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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시詩 작가의 매듭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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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내 분노의 불이 가득 차 있는지
알 수 없 다 내 슬픔의 바다가 얼마나 잠겨 있는지 알고 싶지 않다 가늠할 수 없다는 막연함을 간직한 채 지금처럼 사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기어코 탐험해야 하는 그곳에 손을 뻗어 진맥을 짚어야 하는, 날아오는 당위에 난 진맥을 짚는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혐오한다 당위를 던진 자들을 난 사랑한다 위안을 구하면서 위안을 걷어내고 싶은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변덕쟁이. [깊은 상실을 겪는다는 건 ‘변덕쟁이’가 된다는 것] --- 「변덕쟁이」중에서 벚꽃이 왔다 봄 여름 경계선에서 엄마가 갔다 개나리도 왔다 딸이 외친다 아빠 개나리가 폈어 응 정말 개나리가 폈네 커피를 마신다 밖은 봄이다 난 다시 꺼내서 쓰고 있다 사람들이 웃는다 난 한없이 차분하다 젖소 한마리가 벽에 걸려있다 촌스러운 조명이 주렁주렁 쏟아진다 봄 여름 다시 길목에 섰다. [매년, 그 길목에 서야 하는 순간이 있다] --- 「다시 길목에 섰다」중에서 추석 연휴가 간신히 흐려질 때쯔음 두껍고 차분해 보이는 위태위태한 답답함이 들어선 목소리가 날아왔다. 아들 한 명이 또 다른 아들 한 명과 아버지 한 분과 어머니 한 분을 두고 생을 벗어던졌다는 이야기. 고개 들어 푸른 나무를 본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지나간다. 그들은 양팔을 힘차게 휘젓는다. 앞만 보고 걸어간다 오직 앞만 있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계속 듣는다. 또 다른 아들 한 명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빼앗겨버린 생의 에너지를 슬퍼한다. 왜, 그는 그를 슬퍼하지 않는 것일까. 그가 그를 슬퍼해야 함을 넌지시 알려준다. 그러나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 난 이것이야말로 아름답다 여기기로 했다.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에 대하여] --- 「슬픔을 배려하는 슬픔」중에서 “1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때로 돌아가요” 나도 모르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물에 젖은 한 젊은이가 나의 에너지를 앗아간다 물에 젖은 그 젊은이에게 해줄 말이 없다 난 어리석은 자이므로 목사 자살 유가족 작가 범벅이 된 이 세 가지 정체성으로 인해 난 힘을 얻었다 아는 거 하나 없다 아무 것도 모른다 해야 한다 그게 양심이다 저 밖으로 들리는 차 소리 음악 소리 불안한 마음 탁탁탁 들리는 자판 소리 마지 못해 먹는 녹차 한 잔 소박한 잔기침들 내가 처리해야 할 지루한 일들 그것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밖에 난 모른다 [그것밖에 모르는 나에게 버거운 이야기들이 들려오곤 한다] --- 「그것밖에 난 모른다」중에서 성실하게 가지를 나른다 제 몸 보다 조금 짧은 그 나무 들고 힘차게 올라 한 가지 두 가지 보금자리 빚어간다 그래 까치야 너를 보며 배운다 지금 내 걸음 작고 작지만 한 가지 두 가지 빚어가련다. --- 「한 가지 두 가지」중에서 우리 아파트에는 다리를 저는 분이 있다 일주일에 단 한 번 분리수거날 그를 만난다 음식물 쓰레기를 아슬하게 들고 온다 어느 날 아침 맑은 날 저 멀리 그가 한 여인과 걸어온다 난 왜 그가 한 여인의 남편이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 그는 행복한 사람이었다 --- 「그가 걸어온다」중에서 선생님의 언니같은 분, 그러니까 신이 특별하게 창조하신 존재들이 있어요. 우리 모두는 평범하지만,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그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들이 분명 있단 말이죠 좀 더 견딜 수 있고 좀 더 사랑을 베푸는,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단 말이죠 선생님, 언니 같은 분이 천국에 계시지 않는다면 과연 누가 천국에 계실까요? [스스로 생을 마감한, 그녀의 언니가 천국에 있을 거라 난, 확신한다] --- 「선생님의 언니 같은 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