다.

“이 책은 단순히 재미로 읽히는 책은 아니다. 환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은 우리들의 이야기인 것이다. 자기 성장의 한 단계를 높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추천의 글, 이근후 (정신과 의사,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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