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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차현성
2부 현용숙 3부 강시현 에필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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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흔한 일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예 없는 일도 아니었다. 그저 운이 나빴을 뿐이었다. 손쓸 새도 없이 짧은 시간에 많은 일을 겪었다. 아내의 죽음과 새로운 생명의 책임을 같이 넘겨받았으니.
--- p.22쪽 세찬 물줄기에 수증기가 아지랑이처럼 퍼져 나가자 멍하던 현실의 감각이 올라왔다. 몰아쳐서 맞은 공에 온몸이 욱신거려 모든 행동이 전보다 느려졌고, 한참 뒤에야 물기를 닦고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뜨끈한 기름 냄새를 집 안에 풍기며 할머니는 식탁에 앉자마자 접시 하나를 내놓았다. “이거 묵어봐야. 쑥지짐인디, 지금이 딱 제철이여.” 기름을 이렇게 흠뻑 적셨는데도 쑥에서는 본연의 향이 배어났다. --- p.46 좀 전까지 종알종알 말을 걸던 시현은 그 앞에서 한 마디도 뱉지 못한 채 벌을 받는 것마냥 우두커니 서 있었다. 현성이 차가움과 무례함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할 때도 싱긋 웃음 짓던 시현이 이번에는 숨겨지지 않을 정도로 표정을 일그러뜨리자 현성은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더욱이 가장 큰 이유는 중학생이었던 자신이 친구들의 웃음거리가 되던 순간에 홀로 울고 있던 시절이 떠올라서였다. 해울에서 할머니가 달려왔던 것처럼 현성도 시현에게 다가섰다. 현성이 처음으로 베푼 타인을 향한 호의이자, 더없는 간섭이기도 했다. --- p.61 할 수 있는 일은 그뿐이었다. 잠깐 와서 얼굴을 비추고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도록 상기시키는 것. 해울에서 본 할머니의 모습은 이제 좀처럼 찾아볼 수 없지만 그때 느꼈던 안정감과 추억은 그대로 남아 있다. 요양원에 찾아올 때마다 조금씩 지워지는 할머니의 모습을 견디는 건 순전히 현성의 몫이었다. --- p.70 엄마를 잃고, 아빠도 빼앗기고 오갈 데 없는 이 외로운 아이가 해울에서 잘 적응해 나중에 돌아갈 곳이 없을 때 이곳을 떠올렸으면 했다. 마침내 그 씨앗은 해울 텃밭에 뿌리내려 꽃을 피웠다. 용담에 내려앉은 민들레 꽃씨처럼. --- p.131 나는 어딘가 매캐하게 타오르며 연기만 흩어지고, 결국 재 한 줌 남기지 않는 존재 같았다. 내 주변은 줄곧 공허했다. --- p.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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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 보면 가끔 그럴 때가 있다. 어떤 일은 자고 일어나면 별거 아닌 듯 잊히다가도, 어떤 일은 산산이 깨어진 유리잔처럼 뾰족한 조각이 되어 내 마음을 오래 괴롭힐 때 말이다.
엄마를 여읜 현성은 아빠가 재혼하면서 자신을 버렸다는 생각에 괴로워하며 친구들에게도, 직장 동료들에게도 오래도록 마음을 열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현성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사람들이 하나둘 생겨난다. 아빠를 끝까지 보듬어주었던 아빠의 전 직장 선배 해철, 시골에서 현성의 중고등학교 학창시절 전부를 함께 보낸 할머니, 한때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쳤으나 현재 조용히 동네에서 바를 운영 중인 발레리나 출신 시현이 바로 이들이다. 현성에게 다가와 준 이들은 현성의 아픔을 짐작하고도 억지로 들추려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마음속에 해결되지 못하고 남아있던 각자의 상처를 펼쳐 보여주거나, 그저 자연스럽게 현성의 곁에서 살아갈 뿐이다. 현성은 할머니 그리고 새롭게 만난 이들과 아픔을 나누며 위로받고,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와 현재를 곱씹어보며 자기와 타자를 이해해 나간다. 《서울, 마둑, 해울》을 읽으며 우리 곁에 머물러주는 따뜻한 존재들을 떠올릴 수 있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