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현 감독의 K-오컬트] 2015년 〈검은 사제들〉, 2019년 〈사바하〉, 2024년 〈파묘〉를 통해 K-오컬트 세계관을 구축해온 장재현 감독의 각본집.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보여준다. 디테일이 살아 있는 오리지날 각본은 영화를 문자로 다시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며, 독자를 오컬트 세계로 초대한다. - 안현재 예술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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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인파가 길을 메우고 있고 그 너머 명동예술극장 주차장. 어두운 구석에서 검은 옷의 누군가가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작은 서류 가방에 검은 코트. 뭔가 초조해 보이는 그 남자. 그리고 그의 목에 빛나는 로만 칼라.
밝은 길거리에 분주하게 움직이는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 그 너머 아무도 모르는 어둠 속에서 초조하게 담배를 피우는 신부. 난 마치 그가 세상을 구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12번째 보조사제〉와 〈검은 사제들〉이 시작되었다. ---「『검은 사제들』 ‘감독의 말’」중에서 김 신부 말하라! 왜 여기에 온 것이냐! 최 부제 In nomine Patris, et Filii et Spiritus Sancti, ex te quaero. Ad quid venisti huc?!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묻는다. 왜 여기에 온 것이냐! 영신 Wir sind gekommen um euch zu zeigen, dass ihr nichts als Affen seid. Und wir werden es eurem hochsten. Richter beweisen. Benutze doch deinen. Verstand. Homo sapiens sapiens! 우리는... 니들이 원숭이라는 것을 증명하러 왔다. 그리고 너희 재판관에게 보여줄 것이다. 머리를 굴려라.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81. 영신의 집 다락방, 밤’ / 『검은 사제들』 각본」중에서 〈사바하〉는 비극이다. 다소 복잡해 보이는 과정 중에 죽어간 수많은 아이들과 당사자들. 그래서 금화와 그것이 태어나는 그날, 수많은 염소들 즉 같은 해에 태어난 희생양들이 그리 슬피 울고 있었으리라. 나는 단순하게 그 희생들의 허무함과 슬픔만으로 관객들을 극장에서 나가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욕심이면 욕심이지만… 말하고 싶었고 원망스러웠고 그리고 기도하고 싶었다. 어디 계시나이까? 깨어나소서… 일어나주소서… ---「『사바하』 ‘감독의 말’」중에서 그것 아 이 야 왜 이 제 야 온 것 이 냐 너 무 오 래 걸 리 었 다 그것의 목소리가 들리자 나한의 목덜미에 털이 바짝 선다. 나한 누구냐... 너는... 그것 나 는 울 고 있 는 자 니 라 그것은 다시 천천히 두 손을 움직이며 시무외인을 만들며 이어 말한다. 그것 두 려 워 하 지 마 라 나 는 너 를 기 다 리 고 있 었 다 서 둘 러 라 너 무 많 은 피 를 흘 리 었 다 ---「‘#126. 금화의 집_ 헛간 안, 밤’ / 『사바하』 각본」중에서 첩장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 관을 꺼내어 화장을 마치고 일을 마무리하려는 순간, 우연히 그 밑에서 다시 발견된 또 다른 관의 이야기를. 그래서 이 영화도 이야기를 첩장시켜야만 했다. 처음의 일이 다 끝났을 무렵, 우연히 다시 시작되는 두 번째 일. 마치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은 것처럼… 이 이야기도 그렇게 두 개로 끊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친일파와 일본의 군국주의를 파헤쳐가는 시간의 연속성이 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파묘』 ‘감독의 말’」중에서 화림 (일본어) ここの主であるわしがもう一度聞く。 お前はいつからここに來ていたのか。 이곳의 주인인 내가 다시 묻겠다. 너는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는가. 오니 (고대 일본어) 忘れもしない...いかづちの最中の大正14年10月15日... だがわしのための祭祀ではなかった。畜生め... 기억하라... 천둥이 울리던 다이쇼 14년 10월 15일... 하지만 날 위한 제사는 없었지. 빌어먹을... / 봉길의 병실 이를 악물고 말하는 봉길. 봉길 (고대 일본어) 畜生め、あのきつねめ... 빌어먹을 여우 새끼... ---「‘#106. 주목 / 산 정상_ 묫자리 / 봉길의 병실. 밤’ / 『파묘』 각본」중에서 |
2024년 첫 천만 영화이자 역대 한국 오컬트 영화 최고 흥행작 〈파묘〉
2019년 신 앞에 선 인간의 슬픔을 그려낸 〈사바하〉 2015년 한국형 가톨릭 엑소시즘 〈검은 사제들〉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담보한,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된 ‘장재현 오컬트’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 나아갈 미래 최초로 공개되는 오리지널 각본으로 만나다 장재현 감독은 2015년, 두 명의 가톨릭 사제를 중심으로 한 오컬트 미스터리 〈검은 사제들〉을 통해 한국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없었던 가톨릭 엑소시즘을 선보여 데뷔작부터 주목받기 시작한다. 2019년에는 종교적 상징들이 치밀하게 연결되는 탄탄한 스토리와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을 담은 〈사바하〉로 다시 한번 깊이 있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리고 2024년, 수상한 묘를 이장하려는 풍수사와 장의사, 무속인들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중심으로 한 〈파묘〉로 2024년 첫 천만 관객을 달성함과 동시에 역대 한국 오컬트 영화 최고 흥행작이라는 기록을 세운다. 지난 10년 동안, 오직 오컬트에 천착해오며 관객들에게 의미와 재미를 동시에 선사하여, 믿고 보는 하나의 브랜드이자 장르가 된 ‘장재현 오컬트’. 그런 장재현 오컬트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필모그래피를 지금껏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오리지널 각본집으로 만난다. 각본을 읽는 것의 즐거움 : 내가 사랑하는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알아가는 방법 영화를 먼저 감상한 뒤 각본집을 읽는 독자라면, 내가 보고 느끼고 기억하는 영화를 활자와 여백을 통해 다시 한번 각자의 방식으로 새롭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특히 영화에는 없었던 부분들을 오리지널 시나리오에서 마주하는 즐거움은 각본집을 읽는 가장 큰 재미가 아닐까. 몰랐던 장면들과 대사들을 접하면서, 촬영과 편집을 마친 영화라는 결과물에서와는 다른, 각본 속 흐름을 비교해보면서, 그리고 사랑하는 캐릭터에 대한 디테일한 묘사나 대사와 대사 사이의 호흡과 여백을 발견하면서 또 한번 작품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게 된다. 이번에 최초 공개되는 〈검은 사제들〉, 〈사바하〉, 〈파묘〉의 각본에서는 영화에는 없는 장면과 대사, 지문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번 각본집에서는 작품 속 대사들을 다시 확인하면서 숨겨진 디테일들을 확인할 수 있다. 〈검은 사제들〉의 라틴어를 비롯한 여러 언어로 표현되는 대사들이나, 〈파묘〉의 고대 일본어 원문을 활자로 만나는 매력은 이 각본집만의 특별한 매력이다. 원문과 한국어 대사를 함께 읽으며 그 대사를 표현하던 영화 속 인물과 배우를 떠올리는 즐거움은 영화를 새롭게 발견하여 그 여운을 더욱 오래 간직하는 또 하나의 멋진 방법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