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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윤아, 뭘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아?”
내 삶이 불가항력적이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런 식으로 말할 때마다 자존감에 상처를 입긴 했지만 매번 참았다. 영지는 사랑받고 싶어 하는 나의 취약한 부분을 채워줄 줄 아는 친구였으니까. --- p.34 대학 동기들은 군대 간 남자 친구를 기다리지 못해 헤어졌고, 취업을 준비하다가 예기치 않은 갈등이 생겨 이별했다. 그들은 삶의 변곡점을 마주할 때마다 겪게 되는 위태로움에 취약했다. 나는 그런 위태롭고 소모적인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았다. --- p.55 혜석은 어릴 때부터 그랬다. 감정을 깊숙이 묻어두지 않고 표현할 줄 알았다. 마음속에 숨겨진 미움이나 화가 배배 꼬여 자라나는 나와 달랐다. 문짝이 불편하지 않다는 말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았다. 왜 너는 온전히 닫히지도 않는 문짝에 그렇게 너그러운 거야. --- p.73 항상 그들로부터 무언의 응원을 받고 있었다. 내가 그들의 마음을 수없이 외면할 때도 그 마음들은 생명력을 잃지 않고, 아니 오히려 더 강한 존재감으로 같은 자리에 있었다. 지금도 은연중 내 마음속 어딘가에 살아 숨 쉬고 있지 않나. 그들을 미워하고 싶을 때마다 훼방을 놓으면서. --- p.109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것 같았다. 엄마가 나를 괴롭게 할 때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 했으면서, 나도 걱정으로 불안해질 때면 그 고통스럽고 진 빠지는 짓을 오빠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게 얼마나 사람을 피 말리는 일인지 내가 제일 잘 알면서도. --- p.123 일에 매몰되어 몸이 열 개여도 모자랄 정도로 바쁘게 살다 보면 무엇이 스스로에게 중요한지 망각하기 마련이었다. 나는 괜찮다고, 엄마도 괜찮을 거라고 애써 그녀를 달랬다. --- p.139 오랜 시간 우리 가족을 괴롭혔던 걱정거리가 사라지는 순간인데 속이 시원하기는커녕 자꾸만 아렸다. 한서동 구석에서 겨우겨우 살아 숨 쉬던 열 평짜리 반찬 가게는 이렇게 끝이 났다. 나는, 아니 우리는 이 마지막을 무엇이라 정의해야 할까. --- p.1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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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틀린 걸까
내가 틀린 걸까 혜윤은 불행의 기원을 부모와 동생에게서 찾는다. 경제적으로 어릴 때부터 기댈 곳이 없었고, 불안을 스스로 달래지 못하는 엄마 덕분에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그 불안감을 오롯이 받아먹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내 삶이 너무 괴로우면 타인의 사랑과 고마움이 가려지고, 미움으로만 복잡하게 얽힐 때가 있다. 혜윤은 본인의 괴로움에 매몰된 나머지 타인이 이 관계를 유지하고자 얼마나 애쓰는지, 얼마나 꾸역꾸역 참으며 살아가는지를 헤아리지 못한다. 《가족의 정의》 속에는 미숙한 우리가 사소한 일상에서 주고받곤 하는 상처가 담겨 있다. 우리는 깨달을 것이다. 엉켜버린 이 관계의 해답은 결코 누군가가 틀렸기에 바뀌어야 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향한 진심 어린 이해라는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