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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 소개 2

스도 코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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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가나가와현 출생. 아오야마가쿠인대학교 졸업. 2022년 《고릴라 재판의 날》로 제64회 메피스토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작품으로 《끝없는 달》이 있다. 참신한 설정과 이야기의 힘으로 독자를 매료시킨 《고릴라 재판의 날》은 원래 SF로 썼던 것을 3년의 개작 기간을 거쳐 지금의 이야기로 탄생시켰다. 독서라는 즐거운 엔터테인먼트가 세상을 바꿔낸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연세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공부하였고, 일본 문학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작으로 『형사의 약속』, 『여섯 명의 거짓말쟁이 대학생』, 『설원』, 『기묘한 괴담 하우스』, 『형사 변호인』, 『녹색의 나의 집』, 『죄의 경계』, 『그리움을 요리하는 심야식당』, 『의대 9수를 시킨 엄마를 죽였습니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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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4년 07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400쪽 | 140*200*30mm
ISBN13
9791193324240

책 속으로

“고릴라는 너희를 지칭하는 말이야. 숲에 사는 멋진 친구들.”
첼시는 내가 아는 단어를 사용해서 고릴라가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숲에 사는 멋진 친구.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내가 고릴라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 pp.10~11

왜 소송을 걸려고 하느냐는 그의 질문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피해자가 인간이었어도 똑같이 물었을까?
“남편이 살해당하면 경찰을 부르잖아. 범인이 처벌당하지 않으면 소송을 걸고. 당연한 일이야. 나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내 수어에 맞추어 발화되는 기계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담담한 말투와 일정한 억양을 유지했다. 할 수만 있다면 따끔하게 말해 주고 싶었다. 나는 잘못된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배심원들의 생각은 달랐다.
--- p.32

나는 고릴라지만 인간처럼 생각하고 인간처럼 행동한다. 지금까지는 그 사실이 자랑스러웠다. 나는 특별한 존재였고, 행복했다. 하지만 평범한 고릴라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괴로움을 맛보게 되었다. 다른 고릴라나 야생 동물은 결코 경험할 일 없는 굴욕과 좌절.
--- p.34

“아직 어린 새끼였는데 불쌍하기도 하지. 돌아가서 같이 묻어 줄까?”
그 말이 내게는 구원처럼 들렸다. 동료 고릴라들은 아무도 내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샘은 내 기분을 정확하게 읽고 내게 공감해 준 것이다. 내 마음은 고릴라보다 인간에 더 가까워져 버린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무리에서 빠져나와 샘과 함께 연구소로 향했다.
--- p.92

“전부터 생각했던 건데 로즈는 수어를 배운 다른 유인원들과 달리 거의 완벽한 미국식 수어를 구사하잖아. 수어를 할 줄 아는 인간과는 대등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지. 그뿐만 아니라 상대가 하는 말도 다 이해할 수 있고. 그러니까 로즈를 미국에 데려가면 어떨까 해.”
“미국에 데려가겠다고? 그게 무슨 소리야? 그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잖아. 로랜드고릴라는 멸종 위기종이라고!”
--- p.100

「이건 마법의 장갑이란다. 이 장갑을 끼고 수어를 하면 안에 들어 있는 작은 컴퓨터가 손의 움직임을 읽어서 너 대신 말을 해 주지. 나는 이걸 개발한 사람이고.」
「멋지다! 나는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어.」
「너한테도 특별히 하나 만들어 주마. 이것만 있으면 수어를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가 가능해질 거다.」
--- p.114

“너는 미국에 가기를 희망한다고 들었는데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는 알고 있니?”
“자유의 땅, 용기 있는 자들의 고향.” 내가 미국 국가의 1절 가사를 인용해 대답하자 상원의원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못 당하겠다는 듯 양손을 살짝 들어 보였다.
“자네들이 어떻게 교육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원의원이 샘과 첼시를 번갈아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래도 로즈는 내 손주들보다도 더 똑똑한 것 같군. 고릴라가 이렇게까지 높은 지능을 갖고 있다니 정말이지 믿기 어려운 일이야. 실제 아이큐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나?”
--- p.141

어두운 정글 속에서 나뭇잎 사이로 새어드는 햇빛을 받으며 성큼성큼 걸어오는 아이작에게서는 위엄과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등에 난 털은 검은색에서 은색으로 바뀌어 가는 중인 듯했다. 지금 눈앞에 있는 상대가 예전에 나와 함께 놀았던 바로 그 고릴라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아이작은 늠름하고 듬직한 수컷 고릴라로 성장해 있었다.
--- p.156

나는 고릴라가 아니다. 그리고 인간도 아니다. 나는 고릴라와 인간 사이에서 방황하는 무언가였다. 나에게는 나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내 심정을. 내 고독을.
--- p.163

오마리에게 소년을 해칠 의도가 없다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오마리가 소년을 잡은 손에 조금만 힘을 주어도 아이는 뼈가 부러질 거고, 팔을 붙잡고 휘두르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목숨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홉킨스 원장에게는 고민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실탄이다. 부탁하네.” 원장은 지시를 기다리는 사격팀에게 전했다. 명령을 전달받은 남자는 총을 들고 오마리를 조준했다. 남자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훈련을 거듭해 온 프로였다.
“신이시여, 부디 용서를….”
원장의 기도에 답한 것은 신이 아니라 한 발의 총탄이었다.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총성이 한차례 울려 퍼진 후, 모든 상황이 종결되었다.
--- p.243

“로즈, 기다려! 그럴 필요 없어. 경찰한테는 우리가 이미 연락했으니 곧 올 거야.” 홉킨스 원장이 나를 저지하려 했지만 내게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네, 신시내티 경찰서입니다. 무슨 일이신가요?” 경찰서 직원이 침착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이 사살당했어요. 지금 당장 경찰관을 보내 주세요. 네, 사태는 진정되었고 저도 안전해요. 장소는 클리프턴 동물원, 고릴라 파크 안입니다.”
--- p.248

“정의를 지배하고 있는 게 인간이라면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모르겠어. 판사도 배심원도 고릴라라면 이길 수 있을 거야.” 내가 말하자 다니엘은 코웃음을 쳤다.
“그건 어렵겠는데. 사법고시에 합격한 고릴라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데?”
“다른 사람들을 고릴라로 바꿀 필요는 없어.” 다니엘은 거기서 일단 말을 끊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네가 인간이 되면 돼.” 그는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 pp.300~301

“질문을 바꾸죠. 말했듯이 증인은 세간으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고 있었습니다. 개중에는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의적인 인신공격도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증인을 비난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주장하는 이가 나타났습니다. 그 주장 덕분에 증인을 향한 비난은 사그라들었죠. 당신을 구해 준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하십니까? 지금 이 법정 안에 있을 텐데요. 손가락으로 가리켜서 누구인지 알려주시겠습니까?”
안젤리나는 내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살짝 들어 나를 가리키며 “로즈입니다” 하고 힘없이 대답했다.

--- p.325

출판사 리뷰

‘1인칭 고릴라 시점’이 이끌어내는 무한한 공감!
야심차게 실화를 재창조한 가장 놀라운 상상력

일본의 대표적인 문예지 「다빈치」는 『고릴라 재판의 날』을 플래티넘 수상작으로 뽑으며 다음과 같은 코멘트를 남겼다. “고릴라가 법정에서 싸우다니 굉장하잖아, 하고 웃어버린 것도 잠시. 그 안에 마이너리티를 향한 차별과 편견을, 인권의 정의를, 그리고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담고 있는 엄청난 사회소설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한 여성의 청춘 이야기이자 본격 법정 미스터리이며 철학 SF이기도 하다.” 이 한 권의 소설이 담아낸 세계의 다채로움과 깊이를 함축한 대사,

『고릴라 재판의 날』의 주인공은 인간 수준의 높은 지능을 지닌 고릴라 로즈다. 로즈는 어릴 때부터 배운 수어를 거의 완벽하게 구사해 인간과 대화한다. 언어를 배운다는 건 곧 인간의 감정과 문화를 흡수한다는 뜻이었기에, 때때로 동족인 고릴라들과 다른 자신을 자각하기도 한다. 이런 고민과 인간 사회에 대한 동경이 더해져, 로즈는 정글을 떠나 미국행을 선택한다.

센서가 움직임을 감지해 손동작을 목소리로 바꿔 주는 장갑까지 손에 넣게 되자 로즈는 곳곳에서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는 유명인사가 된다. 그런 한편 로즈는 새 보금자리인 동물원에서 수컷 고릴라 오마리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함께 가정을 꾸린다.

그러나 행복한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릴라 우리에 어린아이가 들어가자 동물원 측이 아이의 안전을 이유로 오마리를 사살한 것. 죄 없는 남편을 잃은 것을 납득할 수 없었던 로즈는 동물원, 아니 인간들의 정의라는 것을 상대로 재판을 청구하기로 결심한다.

발상부터 기상천외한 ‘1인칭 고릴라 시점’의 이 작품은 놀랍게도 실화에 깊이 기반하고 있다. 인간과 대화하는 고릴라, 그리고 인간의 부주의 때문에 동물원에서 사살된 고릴라 모두 실존했기 때문. 그중 전자는 2000가지 이상의 수어를 구사하며 감정과 의사를 인간의 언어로 표현한 고릴라 코코다.

“우리는 고릴라에 대한 수많은 결례를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
-소설가 교코쿠 나츠히코(『우부메의 여름』)

코코는 영화를 감상하거나 반려 고양이를 키우기도 했으며 번식을 거부해 수컷 고릴라와 짝을 짓지 않고 혼자 살았다. 또 처음 말을 배웠을 때 “나는 착한 고릴라”라고 말하다 나이가 든 후 “나는 사람”이라고 정정해 말하기도 했다. 이런 일화들 때문에 인간의 삶을 학습시켜 고릴라로서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게 하는 게 과연 옳은지 우려 및 비판하는 시각들도 적지 않았다.

하람베 사건은 2016년 미국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 4살 남자아이가 고릴라 우리에 빠지자 동물원 측에서 아이의 안전을 위해 고릴라 하람베를 사살한 일을 말한다. 하람베는 아이를 해치려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던 데다 멸종 위기종인 로랜드고릴라였다. 후폭풍은 거셌다. 사람들은 담장의 높이를 낮게 만든 동물원과 보호자인 부모의 태만을 비판했다. 부모를 처벌해야 한다는 청원 운동까지 벌어져 수십만 명이 서명했다. 논의는 한발 더 나아가 야생동물을 평생 우리에 가두는 동물원 자체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게 되었다.

이 두 사례는 작가 스도 코토리의 상상력과 통찰의 힘으로 인류 보편의 공감대를 자극하는 이야기로 탈바꿈했다.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주요 특성인 ‘언어’를 구사하는 고릴라를 통해, 동물권의 문제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본질을 들여다보게 되는 것. 모든 인간은 천부적으로 존엄하다. 피부색이나 장애 유무를 비롯해 어떤 것으로도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때문에 다양성은 곧 존엄성의 핵심이 된다.

인간 사회의 일원처럼 대접받다 언제든 총알을 맞고 죽을 수 있는 외부자로 배척받는 소설 속 로즈는 다양성과 존엄성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러나 강인하고 현명한 로즈는 어떤 순간에도 인간 중심 세계의 피해자로만 남기를 거부한다. 스스로가 선택한 길로 거침없이 나아가는 너무도 인간적인 고릴라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감동과 함께 어느덧 샘솟는 용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피, 땀, 눈물 있음! 휴먼드라마 있음! 두뇌싸움 있음!
사랑 있음! 이것이 바로 종합 엔터테인먼트다.” -일본 독자 리뷰

예측불허. 『고릴라 재판의 날』을 정의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단어다. 소재도 주인공도 완전히 예상을 벗어난 데뷔작은 이야기의 힘으로 또 한 번 기분 좋은 충격을 선사했다. 앞서 서술한 대로 이 소설이 담고 있는 통찰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책을 집어 든 독자는 자연스럽게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펼친다, 읽는다, 끊임없이 읽는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아, 재미있었다.” 웃음과 눈물, 스릴이 공존하는 탁월한 엔터테인먼트. 이 책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낯설지만 반가운 손님 같은 깜짝 놀랄 문학과의 만남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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