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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마음 가는 대로 하다 보면
00. 상하기 쉬운 재료의 보관법 00. 기본 재료 준비 00. 조미료 밥 Rice: 엄마가 내게 하는 말 01. 템페 소보로 덮밥 02. 아스파라거스 푸주 덮밥 03. 초당옥수수 머윗대 들깨 덮밥 04. 죽순 버섯 튀김 덮밥 05. 풋고추 연두부 덮밥 06. 여름의 카레 07. 애호박 가지 된장 덮밥 08. 두부 크럼블 가지 덮밥 09. 마파두부 덮밥 반찬 Side Dish: 감각의 외주화 01. 흰민들레 겉절이 02. 셀러리 두부 무침 03. 유부 고추잡채 04. 풋고추 된장 볶음 05. 강된장 06. 땅콩 다시마조림 07. 콩나물 두부조림 08. 청국장 김치 범벅 국 Soup: 사랑의 이해 01. 쑥국 02. 참나물 순두부찌개 03. 미나리 버섯전골 04. 미역 콩나물국 05. 감자 미역국 06. 비건 부대찌개 07. 뿌리채소 수프 08. 우엉 들깨탕 면 Noodle: 내가 바라는 미래 01. 미나리 크림 파스타 02. 완두콩국수 03. 쫄면 04. 두부면 냉채 05. 분짜 06. 단호박 크림 감자 뇨끼 07. 돼지감자 된장면 08. 김국 잔치국수 튀김 Fries: 뉴슈가와 두 여자 01. 봄나물 채소튀김 02. 완두콩 팔라펠 03. 감자 크로켓 04. 느타리버섯 치킨 05. 연근 멘보샤 06. 마늘간장 템페 강정 소스 및 활용 레시피 Sauce and more recipe: 시간은 모두 네 것이야 01. 미나리 간장과 콩나물 덮밥 02. 셀러리 페스토와 페스토 파스타 03. 레몬 소금과 토마토 살사 04. 완두콩 후무스와 후무스 허브 김밥 05. 와사비 마요네즈와 두부 크럼블 샌드위치 06. 탕수 소스와 연근 탕수 07. 쌈장과 호박잎 쌈밥 08. 양념치킨 소스와 떡강정 Epilogue. 나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 |
재인의 다른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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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육식을 해 온 사람에게는 채소로만 밥상을 차리는 것이 막막할 수 있다. 내게는 간단한 밥상이 누군가에게는 그 어떤 과제보다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염치 불고하고 이 책을 쓰기로 했다. 여기 쓰인 것은 내가 먹고 살아온 기록이기도 하지만 나 혼자 만든 것은 아니다. 내 삶을 스쳐 지나간 모두가 이 책을 쓰는 데 도움을 주었다. 분주한 아침에 떠먹기 좋은 한 그릇 요리를 가져다주던 엄마도, 한집에 살면서 종종 요리를 해 주었던 커리 러버 동거인도, 전을 부쳐서 나눠 주던 옆집 아주머니도, 언젠가 먹었던 어느 식당의 칼국수 한 그릇도, 일일이 기억하지 못하지만 내 삶의 모든 음식이 지면에 녹아 있다. 그러니 이 책은 나 혼자 쓴 것이 아니고, 레시피들에 주인은 없다.
--- p.5 이래도 저래도 망한 주먹밥은 없고, 이래도 저래도 안 되는 주먹밥도 없고, 이래야만 저래야만 되는 주먹밥도 없다. 주방 안에서는, 식탁 위에서는, 이래도 저래도 좀처럼 큰일은 나지 않는다. (자나 깨나 불조심…) 가끔 맛없는 것을 먹게 될 뿐. 그래서 좋아한다. 정해진 답이 없다. 다 다르게 적어 내도 모두가 정답이다. 엄마가 내게 해 준 요리를 내 방식으로 만들어 가며 엄마가 말해 주지 않은 것을 보고, 듣고, 배운다. --- p.30 정적으로 보이지만 사실 요리는 온몸의 감각을 사용하는 적극적인 활동이다. 불에 올린 재료의 냄새 변화를 감지하고, 다음 재료를 넣을 시점을 계산하고, 재료를 직접 만지면서 상태를 체크하고, 어느 정도로 익힐지를 정한다. 냄비 위로 손을 가져가 달궈진 온도를 느끼고, 기름과 닿은 재료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불의 세기를 조절한다. 동시에 여러 요리를 할 때는 각 요리의 재료 준비와 가열 순서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하고,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융통성 있게 움직여야 한다. 물론 능숙하게 재료를 다루고 요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모르는 사이 잃어버렸던 감각을 회복하게 된다. --- p.56 희생이 마치 사랑의 진정한 모습인 양 회자되다 보니 선의의 배려가 다정으로 둔갑되기도 하지만 사실 어긋날 때가 더 많다. 우리는 서로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 부단히 노력하지만 자주 나쁜 사람이 된다. 물어보지 않고, 이야기하지 않고, 타인의 마음을 지레짐작하다가. 상대방을 앞에 두고도 제대로 마주하지 않고 상상하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음에도 계속해서 멀어져 간다. --- p.78 엄마는 다시다나 미원 같은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이었으므로, 할머니가 보낸 뉴슈가는 계속해서 늘어만 갔다. 그러나 엄마가 뉴슈가로부터 우리를 지키기 위해 아무리 노력해도 바깥에서 먹는 음식에는 당해 낼 재간이 없었다. 밖에서 파는 옥수수는 집에서 먹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기가 흥건해서 먹고 있으면 팔뚝을 따라 물이 줄줄 흘렀는데 그걸 바닥에 떨어뜨릴세라 급하게 입을 가져다 대고 핥으면 달고 짭짤한 맛에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옥수수자루를 쪽쪽 빨아 먹는 것도 별미였다. 왜 집에서 삶는 옥수수에서는 이런 맛이 나지 않는 것인지 늘 의문이었다. --- p.125 주방에 서 있는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살아 있다. 그러니 그 시간은 전혀 아깝지 않다. 몇 시간이 든다 해도, 그 시간 동안 나는 내내 존재했으니. 나를 먹여 살리는 그 시간만큼은 오롯한 삶의 주체가 된다. --- p.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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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 미식가의 채식 레시피는
맛있다 채식 생활을 하고 채소에게서 얻은 에너지로 글 쓰고 달리는 사람, 재인의 첫 레시피북 『채소와 마주 한 상』이 출간되었다. 계절을 요리에 담으며 매일 생생한 채소의 맛을 식탁에 올리는 그의 레시피는 정갈하고 맛있다. 화려하고 보기 좋은 채소 요리도 많지만 일상적인 한식만큼 손이 자주 가지는 않는다. 한국인은 역시 밥심이니까. 윤기 나는 밥에 뜨끈한 국, 김치와 슴슴한 나물 반찬과 짭조름한 조림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우면 또 하루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 물론 매 끼니를 그렇게 차릴 수는 없기에 덮밥과 국수, 튀김 같은 한 그릇 요리도 꼭 필요하다.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직접 만들어 먹는 밥은 평범해 보이지만, 자극적인 바깥음식을 며칠만 먹어도 금세 그 건강한 맛이 그리워진다. 재인의 채소 요리가 그렇다. 친근한 가정식 같지만 무엇보다 맛있는 한 상이 되는 레시피들이다. 특히 ‘분짜’ ‘감자 크로켓’은 SNS와 오프라인 행사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던 요리로, 논비건도 거부감 없이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채식 메뉴다. 저자가 직접 만든 샌드위치 중 단연코 가장 맛있다고 자신하는 ‘두부 크럼블 샌드위치’와 그간 먹어 온 김밥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라는 ‘후무스 허브 김밥’도 꼭 만들어 볼 것을 권한다. 옥수수 애호가라면 ‘초당옥수수 머윗대 들깨 덮밥’도 올여름 맛보아야 할 재인의 추천 메뉴다. 냉장고 속 채소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이 책의 레시피는 우리들 냉장고 속 그 어떤 채소라도 사용할 수 있다. 재인이 강조하는 것은 하나다. “요리에 정답은 없다.” ‘유부 고추잡채’ 레시피이지만 유부가 없다면 죽순이나 푸주를 사용해도 되고, 고추 대신 우엉을 채 썰어서 잡채를 만들어도 상관없다. ‘뿌리채소 수프’에 들어가는 콩도 어떤 종류든 괜찮고, ‘템페 강정’을 만들 때 필요한 조청과 설탕은 금귤청이나 유자청 같은 것으로 대체해도 좋다. 레시피대로 볶은 재료들을 밥 위에 얹으면 소보로 덮밥이 되고, 밥과 함께 비벼서 둥글게 빚으면 주먹밥이 된다. 집에 있는 재료들로 내 입맛에 맞게 만든 요리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요리다. 요리의 가장 큰 매력으로 “마음대로 해도 큰일이 나지 않는다는 점”을 꼽는 저자는 각 레시피마다 대체 가능한 채소와 재료들, 응용할 만한 다른 조리법까지 친절히 덧붙여 두었다. 완두콩과 아스파라거스가 없다면 초당옥수수나 마늘종으로 대체하고, 같은 레시피라도 봄에는 죽순으로 여름에는 열매채소로 가을에는 무나 연근 같은 뿌리채소로 만들어 본다. 죽순이 없다면 템페나 가지, 애호박, 감자 등의 채소를 사용하면 된다. 그저 있는 재료들만으로 이렇게 저렇게. 그러다가 나만의 기막힌 레시피를 발견할 수도 있는 일이다. 실패하더라도 그저 맛없는 걸 먹게 될 뿐이다. 요리는 자유로운 활동이고, 채소는 무엇이든 될 수 있으니까.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은 삶의 감각을 기르는 일이다 재인은 ‘잃어버린 감각을 회복하는 방법’으로 직접 요리해서 먹는 것을 꼽는다. 재료를 만지며 상태를 체크하고, 불에 올린 뒤에는 냄새 변화를 감지하며 다음 재료 넣을 시점을 계산하고, 불의 세기를 조절하며 어느 정도로 익힐지 결정하고, 조금씩 간을 하며 맛을 내는 일련의 과정에 오감이 쓰이기 때문이다. 자기만의 감각을 기르는 일은 중요하다. 감각을 잃는다는 건 자신의 삶 자체에 둔감해진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감각을 잃는 것은 곧 자신을 잃는 것이다. 자신이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을 믿지 못하고 타인의 감각으로 세상을 대하는 것이다.”(56p) 요리를 시작하고 비로소 자신의 몸을 제대로 감각하면서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목소리와 내 삶의 방향성을 찾게 된” 저자의 이야기가 각 파트의 서두에 에세이로 수록되었다. 온라인 매체에 환경과 비건에 관한 칼럼을 연재 중이기도 한 그의 글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과 지혜를 건네주는 듯하다. 각 재료의 고유한 색이 담긴 엄마의 주먹밥과 모든 재료를 한데 뭉쳐 빚은 자신의 주먹밥을 보며 타인을 대하는 태도의 차이로 이야기를 확장해 가는 그는 일상적인 장면들에서도 단서를 포착해 내는 예리한 감수성을 지닌 사람 같다. 그런 그가 먹고 사는 법을 읽고, 따라서 요리해 먹다 보면 “잃어버렸는지도 몰랐던 것들이 내 삶에 다시 찾아올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