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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언어 깃-언어
정현종
문학과지성사 2024.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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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현재를 기다린다

재떨이, 대지의 이미지
5분짜리 추억 두 컷
호박꽃등
대학 시절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현재를 기다린다
카테리나의 추억
세속에서의 명상
액땜으로서의 말
낙엽 그리고 도시의 우울
빵을 가지러 가는 네 손을 낮추어라
신은 자라고 있다―가이아 명상
내 인생의 책들

2부 추락이여, 안녕

나무 예찬
몸에 대하여
바람과 춤―탄력과 가동성
춤, 불타는 숨―이사도라 덩컨의 자서전에 부쳐
추락이여, 안녕
사과 이야기―미적 가치에 대한 단상
평화와 천진성의 세계―장욱진의 그림
새벽의 메아리
아름다움에 대하여

3부 빛-언어 깃-언어

시란 무엇인가
박명의 시학
시, 가치의 샘 영혼의 강장제
마음의 무한―시가 꿈꾸는 것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메아리의 시학―로르카 읽기
숨 막히는 진정성의 시―바예호 읽기
인공 자연으로서의 시―네루다 읽기
큰 화육(化肉), 위대한 동화(同化)―다시 네루다 읽기

저자 소개 1

鄭玄宗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
물질화된 사회 속에서 매몰되어 가는 인간의 순수한 영혼에 대해 노래하며, 아픈 사람의 외로움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시인.

1939년 12월 17일 서울시 용산구에서 3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3세 때 아버지의 근무지를 따라 경기도 고양군 신도면으로 이사 가서 청소년기를 이곳에서 보냈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문학과 음악/발레/철학 등에 심취하였다. 1959년 연세대학교 철학과에 입학하였으며, 재학 시절 대학신문인 『연세춘추』에 발표한 시가 연세대 국문과 박두진 교수의 눈에 띄어 1984년 5월 『현대문학』의 추천을 받았다. 1965년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해 3월과 8월에 각각 「독무」와 「여름과 겨울의 노래」로 『현대문학』에서 3회 추천을 완료하고 문단에 등단하였다.

1966년에는 황동규·박이도·김화영·김주연·김현 등과 함께 동인지 『사계』를 결성하여 활동하였다. 1970∼1973년 서울신문 문화부 기자로, 1975∼1977년에는 중앙일보 월간부에서 일하였으며, 1977년 신문사를 퇴직한 뒤 서울예술전문대학 문예창작과 교수로 부임해서 시 창작 강의를 하였다. 1982년부터 연세대학교 국문과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2005년에 정년퇴임하였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시단에 오르고, 1972년 첫 시집 『사물의 꿈』을 출간한 이후 지금까지 쉬임없는 창작열과 언제나 자신의 시세계를 갱신하는 열정으로 꾸준한 작품활동을 하였다. 초기의 시는 관념적인 특징을 지니면서 사물의 존재 의의를 그려내는 데 치중한 반면, 1980년대 이후로는 구체적인 생명 현상에 대한 공감을 다룬 시를 발표하였다. 2008년 내놓은 아홉 번째 시집 『광휘의 속삭임』 역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게 된 시인의 태도에,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저절로 주목하게 되는 작품집이다.

1990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외 6편의 시로 제3회 연암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2년 「한 꽃송이」로 제4회 이산문학상을 수상하였다. 또 1995년 「내 어깨 위의 호랑이」로 제40회 현대문학상, 1996년 「세상의 나무들」로 제4회 대산문학상, 2001년 「견딜 수 없네」로 제1회 미당문학상 시 부문을 수상하였으며. 『사물의 꿈』 『나는 별아저씨』 『떨어져도 튀는 공처럼』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다』 『한 꽃송이』 『세상의 나무들』 『갈증이며 샘물인』 등의 시집과 『고통의 축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사람으로 붐비는 앎은 슬픔이니』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이슬』 등의 시선집을 상자했다. 그는 또한 독특한 시론과 탁월한 산문을 모은 『날자, 우울한 영혼이여』 『숨과 꿈』 『생명의 황홀』 등을 펴냈으며, 시 번역에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여 예이츠, 네루다, 로르카의 시선집을 번역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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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5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64쪽 | 128*205mm
ISBN13
9788932042817

책 속으로

건드리기만 하면 과거의 앙금은 언제나 그 가라앉은 상태로부터 피어오른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을 뜨고 있는 과거가 없는 건 아니겠지만, 그러나 과거의 앙금은 ‘피어’ 오르지 않으면 안 된다. 꽃처럼 피어나는 과거, 왜 과거가 꽃처럼 피어나는가. 내가 지금 살아 있기 때문이다. 현재가 피어나기를 내가 바라기 때문이다. 매일매일이 새날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나는 그리하여 현재가 피어나기를 기다린다. 나는 내일이 아니라 끊임없이 현재를 기다린다. 나는 현재를 기다리고 있다.
--- 「현재를 기다린다」중에서

마음이 무거울 때 나를 그 무거움에서 헤어나게 하는 것은 자연과 시이다. 봄비나 여름비와 달리 겨울비가 음산한 까닭은, 추운 데다가 낙목(落木)을 비롯해 모든 게 회색이기 때문일 터인데, 날이 개고 해가 나면서 반짝이기 시작하는 그 물방울의 빛을 보면서 보는 사람의 몸과 마음도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 빛의 이쪽으로의 전도(傳導)가 그야말로 육체적이라고 할 만큼 직접적이고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빛에 대해서 (가령 여러 종교가 말하듯이) 추상적인 이야기를 아무리 많이 해봤자 그 물방울이라는 빛 전도체에 비하면 아무 효과도 없는 것이라고 할 수 있으며, 그 물방울-빛과 경쟁할 수 있는 게 있다면 시적 이미지뿐일 것이다.
--- 「아름다움에 대하여」중에서

시가 하는 일은 여러 가지로 말해볼 수 있겠지만, 인간의 체험과 기억의 내용을 상상 속에서 신화적인 것으로 연금(練金)해내는 것이라고 말해볼 수도 있다. 다시 말해서 시로 노래하기 전에는 그런 줄 몰랐던 사물의 가치가 시를 통해서 떠오르고 피어난다는 점에서 시는 가치의 샘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때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은 다름 아니라 신화적인 것으로 편입됨을 뜻하며 시의 그러한 창조적 동력의 원천은 시인의 생리인 꿈꾸기이다.

--- 「시, 가치의 샘 영혼의 강장제」중에서

출판사 리뷰

“그 새벽의 빛과 새를 나는 지금 은유로 읽으려고 한다.
시의 언어는 말하자면 그 빛이나 새와 같은 것이다”
- 생생한 삶의 체험에서 나온 시에 대한 지금-여기의 증언

가장 멀리는 1975년부터 가장 가까이는 2002년까지, 1965년 문단에 나온 이후 자신만의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하며 왕성하게 활발한 시기에 써 내려간 시인 정현종의 삶과 시, 예술과 책에 대한 ‘음미’의 흔적이 이 한 권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전 제목이었던 “날아라 버스야”는 산문집 2부 마지막 글인 「아름다움에 대하여」에 실린 시의 제목으로, 1999년 출간된 시인의 시집 『갈증이며 샘물인』(문학과지성사)에 수록되어 있다. 「아름다움에 대하여」가 씌어진 1997년 당시, 버스에서 꽃다발을 든 사람을 둘이나 본 시인이 “그 꽃들이 버스 안을 환히 밝혀, 여기가 달리는 낙원이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나서 그날 저녁 써 내려간 시가 「날아라 버스야」라고 시인은 밝힌다. 또한 이번 제목이자 시인의 시에 대한 생각을 그대로 담고 있는 ‘빛-언어 깃-언어’에 대한 이야기가 실린 3부의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에는 새벽 숲을 걸었던 시인의 경험이 그려진다.

아직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운 새벽, 숲길로 걸어 들어가 길을 더듬어 가는데, 동쪽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동트면서 오솔길이 하얗게 떠오르고 나무들의 초록빛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내 감격을 위와 같은 미지근한 산문적 서술은 전혀 담아내지 못하지만 그때 나는 이 세상이 매일같이 새로 창조되고 있음을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던 것이다.
[……]
다름 아니라 후투티라는 새가 저 앞 오솔길 위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자 목털을 곤두세우면서 날아올랐는데, 그 순간 내 속으로 그 새가 이 지구를 두 발로 거머쥐고 가볍게 날아올랐다는 느낌이 지나갔다. 그 새는 말하자면 신화적인 새였던 것이다.
그 새벽의 빛과 새를 나는 지금 은유로 읽으려고 한다. 시의 언어는 말하자면 그 빛이나 새와 같은 것이다. 시는 바로 빛-언어이며 깃-언어이다. 되풀이할 것도 없겠지만, 사물을 새벽의 여명처럼 창조하는 말, 끊임없는 시작으로서의 말, 빛 속에 떠오른 하얀 숲길 위에서 날아오른 그 새처럼 무겁고 무거운 걸 가볍게 들어 올리는 말―시는 그러한 말이며,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예술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 어렵다.
―「시에 대한 몇 가지 생각」

시인은 자연과 삶 속에서 끊임없이 시와 시에 대한 생각을 만난다. 그것은 시를 ‘사는’ 일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현종 시인이 6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활발하게 시를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의 시는 물론이거니와 산문 또한 50년 전, 20년 전 씌어졌어도 여전히 ‘현재’의 생생한 감각을 지니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빛’과 ‘깃’, 그의 언어가 바로 자연에서 왔기 때문이다. 우리가 훼손하지 않는 한, 거기 그렇게 늘 현재로 존재하는 자연의 언어가 바로 정현종 시인의 언어다.

『빛-언어 깃-언어』는 총 3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물, 현상, 시에 대한 시인의 한결같은 시선과 그 시선이 담은 소회를 진솔하고 깊이 있게 전한다. 1부 ‘현재를 기다린다’에는 유년과 대학 시절을 포함한 과거의 추억, 그때에 잊지 못할 장면과 사물에 대한 단상, 그 시절 시인의 시간을 채웠던 독서의 경험, 인간과 세상사에 대한 성찰이 담겨 있다. 2부 ‘추락이여, 안녕’은 저자의 예술론이 담겨 있는데 춤, 몸, 바람으로 이어지는 시인의 미학에 대한 깊은 성찰이 돋보인다. 3부 ‘빛-언어 깃-언어’는 시인이 오랫동안 견지해온 시론과 함께 외국 시인들에 대한 시인론이 실려 있다. 네루다, 바예호, 로르카는 정현종 시인에 의해 국내 독자들이 한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된 시인들이기도 하다. 그들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공감 어린 술회는 현실을 가볍게 날아올라 시적 비상을 보여주었던 시인들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뛰어난 시인론으로, 다시 한번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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