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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서문1│일을 줄일 수 있을까?탈노동과 새로운 가능성일이라는 게 뭘까?코딩이 아니라 돌봄이다자유 시간을 위한 싸움2│기술의 배신집 안의 산업혁명코완의 역설가사노동의 외연 확장디지털 사회 재생산상상에 갇히다3│기준의 강화더 깨끗해지려는 강박음식에 대한 관심과 야망꼬마 쥐들의 경주잘 차려입고, 바쁘게 굴어감시와 규율에서 벗어나기4│가족 형태의 변화생계 부양자의 탄생국가의 강요임금노동으로의 호출변화하는 개념, 심오한 긴장5│주거 공간의 재조직가족 주거 공간의 정치학대중을 위한 주택공산주의에 대항하는 무기대항적인 공동체의 상상어떤 집에 살 것인가6│어떻게 요구할 것인가시간이 나의 것일 때더 나은 세상을 위한 원칙다양한 시도와 제안한없이 프로메테우스적인 길·감사의 말·옮긴이의 말·주·참고문헌·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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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 Srnicek
Helen Hes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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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이 끝난 뒤’, 또 무슨 일을 해야 하나요?더 적게 일하고 더 많은 자유 시간을 누리는 삶을 위하여인간에게 일이란 무엇일까? 그리고 일은 어떤 형태로 우리를 속박할까?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생존하기 위해, 즉 임금을 받기 위해 스스로 노동에 복종한다. 그것은 또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시간을 팔아넘기고 통제권까지 넘겨준다는 의미이다. 우리는 길바닥에 나앉아 배를 곯고 빈곤하게 살게 될까봐 두려워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오늘날 일에 대한 불안감이 그 어느 때보다도 팽배해지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인공지능과 자동화 같은 혁신적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간의 일자리가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그런 만큼 더 적게 일하고 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려는 새로운 탈노동 사회로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급격한 사회 변화 속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은 임금노동이 아니라 미래의 노동자를 키워내고, 현재의 노동인구를 재생시키고, 일하지 못하는 사람을 부양함으로써 사회 자체를 재생산하고 유지시키는 ‘사회 재생산’이라는 일이다. 하지만 재생산 노동, 즉 육아, 돌봄, 잡다하고 단순해 보이지만 누군가는 해야 하는 집안일 등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활동은 탈노동 담론에서 ‘진짜’ 일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묵살되어왔다. 오랫동안 가사노동에는 금전적 이득과 구별되는 프레임이 씌워져 있었다. 돌봄 노동은 가족에 대한 사랑의 노동으로, 가정은 외부 세계의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휴식의 공간으로 간주되고 여성이 주도적 역할을 맡아왔다.그럼에도 고착화되고 그릇된 편견이 지배하는, ‘기계가 아니라 살갗을 만지는 일’은 그 규모와 중요성이 나날이 커져가고 있다. 실제로 가정 내에서 이루어지는 무보수 재생산 노동의 양은 어마어마하다. 2014년 한 해 동안 영국에서는 장기 무보수 돌봄 노동에 81억 시간이 소요되었고, 미국인들은 알츠하이머를 앓는 가족을 무보수로 돌보는 데에만 180억 시간을 썼으며, 국제노동기구(ILO)에서는 데이터를 보유한 64개국에서 하루 동안 이루어지는 무보수 노동시간이 164억 시간에 달한다고 추산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국민 전체 노동시간의 45~55퍼센트가 무보수 재생산 노동에 사용된다는 것이다.언제까지 내 가족이 잘 돌봐줄 거라고 기대하는가‘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억압적 노동 현실에 일침을 가한다이 책은 ‘사회 재생산 노동’으로 일컬어지는 가사노동을 둘러싼 여러 담론과 논쟁, 그리고 열정적인 투쟁과 획기적인 실험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불평등하고 억압적인 현실에서 벗어나 개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극대화하는 실천적 대안을 내놓는다. 물론 그 핵심은 가사노동을 어떻게 줄일 것인가이다. 자본주의 체제하의 노동 문제를 다방면으로 연구해온 저자들은 이 책에서 모든 사람이 일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성차별적인 가사노동을 공평하게 분담할 수 있는 효율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 지난 몇 세기에 걸친 변화를 추적, 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재생산 노동의 핵심 사안을 흥미롭게 풀어놓는다.탈노동 관점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기술의 발전’이다. 냉장고, 식기세척기, 진공청소기, 오븐 등 각종 가전제품이 집 안에 가득 들어차 있는데도 가사노동의 총량이 줄어들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의 스마트 홈 기술은 가정을 해방적으로 변혁시킬 수 있을까? 이러한 가정 기술을 둘러싼 여러 논의와 주장에 뒤이어 저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청결, 안락함, 육아, 그리고 전반적인 분주함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 어떻게 강화되고 표준화되었느냐이다. 이에 대해서는 가정 내 청결, 말쑥한 몸단장, 육아 등의 규범이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면서 보편화된 결과 노동시간이 그 기준을 만족시키고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데 투입되었다고 말한다.가족 형태가 변화하면서 어떻게 생계 부양자/가정주부 모델이 남녀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강압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는지, 관습적 단위인 ‘가족’이 언제까지 가사노동과 돌봄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그 해법이 무엇인지도 깊이 생각해볼 대목이다. 나아가 주거 공간에 대한 흥미로운 건축적 제안과 소규모의 실험 사례를 소개하면서 주거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가 새로운 상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앞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세 가지의 핵심 원칙, 즉 공동 돌봄, 공공 호사, 시간 주권의 개념을 설명하고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탈노동 사회로 가는 길은 결코 순탄할 수 없다. 끊임없는 환경 변화와 서로의 이익이 상충하는 장애물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말하듯, 그것은 한없이 프로메테우스적인 과정의 일부이고 궁극적으로는 시간을 해방시키고, 인류의 발전을 이끌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전 세계에서 악명 높은 근로시간, 최하위권의 워라밸 지수, 만성적 과로와 젠더 불평등, 가사노동의 불균형으로 인한 여성의 상대적 박탈감 등이 심각한 지경에 이른 한국 사회에서 이 책은 무척이나 도발적이고 유용하게 읽히면서 많은 물음표를 던진다.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는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일이 끝난 뒤(애프터 워크)’, 또 일해야 하는 세상에서 살 것인가, 아니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주도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 것인가. 지금 우리는 이 두 갈래의 길 앞에 서 있다.왜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 시간을 갖지 못할까?기술·사회적 기준· 가족 형태·주거 공간의 역사와 새로운 미래이 책은 우리의 자유 시간을 잡아먹는 재생산 노동을 어떻게 개선해나가야 하는지를 논리적이고 체계적으로 다루기 위해 네 가지 요소를 끄집어낸다. 그것은 바로 ‘기술의 발전’, ‘사회적 기준 강화’, ‘가족 형태의 변화’, ‘주거 공간의 실험’이다.다양한 가전제품과 로봇, 그리고 스마트 홈 기술이 도입되었는데도 왜 집안일은 산더미같이 쌓일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은 20세기에 일어난 ‘집 안의 산업혁명’과 기반 시설의 발전, 가전제품의 개발, 식품·의류·보건의 외주 등과 같은 혁명적인 변화를 돌아본다. 또한 우리 시대의 가정 기술에서 일어나는 혁신이 어쩌다가 노동을 줄인다는 야심을 내려놓게 되었는지, 가사노동과 돌봄 노동의 자동화가 잠재력을 품고서도 막다른 길에 다다른 이유는 무엇인지 숙고한다.다음으로는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적 규범과 기준, 기대가 어떻게 강화되었는지를 살펴본다. 혁신적 기술은 또 다른 일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더 많은 결과물을 기대케 했다. 이로써 노동의 양이 줄어들 희망은 사라졌고, 개인의 자유 시간은 지속적으로 침해받고 있다. 이에 대해 저자들은 우리 모두가 따르고자 하는 규범을 함께 결정하고 스스로 법을 제정하는 수단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이 책은 가정 내의 사회적 관계, 특히 자본주의 체제에서 사회 재생산의 주체인 핵가족에도 주목한다. 사회 재생산 노동의 관점에서 핵가족은 비효율적인데다 각종 젠더 불평등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핵가족 형태는 여전히 우리 시대의 문화적 상상을 강력하게 지배하고 있다. 그렇다면 핵가족은 어떻게 탄생해 오늘날 가장 보편적인 가족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또한 관습적 가족의 일원이 아닌 사람들은 언제까지 사회적으로 외면당할 것인가? 이렇듯 핵가족이 지배하는 사회에서의 불합리한 문제와 제약, 그리고 변화하는 양상을 면밀히 짚어본다.가정 공간을 어떤 형태로 조직하면 가정 내 무보수 노동과 돌봄 노동이 겪는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지도 면밀히 들여다본다. 20세기의 흥미로운 건축적 제안과 소규모 실험, 즉 러시아 혁명 직후의 열린 공간인 ‘주택 코민’, 프랑크푸르트 주방, 붉은 빈, 드롭 시티, 랜다이크 운동 등은 생활공간과 대항적인 사회적 상상에 중요한 사례가 될 수 있다.이 책은 재생산 노동을 둘러싼 네 가지 요소의 분석을 기초로 탈노동 미래를 위한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공동 돌봄, 공공 호사, 시간 주권이다. 이 개념들이 어떻게 결합되는지를 설명하면서 우리 모두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무엇이 더 필요한지를 유연하게 생각하고 끊임없이 자유의 영역을 넓혀나가야 한다고 덧붙인다.「한국어판 서문」에서우리는 이 책을 쓸 때 주로 서방세계에 속한 고소득 국가들―사회 재생산 제도에서 대체로 유사한 궤도를 그리며 발달했고, 그로써 몇 가지의 일반화가 가능해지는 국가들―에 초점을 맞추었다. 한국은 그런 국가들과 몇 가지의 공통점을 보이지만, 물론 현저한 차이점도 있다.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의 어떤 면모―특히 이 책에서 건네는 제안―를 읽는 방식이 서구의 영어권 독자들과 상당히 다르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그렇지만 과로에 반대하고 자유 시간의 젠더 불평등을 강조하는 이 책은 한국에 유독 적합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은 긴 근로시간으로 악명이 높다. 2022년 한 해 동안 한국의 평균 노동자는 1,901시간을 일했는데, 이는 독일 노동자가 일한 시간보다 560시간이나 길었다. 한국 노동자의 주당 근로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긴 수준이다. 기업 측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주당 근로시간을 주 52시간에서 주 69시간으로 늘리라는 압박을 가했으나, 노동조합과 청년들의 저항으로 겨우 저지되었다. 모든 분야의 노동자가 지난 몇십 년간 여가 시간의 감소를 겪었다. 2000년대에서 2010년대로 오는 동안 한국의 평균 노동자는 여가 시간을 14퍼센트 넘게 잃었다.오랜 시간 일하는 문화는 한국 사회 도처에 남아 있는 젠더 격차에도 영향을 미친다. 과거에 비해 한국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은 높아졌으나, OECD 평균에 비해 여성 취업률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퇴근 후 회식 문화와 OECD 최장 수준인 통근 시간은 돌봄 의무를 지고 있는 여성을 노동력에서 배제시키는 데 일조했다. 한국의 젠더 임금 격차는 아주 크다―그로써 여성은 재정적 독립성이 부족해지고, 가족 내에서 무보수 돌봄 노동이 요구되는 경우 여성이 떠맡는다는 합리적 계산이 도출된다. 그 결과 여성은 매일 남성에 비해 무보수 가사노동에 거의 세 시간을 더 쓰고 있다―1년으로 따지자면 42일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남성의 유급 노동시간이 더 길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은 여전히 남성보다 짧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한국 여성들에게는 자유의 기본적인 토대가 되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다.사회 전반이 임금노동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에서, 일의 종말을 논하는 이 책이 때와 장소를 잘못 찾아온 불청객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쩌면 바로 그 이유에서, 한국 사회야말로 일과 가정과 자유 시간에 대한 접근법을 결정적으로 재고하자는 제안에서 얻는 것이 가장 많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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