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
월요일의 루카 007
해설 352 옮긴이의 말 357 |
Hisashi Sekiguchi,せきぐち ひさし,關口 尙
이선희의 다른 상품
|
“자네를 채용하고 싶지만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라고 할까, 약속해줘야 할 게 있네.”
“약속이요?” “꼭 지켜줘야 하는데, 괜찮겠나?” 시급 1500엔. 나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첫째, 그 사람의 과거에 대해서 묻지 말 것. 과거에 대해서 물으면 절대 안 돼. 우리 직원들 누구에게 물어봐도 안 되고.” “왜죠?” “어쨌든 관심을 갖지 않으면 되네.” 그는 적당히 대꾸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둘째, 그 사람은 월요일이 되면 예민해지니까 월요일에는 되도록 가만히 내버려둘 것.” 극장에서 일하는 이상, 토요일과 일요일에 예민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날은 다른 날보다 몇 배나 바쁘니까. 그런데 왜 월요일에 예민해지는 것일까? “그리고 세 번째가 중요한데…….” 그는 몸을 앞으로 쭉 내밀고 나서 덧붙였다. “연애는 절대 금지야.” “예? 영사기사 분, 남자가 아닌가요?” 영사기사는 〈시네마천국〉의 알프레드처럼 관록 있는 중년 남성이라고만 생각했다. “아니, 여자야. 여자라고 할까, 아직 소녀에 가깝지.” 그는 벽에 걸린 화이트보드를 가리켰다. 출근표에 있는 직원들의 이름 사이에서 ‘영사실 스기모토 루카’란 이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이력서를 보며 중얼거렸다. “루카는 아마 자네와 동갑일 거야.” “예? 저와 동갑이라고요?” “그래. 스물한 살이지.” 그가 이력서에서 내 나이를 확인하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동갑인 여자애가 극장의 영사 업무를 혼자 담당하고 있다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pp.24~25) 나는 다섯 번째 필름이 걸려 있는 1호기 옆에서 대기했다. 그리고 스크린의 오른쪽 위를 뚫어지게 쳐다보면서 교체 타이밍을 알리는 검은 점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검은 점은 필름 네 컷에 걸쳐서 찍혀 있다. 한 컷은 24분의 1초니까 스크린에 검은 점이 보이는 것은 겨우 6분의 1초이다. 이것을 놓치면 교체 타이밍이 틀려서 영상이 끊어지기도 하고 겹치기도 한다. “하루토, 너도 잘 봐.” 검은 점이 나타나면 수동 릴레이 방식으로 영사기를 교체해야 한다. 하루토에게는 미리 그 말을 해두었다. “어두워서 잘 안 보여.” 하루토는 앞자리 등받이를 두 손으로 잡고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나도 필름의 오른쪽 구석에 시선을 고정했다. 나왔다. 내가 1호기 모터의 시작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하루토의 입에서 “나왔다!”라는 소리가 튀어나왔다. 그리고 7초 후, 두 번째 검은 점이 나왔다. 이 타이밍에 영사기를 전환해야 한다. 나는 침착하게 전환 버튼을 눌렀다. 달칵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2호기 램프박스의 셔터가 닫히고, 스크린에 1호기 영상이 나타났다. 나는 재빨리 초점과 음성을 확인했다. 루카가 기분 좋게 말했다. “완벽해. 이동영사기도 마스터했군.” “이다음에 같이 출장 상영하러 가자.” 내가 그렇게 말하자 루카는 하루토의 시선에 신경을 쓰면서도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루토가 뒤에 다가와서 내 등을 쿡쿡 찔렀다. “형, 지금 나 보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 “예전에는 네가 나 보라고 일부러 그랬잖아.” 입술 끝으로 웃으며 대꾸하자 하루토도 나와 똑같이 입술 끝으로 웃었다. “출장 영사하러 갈 때 같이 가자.” “나도?”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서 영화를 본다고 생각해봐. 상상만 해도 멋있잖아. 야외에서 〈시네마천국〉을 상영하고 싶지 않아?” 하루토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더니 눈을 반짝이며 대답했다. “굉장하다!” (pp.248~249) 처음 만난 날, 오른발을 끌면서 걷던 루카. 나를 야단치던 루카. 극장의 옥상에서 저녁놀에 물든 강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가르쳐주던 루카. 처음으로 혼자 영화를 상영한 날, 직접 음식을 만들어 축하해주던 루카. 소중한 보물인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자신의 꿈을 말해주던 루카. 괴로운 표정으로 레이지와의 과거를 털어놓았던 루카. 그리고 어젯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알몸의 루카.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거잖아. 이별은 이별이지만 그것은 기쁨의 이별이야.” 그렇다, 이것은 기쁨의 이별이다. 이별이긴 하지만 기쁨인 것이다. 나는 그녀가 있는 어둠을 향해 목이 터져라 소리쳤다. “루카~! 루카~!” 기쁨의 눈물로 눈앞이 흐려졌다. 멀어지는 스크린이 눈물로 인해 커다란 빛의 입자로 바뀌었다. 이윽고 열차는 계곡으로 들어갔다. 나는 무너지듯 주저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았다. 열차가 나아가는 동쪽 하늘에서 새로운 빛이 보였다.(pp.351~352) ---본문 |
|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얼마나 멋진 라스트신인가!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순간, 나는 생각했다.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고!” -가타오카 K(〈시그널-월요일의 루카〉 영상 크리에이터) 3년 동안 극장을 떠나지 못하는 여자와 그녀를 지켜주고 싶은 남자…… 그들의 기적 같은 사랑이야기가 지금 시작된다! 예담에서 출간한 장편소설 『월요일의 루카』는 오래된 극장 긴에이칸에서 함께 일하게 된 두 명의 청춘 남녀가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진정한 사랑에 눈을 떠가는 이야기다. 영사실이라는 은밀하고 신비로운 공간 안에서 펼쳐지는 사랑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무엇보다 불안하고 위태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이십 대의 모습을 섬세하게 포착함으로써 동세대 일본 젊은이들에게 많은 위로와 감동을 선사한 작품이다. 작가 세키구치 히사시는 실제 영화관 영사실에서 일한 경험을 통해 이 소설을 집필했다고 한다. 덕분에 이 소설은 보통 사람들은 볼 수 없는 극장의 감춰진 부분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특히 소설 속 루카가 생활하고 있는 영사실 풍경은 마치 눈앞에 있는 듯 선명하게 느껴진다. 영화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감독 타니구치 마사아키 감독에 의해 2012년 영화화된 〈시그널-월요일의 루카〉 원작이기도 한 이 소설은 절망과 아픔에 굴복하지 않고, 전력으로 꿈을 좇는 이 시대의 청년들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세 개의 약속이 감추고 있는 하나의 진실 “루카 너의 모든 것이 알고 싶어!” 게이스케는 가난 때문에 휴학하고 고향에 내려온다. 일자리를 찾던 그는 우연히 긴에이칸의 영사기사 보조 아르바이트 직원 공고를 보고 면접을 본다. 극장의 매니저는 게이스케를 채용하기 전 세 가지 조건을 건다. 첫째, 영사기사인 루카의 과거를 알려하지 말 것. 둘째, 월요일엔 루카를 내버려둘 것. 셋째, 루카와 연애는 금지. 게이스케는 영사기사로 일하면서 3년 동안 극장 밖을 나가지 않은 루카의 사정이 궁금하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묻지 않은 채 일을 배운다. 어느 날, 게이스케는 루카에게 자신의 고민을 토로하게 된다. 어릴 적부터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왔으며, 그런 아버지 때문에 지금도 괴롭다는 것. 생각지도 못하게 루카에게 위로를 받게 된 그는 점점 루카에게 빠져든다. 그러던 중 루카에겐 ‘월요일의 루카’라는 별명이 있으며, 고등학생 시절 동급생 우루시다란 학생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라이벌 여자애들을 다치게 하거나 죽게 만들었다는 소문을 듣는다. 게이스케는 그 소문을 믿지 않지만, 이와 연관된 증거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결국 그 소문 속 남자인 우루시다까지 나타난다. 이제 게이스케가 루카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세 가지 약속을 어기고 루카의 비밀을 밝혀내는 것이다. 게이스케는 몇 가지 단서를 통해 점점 더 진실로 다가간다. 과연 루카의 대한 소문이 사실일까. 소문의 진상을 알게 된 게이스케는 루카를 사랑할 수 있을까. 어두운 영사실에서 시작되는 한 줄기 빛처럼 게이스케와 루카가 그리는 청춘과 희망의 그림! 『월요일의 루카』의 배경인 오래된 극장 긴에이칸은 멀티플렉스에 밀려 사라져간 옛 극장을 떠오르게 한다. 게이스케와 루카는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이곳에 남아 있는 마지막 세대의 영사기사다. 최신 영사 기술인 디지털 영사 방식(Digital Light Processing)이 보급되면, 이들의 역할은 사라지지만 마지막까지 ‘시그널’을 확인하며 관객들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 이 소설의 원제이기도 한 ‘시그널’은 필름 교체 신호를 의미한다. 영상 우측 위쪽에 검거나 흰색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둥근 점을 필름 영사 방식으로 영화를 관람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둥근 점이 나타나면 영사 기사는 필름을 교체한다. 디지털 방식으로 상영하는 요즘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이 표시는 이 소설의 중요한 모티프다. 게이스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생각해보면 사람은 누구나 누군가에게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시그널이 상대방에게 닿느냐 닿지 않느냐에 상관없이.”(p.344) 시그널, 즉 신호는 이해가 되기 전에는 단순한 표시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표시를 이해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의미가 되어 전달된다. 게이스케와 루카는 처음에는 서로의 신호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게이스케는 친부로부터, 루카는 첫사랑으로부터 받은 깊은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차 서로의 시그널을 이해하고 소통하게 되면서 사람과 관계에 대한 믿음을 회복하게 된다. 이제 그들은 서로를 통해 상처의 치유에 꼭 필요한 조건이 빠졌음을 깨닫는다. 그것은 그 상처를 감싸줄 온전한 ‘사랑’이며 그 사랑에 대한 ‘믿음’이다. 쇠퇴해가는 극장 긴에이칸에서 게이스케와 루카가 최선을 다해 지키고자 하는 영사기사의 소임과 자부심처럼, 소설 『월요일의 루카』는 부서질 듯 위태롭지만 절대 잃지 말아야 할 애틋한 청춘의 희망을 그려낸다. |